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 베이징 현장] 스냅드래곤을 모바일 플랫폼으로 정의하다

김태우 tk@gamedonga.co.kr

[IT동아 김태우 기자] 기차를 타고 내리는 정거장을 부르는 말인 ’플랫폼’은 IT에서도 많이 쓰이는 용어다. IT에서 플랫폼은 특정 장치나 시스템 등에서 이를 구성하는 기초가 되는 틀 또는 골격을 지칭하는 용어로 쓰인다. 제품 자체뿐만 아니라 제품을 구성하는 부품이 될 수도 있고, 다른 서비스와 연계를 도와 주는 기반 서비스나 소프트웨어 같은 무형의 형태도 포괄하는 개념으로 애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은 이미 자신만의 플랫폼을 구축해 비즈니스를 꾸리고 있다.

IT 기업이 이렇게 플랫폼을 만드는 이유는 이를 바탕으로 생태계(에코시스탬)을 만들어 생산자와 소비자를 끌어모으고, 시장과 유통 채널을 스스로 구축해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런 플랫폼은 주로 서비스 단에서 만들어지는데, 마이크로소프트가 2015년 자사의 운영체제인 윈도우를 플랫폼이라고 이야기하기 시작하더니, 올해엔 퀄컴이 하드웨어인 스냅드래곤 835를 ’모바일 플랫폼’이라고 표방하고 나섰다.

지금까지 스냅드래곤은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칩셋으로만 여겨왔다. 항상 CPU와 GPU, 메모리 정도만 언급되었는데, 사실 스냅드래곤 835의 구조를 보면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50%가 되지 않는다.

CPU와 GPU는 기본 사운드, 보안, 이동통신, 머신러닝 이미 모바일 기기에서 필요한 다양한 기능을 스냅드래곤 안에 담아내고 있다. 베이징에서 진행된 ‘퀄컴 스냅드래곤 835 벤치마크’ 행사에서는 이들 기능을 직접 확인해 볼 수 있는 데모 세션이 마련되기도 했다.

퀄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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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측편의 칩셋이 스냅드래곤 835

1Gbps의 모뎀부터 4K를 넘어 HDR10 지원, 지문에 이은 홍채와 목소리를 사용한 생체 인증 등 다양한 기능을 데모를 통해 볼 수 있었는데, 그중 인상적이었던 건 사운드와 VR이었다.

퀄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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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는 기존보다 무손실 음원의 지원 범위를 넓혀 384kHz/32bit를 쓸 수 있는 아큐스틱 오디오 코덱을 품었다. 현장에선 육중한 크기의 고가 DAC와 아큐스틱 음질 비교를 해볼 수 있었는데, 짧은 청음이긴 했지만 거의 구분을 하기 힘들었다. 모바일 DAC의 성능이 그만큼 많이 좋아졌다는 말이다. 다소 과장해서 스냅드래곤 835로 고가의 플레이어를 만들어도 될 것 같았다. 무선 또한 24비트를 지원하는 aptX HD를 제공한다. 유선, 무선 어느 하나 놓치지 않았다.

쿼럼
쿼럼

VR은 350도 서라운드 사운드를 지원할 뿐만 아니라 HDM 자체에서 위치 트래킹이 된다. HDM를 머리에 착용한 후 관련 콘텐츠를 재생하면, VR 안에서 사물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것. 위치 트래킹은 외부 카메라를 통해 구현한 것은 있었지만, VR 기기에 이를 적용한 것은 처음이다.

퀄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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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모를 통해 접한 스냅드래곤 835의 개별 기능은 그것 하나만으로 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을 만큼 수준이 높았다. 하지만 이 모든 기능은 동전보다 더 작은 크기의 칩셋 안에 모두 들어가 있다.

처음 모바일 플랫폼이라는 말을 들었을 땐 선뜻 와 닿지 않았다. 지금까지 알던 스냅드래곤은 플랫폼이라 부르기엔 부족했다. 하지만 데모를 통해 직접 확인한 스냅드래곤 835는 충분히 모바일 플랫폼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퀄컴은 그동안 모바일에서 구현해야 하는 것을 그동한 하나씩 칩셋에 추가해 왔는데, 스냅드래곤 835에는 이런 것들이 대부분 담겨있다. 스마트폰, 태블릿, VR 기기 등 다양한 모바일 기기를 만들 때 스냅드래곤 835는 이를 구성하는 튼튼한 기초가 될 수 있는 셈이다.

2월 스페인에서 열린 MWC에서 부스를 돌아보니 알려지지 않은 많은 중국 업체가 스마트폰을 만들고 있었다. 이런 업체들이 쉽게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는 것이 스냅드래곤 같은 하드웨어 플랫폼이 받쳐 주고 있기 때문이 아니겠느냔 생각이 들었다. 어느새 스냅드래곤은 모바일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글 / IT동아 김태우(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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