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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흥망사] 장난감 천국 '토이저러스' 70년 역사를 마감하다

김영우

[IT동아 김영우 기자] '아이들 상대 장사는 안 망한다'라는 말이 있다. 어른들이 죽어도 아이들은 꾸준히 태어나기 마련이고, 자신은 굶더라도 아이들은 궁핍하지 않게 키우고 싶은 것이 부모 마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른 입장에선 식상한 물건이라도 아이들에겐 새로울 수 있다. 탄생한 지 100여 년이 되어가는 '미키마우스' 같은 캐릭터가 아직도 꾸준히 사랑 받고 있는 것도 위와 같은 이유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대형 슈퍼마켓형 장난감 매장, 토이저러스의 내부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아이들 상대 장사가 언제나 영원한 성공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아이들도, 그리고 장사를 하는 방법도 조금씩 변하기 때문이다. 예전에 큰 성공을 했던 사업 모델이라도 나중에는 전혀 통하지 않게 될 수도 있다. 세계 최대의 장난감 전문 유통 브랜드였으나,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미국의 '토이저러스(Toys "R" Us)'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혁신적인 대형 장난감 매장, '토이저러스'의 등장

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8년, 참전 군인이었던 찰스 라자루스(Charles Lazarus, 1923 ~ 2018)는 미국의 워싱턴 D.C.에 어린이용 가구를 파는 매장인 'Children’s Bargain Town'를 열었다. 당시 미국은 전후의 베이비붐을 타고 어린이 관련 용품이 잘 팔리던 시기였다. 라자루스는 타고난 근면함을 바탕으로 장부 관리 및 상품 배송 등, 다양한 업무를 거의 혼자서 수행했다고 한다.

토이저러스의 창업자, 찰스 라자루스(Charles Lazarus, 1923 ~ 2018

매장 오픈 즈음에는 어린이용 가구만 판매했지만 점차 손님이 늘어나면서 라자루스는 장난감도 취급하게 되었다. 장난감으로 인한 손님들의 재방문 빈도가 높아지자 라자루스는 아예 장난감 전문점을 세울 계획을 세우게 된다. 약 10여년 후, 라자루스는 2호점 매장을 오픈하면서 대형 슈퍼마켓형 장난감 전문 매장을 도입했으며, 브랜드 이름을 '토이저러스(Toys "R" Us)'로 바꾼다. 토이저러스 로고의 'R'의 좌우가 반전된 것 때문에 보수적인 교원 단체로부터 항의를 듣기도 했지만, 이러한 특이함 덕분에 더욱 많은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다.

세계 최대의 장난감 유통 업체로 등극하다

이전에 볼 수 없던 넓은 매장과 더불어, 세세하게 특화된 다양한 제품군, 그리고 꾸준한 할인판매를 내세운 토이저러스는 점차 인기를 끌었다. 이에 더해 1960년에는 토이저러스 브랜드의 이미지 캐릭터인 '제프리(Geoffrey)'가 등장한 것 외에, "나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아요. 나는 토이저러스 키드! (I don’t want to grow up, I’m a Toys R Us kid)"라는 문구의 CM송이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토이저러스는 폭발적인 성장을 했다. 그리고 1978년에는 상장기업이 되었다.

토이저러스를 상징하는 기린 캐릭터인 '제프리(Geoffrey)'

1980년대 들어 토이저러스는 미국 전역으로 매장을 확대함과 동시에, 아동용 의류 사업에도 참여, 전문 브랜드인 '키저러스(Kids"R"Us)"를 선보였으며, 1996년에는 유아용품 전문 브랜드인 '베이비저러스(Babies"R"Us)'도 출범시킨다. 해외 진출도 본격화되어 1984년에 캐나다와 싱가포르 진출을 시작으로, 1991년에는 일본에도 진출했다. 특히 토이저러스의 일본 진출은 대단히 상징적인 것으로 평가 받아 매장 오픈식에 당시 일본을 방문하던 조지 부시 대통령이 테이프 커팅 행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프랑스, 영국, 독일, 스페인, 호주, 중국, 대만 등 30여개 국가에 토이저러스 매장이 오픈했으며, 2007년에는 한국에도 진출(롯데마트와 제휴)했다. 2000년대 초의 토이저러스는 미국 내에서만 700여개, 해외까지 합치면 1600여개의 점포를 확보하는 등, 세계 최대의 장난감 유통업체로 우뚝 섰다.

오프라인 시장까지 이어진 온라인 전략 실패, 파국을 부르다

하지만 이런 토이저러스에게도 위기는 찾아왔다. 2000년대 들어 쇼핑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변화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오프라인 유통의 '공룡'이 되어버린 토이저러스에게 이는 달갑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토이저러스에게 아마존이라는 반가운 우군이 나타났다. 2000년, 아마존은 토이저러스와 독점 판매 계약을 맺고 향후 10년간 토이저러스가 아마존으로만 장난감을 판매하도록 했다. 대신 토이저러스는 별도의 온라인 쇼핑몰을 열지 않기로 했다.

토이저러스의 높은 인지도와 아마존의 뛰어난 온라인 시스템이 결합되면서 초반에는 양사 모두 높은 시너지 효과를 얻었다. 토이저러스는 손쉽게 온라인 판매를 할 수 있었고, 아마존은 회원 수를 크게 늘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마존이 2003년부터 계약을 어기고 타사에서 공급하는 장난감까지 팔기 시작하면서 양사의 사이는 틀어졌다. 소송 끝에 법원은 토이저러스의 손을 들어주고 아마존에게 배상급 지불을 명령했다. 그리고 2006년부터 토이저러스는 자체 온라인 쇼핑몰을 오픈했지만, 이미 온라인 시장의 주도권은 아마존이 잡고 있는 상태였다.

토이저러스의 앞마당이었던 오프라인 시장에서도 빨간불이 켜졌다. 2000년대 초반부터 미국 최대의 대형마트 체인점인 월마트가 장난감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할인 공세를 본격화했다. 토이저러스는 월마트의 공세에 대응 하기 위해 큰 출혈을 감수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경영사정이 심하게 악화되었다. 결국 2005년, 토이저러스는 사모펀드에 인수되어 비상장기업이 된다.

하지만 한 번 기운 사운은 되돌릴 수 없었다. 온라인에서는 아마존, 오프라인에서는 월마트의 공세에 밀리는 것 외에도, 2010년대 들어 태어나는 신생아 수가 크게 줄어들면서 장난감 시장 자체가 축소된 점도 토이저러스에게는 악재였다. 그리고 어린이들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같은 디지털 기기를 좋아하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전통적인 장난감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진 점 역시 무시할 수 없었다.

결국, 2017년 9월 18일, 미국 토이저러스 본사는 9월 버지니아주 리치몬드 파산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같은 해 4월 기준, 토이저러스의 채무의 총액은 약 52억 달러에 달했다고 한다. 그리고 2018년 3월 14일, 토이저러스가 미국 내의 모든 매장의 문을 닫는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토이저러스는 70여 년의 역사를 사실상 마감하게 된다.

2018년, 토이저러스는 사실상 역사를 마감한다(1980년대 미국 TV광고 캡처)

시대 흐름 타고 피어나고 진 기업, 토이저러스

토이저러스는 설립 당시, 시대의 흐름을 절묘하게 타고 폭발적인 성장을 한 기업이다. 베이비붐에 따른 어린이 수의 증가 및 대형 매장에 대한 선호도 상승, 그리고 어린이들의 심리를 잘 파고든 적절한 홍보전략 등이 맞물리며 세계 최대의 장난감 유통업체로 등극했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많은 기회를 잃어버렸으며, 그 여파로 본업인 오프라인 쇼핑 시장에도 경쟁력을 소진, 성장동력을 잃게 되었다. 특히 토이저러스가 미국 내 사업을 접는다고 발표한 2018년은 창업자인 찰스 라자루스가 세상을 떠난 해 이기도 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한편, 브랜드 라이선스를 통해 한국 내에서 토이저러스를 운영하던 롯데마트는 미국 토이저러스의 파산과 관련, 한국 토이저러스는 미국과 별개로 운영하므로 영향이 거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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