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트라북 사용자의 특권, 도난방지 기술을 아십니까?

김영우 pengo@itdonga.com

수많은 IT기기 중에서도 노트북은 가장 값이 비싼 물건 중 하나다. 그래서 노트북 이용자들은 자신의 노트북을 애지중지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분실이나 도난의 위험이 높다는 것은 휴대용 기기의 숙명과도 같다. 이는 노트북 역시 예외가 아니다. 특히 요즘은 무게가 가볍고 두께가 얇은 울트라북(Ultrabook) 규격의 노트북이 시장의 주류를 이루고 있어서 더욱 우려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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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북 규격은 2011년, 세계 최대의 CPU(중앙처리장치) 제조사인 인텔(Intel)이 처음 제정했다. 울트라북의 최대 특징이라면 앞서 말한 대로 높은 휴대성을 갖췄다는 점이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울트라북이 도난방지 기술까지 갖추고 있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인텔 도난방지 기술(Intel Anti-Theft Technology)이란?

인텔이 울트라북에 적용한 '인텔 도난방지 기술(Intel Anti-Theft Technology, 이하 인텔 AT)'이 바로 그것이다. 인텔 AT를 활성화하면 주인의 손을 떠난 울트라북을 이용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어 본래 이용자의 데이터를 보호함과 동시에 해당 울트라북의 습득자가 제품을 원래 주인에게 되돌려주게끔 유도한다.

위와 같은 기본 개념 이야기만 들어서는 단순히 윈도 운영체제에 사용자 암호를 걸어 이를 입력해야 부팅이 되도록 하는 것과 뭐가 다른 것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울트라북에 적용된 인텔 AT와 비슷하면서도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바로 통제하는 대상의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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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의 사용자 암호는 소프트웨어인 운영체제의 부팅을 통제하는 기술이다. 소프트웨어는 PC 내의 저장장치(하드디스크나 SSD)에 종속되어 있기 때문에 암호를 건다 해도 PC를 이루고 있는 전체 하드웨어까지 사용 불능으로 만들 수는 없다. 쉽게 말하면 윈도 암호가 걸린 PC라도 하드디스크만 교체해서 새로 윈도를 설치하면 아무 문제 없이 사용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인텔 AT는 하드웨어 자체, 정확히는 PC 전반의 기본적인 동작을 제어하는 펌웨어의 일종인 바이오스(BIOS)를 통제하는 기술이라는 점이 다르다. 바이오스의 기동이 무력화된다면 아무리 하드디스크를 교체한다 해도 그 PC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용지물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용해 보는 인텔 AT 서비스

그럼 실제로 인텔 AT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이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일단 가지고 있는 울트라북이 인텔 AT 서비스를 지원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먼저다. 울트라북을 표방하는 제품이라도 제조사에 따라서는 인텔 AT를 지원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구매 전에 반드시 울트라북 제조사에 이 점을 문의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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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울트라북이 인텔 AT서비스를 지원하는 것이 확인되면 일단 그 울트라북의 바이오스 설정 메뉴로 들어가 인텔 AT를 활성화 시키자. 바이오스 메뉴로 들어가는 방법은 제품마다 다르지만 대개 전원을 누르자 마자 F1이나 F2, 혹은 Delete 키를 누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제품에 따라서는 인텔 AT 서비스를 지원하는데도 바이오스에 인텔 AT관련 설정 메뉴가 없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엔 따로 바이오스 설정을 해 줄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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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바이오스 설정이 끝났으면 해당 서비스 등록을 해야 한다. https://atservice.intel.com/를 방문해 사용자 및 서비스 등록을 하자. 여기서 이메일 주소 및 로그인 비밀번호, 그리고 활성화 코드를 입력해야 한다. 활성화 코드는 제품의 상자나 설명서에 적혀있다. 이러한 과정을 진행하다 보면 사용자의 이메일로 6자리의 숫자코드가 전송되며, 이를 확인 후 입력하면 등록이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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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이후에는 인텔AT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 과정이 이어진다. 이를 이용해 해당 울트라북의 잠김 / 해제, 그리고 잠금 상태를 설정할 수 있으며, 잠금 상태가 된 울트라북의 화면에 표시될 메시지(이를 테면 전화번호나 이메일, 혹은 짤막한 당부 메시지 등)를 입력할 수도 있다(한글은 지원하지 않으니 영어로 입력하도록 하자). 또한 외부에 유출되면 곤란한 비밀스런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해 해당 울트라북의 하드디스크 내에 암호화된 보호영역을 설정할 수 있는 '보안 데이터 저장소' 기능도 여기서 설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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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금 상태가 되면 부팅 되지 않고 설정된 연락처가 출력

이렇게 설정을 마친 후에 울트라북을 분실하거나 도난 당한 경우, 즉시 다른 PC를 이용해 인텔 AT 서비스에 로그인 한 후에 '지금 잠금 설정'을 실행하자. 이렇게 하면 해당 울트라북은 인터넷 연결이 확인됨과 동시에 잠금 명령을 받게 되고 즉시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물론, 그 울트라북이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은 상태라면 얼마 동안은 정상적인 이용이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PC는 인터넷 연결 없이는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므로 언젠가는 잠금 상태에 들어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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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금 상태가 된 울트라북은 전원을 켜더라도 정상적으로 부팅이 되지 않고 검은 바탕 화면에 하얀 글씨로 미리 입력해 놓은 원래 주인의 연락처 및 간단한 메시지가 출력될 뿐이다. 가지고 있어봐야 무용지물이니 주인에게 돌려줄 것을 권유하는 것이다. 이를 원래 주인이 돌려 받아 설정 암호를 입력해야 잠금 상태가 풀리고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도난방지? 도난대처? 어찌되었건 도움이 되는 것은 확실

위와 같은 점들을 고려해보면 사실 인텔 AT 서비스는 '도난방지'라고 하기보단 '도난대처' 서비스에 더 가깝다. 도난이나 분실 자체가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 주인의 손을 떠난 울트라북을 임의적으로 무용지물로 만들어 습득자에게 실망(?)을 안겨준다. 그리고 이 습득자에게 원래 주인의 연락처 및 설득 메시지를 동시에 전달함으로써 '차라리 이번 기회에 좋은 일이나 하자'라는 생각을 가지게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계 역시 분명하지만 기능 자체가 없는 것 보다는 훨씬 나으며, 함께 제공되는 보안 데이터 저장소 기능을 활용하면 데이터 유출도 방지할 수 있다.

본래 인텔 AT는 본래 vPro라고 부르는 인텔의 업무용 컴퓨터용 보안 기술의 일부였다. 때문에 일반 사용자들은 접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울트라북 출시 이후부터는 일반인들에게도 본격적으로 사용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울트라북의 장점은 단순히 얇은 두께와 가벼운 무게만은 아니다. 이번에 소개한 인텔 AT를 비롯해 숨겨진 재주도 상당히 많다. 울트라북을 샀다면 이런 매력 포인트를 하나하나 발견해나가는 것도 재미 있는 경험일 것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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