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퀵서치] 글로벌 기업 최초로 VASP 신고 수리, 비트고란?
[IT동아 한만혁 기자] 글로벌 디지털자산 인프라 기업 비트고(BitGo)의 한국 법인 비트고코리아가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를 완료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내국인을 대상으로 디지털자산의 매매, 교환, 보관, 관리 등의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에 따라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해야 하는데요. 이번 비트고코리아의 VASP 신고는 VASP 신고제 시행 이후 글로벌 기업이 국내에 신규 법인을 설립하고 신고까지 완료한 첫 사례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비트고에 대해 알아보고, 비트고코리아의 VASP 신고 수리 과정과 향후 계획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넷스케이프·크롬 개발자 출신 CEO가 설립한 디지털자산 인프라 기업, 비트고
비트고는 지난 2013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설립된 디지털자산 인프라 기업입니다. 창업자이자 CEO 겸 CTO인 마이클 벨시(Michael Belshe)는 인터넷 초기에 웹브라우저 ‘넷스케이프’ 개발에 참여했고, 이후 구글 웹브라우저 ‘크롬’ 프로젝트의 핵심 엔지니어로 활동했습니다. 웹 통신 표준인 HTTP/2.0의 주요 저자이기도 합니다.
마이클 벨시 CEO는 비트고 설립 이후 멀티시그(다중서명) 전자지갑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습니다. 하나의 거래를 승인하는 데 여러 개의 서명을 넣어 보안성을 높인 기술입니다. 이후 하나의 서명 값을 여러 조각으로 나눠 분산 관리하는 다자간연산(MPC) 기반 임계값서명방식(TSS) 등 전자지갑 및 키 관리 기술을 선보이기도 했죠.
비트고는 디지털자산을 보관하는 전자지갑 서비스뿐 아니라 키 관리, 권한 및 승인 체계, 보안 통제 등 기업이 디지털자산 서비스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기능을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형태로도 제공합니다. 이러한 기술력을 토대로 커스터디(수탁), 거래 및 유동성, 스테이킹, 스테이블코인, 결제 및 정산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글로벌 디지털자산 인프라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비트고는 현재 100개국 이상에서 5800개 이상 기관 및 기업 고객을 확보하고 있죠. 2026년 1월 22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했으며, 2026년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이 선정하는 미국 500대 기업 ‘포춘500(Fortune 500)'에 273위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2025년 12월에는 비트고 자회사인 ‘비트고 트러스트 컴퍼니(BitGo Trust Company)’가 미국 통화감독청(OCC)의 승인을 받아 연방 신탁은행(National Trust Bank) ‘비트고 뱅크 앤 트러스트(BitGo Bank & Trust, National Association)’로 전환됐습니다. 이를 통해 비트고는 기관용 디지털자산 인프라 사업을 금융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비트고코리아, VASP 신고 수리로 법인 대상 사업 기반 마련
비트고는 지난 2024년 비트고코리아를 설립했습니다. 마이클 벨시 CEO는 지난 2024년 9월 서울에서 열린 ‘코리아 블록체인 위크 2024(KBW 2024)’에 참가해 한국 법인 설립과 함께 대규모 증자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밝혔습니다. 비트고코리아의 주요 주주는 하나금융그룹과 SK텔레콤이며, 보유 지분은 각각 약 25%, 10%입니다. 당시 마이클 벨시 CEO는 커스터디와 스테이킹 서비스가 가능한 VASP 신고를 준비 중이라며, 커스터디를 시작으로 거래, 대출 등 금융 서비스로 사업 범위를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습니다.
그로부터 약 2년 후인 지난 8월 18일 비트고코리아는 FIU로부터 VASP 신고 수리를 통보받았습니다. 이번 신고 수리에 따라 비트고코리아는 내국인이나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매매, 교환, 보관, 관리 등의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동안 해외 디지털자산 기업의 한국 진출은 이미 VASP 신고를 마친 국내 사업자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글로벌 거래소 크립토닷컴은 지난 2022년 국내 거래소 오케이비트를, 바이낸스는 2023년 국내 거래소 고팍스 운영사 스트리미의 지분을 인수해 대주주 지위에 올랐죠. 하지만 비트고는 이러한 우회 경로 대신 신규 법인을 설립해 직접 VASP 신고를 진행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이를 위해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취득하고 기술, 보안, 자금세탁방지, 내부통제, 운영체계 등을 국내 규제 기준에 맞춰 구축했습니다.
첸 팡(Chen Fang) 비트고코리아 대표 겸 비트고 최고수익책임자(CRO)는 법인을 설립하고 VASP 신고 절차를 밟은 것에 대해 “한국 고객을 대상으로 장기적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한국 규제 테두리 내에서 기술과 시스템을 검증받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그는 “기술력과 규제 준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금융산업의 디지털 전환과 이용자 보호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비트고코리아는 VASP 신고 수리를 기점으로 국내 기업 및 기관 대상 사업을 본격화할 방침입니다. 기관용 디지털자산 수탁 및 지갑 솔루션, 기술 인프라, 자산 이전 및 거래 지원 등의 사업을 전개하고, 향후 전통 금융자산과 금융서비스가 디지털 형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비트고의 디지털자산 인프라와 한국 금융시장을 연결할 계획입니다.
지금까지 비트고와 비트고코리아의 VASP 신고 과정, 향후 계획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이번 VASP 신고에서 주목할 점은 비트고가 기존 사업자를 인수하는 대신 별도 법인을 설립하고 규제 준수를 위한 시스템을 직접 구축했다는 것입니다. 바이낸스가 지분을 인수한 스트리미의 경우 VASP 갱신 신고가 지연되고 있는 반면 비트고는 신규 법인 설립을 통해 VASP 신고를 완료했죠. 이는 기존 사업자를 인수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비용이 더 들더라도 국내 규제에 맞춘 시스템을 직접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금융당국의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됩니다. 국내 시장 진입을 고려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라면 이번 비트고 사례를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