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IT총결산] 오디오, 음질을 향한 끝없는 여정으로

강형석 redbk@itdonga.com

[IT동아 강형석 기자] 2016년 오디오 시장은 '고해상'에 초점을 맞췄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원음에 가까운 소리 정보를 담은 고해상 오디오(HRA-High Resolution Audio)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이들 음원을 재생할 수 있다는 오디오 기기들이 다수 출시되면서 시장을 주도했다. 이들 제품에는 기본적으로 HRA 배지를 부착하는 꼼꼼함까지 보여줬다.

무선은 여전히 강세였다. 중저가 시장을 중심으로 다양한 제품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목에 거는 넥밴드형을 중심으로 하반기에는 케이블 없이 유닛 형태로 제공되는 무선 이어폰도 등장했다. 애플 에어팟이나 삼성 기어 아이콘X 등이 대표적이다.

올해는 소리를 향한 뜨거운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유난히 '플래그십'의 출시가 많았다. 소니가 시그니처를 가지고 황금귀를 공략하기 시작했으며, 젠하이저와 포칼 등 유명 오디오 브랜드들도 '최고'를 지향한 자사 최고의 헤드폰과 앰프 등을 들고 황금귀 앞에 섰다.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전쟁이라는 표현을 써도 부족함 없었다.

소음 억제 기술의 발전

소음 억제(노이즈 캔슬링)에 대한 관심은 과거에도 있었고, 여러 형태로 출시되기도 했다. 이 기술의 목적은 단순하다. 주변 소음을 차단해 원하는 음악을 듣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구현 방법은 복잡하다. 소음의 형태는 매우 다양하고 기본적인 차음성도 높여야 한다. 외부에서 유입되는 파장을 계속 분석하는 제품의 특성상 배터리도 필히 탑재해야 된다.

그러나 오디오 제조사의 집념은 소음 억제 기술 발전의 밑거름이 되었고, 참신한 형태의 소음 억제 기반 헤드폰과 이어폰이 속속 출시됐다.

소니는 소음 제어를 앞세운 플래그십 무선 헤드폰 MDR-1000X를
공개했다.
소니는 소음 제어를 앞세운 플래그십 무선 헤드폰 MDR-1000X를 공개했다.

두드러진 행보를 보인 브랜드는 두 곳으로 소니와 젠하이저가 이에 해당된다. 각각 MDR-1000X와 PXC 550이라는 제품을 선보였는데, 소음 억제 기술 적용 외에도 무선 헤드폰이라는 점이 동일하다. 하나는 기능적인 부분을, 다른 하나는 성능에 초점을 맞췄다고 보는 것이 알맞다. 성향은 조금 다르지만 소음 억제 기술의 발전을 이끌었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뱅앤올룹슨 H3 ANC
뱅앤올룹슨 H3 ANC

이어폰도 있다. 뱅앤올룹슨(B&O)가 선보였던 H3 ANC가 그것인데, 기존 유선 이어폰으로 판매됐던 H3의 소음 억제판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B&O 특유의 청아한 소리에 기본기 갖춘 소음 차단 실력이 돋보였다.

프리미엄 넘어 황금귀 겨냥한 플래그십 헤드폰의 증가

2016년은 유난히 플래그십 시장을 겨냥한 헤드폰과 이어폰이 심심치 않게 모습을 드러냈다. 이는 더 이상 중저가 시장에 집중하기 보다 기술력을 아낌 없이 적용해 그 가치를 인정받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제조사들의 의중도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이들 제품의 가격이 수백만에서 수천만 원에 육박하기 때문에 사치 아니냐는 의견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각각 개발한 소니 시그니처를 들고 촬영한 세
엔지니어.
각각 개발한 소니 시그니처를 들고 촬영한 세 엔지니어.

소니의 플래그십 시장 진출은 오디오 애호가들에게 흥미로운 소식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소니는 독일에서 개최된 IFA 2016에서 시그니처(Signature) 시리즈를 공개했다. 헤드폰(MDR-Z1R)과 휴대용 고해상 오디오 플레이어(NW-WM1Z), 헤드폰 앰프(TA- ZH1ES) 3가지로 구성된 시그니처는 그간 대중화를 추구한 소니의 제품들과는 성격이 상이했다. 소니가 오디오 홍보모델로 아이유와 함께 김창완을 내세운 것도 이를 위한 한 수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양산품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소니가 꺼낸 카드는 '수작업'이다. MDR-Z1R은 모든 과정이 수작업이고 하나씩 생산될 때마다 순서에 맞는 일련번호를 부여해 소장가치를 높였다. NW-WM1Z, TA-ZH1ES는 양산 브랜드에서 시도하기 어려웠던 금형 구조를 채택해 성능을 높이고 플래그십의 가치를 더하는 시도가 더해졌다. 이 기사가 작성된 시점의 앰프 가격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로 헤드폰은 249만 9,000원, 플레이어는 349만 9,000원이라는 가격표를 제시했다.

젠하이저는 플래그십 헤드폰 HE1을
공개했다.
젠하이저는 플래그십 헤드폰 HE1을 공개했다.

그 다음 돋보이는 것은 젠하이저의 플래그십 오디오 HE1이다. 휴대성이 아닌 실내에서 최상의 음질을 즐기고 싶은 오디오 애호가를 겨냥한 이 제품은 헤드폰과 앰프, 보관 케이스까지 일체형으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무엇보다 1991년에 젠하이저가 최고를 지향하며 내놓은 오르페우스(ORPHEUS) HE 90의 뒤를 이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사양은 최고 중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구성했다. 왜곡률을 0.01%로 억제한 설계가 돋보이며, 8개의 진공관과 고품질 쿼츠 벌브를 적용해 미세한 공기 소음조차 섞이지 않도록 했다. 헤드폰은 물론이고 진공관 수에 맞춰 ESS 세이버(SABRE) ES9018 디지털 아날로그 변환기(DAC)를 탑재했다. 이탈리아에서 공수한 카라라 대리석으로 꾸민 외관은 압권이라 하겠다.

가격은 약 7,500만 원인데, 국내에서 주문하면 6개월 뒤에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주문이 밀린 상태다. 이는 독일에서 장인이 한땀한땀 정성 들여 만들기 때문. 젠하이저 HE1은 하루에 한 대씩 생산되어 1년 250대 만들어진다.

이 외에도 포칼, 베이어다이내믹, B&W 등 여러 오디오 제조사를 통해 다양한 이어폰과 헤드폰이 출시되어 라인업이 한층 풍성해진 한 해였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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