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ing] ‘위성 통신에 AI 결합’ 퓨잇, 해외 오지까지 안전 서비스 연결 나선다

[IT동아 박귀임 기자] 사고와 같은 위급한 순간에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구조 요청을 담당 기관에 전하는 일이다. 하지만 인적이 드문 외곽 도로나 바다 한가운데, 외딴 섬이나 깊은 산, 해외 오지 등에서는 구조 요청의 첫 단계부터 막힌다. 구조 요청은 대부분 휴대전화로 하는데 이런 곳은 기지국 전파가 닿지 않는 음영 지역이라 신호를 주고받기가 어렵다. 신호가 닿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다친 사람이 말을 하지 못하면 구조대는 어디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음영 지역에서는 구조 요청이 어렵다 / 출처=제미나이 AI 이미지 생성
음영 지역에서는 구조 요청이 어렵다 / 출처=제미나이 AI 이미지 생성

국내 스타트업 퓨잇(Fuit)은 구조 요청을 보내고 현장 상황을 알리는 일을 위성 통신과 인공지능(AI)으로 함께 풀겠다고 나섰다. 이 기술을 개인용 SOS 기기에도 적용해 해외 근로자나 여행객의 안전을 지킬 청사진도 함께 제시했다.

산간 도로·바다·섬·해외 오지에서 구조 요청이 어려운 이유

몇 가지 가상의 사고 사례를 살펴보자. 먼저 외곽 도로의 사고다. 한밤중 산간 국도를 달리던 자동차가 도로 아래로 미끄러지며 운전자가 크게 다쳤다. 인근에는 민가도 지나가는 차량도 없고 휴대전화 신호는 잡히지 않는다. 의식이 흐려진 운전자는 119에 자신의 위치를 설명하기는커녕 휴대전화를 집어 들 힘도 없다. 충돌 시 차량이 스스로 사고를 알려 주는 ‘긴급호출 기능(eCall, Emergency Call)’ 장치가 있어도, 이동통신망이 닿지 않으면 신고는 어디에도 전달되지 않는다.

다음은 바다 위 사고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에서 조업하던 선원이 갑자기 쓰러졌지만 휴대전화 신호는 없고 주변에 다른 배도 없다. 소형 어선의 무선 장비에 익숙하지 않은 동료는 해경에 위치를 정확히 알리지 못한다. 섬과 산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외딴 섬의 갯바위에서 미끄러져 크게 다친 낚시꾼, 깊은 계곡 근처에서 발목이 부러진 등산객도 곤경에 빠진다. 휴대전화로 구조 신고를 하려 해도 신호가 약해 하기 어렵고, 신호가 닿더라도 다친 탓에 자신의 위치를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해외 건설현장의 사고도 마찬가지다. 사막 한가운데 공사장에서 한국인 근로자가 의식을 잃었는데, 가장 가까운 병원은 차로 몇 시간 거리이고 동료들은 현지 구조기관의 연락처를 모른다. 한국 본사는 사고 소식을 한참 뒤에야 전해 듣는다. 재난으로 통신이 끊기는 경우도 있다. 큰 산불로 기지국이 불타고 전기가 끊겨 마을 전체가 먹통이 되면 주민은 구조를 요청할 수 없고 구조 인력은 피해 지역이 얼마나 넓은지 알 수 없다.

이동통신 기지국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오지에서는 휴대전화 신호가 잘 잡히지 않는다 / 출처=제미나이 AI 이미지 생성
이동통신 기지국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오지에서는 휴대전화 신호가 잘 잡히지 않는다 / 출처=제미나이 AI 이미지 생성

앞의 사례들을 보면 상황은 다르지만 원인에는 공통점이 있다. 구조 요청을 휴대전화로 하려 해도 이동통신 기지국까지 전파가 닿지 않았다는 점이다. 휴대전화 신호가 닿지 않는 것은 전파의 성질 때문이다. 전파의 세기는 송수신 기기 간 거리가 멀어질수록 약해진다. 먼 바다, 이동통신 기지국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오지에서 휴대전화 신호가 잘 잡히지 않는 이유다. 장애물에 막혀도 전파의 세기가 약해진다. 이 탓에 산이나 계곡에서 휴대전화 음영 지역이 생긴다. 산악 지형을 가로지르는 국도, 터널 등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휴대전화 신호가 약해진다.

해외에서 휴대전화 통신의 약점은 더 두드러진다. 해외에서는 우리나라 이동통신사의 로밍 서비스를 사용해 현지의 전파를 받는데, 이때 해외 통신망의 신호가 약하면 마찬가지로 음영 지역이 된다. 평소에는 이동통신을 원활하게 쓰던 곳이 한순간에 음영 지역이 되기도 한다. 산사태나 홍수 등 재난 때문에 이동통신 기지국 혹은 신호를 멀리 전달하는 중계기가 부서져도 마찬가지다.

위성전화·조난신호기 같은 기존 수단은 왜 충분하지 않을까

그동안 대안이 없던 것은 아니다. 위성전화는 통신망이 없어도 통화할 수 있지만 장비와 이용료가 비싸고 무거우며, 실내나 깊은 계곡처럼 하늘이 가려진 곳에서는 사용하기 어렵다. 개인 조난신호기의 경우 버튼 하나로 위치를 알릴 수 있다. 다만 어떤 일이 생겼는지는 전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에는 일부 스마트폰도 위성 긴급 메시지 기능을 갖췄다. 따로 장비를 사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지만 지원 기종과 국가가 제한적이고 다친 사람이 직접 상황을 입력해야 한다. 선박 무선과 무전기는 보통 가까운 곳과만 교신할 수 있다.

수단은 다르지만 한계는 같다. 연결이 되어도 사용자가 직접 설명해야 한다는 점이다. 위성 구간은 휴대전화 통신망보다 한 번에 보낼 수 있는 정보가 적기 때문에 구조대가 알아야 할 위치와 다친 부위, 의식 여부를 모두 담기 어렵다. 게다가 다친 사람은 충격과 통증 때문에 말이 불분명하거나 의식이 흐릿해 상황을 정확히 설명하기도 쉽지 않다. 위성으로 연결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상황을 전달하는 기능까지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퓨잇, 위성으로 구조 신호 보내는 개인용 SOS 기기·관제 서비스 개발 중

퓨잇의 위성 긴급 구조 기술의 출발점은 자동차 분야였다. eCall은 운전자가 말하지 못하는 상황을 전제로 만들어진 기능이다. 다만 이 기능은 대체로 이동통신망에 의존하기 때문에 음영 지역에서는 작동하기 어렵다. 퓨잇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eCall 신호를 위성으로 보내는 기술을 개발해 왔다. 차량에서 사고를 스스로 알리는 방식을 사람이 몸에 지니는 SOS 기기로 넓히면 해외 건설현장 근로자나 산악·극지 근무자도 같은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퓨잇의 구상이다. 현재는 개인용 위성 SOS 기기와 이 기기의 신호를 받아 구조기관에 이어 주는 관제 서비스를 함께 만들고 있다.

퓨잇은 개인용 위성 SOS 기기 개발에 나섰다 / 출처=퓨잇
퓨잇은 개인용 위성 SOS 기기 개발에 나섰다 / 출처=퓨잇

퓨잇이 내세우는 해법은 세 가지다. 첫째는 사람의 말을 알아듣기 쉽게 다듬는 기술이다. AI가 앞뒤 문맥을 보고 "서고가 났어요"를 "사고가 났어요"로 고치는 식이다. 퓨잇에 따르면 2025년 11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호남권연구본부에서 이전받은 음성 인식 기술을 바탕으로 이 기능을 키우고 있다. 위성 통신은 한 번에 보낼 수 있는 데이터가 적기 때문에, 구조에 꼭 필요한 단어부터 먼저 보내도록 설계한다. 둘째는 사용자가 말하지 못해도 AI가 상황을 정리해, 구조 신호를 받는 관제센터에 자동으로 알리는 기능이다. 퓨잇은 이 관제센터를 광주에 ‘AI 안전관제센터'로 구축할 계획이다. 셋째는 통신이 끊긴 재난 지역을 위성 영상으로 살피는 기술이다. 재난으로 통신이 끊길 경우 현장의 피해 소식이 외부에 전해질 가능성이 낮아, 구조 인력이 피해 지역과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 이때 하늘에서 찍은 위성 영상을 보면 통신이 끊긴 곳도 피해 범위를 파악할 수 있다. 퓨잇은 재난 지역의 위성 영상을 분석해 지도 위에 보여 주는 플랫폼을 시범 구축한 상태다.

퓨잇은 음성 보정과 상황 정리 등 AI 기능을 서버가 아니라, 차량이나 SOS 기기 같은 현장 단말 안에서 처리하는 '온디바이스 AI' 방식으로 구현하려 한다. 통신이 끊긴 곳에서는 데이터를 서버로 보내 분석받을 수 없고, 위성 구간은 한 번에 보낼 수 있는 정보량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기기가 현장에서 직접 사고 위치, 신고자의 움직임이나 음성을 분석해 구조에 꼭 필요한 내용만 골라 보내야 하는 구조다. 퓨잇은 이를 위해 국산 신경망처리장치(NPU)를 기반으로 한 소형 AI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차량용 서비스에서는 센서 데이터와 차량 내부 영상을 함께 분석해 위치, 차량 상태, 탑승자 이상 징후를 정리해 전달하는 방향으로 개발을 이어 가고 있다.

퓨잇이 설계한 구조 요청 과정은 어떤 순서로 이뤄질까. 사용자가 SOS 버튼을 누르거나 넘어짐(낙상)이 감지되면, 평상시 대기 상태이던 기기가 활성화된다. 기기는 현재 위치와 상황을 정리해 위성으로 신호를 보내고, 신호는 위성 사업자의 망을 거쳐 퓨잇 관제센터에 도착한다. 퓨잇은 관제센터가 구조 신호를 받아 구조기관에 전달하는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사고 시간과 장소는 관제센터에 기록해 이후 안전 관리에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개인용 위성 SOS 기기는 한 번 충전하면 약 5일 쓸 수 있다는 것이 퓨잇의 설명이다. 위성 통신 기업 스카이로(Skylo)와도 협업하고 있다. 퓨잇은 국내 주요 공공기관과 함께 해외 건설현장 근로자용 서비스를 먼저 만들고, 이후 극지·산악 근무자와 연구원 같은 법인 수요로 넓힐 계획이다. 시제품 출시 목표는 2026년 하반기다.

퓨잇 관계자는 "퓨잇이 만드는 안전 서비스는 구조 신호를 보내는 데서 출발하지만 앞으로는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구조기관과 소통하는 과정까지 돕는 서비스로 넓혀 갈 것"이라며 "바다와 산, 해외 오지처럼 통신이 닿지 않는 곳에서도 사람이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IT동아 박귀임 기자(luckyim@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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