5G 서비스라는데 대응 기기는 와이파이? '초현실'적인 SKT의 5GX 서비스

강형석 redbk@itdonga.com

[IT동아 강형석 기자] 지난 2019년 11월 19일, SK 텔레콤은 5G 버추얼 소셜 월드(Virtual Social World) 서비스를 공개하고 관련 콘텐츠와 함께 오큘러스의 가상현실(VR) 기기 오큘러스 고(Oculus Go)의 유통 계획까지 언급했다. 현재 '오큘러스 고 브이알(VR) 팩'이라는 이름으로 판매 중이며, SK 텔레콤의 가상현실 콘텐츠가 포함되어 있다.

SK 텔레콤이 VR/AR 서비스 강화에
나선다.
SK 텔레콤이 VR/AR 서비스 강화에 나선다.

버추얼 소셜 월드는 가상의 공간에 접속한 여러 사람들과 소통하고 관계(친구)를 형성하며, 콘텐츠를 즐길 수도 있다. 예로 티원(SKT T1) 프로게임단의 리그 오브 레전드 경기를 함께 관람하며 응원할 수 있고, 클럽이나 공연장 등에서 함께 춤을 출 수도(춤을 추는 것은 내가 아닌 가상의 캐릭터다) 있다. 일부 콘텐츠가 추가되었을 뿐, 대부분은 페이스북이 공개한 호라이즌(Horizon)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부분을 의식했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SK 텔레콤은 타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는데 힘을 쏟는 모습이다. 실제 서비스를 공개하던 날에는 카카오 VX(프렌즈 VR 월드)와 넥슨(크레이지 아케이드 기반 VR 게임) 등 잘 알려진 캐릭터를 활용한 콘텐츠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가상 공간 내에서 영어회화하는 콘텐츠인 스피킷(SPEAKIT)도 서비스된다.

오큘러스 고. 출시 시기가 2년 가량으로 최신 흐름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오큘러스 고. 출시 시기가 2년 가량으로 최신 흐름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이런 콘텐츠는 스마트폰 및 SK 텔레콤이 판매 중인 오큘러스 고 등을 통해 경험할 수 있다. 문제는 5G 서비스라면서 제공되는 기기는 정작 5G와 무관하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은 뒤로하고 당장 오큘러스 고 자체가 와이파이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5G 기반 스마트폰은 점차 수를 늘려가고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 S10, 노트10, 갤럭시 A 등 일부 제품군이 5G를 지원하고 LG전자도 V50과 V50S 씽큐로 5G에 대응한다. 이 중 가상현실을 사용할 수 있는 기기는 제한적이다. 기껏해야 갤럭시 S10과 S10 플러스가 삼성 기어 VR에 장착해 VR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다. LG V50 계열도 마찬가지로 가상현실용 기기가 없어 사용할 수 없다.

SK 텔레콤 홈페이지 내 기어 VR 팩에 대한 설명 중
일부.
SK 텔레콤 홈페이지 내 기어 VR 팩에 대한 설명 중 일부.

이런 상황에서 SK 텔레콤은 기어 VR 팩이라는 이름으로 5GX 서비스 요금제와 묶어 판매 중이다. 놀라운 것은 호환이 되지 않는 기기를 보유한 고객이라도 가족 혹은 지인이 호환 기기를 보유하고 있다면 최대 할인된 가격으로 기어 VR 팩을 구매해 체험해 보라고 강조한다. 아니, 본인이 쓰지도 못하는데 가족이라면 몰라도 지인을 위해 VR 팩을 구매해 쓰라는 것은 무리수처럼 느껴진다.

다른 장치는 카드 보드 혹은 단말기를 끼워 VR 콘텐츠를 실행하도록 도와주는 장치를 구매해 써야 되는데, 이미 오래 전에 한창 유행했다가 지금은 인기가 예전 같지 않은 상황. 이는 경험적 측면에서 전용 VR 기기 대비 아쉬움이 많았기 때문이다. 움직임이 부자연스럽고 콘텐츠 또한 질적으로 떨어진 것이 문제였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가 SK 텔레콤의 서비스 하나만 보고 먼지 쌓인 VR 기기를 다시 꺼내거나 구매할 지는 미지수다.

물론,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 현재 확대 중이지만 아직도 모든 지역에서 5G 서비스 경험이 불가능하다. 초기에 비하면 넓어졌다고 해도 서울 및 수도권과 주요 광역 대도시에 한정되어 있다. 오큘러스 고 역시 5G에 맞추고 싶어도 이미 출시 시기가 오래된(2017년 10월 공개)지라 어떻게 대응할 수 없었던 부분도 감안해야 된다. 그렇다면 차라리 덜 익은 5G를 내세우지 말고 '버추얼 소셜 월드' 자체를 강조하는 것이 나았을지도 모른다. 초시대 생활이 된다는데 정작 그렇지 못한 상황을 맞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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