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희의 기후 에너지 인사이트] 10. 햇빛은 공짜, 그물은 누가 만드는가?

김영우 pengo@itdonga.com

[IT동아] 햇빛은 사하라 사막에 내리쬐든 한반도 옥상에 내리쬐든 청구서를 보내지 않는다. 이 단순한 사실 하나가 지난 10여 년간 인류의 에너지 지형을 다시 그렸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유틸리티 규모 태양광의 세계 평균 균등화발전비용(LCOE)은 약 90% 하락했다. 이제 태양광은 여러 지역에서 석탄 및 가스 발전과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그보다 더 저렴한 수준에 도달했다.

출처=AI로 생성한 이미지
출처=AI로 생성한 이미지

무한한 연료가 있고, 그것을 받아내는 장치의 가격이 곤두박질쳤으니, 인류는 마침내 화석연료의 사슬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냐는 질문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이 이야기에는 결정적인 반전이 숨어 있다.

연료는 공짜, 하지만 장치는 아니다

연료는 분명히 공짜이지만, 에너지를 수확하는 '장치'의 공급망은 놀랍게도 한 국가에 거의 몰려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중국은 태양광 제조의 모든 주요 단계에서 8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웨이퍼 부문에서는 그 점유율이 약 95%에 이른다. 모래에서 출발해 폴리실리콘을 거쳐 모듈이라는 완제품에 이르는 생산 고리의 대부분이 사실상 한 국가의 산업단지 안에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 구조는 자연스러운 시장 경쟁만의 결과는 아니다. 분명한 것은 중국이 지난 10여 년 동안 정부 주도의 산업 육성, 대규모 설비 투자, 정책 금융, 광활한 내수시장이라는 네 개의 톱니바퀴를 정밀하게 맞물려 이 자리에 왔다는 것이다. 값싼 패널은 분명 에너지 전환을 가속했다. 그러나 동시에, 세계 태양광 공급망은 한 국가 중심으로 더욱 굳혀졌다.

한 줄의 세제 개편이 흔든 세계

2026년 봄, 이 구조의 민낯이 드러났다. 4월을 기점으로 중국 정부는 태양광 수출 제품에 적용되던 부가가치세 환급을 폐지했다. 표면상 평범한 세제 개편이었다. 그러나 그 효과는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거대한 댐 하나가 대륙의 모든 나라에 물을 공급하는 장면을 떠올려 보자. 댐을 소유한 나라가 어느 날 수문 운영 방식을 일부 바꾸겠다는 결정을 했다. 그것이 단순한 행정 절차일 수 있다. 하지만 그 댐이 전체 물 공급의 80%를 책임지고 있다면 그 결과는 어떠할까?

지난 4월의 가격 상승은 누적된 과잉 생산의 조정, 정책 시행 직전에 몰린 선구매 수요, 원자재 가격, 무역 규제가 같은 시기에 함께 작동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이것이다. 의도가 어떻건 간에 결과적으로 다른 나라는 에너지 전환 비용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자원 안보 위에 쌓이는 새 층

석유 시대의 에너지 안보가 ‘기름이 어디에 묻혀 있는가’를 묻는 게임이었다면, 태양광 시대의 에너지 안보는 ‘패널이 어디에서 만들어지는가’를 묻는 게임으로 바뀌었다.

이 변화는 우리에게 한 가지 인식의 전환을 요구한다. 청정에너지의 '청정함'과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공급망의 '안정성'은 별개의 문제라는 점이다. 햇빛 위에는 패널이 있고, 패널 위에는 공급망이 있으며, 그 공급망 위에는 산업정책과 외교가 있다. 어느 한 층이라도 특정 국가에 너무 깊게 의존해 있다면, 그 청정에너지는 청정함과 무관하게 충분히 흔들릴 수 있다.

기후 위기는 인류 공동의 적이다. 하지만 공동의 적과 싸우는 무기를 만드는 공장은 여전히 각 나라의 국경 안에 있다. 바로 여기에 태양광의 역설이 있다. 진정한 의미의 에너지 전환은 화석연료에서 벗어나는 일에서 끝나지 않는다. 특정 공급망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서도 함께 벗어나, 어떤 충격에도 견딜 수 있는 '에너지 회복력'을 갖출 때 비로소 가능하다.

햇빛은 여전히 공짜다. 그러나 그 햇빛을 누가 만든 그물로 받아낼 것인가는, 앞으로 정치와 산업과 외교가 함께 답해야 할 질문이다. 그리고 그 질문 너머에는 또다른 물음이 기다리고 있다. 태양 다음은 무엇인가?

글 / 정석희 전남대학교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

출처=전남대학교
출처=전남대학교

정석희 박사는 전남대학교 교수이자 에페트솔루션(EFET Solutions) 창업자 겸 CEO로, 미생물 전기화학 시스템 기반 그린 하폐수처리 및 에너지 전환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국가 장학 지원으로 해당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 명성을 지닌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환경 분야에서 3년 연속 스탠포드대 ‘세계 상위 2% 과학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는 등 학계와 산업계를 아우르며 기후 에너지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광주녹색환경지원센터의 센터장을 맡고 있다.

정리 / IT동아 김영우 기자 (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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