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이 곧 구매 신호" '딸깍' 만든 스튜디오포레, 데이터 기업 꿈꾼다 [ICT이노베이션스퀘어확산사업]

[IT동아 x 스파크랩] 동남권 ICT이노베이션스퀘어 확산사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지원하고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이 주관하며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디지털 인재 양성과 지역 특화 산업의 디지털 전환, 창업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에서 스파크랩이 육성하고 있는 스타트업을 IT동아가 소개합니다.

[IT동아 박귀임 기자] 인스타그램이나 네이버에서 마음에 드는 원피스를 발견하면 우리는 어떻게 할까. 카카오톡 '나에게 보내기'로 링크를 옮기거나, 스크린샷을 찍어 스마트폰의 갤러리 어딘가에 묻어둔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며칠 후 그 옷이 다시 생각나도, 정확히 언제 어떤 계정에서 봤는지는 가물가물하다. 대화방을 한참 거슬러 올라가거나, 수백 장 쌓인 스크린샷 폴더를 손가락으로 넘기다 결국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민석 스튜디오포레 대표 / 출처=IT동아
최민석 스튜디오포레 대표 / 출처=IT동아

부산을 거점으로 한 스타트업 스튜디오포레는 저장했지만 잊혀지는 이 문제에서 사업 기회를 봤다. 스튜디오포레 측의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실제로 저장한 콘텐츠를 다시 찾는 데는 평균 45분이 걸리고, 다시 찾아보는 비율은 2.7%에 불과하다. 스튜디오포레가 개발한 아카이빙 앱 '딸깍'은 유저가 저장한 콘텐츠의 맥락을 AI가 분석해뒀다가, 향후 원문에 없는 키워드로 검색해도 빠르게 찾아주는 서비스다. 최민석 스튜디오포레 대표를 만나 창업 배경부터 확장 전략까지 들어봤다.

여행으로 시작해 범용 저장 도구로 개편

딸깍의 시작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서비스였다. 최민석 대표는 원래 여행지 콘텐츠를 저장하면 장소를 자동으로 지도에 정리해주는 여행 앱 '가보자고'를 운영했다. 하지만 유저들이 저장하는 콘텐츠는 여행 정보보다 일상적인 것들이 더 많았다.

최민석 대표는 "유저들이 가보자고에 다이소의 유용한 제품이나 올리브영 할인 정보 같은 것을 저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에게는 지금 저장할 만한 공간 자체가 없다는 걸 파악했다"고 말했다. 이후 여행이라는 특정 카테고리에 갇혀 있던 서비스를, 범용 저장 도구로 전면 개편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저장 데이터가 구매 신호'라는 핵심 가설도 세워졌다. 최민석 대표는 "유저가 저장을 결심하는 지점은 대부분 SNS나 유튜브였고, 거기서 소비되는 콘텐츠는 대부분 구매와 연관돼 있었다"면서 "일부 고객 인터뷰를 통해 실제로 검증한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민석 스튜디오포레 대표 / 출처=IT동아
최민석 스튜디오포레 대표 / 출처=IT동아

이는 데이터로도 확인된다. 딸깍은 2025년 3월 정식 출시 이후 1년여 만에 누적 유저 약 5만 명, 누적 저장 데이터 397만 개를 확보했다. 별도 마케팅 없이 애플 앱스토어 생산성 카테고리 8위(2026년 5월 기준)에도 올랐다.

딸깍의 성장세를 뒷받침하는 것은 극소수 몰입 유저들이다. 스튜디오포레는 가입 후 10일 이내에 20개 이상 저장한 유저를 '헤비 유저'로 규정한다. 이들은 누적 저장량이 최대 1000개에 달할 만큼 서비스를 깊게 쓴다. 최민석 대표는 "아이돌, 레시피, 마케터·디자이너의 레퍼런스처럼 특정 분야에 몰입한 유저가 많다"면서도 "저장 개수가 적어도 애착은 클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네트워크 환경 탓에 저장한 내역이 로딩되는 시간이 걸리는 상황에서 유저가 본인의 저장물이 유실된 줄 알고 크게 상심한 사례를 소개하면서 "해당 유저가 저장했던 콘텐츠는 30개 정도였다. 하지만 본인이 직접 고르고 저장한 것에 강한 애착을 가지고 자산으로 느낄 정도였다. 저장 개수가 적거나 접속이 뜸한 유저라도 애정이 있는 열성 유저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계기"라고 덧붙였다.

구독 결제 패턴에서도 예상 밖의 신호가 나왔다. 딸깍은 월 2900원·연 2만 3000원 구독 모델을 운영 중인데, 당초 예상과 달리 전체 구독자의 40%가 연 단위 구독 결제를 택했다. 최민석 대표는 "연 구독은 적어도 1년은 이탈하지 않겠다는 각오의 표시로 해석하고 있다"며 "서비스에 대한 호응이 기대보다 좋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광고와 커머스 빈틈 파고들다

딸깍이 파고든 부분은 광고와 커머스 사이의 빈틈이다. 메타나 구글 같은 글로벌 광고 플랫폼은 유저가 콘텐츠를 '봤는지'만 알고, 쿠팡이나 네이버쇼핑 같은 커머스는 '샀는지'만 안다. 그 사이, 사고 싶다는 의도가 구체화되는 '관심·고려' 단계의 신호는 그동안 데이터화되지 않았다는 것이 스튜디오포레의 문제 의식이다.

스튜디오포레가 개발한 아카이빙 앱 딸깍 / 출처=IT동아
스튜디오포레가 개발한 아카이빙 앱 딸깍 / 출처=IT동아

이 신호를 잡아내는 기술적 방식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딸깍은 플랫폼의 API를 호출해 데이터를 긁어오지 않는다. 대신 유저가 모바일 OS의 '공유하기' 기능으로 콘텐츠를 직접 앱에 보내는 구조다. 최민석 대표는 이를 "스크래핑이 아니라 유저 본인이 법적으로 받을 권리가 있는 데이터를 반출하는 것"이라며 "특정 플랫폼의 API 정책 변경에 종속되지 않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콘텐츠가 저장되면 자체 개발한 검색증강생성(RAG) 임베딩과 비전 거대언어모델(Vision LLM)이 저장 시점의 맥락을 분석해 태깅한다. 비전 LLM은 이미지나 영상 속 텍스트·사물·분위기까지 읽어내 콘텐츠를 사람처럼 해석하고, RAG 임베딩은 이렇게 해석된 내용을 의미 단위로 벡터화해 저장해두는 기술이다. 이로 인해 유저가 원문에 없는 단어로 검색해도, 의미가 비슷한 콘텐츠를 찾아낼 수 있다.

최민석 대표는 "고객의 위치나 개인정보는 철저히 배제하고, 저장 행동 패턴만으로 의도를 추론하는 환경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장된 콘텐츠 속 상품은 온라인 커머스와 연동해 최저가 구매처로 바로 연결되는 기능도 준비 중이다.

B2B는 아직 PoC 단계, 자동화 목표

스튜디오포레는 현재 B2C 구독 매출을 중심 축으로 삼고, B2B는 검증(PoC) 단계를 거치고 있다. B2B 타겟 마케팅 솔루션은 저장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딸깍비즈'다. 부산 지역 오프라인 행사 기업, 반려동물 사료·밀키트를 판매하는 온라인 셀러 등과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B2B 사업을 고도화하고 있다.

가장 성과가 좋았던 B2B PoC 사례는 오프라인 행사였다. 마켓창고의 '크리스마스 마켓' 행사를 앞두고, 딸깍에 저장된 크리스마스 관련 소비 데이터를 분석해 기획 단계에 제공한 결과 전년 대비 약 6배 많은 방문객이 유입됐다는 것이 스튜디오포레 측 설명이다. 또 반려동물 사료 저장 이력이 있는 유저에게 관련 영양제 광고를 노출했을 때는 일반 배너·푸시 광고 대비 클릭률과 구매전환율이 5~6배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최민석 스튜디오포레 대표가 구글 협업 창구 프로그램에서 서비스를 소개하는 모습 / 출처=스튜디오포레
최민석 스튜디오포레 대표가 구글 협업 창구 프로그램에서 서비스를 소개하는 모습 / 출처=스튜디오포레

그러나 규모의 한계를 절감한 경우도 있었다. 최민석 대표는 "대기업과 몇 번 미팅을 했는데, 딸깍 유저 수가 5만 명대다 보니 모수가 작다는 반응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에 따라 스튜디오포레는 부산권 중견 기업·셀러 위주로 PoC를 지속하며 B2C 유저를 10만~100만 명 규모로 키운 후 2027년 상반기부터 대기업 대상 B2B 사업을 본격화한다는 단계적 전략을 세웠다.

B2B 솔루션 기능으로 'AI 대시보드'와 'AI 디지털 트윈'을 준비하고 있다. AI 대시보드는 검색량을 기반으로 트렌드를 추적하는 서비스와 비슷한 개념이지만, 검색량 대신 명확하고 익명화된 '저장 데이터'를 지표로 쓴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AI 디지털 트윈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특정 매장이나 상품을 저장한 유저 집단을 추려, 이들이 평소 무엇을 저장하고 어떤 콘텐츠에 반응하는지를 분석해 '가상 소비자 페르소나'로 만들어주는 기능이다. 식당 사장을 예로 들어 보자. 최근 자신의 식당을 저장한 사람들의 취향과 반응 패턴을 AI 페르소나와의 대화로 파악할 수 있는 식이다.

다만 두 기능 모두 아직은 PoC 단계다. 특히 AI 디지털 트윈은 완전히 자동화되지 않아, 현재 컨설팅 요청이 들어오면 최민석 대표가 직접 데이터를 수동으로 분석해 제공하고 있다. 그는 "B2C에서 안정적인 수익과 유저 수가 먼저 확보돼야 한다"며 "향후 규모가 커지면 분석 과정을 고도화하는 것도 핵심 연구개발(R&D) 목표"라고 말했다.

핫딜 커머스와 글로벌 진출까지

스튜디오포레는 이런 성장세를 바탕으로 여러 정부·민간 지원 사업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동남권 ICT이노베이션스퀘어 확산사업을 통해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스파크랩의 청년 창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스타트업 초기 성장에 필요한 지원을 받았다. 최민석 대표는 "초기 기업은 방향의 설정과 홍보가 가장 중요하다.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앱과 기업의 성장 방향성을 함께 작성하고, IR 자료 컨설팅을 통해 이를 시각화 하고 홍보하는 모든 과정에서 도움 받았다"고 말했다.

최민석 스튜디오포레 대표 / 출처=IT동아
최민석 스튜디오포레 대표 / 출처=IT동아

특히 스튜디오포레는 저장 데이터를 실시간 수요 예측 인프라로 발전시키는 핫딜형 커머스를 구상하고 있다. 이런 구상이 가능한 이유는 유저들의 저장 콘텐츠가 대부분 짧은 소비 주기를 갖기 때문이라고 최민석 대표는 설명한다. 이어 "딸깍에 저장된 콘텐츠 대부분은 일주일 이내에 소비된다"고 덧붙였다. 기존 셀러들이 전년도 트렌드나 실시간 검색어 순위로 수요를 막연히 예측했다면, 딸깍은 일주일 이내 구매할 사람들의 집단을 직접 특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진출도 이 그림의 연장선에 있다. 별도 마케팅 없이 한국어만 지원하는 앱에 자연 유입된 유저들의 국적을 근거로 일본·미국·인도를 우선 진출국으로 정했다. 그중 일본에 대해 최민석 대표는 "일본 유저들의 기존 저장 방식은 구글 클라우드였는데, 검색과 재조회가 힘들다는 문제의식은 한국 유저와 동일했다"며 "완성도 높은 해외 진출을 위해 마케팅 키워드 등 현지 정보를 축적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최민석 대표는 "전 세계 모든 국가의 데이터를 확보해 질 좋은 데이터를 쌓고 싶다"면서 "궁극적으로 데이터 기업을 꿈꾸고 있다"고 강조했다.

IT동아 박귀임 기자(luckyim@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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