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투자 IR 마스터링] 9부 - 사례 소개: 드라마 <미생>으로 배우는 IR 피칭
[IT동아]
[연재순서]
시작하며 - 투자 유치 홍보가 필요한 스타트업을 위한 조언 - http://it.donga.com/29231/
1부 - 투자 프로세스에서 IR자료의 역할 - http://it.donga.com/29259/
2부 - 투자 IR자료의 목차 구성 - http://it.donga.com/29308/
3부 - 투자 IR자료의 스타일 -
http://it.donga.com/29343/
4부 - 투자 IR자료 스토리라인 구성 – (1) 시장성 및 사업성 - https://it.donga.com/29377/
5부 - 투자 IR자료 스토리라인 구성 – (2) 차별성 및 경쟁력 - http://it.donga.com/29426/
6부 - 투자 IR자료 스토리라인 구성 – (3) 사람 및 팀역량 - http://it.donga.com/29444/
7부 - 투자 IR자료 스토리라인 구성 – (4) EXIT - http://it.donga.com/29501/
8부 - IR피칭(발표) - http://it.donga.com/29532/
9부 - 사례 소개: TV드라마로 배우는 IR피칭
10부 - 성공적인 IR을 위한 조언
그 동안 다양한 강연 및 멘토링을 해오면서, 과거에는 IR 자료의 역할과 피칭을 좀더 임팩트있게 하는 방법을 말로만 설명했다. 이해하는 사람은 이해를 하지만, 이해할 듯 말 듯한 표정도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본 연재를 지금까지 읽어온 독자 중에도 비슷한 경우가 분명 있으리라 여긴다.
그래서 이번 9부에서는, 본 연재에서 전달하려는 내용을 직관적, 압축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도움을 줄 영상 콘텐츠를 하나 제시한다.
1. 사례 : 드라마 <미생> 13화의 발표 장면
IR 피칭에 참고할 자료로 소개하는 이 영상은, 몇 년 전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미생> 13화의 한 장면이다. 유튜브를 통해서도 해당 영상을 볼 수 있다. 이 유튜브 영상 중 특히 초반 6분 30초까지의 내용을 반드시 참고하길 권한다. (유튜브 직접 검색어= '미생 명장면', '사장 전무 임원 PT')
<그림 9-1> 드라마 <미생> 13화의 발표 장면
<출처=유튜브 캡처 - https://youtu.be/RFqAXk62EXs>
2. 투자자 대상 IR 상황과 <미생> 13화 PT 장면의 유사점
<미생> 13화가 투자유치를 위한 IR을 준비하는 스타트업 창업자/대표에게 대체 어떤 시사점을 주는지 설명하기 위해, 우선 두 상황의 유사점을 먼저 언급하는 게 좋겠다.
① 유사점 #1 : 발표 시점 전까지의 상황
A. <미생> 13화 : <미생> 11화까지 내용을 요약하면, 영업3팀의 김과장이 요르단 중고차 사업을 진행하면서 커미션을 수취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회사 내부적으로 대대적인 감사가 진행되면서 담당자인 김과장이 징계를 받는 상황이 발생한다.
시간이 몇 개월 지나, <미생> 12화에서는 연말이 다가오면서 대기업이 으레 그렇듯이, 각 팀 별로 다음 해의 사업계획을 작성하게 된다. 이때 영업3팀의 막내이자 <미생>의 주인공인 '장그래'가 "지난 번 요르단 중고차 사업이 괜찮아 보이는데 다시 진행해 보는 것은 어떻냐"는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모든 팀원이 반대하나 '오상식' 팀장은 사업성이 좋다고 생각하여 추진해보자고 팀원들을 설득한다.
하지만,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주식회사 원인터내셔널'은, 과거에 문제가 있었던 사건은 묻어버리고 절대 다시 언급하지 않는 문화가 있다. 그런데, 오상식 팀장이 회사의 그런 문화를 알고 있고, 반대가 심한 데도 계속 진행하겠다고 고집하자 회사 내에서도 이미 숙덕거리는 상황이 빈번해지고, 결국 직속 상사인 부장은 "그렇다면 회사 임원 미팅 자리에서 발표할 기회를 줄 테니, 그 자리에서 통과되면 최종 승인하기로 했다"는 의견을 전달한다.
발표 기회를 주겠다고 했지만 당시의 정황상 행간을 보자면, 미팅에 참석하는 임원들은 마음 속으로 부결시킬 것을 이미 작정하고 들어오는 상황으로, 오상식 팀장은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설득해야 한다.
B. 투자자 대상 IR : 상당히 많은 국내 투자기관(VC 등)에서 투자 심사역이 어떤 기업의 투자 프로세스를 진행하는 과정을 보편적으로 보면, 기업 A를 투자하고자 하는 어느 투자 심사역이 있을 때, 사실 해당 심사역 외에 다른 심사역은 기업 A에 관심이 없거나 부정적인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투자 프로세스 상의 투심위(투자심의위원회)에서 기업 A에 최종적으로 투자를 집행할 지 여부는 담당 심사역이 아닌, 투심위에서 투표(voting) 권한이 있는 투심위원들의 의견이 종합되어 결정된다. 결국 기업 A가 해당 투자기관으로부터 투자유치에 성공하느냐 마느냐는, 소극적, 부정적인 시각의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
지난 연재 [스타트업 투자유치 마스터링 – 5부/6부. 투심위 부결 주요 원인 파악하기(http://it.donga.com/27620/, http://it.donga.com/27650/)]와 본 연재 전체에 걸쳐, 어떤 기업이든지 투자자로부터 반드시 최소한 1~2개는 집중 공격 받을 포인트가 있으며, 이를 설득 가능한지 여부가 투자유치 성공의 관건이라 강조했다. 앞서 말한 상황을 접목해서 생각하면 그 이유를 확실히 이해하리라 본다.
② 유사점 #2 : 발표(피칭) 준비 과정 및 발표(피칭) 당시 상황
A. <미생> 13화 : 임원 미팅의 PT발표 자료를 준비하는 초반에는, 오상식 팀장 및 영업3팀 팀원들은 평소 하던 대로 사업아이템 소개부터 시작해, 익숙한 문서 구성과 스토리라인으로 자료를 작성한다. 하지만, 오상식 팀장은 이런 구성으로는 설득을 못할 것 같다고 판단하여, 리허설 후 발표 내용의 순서와 구성을 대폭 변경하자고 팀원들을 달랜다. 팀원들은 어차피 통과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심 생각하지만, 팀장의 요청에 따라 마지못해 자료를 수정하고 결국 회의에 참석한다.
오상식 팀장의 제안으로 최종 작성된 발표 자료는, 발표 시작과 함께 서두부터 단도직입적으로 참석자들의 선입견을 깨는 전략으로 구성됐다. 사업성이 좋음에도 과거에 회사(원인터내셔널)가 그런 식으로 버린 사업들, 즉 사업성 외적인 문제로 버려진 사업들이, 현재는 타사가 이삭줍기 하듯 가져가 어부지리를 얻고 있음을 '데이터(data)'와 '근거(evidence)'를 기반으로 발표 자료 초반부에 배치했다.
그러면서, 오상식 팀장은 요르단 중고차 사업이 자체 판단으로는 분명 사업성이 좋다고 확신하는데, 과거처럼 버려진다면 경쟁사만 이롭게 하는 상황이 다시 올거라 강조한다. 미팅 참석 전부터 부정적인 시선을 가졌던 이들조차 오상식 팀장의 객관적 데이터에 근거한 논리에 결국 설득된다.
B. 투자자 대상 IR : '투자자는 인내심이 적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하라. IR 일정이 잡히면 이미 그 전에 참석할 투자 심사역에게 회사가 사전에 제공한 IR자료는 공유됐을 가능성이 높고, 각 심사역마다 궁금해하는 포인트를 이미 머리 속에 정리해서 들어왔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궁금한 것에 대한 대답을 해소해주기 보다는, 소위 변죽을 울리는 형태로 IR 발표가 진행된다면, IR 발표 중간이라도 참석자들이 퇴실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된다(참고. 연재 2부 - https://it.donga.com/29308/).
또한, 기업 A의 투자검토를 담당하고 있는 심사역 외에 동일 투자사의 다른 심사역은 기업 A에 부정적, 소극적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상황에 대해서는 이미 설명한 바 있다. 때문에, 투자 프로세스에서 기업 A가 가장 민감하게 공격받을 만한 포인트를 미리 냉정하게 판단하고, IR에서 창업자/대표의 입으로 충분히 설득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본 연재 전체에 걸쳐 반복 강조했다.
결국, '인내심이 적은 사람이 가장 궁금해하는 내용이 있을 때, 또는 선입견을 가지고 들어오는 상황일 때, 이런 사람을 대상으로 어떻게 발표하고 설득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 보면, 결론은 '핵심 내용에 집중해 문서를 구성하고 발표 연습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3. <미생> 13화가 주는 시사점
<미생> 13화는 적어도 3가지 측면에서 투자유치 준비를 해야 하는 스타트업의 창업자/대표에게 상당히 훌륭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물론 이는 본 연재에서 이미 충분히 언급된 내용이다.
① 시사점 #1 : 두괄식 구성의 중요성
바로 앞 단락에서도 설명한 대로, 인내심이 적고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채 IR에 참석하는 사람들(투자 심사역)을 대상으로, 어떻게 자료를 구성하고 어떻게 발표해야 할 지를 고민한다면, 미괄식보다는 두괄식 구성이 분명히 유리하다.
<미생> 13화에서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분명히 극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됐지만, 오상식 팀장이 평소와 같은 익숙한 스토리라인으로는 설득이 어려우리라 판단하고서, PT자료와 발표 방식을 대폭 변경해 결국 그들을 설득하게 되는 상황은, 분명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② 시사점 #2 : 데이터와 근거의 중요성
투자자 입장에서 투자란 결국 기업 A의 미래가치에 대한 배팅이며, 따라서 창업자/대표 입장에서는 자신의 회사가 매력있는 기업임을 투자자에게 설득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때, 객관적 데이터와 근거에 기반해야만 논리적 설득의 가능성이 올라가게 된다.
<미생> 13화에서 오상식 팀장이 아무리 두괄식 구성으로 변경했다 하더라도, 과거 원인터내셔널이 버렸던 사업을 가져간 타회사의 성공 실적을 데이터/근거 기반으로 언급하지 않았다면, 미팅 참석자들의 인식을 바꾸기에는 대단히 어려웠을 것이다.
③ 시사점 #3 : '사람'으로서 어필의 중요성
<미생> 13화에서는 오상식 팀장이 리더의 자질을 나타내는 몇 가지 키워드와 뉘앙스가 직/간접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사업을 끌어가야 하는 리더로서의 열정과 태도, 자기가 준비한 사업의 성공에 대한 확신과 신념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대사 중의 하나인 '작두 타는 것 같다'는 표현이, 상징적으로 오상식 팀장이 '한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어필하는지를 대변한다.
'사람/팀 역량'은 투자자의 주요 4대 투자의사결정 포인트 중 하나다. 창업자/대표는 본인이 과연 투자자에게 '그래, 저런 사람이라면 분명 성공할 거야!'라는 긍정적인 인상을 주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9부를 마치며...
앞서 말한 대로, <미생>은 드라마라 어디까지나 드라마틱한 요소가 있다. <미생> 13화의 발표장면이 IR을 준비하는 창업자/대표에게 아무리 시사하는 바가 크더라도, 모든 창업자/대표가 반드시 똑같이 따라 할 건 없다. 큰 맥락에서 드라마가 보여주는 시사점에 초점을 맞추되, 각자 회사의 내용과 상황, 본인의 성향과 스타일 등에 따라 분명 자신에게 적합한 방식을 찾는 게 중요하다.
글 / 엔슬파트너스 김민성 이사 (yaacksan@enslpartners.com)
(주)엔슬파트너스는 대기업 CEO가 주축이 되어 설립한 투자 전문 엑셀러레이터로서, 국내외 탄탄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 유럽, 중국 등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에 특화되어 있으며, 중국 액셀러레이터 '大公坊(대공방)'의 국내 유일 공식 파트너로 '대공방코리아'를 운영 중이다.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