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주조 "비싸도 좋은 재료만 고집하는 원칙 바꾸지 않을 것" [농업이 IT(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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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박귀임 기자] 막걸리는 오랫동안 저렴한 노동주라는 이미지로 굳어 있었다. 그 분위기는 코로나19 이후 달라졌다. 고품질 원재료나 지역 특산물을 앞세운 트렌디한 막걸리가 잇따라 등장하면서 2030세대를 중심으로 재조명받았다. 다양한 막걸리 브랜드가 쏟아지고, 주류 박람회에서 막걸리 부스가 북적이는 풍경은 더이상 낯설지 않을 정도다.
이러한 현상에는 개성을 갖춘 소규모 양조장의 역할이 컸다. 소규모 양조장이 많아졌지만 대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일은 드물었다. 설비 규모부터 유통망, 그리고 마케팅 예산까지 비교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기업 브랜드가 시장을 장악한 구조에서 소규모 양조장이 비집고 들어갈 자리는 좁을 수밖에 없다.

옥수주조는 달랐다. 소규모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가장 권위 있는 주류 품평회로 꼽히는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데 이어 대형마트인 이마트에도 입점하며 꾸준히 주목받고 있다. 옥수주조를 이끄는 김진영 대표를 만나 창업 과정과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오픈 4개월 만에 신제품 3가지 출시
서울 성동구 옥수동에 위치한 옥수주조는 현대적 기법으로 전통주를 만드는 양조장이다. 김진영 대표는 옥수동 토박이다. 태어나고 자란 옥수동에 일터를 꾸리고, 상호명에 넣은 것까지 당연한 수순으로 이어진 셈이다.
옥수주조는 2023년 1월 문을 열었다. 커피처럼 쌀을 로스팅하는 양조 기술을 접목해 차별화를 꾀했다. 첫 제품은 오리지널 막걸리(알코올 9%)였다. 우리 찹쌀로 빚은 생막걸리로, 인공 감미료 없이 찹쌀 본연의 단맛을 담은 것이 특징이다.
오리지널 막걸리를 시작으로 새콤 막걸리와 옥수수 막걸리를 차례로 선보였다. 새콤은 산미가 강한 제품이었고, 옥수수는 옥수주조를 옥수수와 혼동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내놨다. 특히 오픈 4개월 만에 제품 3개를 연달아 출시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김진영 대표는 "과거 막걸리를 독학하며 연구 개발했기에 가능했다. 아직도 출시할 수 있는 막걸리가 많다"고 밝혔다.

이후에도 옥수주조는 고구마 막걸리, 바나나 막걸리, 패션후르츠 막걸리, 망고 막걸리, 블러드오렌지 막걸리, 말차 막걸리 등 다양한 부재료를 활용해 독자적인 강점을 구축했다. 게다가 쌀을 의인화한 귀여운 캐릭터 '옥주'까지 더해 젊은층의 선호도가 높았다. 모두 김진영 대표의 아이디어였다.
김진영 대표는 "대기업이 하지 않거나 못하는 것을 우리가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부재료 선택도 마찬가지다. 비싸더라도 맛있는 것만 고른다. 자몽 대신 블러드오렌지를 선택한 것도 고가였지만 신맛과 단맛이 조화로워 막걸리에 더 어울렸기 때문"이라면서 "옥주 캐릭터를 통해 우리 막걸리를 귀엽게 각인시키고 싶었다. 이를 위해 캐릭터를 입힌 잔이나 열쇠고리 등 굿즈도 제작했다. 실제로 옥수주조를 알리는 데 효과적이었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서 시작된 술과의 인연
김진영 대표의 이력은 독특하다. 막걸리가 아닌 맥주로 먼저 주류 업계에 뛰어들었다. 김진영 대표는 "2011년 프랑스로 봉사활동을 갔다. 당시 룸메이트에게 영향을 받아 맥주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며 "귀국 후 혼자 맥주를 만들어 보다가 2013년 양조아카데미에 들어갔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맥주를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김진영 대표는 주류와 상관없는 회사에 입사했지만 양조아카데미를 포기하지 않았다. 양조아카데미에서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기도 했다. 바로 미각과 후각이 뛰어나다는 것. 한 맥주 전문가 대회의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모든 문제를 맞혔는데, 소금을 더한 맥주는 혼자 답할 정도로 남다른 미각을 자랑했다.
회사를 다니면서 주말마다 맥주를 만들어 임직원들에게 선물하는 것이 김진영 대표의 취미가 됐다. 각자 취향에 맞는 맥주를 찾아 만들었고, 임직원들이 기뻐할 때 성취감을 느끼기도 했다. 이때 창업을 결심한 김진영 대표는 2014년 8월 15일 옥수동에 수제맥주 전문 펍을 열었다. 이곳은 국내외 소규모 양조장에서 자체 생산한 크래프트 맥주를 다양하게 선보이며 호평받았고, 지금도 여전히 영업 중이다.

김진영 대표의 맥주 사업은 코로나19로 전환점을 맞았다. 대부분의 수제맥주 전문 펍이 문을 닫았고, 대형 유통사도 크래프트 맥주에서 손을 떼며 관련 업계가 흔들렸다.
위기 속에서 김진영 대표는 오래된 자산을 꺼냈다. 전라도에서 규모 있게 농사를 지어온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쌀, 그리고 양조아카데미 시절부터 일본 논문을 찾아 독학했던 막걸리 지식이었다. 코로나19 당시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잃었지만 그들이 남긴 유산과 스스로 쌓은 기술이 막걸리 사업으로 맞닿아 이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수상 영광까지
막걸리 사업이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2022년 6월 임대 계약을 맺고 농사를 시작 후 소규모 탁·약주 제조면허도 취득했다. 옥수주조 창업 준비 당시에는 지역특산주 요건을 충족해 온라인 판매까지 염두에 뒀지만, 농업법인 요건과 농업경영체 등록 관련 심사가 강화되면서 어려움이 생겼다. 결국 온라인 판매 대신 오프라인 유통 중심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했다.
옥수주조는 2023년 1월 문을 열었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첫 제품부터 기대 이상이었다. 그해 4월 한 맥주 박람회에 옥수주조 부스를 차렸는데, 맥주보다 반응이 더 좋았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어 5월에 개최된 '2023 대한민국 막걸리 엑스포'와 6월 개막한 ‘2023 서울국제주류&와인박람회’에서는 부스 1개로 타사 부스 3개 규모를 능가할 정도로 관람객의 발길이 계속 됐다. 그렇게 옥수주조에 대한 입소문은 계속 이어졌다.
김진영 대표는 "옥주 막걸리가 소비자에게 선택받은 이유는 트렌디하고, 좋은 재료를 사용해 맛이 좋기 때문"이라면서 "원재료가 비싸도 좋은 재료만 고집하는 원칙은 앞으로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옥수주조에 또 한 번의 기회가 찾아왔다. 신세계로부터 옥주 막걸리가 이마트 테스트에서 3대 막걸리로 선정됐다는 소식이었다. 이 계기로 옥주는 2025년 3월부터 이마트에 입점, 전국적으로 유통망을 확장하는 계기가 됐다. 이 물량을 맞추기 위해 인근에 양조장도 추가로 마련했다. 현재 일부 편의점과 기업형 슈퍼마켓 이마트에브리데이, 그리고 배달앱 배달의민족에서 운영하는 쇼핑몰 서비스 배민마트 등에도 입점해 있다.
김진영 대표는 "양조는 반려동물과도 같다. 하루 이상 돌보지 않으면 술맛이 변할 수 있다는 의미다. 누군가는 서울 외곽에 양조장을 대규모로 확장하라고 하는데, 공간이 넓어지기만 하면 술을 계속 돌보는 데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어 옥수동을 더 고집하는 것"이라며 "양조 설비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면서 품질을 높이고 생산량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람회 운영 노하우에서도 맥주 사업 경험이 묻어난다. 시음잔 소비를 줄이기 위해 자체 설계한 자판기형 시음 장비 '옥마카세'를 직접 제작해 박람회에 투입해 주목받은 것. 김진영 대표는 "옥마카세는 10가지 막걸리 맛을 시음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를 경험하기 위해 1시간 대기줄이 생길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3년 연속 수상·온라인 진출···브랜드 인지도 확장 나서
옥수주조는 신제품을 꾸준히 출시하고 있다. 2025년 선보인 프리미엄 밤 막걸리 '이밤에 취해'는 '2026 대한민국주류대상'에서 탁주 생막걸리 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옥수주조의 발효 기술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2024년과 2025년 옥수수 막걸리가 연속으로 대상을 차지한 데 이어 세번째 수상이었다.
2026년 3월부터 온라인 판매도 시작했다. 이에 맞춰 프리미엄 쌀 막걸리 '옥주15' 3종을 신제품으로 내놨다. 옥주15는 와인 효모를 사용해 현대적인 향과 질감을 더하는 발효 방식을 적용한 것이 핵심이다. 3종 중 감은 국내산 햅쌀에서 뽑아낸 천연 단맛을, 신은 고품질 백미 특유의 은은한 과실 산미를, 무는 쌀 본연의 담백한 맛을 각각 담았다.
옥수주조는 2026년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이하 농진원)의 유망한 기업에도 선정, 사업화 자금부터 교육 및 컨설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받고 있다. 김진영 대표는 "농진원으로부터 다양한 도움을 받고 있다. 이번 지원을 통해 마케팅 비용도 처음으로 집행했다”면서 “앞으로 지역 농가도 돕고, 새로운 농산물을 활용한 막걸리 역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옥수주조의 매출은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다는 것이 김진영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향후 과제로 안정적인 생산 체계 유지와 막걸리를 모르는 소비자까지 인지도를 높이는 것을 꼽으면서 "막걸리를 마시지 않는 사람들도 우리 브랜드를 알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 주류 시장 전체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것이 다음 단계"라고 말했다.
좋은 막걸리를 더 많이 만들겠다는 것. 김진영 대표가 옥수주조를 시작한 이유이자, 오늘도 직접 양조장을 돌보는 이유다.
IT동아 박귀임 기자(luckyim@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