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만으로는 못 번다’…손태영 콘진원 팀장, “29개국 확보한 포토이즘, K-IP 해외 진출 통로될 것”
[IT동아 김예지 기자] K-콘텐츠가 세계적 관심 속에 성장세를 이어왔지만, 정작 콘텐츠 산업계 곳간까지 채워주지는 못하고 있다. 최근 산업 현장이 급격히 변하고 매출과 수출액 성장률마저 둔화하면서 치솟는 제작비, 투자 위축, 인력 부족 등 산업 전반에 걸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구조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은 K-콘텐츠를 넘어 식품·뷰티·패션 등 연관 산업과 결합된 ‘K-컬처’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선언했다. 지난 9월 김윤지 콘진원 원장은 “콘텐츠 지식재산(IP)의 확장과 해외 진출, 금융, 인재양성, 신기술 지원을 포함한 지원 체계 혁신으로 K-콘텐츠에서 K-컬처로 이어지는 새로운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콘진원은 해외 25개국 28개 지역에서 운영 중인 해외비즈니스센터를 권역 거점으로 재편해 실질적인 계약 성과를 높이는 한편, 콘텐츠를 중심으로 식품·화장품·패션 등을 연계하는 ‘K-컬처 수출 패키지’를 마련해 기획부터 해외 마케팅·유통·계약까지 수출 전 과정을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콘진원은 판을 키울 민간 해외 접점 기업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국내 셀프 포토 스튜디오 ‘포토이즘(Photoism)’의 운영사인 주식회사 서북(이하 서북)이 대표적이다. 전 세계 29개국 1100여 개 매장을 구축한 서북의 글로벌 오프라인 인프라는 신규 IP의 테스트베드이자 해외 진출 통로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되고 있다.
IT동아는 콘진원에서 콘텐츠IP 관련 전략과 사업을 담당하는 손태영 콘텐츠IP전략팀장을 만나 국내 콘텐츠 산업의 현주소와 앞으로 나아갈 길을 들었다.
K-콘텐츠 성장의 겉은 호황, 속은 빈 곳간
손태영 팀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K-콘텐츠가 갖는 파급력이 과거와 질적으로 달라졌다고 강조한다. 과거 아시아 시장 중심이던 한류 열풍은 BTS를 필두로 한 K-팝과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같은 콘텐츠의 글로벌 흥행에 힘입어 서구권으로 확장됐다. 더불어 이제는 해외 소비자들이 콘텐츠를 넘어 한국의 음식, 패션, 라이프스타일을 받아들이는 K-컬처 단계로 진입했다는 평가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에 따르면, 한류가 한국 제품·서비스 구매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2023년 57.9%에서 2024년 64.8%, 2025년 64.8%로 3년 연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손태영 팀장은 “특히 K-팝은 한국인도 잘 모르는 신인 그룹을 외국 팬이 먼저 알아볼 정도”라며, K-팝의 경쟁력으로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과 시각적 요소 등이 복합적으로 융합된 종합 예술이라는 점을 꼽았다. 여기에 팬데믹 시기 디지털 매체 소비 확대가 더해지며 유튜브 등을 통한 시공간 제약 없이 글로벌 팬덤을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 영상, 웹툰 등 콘텐츠의 품질도 높아진 데다 디지털 중심의 소비 트렌드가 맞물리면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파급력이 커졌다. 그는 “한국처럼 음악, 드라마, 예능, 만화 등 콘텐츠를 골고루 잘하는 나라는 흔치 않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손태영 팀장은 산업계의 속사정은 다르다고 전했다. “콘텐츠는 잘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산업계는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유는 수익이 국내 제작사로 순환되어 돌아오지 않는 구조적 한계에 있다. 일례로 드라마에 등장한 제품이 해외에서 잘 팔려도 제작사에 돌아오는 몫이 없어 ‘드라마가 그저 드라마로 끝나는’ 구조다. 더불어 단일 중소 제작사가 감당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제작 단가는 치솟는 반면 투자는 위축됐다. 웹툰 역시 회당 제작비가 수백만 원을 넘겨 플랫폼 선택을 받지 못하면 매몰 비용으로 남고, K-팝 역시 중소 기획사의 성공 문턱은 높아졌다.
판 키우려면 부가 산업도 함께…정부도 지원 늘린다
해법은 신규 IP 발굴과 수익화, 그리고 콘텐츠를 넘어 부가 산업으로 파이를 넓히는 데 있다. 손태영 팀장은 “최근 콘텐츠 기업보다 유통사, 뷰티, 푸드 업계를 자주 만난다”며, “콘텐츠 단일 상품만으로는 돈을 버는 데 한계가 있다. 이종 산업을 엮어 판을 키우고 수익 일부가 다시 콘텐츠 산업으로 돌아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비즈니스가 1차 영상·음악 제작 후 유통 수입에 의존했다면, 현대 IP 비즈니스는 원천 IP 하나로 굿즈(MD), 팝업스토어, 게임, 라이프스타일 상품 등을 재창출하는 ‘N차 수익화 엔진’을 목표로 한다. 문체부와 콘진원은 국산 IP를 타 장르로 확장하는 ‘콘텐츠 IP 라이선싱 지원사업’을 통해 사업화 및 팝업스토어 제작 비용을 직접 지원 중이다. 또한 콘진원은 우수 IP를 선별해 제작사·투자사·금융기관·유통사를 잇는 ‘(가칭)한국형 제작위원회’를 준비하고 있다.
아울러 다양한 분야의 유통·제조 대기업과 협업해 중소기업의 IP 상품화도 지원하고 있다. 실제로 콘진원은 올해 ‘롯데GRS’와 ‘이마트24’와 업무협약을 통해 지난 9월 엔젤리너스에서 ‘빵고미’ 콜라보 카페를 운영했고, 10월에는 ‘재혼황후’ 푸드 제품 출시를 지원했다. 한편, 대통령 소속 대중문화교류위원회는 K-팝을 축으로 라이프스타일 산업이 어우러지는 축제 ‘2027 패노메논’을 내년 12월 서울에서 열 계획이다. 손태영 팀장은 “콘텐츠와 문화가 일상으로 결합하는 것이 나아갈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포토부스, ‘IP’를 입어야 차별화된다

정부가 K-콘텐츠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한다고 밝혔지만, 신규·중소 콘텐츠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도 해외 오프라인 현지 유통망을 개척하는 것은 비용 등 현실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이에 콘진원은 전 세계 29개국에 1100여 개 포토이즘 오프라인 매장 및 키오스크 접점을 구축한 민간 플랫폼 기업 서북을 국산 IP의 글로벌 시장성 검증을 위한 테스트베드로 주목하고 있다.
손태영 팀장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알파 세대는 스크린 너머의 연예인, 캐릭터, 브랜드와 오프라인 공간에서 실체적으로 상호작용하길 원한다. 팝업스토어와 포토부스는 단순한 공간을 넘어 팬덤이 추억을 기록하는 문화 공간으로 안착했다”며, 포토부스의 인기 요인으로 “사람들과 어울려 놀고 싶어 하는 본능과 MZ세대의 소장 욕구가 결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가 강조한 핵심은 ‘IP’다. 손태영 팀장은 “포토부스 자체는 차별성이 낮을 수 있지만, 여기에 아티스트, 캐릭터, 드라마 콘셉트 등 IP가 입혀지는 순간 독창적인 팬덤 굿즈이자 체험 플랫폼으로 변모한다”고 말했다. 포토이즘이 타 경쟁사에 비해 다수의 IP 홀더와 선제적으로 협업하며 시장을 점유한 점을 높이 평가한 이유다.

서북의 포토이즘은 4500개 이상의 IP 콜라보를 진행했으며, 올해 상반기 기준 전체 매출 중 IP 관련 비중이 57%에 달한다. 서북은 K-팝, 스포츠, 캐릭터, 인플루언서 등 다양한 영역으로 IP 라인업을 다변화해 특정 분야에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했다. 사전에 재고를 대량 생산하지 않고 현장에서 선택 출력하는 무재고 운영 구조로 부담을 낮추고, 오프라인 이용자를 포토이즘 앱으로 유입시켜 커머스로 연결하는 O2O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한 점도 주요 경쟁력으로 꼽힌다.
“해외 유통망 뚫기 쉽지 않다”…서북이 IP 테스트베드로
콘진원은 포토이즘의 오프라인 접점을 활용해 K-콘텐츠 확산에 기여하는 민관 협력 체계를 본격화하고 있다. 양사는 지난해 11월 K-캐릭터·콘텐츠 IP 발굴·육성 및 글로벌 사업화를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콘진원이 주최하는 신진 IP 발굴 사업에서 해당 IP의 포토프레임을 포토이즘과 함께 제작해 관람객 촬영 투표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최종평가에 반영하는 협업을 추진했다. 인기가 높은 IP는 실제로 포토이즘과 정식 계약도 체결했다.

손태영 팀장은 “대중이 전국 포토이즘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해 IP를 직접 체험하며 자연스럽게 평가에 참여했고, 신규 IP라 우려했으나 반응이 뜨거웠다”며, “소비자 반응을 현장 데이터로 즉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이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양사는 국내 우수 IP를 기반으로 콘텐츠 산업과 연관 산업이 한자리에 모이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IP 비즈니스 행사 ‘콘텐츠IP 마켓 2025’에서도 협업했다.
손태영 팀장은 “포토이즘이 구축한 국내외 오프라인 거점은 잠재력 있는 신규 및 중소 IP의 반응을 측정하는 테스트베드이자 해외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특히 콘진원의 해외 28개 비즈니스센터 네트워크와 서북의 오프라인 매장망이 결합할 경우, 신규 IP가 현지 팬들과 직접 상호작용하는 강력한 민관 협력 플랫폼으로 작동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어 그는 “콘진원은 이미 성공적인 민관 협력 해외진출 사례를 축적해왔다. 올해 패션 분야 행사에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를 모아 파리 및 일본 현대백화점 매장에 팝업을 연 것이 대표적”이라며, “정부가 직접 해외 유통망을 개척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이미 글로벌 유통망을 갖춘 민간 기업과 손잡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길”이라고 강조했다.
서북, 해외 매출 비중 43%...글로벌 엔터 플랫폼으로

실제로 서북은 해외 주요 도시를 거점으로 소비자와 IP가 만나는 오프라인 접점을 넓혀가고 있다. 한국을 포함해 일본, 중국, 미국, 유럽, 동남아시아 등 전 세계 29개국에 1100여 개의 매장 및 키오스크 거점을 확보했다. 서북의 해외 매출 비중은 2024년 24.3%에서 2025년 40.9%, 2026년 상반기 43.0%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 연결 매출 약 357억 원 가운데 해외 매출이 약 153억 원을 차지하며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아울러 서북은 포토이즘 외에도 셀프 커스텀 출력 플랫폼 ‘스내피즘(SNAPISM)’, 체험형 아케이드 브랜드 ‘와쿠와쿠(WAKU WAKU)’, ‘겟챠(GET-YA)’ 등 멀티브랜드 전략을 전개 중이다. 오프라인 공간과 콘텐츠, 커머스를 결합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마지막으로 손태영 팀장은 “꾸준히 새로운 IP가 공급돼야 하고, 인지도가 생긴 IP는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것이 필요하다”며, 해외의 인기 캐릭터처럼 지속적으로 수익화가 이어지는 장수 IP가 국내에는 드물다는 점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러면서도 “한국 브랜드 위상이 올라간 지금이 기회이며, 서북과 같은 민간 플랫폼과의 협업이 큰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K-콘텐츠의 다음 과제는 단순한 흥행을 넘어 ‘수익이 산업으로 돌아오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과 서북과 같은 민간 플랫폼 기업의 글로벌 유통 네트워크가 조화를 이룰 때, 잠재력 있는 국산 IP들이 세계적인 장수 IP로 성장하는 생태계가 완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IT동아 김예지 기자 (yj@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