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프로젝트] 달리셔스 BM 분석, 성장을 견인할 진정한 고객가치는?

달리셔스(Dalicious), 식상함과 신선함의 공존

달리셔스란 회사 이름을 듣자 마자 필자는 머릿속에 음식과 배달을 떠올렸다. 네이밍을 잘했나 보다. 바로 떠오르는 걸 보면. 하지만, 또 음식배달이다. 게다가 흔하디 흔한 중개 서비스다. 음식, 배달, 중개.. 식상한 단어의 식상한 나열. 이것이 달리셔스에 대한 솔직한 첫인상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비즈니스를 들여다볼수록 뭔가 다른 구석이 보이기 시작했다. 좀 신선하다. 단순히 셰프 또는 맛집과 고객을 연결했다면, 식상했을 것이다. 필자가 신선하다 느낀 것은 주방이 없는 환경에서 일정기간 정기적으로 급식이 필요할 때 맛집 음식을 추천해 제공한다는 정기 서비스였다. 이건 돈이 된다 느꼈다. 그렇다. 이 바닥은 돈이 돼야 신선한거다.

자, 본격적으로 식상함 속에서 신선함을 찾아낸 이들의 비즈니스모델을 들여다보자.

출처: 달리셔스 공식 홈페이지
출처: 달리셔스 공식 홈페이지

< 출처: 달리셔스 공식 홈페이지 >

비즈니스모델 들여다보기

비즈니스모델을 분석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사업의 성장성과 지속성'을 판단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좋은 비즈니스모델이라면 경쟁사 대비 우월하고 차별적인 가치로 고객을 유입/유지시켜 수익을 극대화하는, '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갖추고 있을 것이며,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을 테니까.

좋은 비즈니스모델이 갖춰야할 요소는 무엇일까? 여러 이론들이 있지만, 필자는 클레이튼 크리스텐슨(Clayton Christensen) 교수 등이 지난 2008년 발표한 'Reinveting Your Business Model'에서 제시한 '성공적인 비즈니스모델의 4대요소' 를 근간으로 분석해 보겠다. 그 4대 요소는 고객가치제안(Customer Value Proposition), 핵심자원(Key Resource), 핵심프로세스(key Process), 수익모델(Profit Formula) 등이며 이 4대 요소의 수준을 파악하면, 비즈니스모델이 좋은지 나쁜지 판단할 수 있다. 단, 독자 여러분의 보다 쉬운 이해를 위해 서로 밀접한 관계에 있는 핵심자원과 핵심프로세스는 묶어서 설명 드리겠다.

달리셔스, 좋은 비즈니스모델일까?

달리셔스 비즈니스모델 개요, 출처:
인사이터스
달리셔스 비즈니스모델 개요, 출처: 인사이터스

< 달리셔스 비즈니스모델 개요, 출처: 인사이터스 >

고객가치제안(Customer Value Proposition)

달리셔스는 음식이 필요한 수요고객(개인/단체)과 셰프, 맛집 등 공급고객(이들은 메이커스라 부른다)을 중개하는 플랫폼이다. 당연히 플랫폼 사업자에게는 수요자와 공급자 양쪽이 모두 고객이며 각 고객에 대한 가치(Customer Value)를 분리하여 봐야 한다. 아래 그림과 같이 수요고객의 두개 유형 그리고 공급고객까지 세개 유형의 고객에 대한 가치를 분석해 보자.

달리셔스 서비스의 고객유형 3가지, 출처:
인사이터스
달리셔스 서비스의 고객유형 3가지, 출처: 인사이터스

< 달리셔스 서비스의 고객유형 3가지, 출처: 인사이터스 >

< 수요고객 분석 >

특별한 날 이벤트를 위해 음식을 주문 하는 맞춤서비스 고객에 대한 고객가치를 그려보면 아래의 그림이 나타난다. 독자 여러분은 이 난해한 그래프는 도대체 뭔가 싶을 텐데 인내심을 가지고 봐주시면 좋겠다. 어렵지만 우리 함께 해석(?)해 보자. 원래 어려운 일은 함께 하는 거다.

첫번째 고객유형 - 맞춤형 서비스

그래프의 밑 부분에 보면 맛(품질), 가격경쟁력, 메뉴 다양성과 같은 요소가 보일 것이다. 이들은 케이터링 서비스를 구매할 때 고객이 중요하게 고려하는 가치 요소, 즉 핵심구매요소(Key Buying Factor)이다. 이어 좌측을 보면 업계평균이라는 모호한 개념이 눈에 띌 것이다. 이게 뭐냐 싶을 텐데, 업계의 가장 일반적인 수준으로 인식되는 유형의 업체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생각하자. 그리고 (고민없이) 그들의 수준을 일자로 쭉~ 긋자. 일단 선을 하나 그러 놓으면 희한하게도 기준이란 개념이 생긴다. 그 기준(?)을 토대로 나머지 경쟁자 유형인 호텔케이터링 서비스와 달리셔스의 가치수준을 평가해 본 것이다.

맞춤형 서비스 고객가치곡선,  출처:
인사이터스
맞춤형 서비스 고객가치곡선, 출처: 인사이터스

< 맞춤형 서비스 고객가치곡선, 출처: 인사이터스 >
( 본 고객가치곡선에 제시된 핵심구매요소(KBF) 및 서비스별 가치 수준은 실제 고객(30대 남여)의 심층좌담회(FGI)를 통해 도출된 소수 고객의 정성적 평가 결과로 이견이 있을 수 있다. )

달리셔스의 고객은 온라인(App/Web) 주문에 익숙한 젊은 층(주로 30대)이다. 지불 가능한 예산은 제한적이되 특이하고 다양한 메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서비스 수준이나 프리미엄 이미지 보다는 실용적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적어도 주고객층에 대한 차별적 가치 제공에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가치 곡선을 보면 호텔케이터링이 제공하는 가치와 현격한 차이를 확인할 수 있는데 그 차이만큼이나 핵심고객층이 서로 다르다. 시장이 달라 현재로서는 큰 문제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점진적으로 프리미엄 서비스로 확장하게 될 것이고 이때는 고객가치의 변화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출처: 달리셔스 인스타그램
출처: 달리셔스 인스타그램

< 출처: 달리셔스 인스타그램 >

지금의 고객가치제안이 나쁘지는 않다. 그러나 몇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도 있다. 첫째, 맛과 메뉴의 다양성만으로 지속적 경쟁우위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둘째, 이벤트를 앞둔 고객의 특성을 고려할 때 서비스 수준, 프리미엄 이미지 열세가 작은 약점일까?

결국 음식 디스플레이, 현장에서의 서비스, 프리미엄 이미지 구축 등 감성 가치 향상이라는 과제는 피할 수 없을 것인데 스타트업인 달리셔스의 인력규모와 역량으로 당장 호텔 수준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고 감성 가치를 올린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아니, 그렇게 해서도 안된다. 호텔 수준의 인력과 자본 투입에 의한 서비스 가치 향상은 지금의 장점인 경제적 가치(가성비)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니까. 같은 요소, 같은 차원에서의 경쟁이 아닌 새로운 차원, 즉 경쟁자에게 없는 서비스 가치를 만들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 이유다.

두번째 고객유형 - 정기서비스

회사나 단체가 일정기간 동안 정기적으로 음식을 제공받는 정기서비스를 분석해 볼 차례다. 정기 급식 서비스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필자는 아워홈, 신세계푸드, CJ후레쉬웨이처럼 대기업 계열의 단체급식업체가 떠오른다. 또 다른 측면에서의 비교 대상은 케이터링업체이나 정기 단체급식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는 찾지 못했다. 어? 딱히 직접적 경쟁업체가 없는 듯 하다. 이것이 필자가 서두에 정기서비스가 신선하다 말한 이유였다. (물론 미국의 제로케이터, 케이터투미와 같은 사례는 있다)

출처: 달리셔스 공식 인스타그램
출처: 달리셔스 공식 인스타그램

< 출처: 달리셔스 공식 인스타그램 >

달리셔스는 자신들의 무기(?)인 메뉴의 다양성을 바탕으로 블루오션을 찾아 냈다고 볼 수 있다. 단체급식업체가 입점하기 위해서는 현장에 주방시설이 반드시 필요한데 반해 달리셔스는 케이터링 특성상 주방이 필요 없다. 일반 케이터링 업체도 서비스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나 메뉴의 다양성 측면에서 현저히 열세를 보인다. 주방이 없는 환경에서 다양한 메뉴를 원하는 고객으로 정리되는 달리셔스의 블루오션은 건설공사현장(단기), 영화 촬영장, 아파트 조식 서비스 등 실제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출처: 인사이터스
출처: 인사이터스

< 출처: 인사이터스 >

고객가치곡선으로 분석해봐도 같은 결과가 나온다. 메뉴다양성에서 일반 케이터링 업체를 월등히 앞서고 단체급식전문업체에는 전혀 없는 요소인 장소/시설유연성을 갖춘 모습이 분석된다.

정기서비스 고객가치곡선, 출처:
인사이터스
정기서비스 고객가치곡선, 출처: 인사이터스

< 정기서비스 고객가치곡선, 출처: 인사이터스 >

차별성 있는 현재의 가치는 좋다. 하지만 찜찜하다. 왜냐면 누군가 금방 모방할 수 있다면 그건 의미 없는 차별성이니까. 최악의 상황을 그려보자면, 이미 강점이 많은데다(특히 달리셔스 열세영역에서) 돈까지 많은 경쟁자가 우리의 차별적 우위요소를 복제해 버린다면 속수 무책으로 시장을 빼앗길 수밖에 없지 않겠나? 저 그림에 확실히 보인다. 강점도 많고 돈까지 많은 경쟁자가.

현재 블루오션이라고 해서 앞으로도 블루오션일 수는 없다. 수익성 좋고 성장하는 시장은 기가 막히게 냄새를 맡고 들어온다. 대기업 계열 단체급식 업체가 출장 급식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게다가 배달의 민족, 푸드플라이, 우버이츠(uber Eats)와 같이 음식배달전문업체는 달리셔스가 자랑하던 메뉴의 다양성을 이미 갖추고 있으며 브랜드파워, 자금력, 물류경쟁력까지 뭐 하나 빠지는게 없다.

잠재경쟁자들이 왜 이리도 쟁쟁한지, 미래시장 구도를 생각해보면 달리셔스는 풍전등화다.

< 공급고객 분석 >

중개플랫폼에서 공급자의 다양상과 품질은 경쟁력의 핵심 요소이다. 자금력의 열세에 있는 영세(?)스타트업이 플랫폼 운영자가 될 때 가장 큰 무기는 아이러니 하게도 금전적 희생정신(?)이다. 욕심 내지 말고 공급자들에게 많이 퍼줘야 한다. 그래야 그들이 플랫폼 운영자의 편이 된다. 좋은 공급자가 많은 플랫폼에 수요고객이 어떻게 몰리지 않겠나? (수요고객에게 많은 혜택을 제공한 후 확보된 수요고객군을 미끼로 공급자를 결속하는 접근도 당연히 가능하나 상대적으로 돈이 많이 든다.)

본격적으로 공급자, 즉 메이커스(맛집, 셰프)에 대한 고객가치를 살펴 보자. 일단 나 자신을 맛집 주인으로 생각해보자. 내 식당내에서의 판매 외에 추가 매출 기회로서의 대안은 첫째, 푸드플라이와 같은 배달전문업체. 둘째는 내 음식을 대량 주문해서 가져가는 일반 케이터링 업체(일부 업체가 이런 방식 운영)가 있을 수 있다. 이들 두가지 유형의 경쟁자와 비교해 보자.

세번째 고객유형 – 메이커스

메이커스 고객가치분석, 출처: 인사이터스
메이커스 고객가치분석, 출처: 인사이터스

< 메이커스 고객가치분석, 출처: 인사이터스 >

고객가치곡선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대량주문대응지원'이다. 케이터링의 특성상 500인분, 1000인분과 같이 대량주문이 발생하고 왠만한 식당은 이를 처리하는데 매우 난감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달리셔스는 식자재, 인력, 키친인프라(Central Kitchen))를 메이커스에 지원하고 원활히 주문을 소화한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다른 경쟁자들에게는 없는 결정적 우위를 만들어 내는 요소이다.

다행이도 달리셔스는 위에서 필자가 언급한 영세(?) 플랫폼 사업자의 성공원칙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제, 물류, 식자재 소싱까지 공급자인 메이커스들이 매출을 확대하고 더 좋은 음식을 제공할 수 있는 체계적 지원 인프라 구축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음이 드러난다.

공급자 고객에게 제공되는 차별적 서비스
요소
공급자 고객에게 제공되는 차별적 서비스 요소

< 공급자 고객에게 제공되는 차별적 서비스 요소 >

다만 여기서도 모방용이성에 대해 한번 짚고 넘어갈 필요는 있다. 중앙키친을 비롯한 물리적 인프라는 후발주자의 복제가 매우 용이하다. 자금력이 더 좋은 경쟁자는 익일결제가 아니라 당일 경제를 할지도 모른다. 식자재 소싱과 음식 물류에 대하여 더 높은 전문성을 가진 잠재 경쟁자가 없는 것도 아니다.

지금까지 달리셔스가 쏟아 온 노력을 폄훼하려는 것이 아니다. 위에 나열된 모든 차별적 가치 요소 모두 훌륭하다. 단지 필자는 그 차별적 요소들이 하드웨어적 성격이 짙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이다. 하드웨어는 돈 많은 자가 투자만 하면 얼마든지 따라온다. 정말 베끼기 힘든 것은 고유의 노하우가 녹아 든 소프트웨어적 자산이다. 달리셔스만의 운영방식과 절차, 공동체적 의식과 교류, 그속에서 자연스럽게 축적되는 업계의 위상과 자부심 등이 소프트웨어이며 절대 경쟁자가 단시간내 베낄 수 없다.

출처: 달리셔스 공식 홈페이지
출처: 달리셔스 공식 홈페이지

< 출처: 달리셔스 공식 홈페이지 >

고객가치 분석을 종합하자면

필자가 서두에서 말 했듯, 달리셔스는 식상함 속에서 신선함을 만들어 냈다. 수요 고객차원과 공급 고객차원에서 종합적으로 보면, 상당한 수준의 차별적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공급자에 대한 고객가치가 수요고객에 대한 만족으로 흐르는 선순환 고리도 보인다. 그럼에도 필자가 여러 차례 우려를 제기한 것은 미래에 경쟁 예정이신 잠재 진입자들이 매우 공룡스럽다는 점이다. 자금력과 네트워크, 전문성을 겸비한 그들이 오기 전에 해자(Competitive Moats)를 깊이 파야 한다. 무엇으로 어떻게 파야 할 지, 여러분들께서도 많은 아이디어를 주셨으면 한다.

다음주, 2편으로 이어집니다.

※ 달리셔스에 대한 성장 아이디어, 조언, 따끔한 충고 등 의견을 가지고 계시다면, inter-biz@naver.com 으로 메일을 부탁드립니다.

황현철 / 인사이터스 대표

시장의 판도를 흔드는, 무명의 반란을 응원하는 인사이터스컨설팅그룹의 대표. 무명의 성장을 위해 비즈니스모델 디자인, 시장성검증테스트, 시장수요발굴 등을 지원하고 있다. 비즈니스모델 컨설턴트 겸 소설 '비즈니스모델러' 저자.

*본 칼럼은 IT동아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글 / 인사이터스 황현철 대표
편집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IT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