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대로 결혼하면 안 될까요?' SKT-CJ헬로비전

김태우 tk@gamedonga.co.kr

[IT동아 김태우 기자]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에 대해 심사를 해오던 공정거래위원회가 합병에 제동을 걸고 나왔다. 7월 4일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에 전달된 공정위의 심사보고서에 “경쟁 제한성이 과도한 만큼 합병해서는 안 되며, 주식 매매를 체결해서도 안 된다”고 명시되어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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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가 합병을 반대한 이유

작년 12월 1일 SK텔레콤은 공정위,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3개 부처에 M&A 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217일 만에 공정위의 심사보고서가 나왔다.

일반적인 인허가 절차는 공정위 심사보고서와 방통위 시전동의 심사보고서를 토대로 미래부가 인허가 결정을 마무리한다. 미래부는 법에 따라 최장 120일 이내에 결정해야 하는데, 지난해 12월 1일 SK텔레콤이 인수합병 승인을 정부에 신청한 날부터 법정 기한이 계산된다. 하지만 법정 공휴일과 자료 보정 기간은 포함되지 않다 보니 사실상 기간 제한이 없다. 이번 공정위의 심사보고서가 7개월 만에 나온 이유다.

공정위는 심사보고서에서 "경쟁 제한성이 과도한 만큼 합병해서는 안 되며, 주식 매매를 체결해서도 안 된다”고 명시했다. 경쟁 제한성이 과도하다고 본 근거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합병법인의 방송이 23개 권역 중 21곳에서 1위를 차지한다는 것 때문이다.

하지만 논란은 있다. 공정위는 전국 78개 방송권역 전체를 기준으로 한 게 아니라 CJ헬로비전의 23개 방송권역을 기준으로 했다는 점이다. 전국 기준으로 점유율을 따지면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이 합병해도 유료 방송 가입자(718만 명)가 KT(817만 명)보다 오히려 적다. 점유율 기준은 합병 찬반 진영이 옥신각신하는 부분이다. 권역별과 전국 기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권역별 기준을 채택한 셈이다.

지금까지 공정위가 기업결합 신고를 허락하지 않은 사례는 총 8건이다. 기업 결합에 대한 경쟁 제한성 검토 과정에서 승인이나 조건부 승인이라는 결정은 내리지 않지만, 시정조치만으로 경쟁 제한성을 완화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이번처럼 주식취득 금지 등의 불허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있다.

모두가 반대했던 합병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합병에 가장 반대했던 곳은 역시나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다. 합병을 통해 SK텔레콤이 모바일 시장에서 더 큰 힘을 받게 된 것이라는 게 중요 이유다. 현재 통신 시장 가입자는 SKT, KT, LGU+가 5:3:2로 굳어진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CJ헬로비전 가입자 420만 명 중 절반이 KT와 LGU+ 가입자인데 이들 대부분이 SK텔레콤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KT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를 허용하면 유료방송시장에서는 플랫폼 간 수직통합에 따른 독점화 이루이고, 이동통신시장의 지배력이 방송통신융합시장으로 전이될 것이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상파도 반대하는 입장이다. 지상파 측은 방송 플랫폼 시장이 다자간 경쟁 구도에서 거대 통신사들이 지배하는 독과점 시장으로 전환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방송협회는 “방송 콘텐츠 업계 현실에 대한 고려 없이 특정 이동통신사의 방송플랫폼 과점이 강화된다면 콘텐츠 제값 받기는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핵심은 이동통신시장 가장 높은 점유율인 50%를 지닌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의 IPTV 가입자가 320만 명이고, 여기에 CJ헬로비전의 케이블SO 가입자 420만 명을 추가하게 되면 유료방송에서 740만가입자로 830명인 KT(IPTV와 위성방송 가입자를 더한 수)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가입자를 보유하게 된다는 점이다. 여기에 CJ E&M과 콘텐츠 전략적 제휴를 통해 모바일, 유료방송에 이어 콘텐츠까지 힘을 얻어 SK가 방송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아직은 끝난 게 아니야

공정위의 심사보고서가 나왔지만, 아직 절차는 남았다. 공정위 사무처는 통상 심사보고서를 발송한 뒤 약 2주간의 의견수렴 기간을 주게 되며, 오는 20일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M&A에 대한 최종의견을 확정하게 된다. 이때 M&A 해당 기업과 KTㆍLG유플러스 등 합병반대진영 관계자들도 참석해 각사 입장을 설명한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보고서를 검토한 뒤 특히 권역 규제에 대한 반론과 대안을 마련해 의견진술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전원회의에서 공정위가 인가조건을 제시하더라도 이는 정부의 최종 인가조건은 아니다. 실질적인 M&A 인허가 여부 최종 결정은 여기서 나온 결론과 방송통신위원회 의견 등을 바탕으로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내리는 것이기에 뒤집힐 여지는 남아 있다.

물론 공정위가 7개월 이상 장고 끝에 내린 결정인 만큼 번복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 미래부와 방통위도 공정위와 협의해 인허가 심사를 해야 한다는 법 원칙 때문에 쉽사리 사안을 뒤집기는 어렵다. 미래부와 방통위의 인허가 절차는 시일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이기에 최종 결론은 몇 달 뒤에 나올 수 있다.

글 / IT동아 김태우(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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