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나만을 위한 자전거를 만난다, 현대백화점 판교점 ‘팝사이클 팝업스토어’ 가보니

[IT동아 강형석 기자] 현대백화점 판교점 7층, 고객들이 오르내리며 시선이 머무는 곳에 미니벨로들이 모여 있다. 은은한 백화점 조명 아래 소프트 아이보리와 비비드 오렌지, 센트럴 그린, 로얄 퍼플 등 형형색색 다채로운 색상의 프레임이 촘촘하게 배열돼 지나가는 방문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공간 주변에는 자전거를 체험해 볼 공간도 마련됐다. 여느 자전거 매장과 다른 감각적인 디자인 소품을 다룬 쇼룸 같은 분위기. 이곳은 ‘팝사이클(POPCYCLE) 팝업스토어’의 풍경이다.

팝사이클 팝업스토어는 제품의 매력을 직관적으로 파악하고 만져볼 수 있는 공간이다. 성인은 물론 아이의 손을 잡은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매장으로 자연스럽게 걸어 들어와 자전거 앞에 서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방문객은 진열된 자전거 안장에 직접 앉아보며 높낮이를 가늠하고, 핸들 그립을 손으로 쥐어 보며 질감을 확인한다. 현장 직원이 다가와 레버를 당겨 차체를 앞뒤로 줄이는 모습을 시연하자, 지켜보던 이들 사이에서 작게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눈으로만 훑어보는 전시장이 아니라, 자신의 몸에 자전거를 맞춰보고 팝사이클의 특징을 손끝으로 체감하는 경험의 장이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진열대 한 켠에는 소비자가 자신만의 자전거를 조합해 볼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개인화) 구역이 마련돼 있다. 마커스의 브랜드 철학인 ‘당신을 이해하는 자전거(Bike that knows you)’라는 개념을 시각적으로 풀어낸 공간이다. 이곳에는 브룩스 가죽 안장과 여러 색상의 그립, 타이어를 비롯해 전면 바구니, 가방, 헬멧 등 액세서리가 정갈하게 놓여 있다.
기성복을 사듯 정해진 완성차를 구매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이곳을 찾은 소비자는 프레임 색상부터 부품 하나까지 자신의 취향대로 고른다. 마커스 측 설명에 따르면 8개 영역의 프레임에 14가지 색상과 부품 선택지를 대입해 무려 14억 가지가 넘는 조합을 만들어낼 수 있다. 방문객은 별도 마련된 가상 개인화 소프트웨어(3D 컨피규레이션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직원과 상담하며 색상표를 대조하고 부품을 조합하는 과정을 거치며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이동수단을 완성해 간다.


팝업스토어의 중심을 채운 팝사이클은 작은 바퀴를 장착한 미니벨로 형태의 접이식 자전거다. 일반 자전거는 프레임 크기가 고정돼 있어 탑승자가 자신의 신장에 맞춰 차체를 골라야 한다. 이와 달리 팝사이클은 자체 개발한 슬라이딩 바디 프레임 구조를 채택했다. 차체 중앙의 잠금장치를 풀고 프레임을 앞뒤로 밀고 당기면 탑승자의 팔다리 길이와 체형에 맞게 차체 크기가 조절된다.


슬라이딩 바디 프레임 구조는 대만이나 일본 등 해외 제조사가 시도했던 방식과 다르다. 과거의 앞뒤 접이식 구조는 무겁고 내구성이 떨어진다. 반면, 팝사이클은 카본을 포함한 경량 고강도 소재를 적용해 일반 모델 기준 무게를 12kg으로 낮추면서도, 최대 신장 190cm에 체중 120kg의 성인이 타도 흔들림이 없도록 설계했다.
보관과 휴대 방식도 기존의 고정관념을 깼다. 일반적인 접이식 자전거는 차체 가운데 경첩을 중심으로 바퀴 두 개가 마주 보도록 옆으로 접는다. 이 방식은 접는 과정에서 무게중심이 무너져 차체가 옆으로 쓰러지기 일쑤고, 상당한 완력을 요구한다. 팝사이클은 차체 중앙의 수납 구조를 활용해 앞바퀴와 뒷바퀴가 일직선상에서 가까워지듯 앞뒤로 줄어든다. 약 3초에서 4초 만에 프레임과 핸들, 페달까지 접히며 전체 부피가 78%까지 줄어든다. 접은 상태에서도 두 바퀴가 바닥을 지지해 스스로 서 있을 수 있고, 캐리어 끌듯 가볍게 밀고 이동 가능해 지하철이나 버스, 백화점 에스컬레이터 등 다양한 공간 내 사람들의 불편을 최소화한다.

현장에는 기본형인 16인치 일반 모델 외에도 주행 성능을 강화한 18인치 모델과 드롭바 적용 모델, 전동 모빌리티 수요를 겨냥한 전기자전거 E-팝사이클이 함께 자리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무게 14kg인 E-팝사이클은 350W 모터와 탈착 가능한 10Ah 용량의 삼성SDI 배터리를 탑재했다. 안전 기준에 맞춰 최고 속도는 시속 25km로 제한했으며, 4시간 충전으로 최대 70km까지 달릴 수 있다.
시선을 사로잡는 감각적인 자전거 너머에는 마커스가 축적해 온 엔지니어링 역량이 자리한다. 홍복용 마커스 대표를 필두로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에서 수십 년간 소재와 기계 설계를 연구한 전문 인력이 개발의 주축을 맡았다. 개발 과정에서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한국기계연구원의 기술 협력도 더해졌다. 마커스는 프레임의 내구성과 정밀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일반적인 파이프 용접 방식 대신 막대한 비용이 드는 금형 사출 설비 투자를 단행했다. 용접 부위가 부러지거나 뒤틀리는 문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결단이었다. 이는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 부여하는 신기술(NET) 인증 획득과 한국디자인진흥원의 글로벌 생활명품 선정 등 성과로 이어졌다.

생산 공정 전반을 국내에서 소화한다는 점도 저가 부품에 의존하는 타 브랜드와의 차별점이다. 마커스는 부품 생산부터 정밀 조립, 사후 관리에 이르는 전 과정을 국내 인프라를 통해 직접 관리한다. 이는 소비자가 주문한 수억 가지의 커스텀 조합을 조립해 빠르게 배송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팝사이클 현대백화점 판교점 팝업스토어는 국내 소비자에게 맞춤형 모빌리티 경험을 전파하는 동시에, 40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글로벌 시장을 향한 마커스의 과감한 행보를 보여준다. 백화점이라는 공간 한복판에서 소비자의 취향을 세밀하게 파악하려는 팝사이클의 행보는 자전거가 이동수단에서 개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맞춤형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