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리뷰] 흑백 촬영으로 느껴 본 올림푸스 PEN-F

강형석 redbk@itdonga.com

[IT동아 강형석 기자] 올림푸스 카메라 80주년을 기념해 출시된 펜-에프(PEN-F)를 다시 접할 기회를 얻었다. 출시 약 1년 만이다. 지난 2016년 2월, 올림푸스는 기존 필름 카메라로 선보인 바 있는 PEN-F(1963)를 최신 흐름에 맞춰 새롭게 해석해 선보였다. 당시 PEN-F는 하프-프레임(Half-Frame) 방식 촬영으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여기에서 하프 프레임은 35mm 필름의 반을 나눠 촬영하던 것을 말한다. 그만큼 필름 가격을 아낀다는 장점을 갖췄다.

사실 출시 당시 올림푸스 펜(PEN) 브랜드 자체의 재등장은 오랜만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현재 올림푸스는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OM-D에 더 집중했다. PEN-F도 지난 2013년 출시했던 E-P5 이후 3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초창기 펜(E-P1)부터 꾸준히 이 라인업을 접했던 기자로서는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올림푸스 PEN-F.
올림푸스 PEN-F.

PEN-F의 디자인은 기존 펜과 궤를 같이 하면서도 플래그십 특유의 웅장함과 세밀함을 잘 담았다. 카메라 본체 자체의 재질은 물론이고, 카메라 상단의 버튼과 다이얼의 마감만 봐도 올림푸스의 고민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높은 완성도를 갖췄지만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에서 올림푸스의 브랜드 인지도가 낮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주목 받지 못했던 것이 못내 아쉽다.

올림푸스는 최적의 조작과 손에 쥐는 맛(그립감)을 위해 여러 번 카메라를 디자인했다고 한다. 또한 색상과 재질, 완성도를 모두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는 부분도 강조했다.

그 결과 카메라 어디를 살펴봐도 조립 나사가 잘 보이지 않는다. 깔끔한 디자인을 유지해 감성 품질을 높이고자 한 것. 실제 육안으로 보이는 나사는 총 7개로 배터리 장착부에 1개, 디스플레이 힌지에 2개, 마운트 전면에 4개가 전부다. 다른 카메라와 비교하면 획기적으로(?) 적은 수다.

PEN-F의 상단과 후면 조작은 복잡해 보이지만 직관적인
편이다.
PEN-F의 상단과 후면 조작은 복잡해 보이지만 직관적인 편이다.

조작계는 옛 카메라를 의식하다 보니 조금 복잡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실제 조작은 간단하다. 전원 다이얼과 모드 다이얼, 조작 다이얼 2개, 노출 다이얼 등이 전부다. 버튼은 다이얼 위에 있는 셔터와 그 옆에 수줍게 있는 녹화 버튼이 고작이다.

후면도 버튼 수를 최대한 줄이는 형태로 설계했다. 기본적인 조작에 필요한 것들만 만들어 놓았다. 기능 버튼과 메뉴, 정보 버튼 등 8개 가량의 버튼 및 4방향 원형 버튼이 눈에 보인다. 하지만 후면 버튼은 본체 마감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아쉬움이 느껴진다. 기왕 만드는 것 본체와 비슷한 재질로 완성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PEN-F의 후면부.
PEN-F의 후면부.

액정은 3인치로 104만 화소 사양이다. 정전식 터치 패널을 탑재해 쓰임새를 높였다. 손가락을 이용해 촬영을 한다거나 사진을 확대해 본다거나 하는 등 활용도가 좋다. 또한 회전이 가능해 여러 각도에서도 피사체 확인이 가능하다. 밝기와 색온도 조절을 지원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독특한 부분은 액정 뒤에 본체와 동일한 재질의 가죽을 덧댔다. 이에 액정을 돌려 덮으면 옛 카메라의 느낌을 준다. 액정 보호도 되고 멋도 살렸으니 일석이조라 하겠다.

PEN-F로 촬영한 이미지. 흑백을 내세운 만큼 표현력은 뛰어난
편이다.
PEN-F로 촬영한 이미지. 흑백을 내세운 만큼 표현력은 뛰어난 편이다.

이번에는 사진을 찍어봤다. 렌즈는 17mm f/1.8이 쓰였다. 환산하면 34mm로 필름 규격의 35mm와 유사한 초점거리가 된다. 참고로 마이크로포서드는 35mm 필름 환산 시 초점거리 2배로 계산해야 한다. 환산 수치가 높아지기 때문에 큰 판형 대비 상대적으로 심도는 아쉬울 수 있지만, 망원 영역에서 이점을 갖는다.

올림푸스 PEN-F는 이번에 특별히 흑백 사진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 카메라에 모노크롬 프로파일 컨트롤이 제공되기 때문이다. 카메라 전면에 다이얼을 돌려 이 기능을 사용하도록 해놨다. 총 4가지 모드가 있는데, 모노크롬 프로파일과 컬러 프로파일 외에도 아트필터, 컬러 크리에이터가 있어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모노크롬은 2가지, 컬러는 3가지 프로파일이 기본 제공되고 촬영자 취향에 따라 설정도 된다. 이를 잘 활용하면 제법 멋스러운 촬영이 가능하다. 옛 카메라의 정취를 살린 PEN-F에 어울리는 기능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모노크롬 모드를 포함해 다양한 선/후보정 기능이 촬영의 즐거움을
준다.
모노크롬 모드를 포함해 다양한 선/후보정 기능이 촬영의 즐거움을 준다.

기자는 모노크롬에 다이얼을 돌려 촬영했다. 수동 모드로 셔터와 조리개를 상황에 맞게 조절했다. 흑백으로 촬영해 보니 과거 필름 시절까지는 아니더라도 다른 기본 흑백 설정과는 다른 맛이 느껴진다. 명암 표현의 폭이 풍부하게 다가오는데, 라이카를 따라가려면 멀었지만 “이 정도만 해도 제법 쓸만하다”라고 생각되는 수준의 품질이다.

주관적으로는 ISO 800에서 1,600 사이의 질감이 좋게 다가온다. 그 이상에서는 필요 이상으로 거칠어진다는 인상이 있다.

PEN-F는 2,030만 화소 이미지 센서를 탑재하고 트루픽(TruePic)7 영상처리 프로세서와 호흡을 맞춘다. 이를 통해 감도는 ISO 200부터 2만 5,600까지 쓸 수 있다. 별개로 ISO 80에 해당되는 LOW를 소프트웨어 확장 방식으로 제공한다. 자체로만 보면 무난하지만 최신 카메라들의 파격적인 감도 수치와 비교하면 한계가 존재한다.

동영상을 보니 최대 풀HD(1,920 x 1,080) 해상도까지만 지원한다. 4K 동영상을 기대하는 소비자라면 아쉬운 부분이다. 대신 4K 타임랩스 촬영을 지원한다. 4K 영상은 타 카메라 제조사에 비하면 늦었지만 지난해 선보인 OM-D E-M1 M2부터 이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올림푸스 PEN-F.
올림푸스 PEN-F.

그래도 낮은 감도에서의 셔터속도 확보는 5축 손떨림 방지 기술이 있어 아쉬움을 상쇄한다. 수평/수직축, 수평/수직, 광축에 대한 흔들림을 감지해 최대한 안정적인 촬영을 지원한다. 올림푸스는 최대 5단계 가량 보정 가능하다고 한다. 그만큼 흔들림이 적은 이미지를 기록할 수 있다.

또 하나 PEN-F에서 놀랐던 점은 초점 검출 실력이다. 반셔터를 누르면 대부분 원하는 곳에 초점을 잡아줬다. 극단적인 저조도 환경이 아니라면 신뢰도가 높았다.

대체로 PEN-F는 올림푸스가 잘 해왔던 부분들이 부각된다. 본체 완성도부터 반응속도, 부가 기능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타 카메라 대비 상대적으로 부족한 이미지 정제 실력은 약점이다. 과거 대비 확실히 좋아졌지만 올림푸스가 노력한 시간만큼 다른 카메라 제조사들도 실력을 갈고 닦았다. 더 분발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PEN-F의 다이얼을 보면 세밀하게 가공됐음을 알 수
있다.
PEN-F의 다이얼을 보면 세밀하게 가공됐음을 알 수 있다.

다양한 매력을 갖춘 PEN-F지만 역시나 가격이 마음에 걸린다. 리뷰에 쓰인 17mm f/1.8 렌즈를 포함한 키트의 공식 소비자가는 189만 9,000원이다. 카메라의 마감이나 성능 등은 마음에 들지만 높은 감이 없지 않다. 다행이라면 인터넷 최저가는 본체 기준이지만 이보다 더 저렴하다는 것이다. 이 정도라면 비슷한 급의 카메라와 비교해도 아쉽지 않아 보인다. 출시 1년이 지났다는 점만 빼면 말이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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