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의 3D프린터의 세계] (5) 3D프린터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④
[IT동아]
싣는 순서
(1) 3D프린팅은 뜬구름 같은 거품? Vs. 산업혁명의 기폭제? (http://it.donga.com/20140/)
(2) 3D프린팅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① (http://it.donga.com/20186/)
(3) 3D프린팅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② (http://it.donga.com/20251/)
(4) 3D프린팅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③ (http://it.donga.com/20300/)
(5) 3D프린팅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④
(6) 3D프린팅 역사 제대로 알기
(7) 3D프린팅 이렇게 접근하라 ①
(8) 3D프린팅 이렇게 접근하라 ②
(9) 배워라. 새로운 배움만이 새로운 길을 연다.
이번 연재에서는 3D프린터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그 네 번째 이유인, '3D프린팅을 알면 기회, 모르면 위기'라는 관점에 대해 언급한다(사실 여기서는 네 가지 이유만 언급하지만, 이외에도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존재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는 2014년 9월 스웨덴 게임 제작사인 모장(MoJang)을 인수했다. 인수 금액이 무려 2조 5,000억원이다. 일개 인디게임(소규모, 소인력을 통해 만든 게임) 회사에 대한 큰 규모의 투자였기에 당시 큰 이슈가 됐다. 모장은 '마인크래프트'라는 게임으로 전세계 사용자에게 유명하다. 국내에도 매니아가 많다. 현재 마인크래프트 관련 인터넷 카페가 6만 7,000개가 넘는다(네이버 카페 기준).
마인크래프트는 정해진 틀이 없는 게임이다. 게임 안에서 레고처럼 성도 짓고 도로도 만들고 악기 연주도 가능하다. 한마디로 가상 공간에서 사용자의 상상대로 게임을 만들어간다. 재미있는 점은 MS가 모장을 인수한다는 소문이 일자 많은 네티즌들이 이를 반대했다. 자유스러운 생각과 형식을 근본으로 하는 인디게임의 기본 사상과 MS의 기업적 폐쇄 분위기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수 후 게임이 오히려 퇴보할거라 말하는 사람이 많았다.하지만 결국 모장은 MS에 인수됐다. 하지만 근래까지 네티즌이 우려한 특별한 이슈는 발생하지 않았다.
<마인크래프트 홈페이지 : https://minecraft.net >
지난 1월 21일 MS는 새로운 운영체제인 윈도 10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휴대용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 기기인 '홀로렌즈(HoloLens)'도 소개됐다. 홀로렌즈는 주변 실제 상황에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을 입혀서 사용자의 목소리와 동작에 반응한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이 따로 필요 없다.
< MS의 홀로렌즈 : http://www.microsoft.com/microsoft-hololens/en-us >
그런데 홀로렌즈를 소개하는 MS의 홈페이지에 가보면 모장을 인수한 이유를 알 수 있는 이미지가 있다.
< 홀로렌즈로 마인크래프트를 가상공간에서 시연하고 있다 - http://www.microsoft.com/microsoft-
hololens/en-us >
모니터 속 게임을 가상현실을 통해 직접 체험하며 즐길 수 있게 하려는 의도다. 그렇다면 이게 3D프린터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
< 홀로렌즈 라이브 시연 현장 동영상 캡쳐1 : https://www.youtube.com/watch?v=RCCXZ8ErVag >
< 홀로렌즈 라이브 시연 현장 동영상 캡쳐2 : https://www.youtube.com/watch?v=RCCXZ8ErVag >
동영상에서 시연자는 홀로렌즈를 라이브로 시연한다. 마치 스키 고글처럼 홀로렌즈를 얼굴에 장착한다. 그리고는 손동작으로 드론을 하나하나 가상 공간에 만들어 간다. 가상 공간에서 모델링이 완성되자, 다른 시연자가 3D프린터로 미리 만들어 놓은 드론을 가지고 나온다. 드론을 하늘에 띄우고 시연은 끝이 난다.
종합해보면 MS는 '가상과 현실을 넘나들 수 있는 플랫폼 만들기'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게임이든 제품 제조든 가상과 현실이 MS 플랫폼 안에서 완성되도록 하려고 한다.
여기서 가상을 현실로 만들 때 필요한 것이 바로 3D프린터다. 그러나 아직은 3D프린터가 모든 것을 만들 정도로 완벽하지 못하다. 하지만 기술 발전은 3D프린터 결과물의 질을 점차 높일 것이 분명하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3D프린터가 보편화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3D프린팅 산업 활성화를 가장 두려워한 회사 중의 하나가 앞서 언급한 레고다. 레고의 히스토리를 간략히 보자. 1932년 덴마크 목수였던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얀센(Ole Kirk Christiansen)은 아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목각 장난감을 만들었다. 그리곤 아예 상품으로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이후 목각 레고는 화재로 인해 플라스틱 레고로의 전환점을 맞는다. 이렇게 오랜 기간 승승장구하던 레고는 소니 비디오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의 등장과 디지털 게임의 활성화로 1998년도부터 급격히 수익이 악화된다. 이에 경영정상화를 위해 2003년에 3,000명의 직원을 해고한다. 이후 키덜트(kidult, kid+adult의 약자로 아이같은 감성을 지닌 어른을 의미) 공략을 강화하면서, 레고의 창업 취지인 '어린이에게 상상력을 최대한 제공'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슬렀다.
다행히 2005년부터 흑자 전환에 성공한다. 이어 2008년에는 아이디어스레고(http://ideas.lego.com)를 만들어 고객들이 직접 온라인에서 레고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이것으로 고객과 소통하며 수익성 있는 제품만을 선별 양산하는 것이 가능했다. 또 MS가 인수한 마인크래프트 게임과도 협업하여 신제품을 내놓는다. 마인크래프트라는 가상현실 영역을 실제 레고 블럭으로 만들 수 있도록 한 것이다.
< 레고 홈페이지의 마인크래프트 레고 블럭 : http://shop.lego.com/en-US/Minecraft-21102 >
이렇게 어려움을 돌파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는 레고에게 가장 두려운 존재가 바로 3D프린터다. 3D프린터로 개인이 레고를 만들어 내면 레고의 존재가 없어질 수도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레고는 심각하게 고민했다. 레고는 결국 3D프린터를 이용해서 가정에서 레고를 직접 제작할 수 있는 패브리카토(faBrickato)라는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 패브리카토 시연 모습 : http://www.youtube.com/watch?v=_bapIwyY7VY >
오히려 3D프린팅 산업 활성화를 통해 전세계 사람들이 레고를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실제 레고가 3D프린터의 위협을 헤쳐 나갈 수 있을지는 아직까지 알 수 없다. 2014년 매출 5조에 육박하는 레고가 3D프린팅 산업에 대해 걱정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결국 대량 생산이 기반인 기존 회사에게는 많은 사람들이 3D프린터를 사용하는 게 결코 달갑지 않다. 덩치가 크든 작든 3D프린팅은 기회이면서 위협인 것이다.
지금 우리 주변에 3D프린터가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신경 쓰지 않으면 근미래의 결정적인 트렌드를 놓치게 된다. 과거에는 트렌드를 놓치면 그저 유행에 민감하지 않은 사람 정도로만 여겼다. 하지만 지금은 사업의 존폐가 달린 일이다. 기술 트렌드에 맞게 변화하지 않으면 바로 도태된다.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일과 3D프린터가 크게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는가? 다시 한번 생각해보기 바란다. 시간이 흘러 자신의 업무에 3D프린터의 영향력이 커졌음을 알아챘을 때는 이미 늦은 거다.
거의 매년 코엑스 전시장에서는 완구 박람회가 열린다. 30년이 넘은 전통적인 행사지만 그런 만큼 대부분 기존 완구의 유형에 치중한다. 그러니 관람객은 점점 줄어든다. 반면에 키덜트 박람회는 성황을 이룬다. 작년 말에 이어 올해 1월에 또 열렸다. 3D프린터와 스캐너도 전시됐다. 필자는 30년 전통의 완구 박람회도 키덜트 박람회로 얼마든지 변신을 꾀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물론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 키덜트페어 공식 홈페이지 : www.kidultfair.com >
사람이 모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지금 자신의 눈 앞에 보이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모여들 수 있는 미래 기술이 얼마나 있을지 생각해 보라. 그리고 불필요한 일에 허비하는 시간을 줄이고, 지금부터라도 3D프린터에 관심을 가져보라.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글 / 김영준 (3dbiz@naver.com)
한국 3D프린팅비즈니스코칭센터(K3DBC) 대표 겸 창의 혁신 강사.
새로움에 도전하기를 즐거워 하는 사람. 20건이 넘는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18년 간 3D 설계 및 개발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 현재 3D프린팅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바로잡고자 3D프린팅 관련 서적을 출간했다(<3D프린팅 스타트업, 라온북 - http://it.donga.com/20324/>)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