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워치, 태블릿 하향세? 합종연횡의 가능성

김영우 pengo@itdonga.com

[IT동아 김영우 기자] 2010년 즈음부터 스마트폰을 시작으로, 우리가 쓰는 모든 물건에 '스마트'가 붙을 기세였다. 태블릿이나 시계, TV 등은 물론, 세탁기나 에어컨 역시 '스마트' 제품이 등장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최근 이런 흐름이 다소 주춤해졌다. 스마트폰과 함께, 이 시장의 대표적인 제품이었던 태블릿 및 스마트워치를 비롯한 웨어러블의 성장세 역시 예전만 못하다.

웨어러블 성장 둔화, 태블릿은 내리막길

시장 조사기관인 IDC에서 최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작년 3분기 세계 웨어러블 시장은 전년 동기기 대비 불과 3.1% 성장했다. 2014년부터 시장 확대가 차츰 둔화되고 있는 모습이 확연하다. 같은 시기에 스마트폰 시장 역시 불과 1%의 저조한 성장을 기록하긴 했지만 이는 이미 스마트폰 시장 자체가 포화상태에 이른 탓이 더 크기 때문에 이해 못할 수준은 아니다.

2016년 3분기 웨어러블
시장(출처=IDC)
2016년 3분기 웨어러블 시장(출처=IDC)

스마트워치로 대표되는 웨어러블의 성장세 둔화에 대해 IDC는 "스마트워치는 어떤 상황에서 써야 할지가 불명확하다"라고 지적했다. 사용목적이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스마트폰과 비슷해진다면 굳이 이용할 필요가 없고, 단순한 액세서리라면 일반 시계와 차별화가 어렵다는 이러한 딜레마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더 심각한 건 태블릿PC 시장이다. 같은 시기에 세계 태블릿PC 출하량은 전년동기대비 14.7%나 감소했다.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태블릿PC가 과거 반짝 인기를 끌었다가 사라진 넷북(저가형 소형 노트북)과 같은 전철을 밟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될 정도다.

투인원 노트북의 형태
투인원 노트북의 형태

이에 관해서 전문가들은 "노트북과 태블릿의 형태를 오가며 이용할 수 있는 투인원 PC의 등장, 그리고 예전에 비해 한층 커진 화면을 갖춘 이른바 패블릿 스마트폰의 대중화가 태블릿PC의 필요성을 크게 떨어뜨렸다"고 지적한다. 특히 윈도우 운영체제 기반의 투인원 PC는 안드로이드나 iOS 기반 태블릿PC에 비해 범용성이 높은데다 최근 수요가 감소한 데스크탑PC의 대체용으로도 제법 수요가 있다.

스마트워치의 패션 아이템화, 태블릿PC의 노트북화

이러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업체들은 나름의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애플이다. 애플의 경우는 고급화, 패션화 전략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9월 발표된 애플워치 시리즈2의 경우, 알루미늄, 스테인레스 스틸 등으로 소재를 고급화하고, 에르메스나 나이키와 같은 유명 업체들과의 제휴를 통해 기존의 고급 시계나 스포츠용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까지 끌어들였다. 에르메스 에디션의 경우는 200만원에 육박하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초기 물량이 빠르게 매진되는 등 나름 성과도 거두기도 했다.

애플 워치 2 에르메스 에디션
애플 워치 2 에르메스 에디션

태블릿PC의 경우는 화면 크기를 키워 노트북 시장까지 직접 공략하는 전략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은 최대 12.9인치의 화면을 가진 애플의 아이패드 프로, 12.3인치의 화면을 가진 마이크로소프트의 서피스 프로 등이 대표적인 모델이다. 앞서 이야기한 노트북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투인원 제품과의 차이가 점점 없어지고 있어 향후에는 태블릿PC와 노트북 시장을 구분하는 것이 의미가 없어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의 서피스북(13.5인치 화면) 같은 제품의 경우는 태블릿PC 브랜드인 서피스의 이름을 달고 있긴 하지만 사실상 노트북에 더 가까운 모델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북

이러한 흐름이 이어진다면 스마트워치로 대표되는 웨어러블 제품은 패션 아이템으로, 태블릿PC는 노트북의 영역으로 흡수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웨어러블과 태블릿PC 시장의 성장세 둔화는 엄연한 현실이지만, 이는 해당 시장 전반의 쇠퇴라기 보다는 인접시장 사이의 합종연횡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플랫폼간의 '단일화'는 정치권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IT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