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마니아들, 앱 실행하기 전까지 출발을 안하더라고요"

안수영 syahn@itdonga.com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위치한 벤처기업 ‘비글’은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기업은 아니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경쟁력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사로 인정받고 있다. 그 동안 내놓은 제품들의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 ‘비글맵’은 2009년 ‘신 소프트웨어(SW) 상품대상’ 에서 임베디드 SW부문 수상작에, 차량용 블랙박스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플로이드 스피드캠(Ployd Speedcam)’ 은 2010년 ‘대한민국 모바일앱 어워드’ 에서 ‘으뜸 앱’ 으로 선정됐다. 이 뿐만이 아니다. 아웃도어 커뮤니티 앱 ‘트랭글GPS(TranggleGPS)’ 는 2012년 대한민국 모바일앱 어워드에서 ‘으뜸 앱’에 올랐다.

사업 초기에는 내비게이션용 사용자 인터페이스 소프트웨어를 개발했지만, 관련 기술을 바탕으로 최근에는 아웃도어 커뮤니티 부분까지 사업 영역을 넓혀가며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에 IT동아는 비글의 장치국 대표를 만나 비글의 다양한 행보 및 향후 사업 계획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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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글’처럼 새로운 길 찾는 일 하고파

먼저 본인 소개를 부탁한다.

어릴 때부터 지도, GPS 등에 흥미가 있었고, 자연스레 내비게이션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내비게이션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200만 원이 넘는 가격일 때에도 구입해서 사용해봤을 정도다(웃음).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약 7년 전부터 직접 사업을 하게 됐다. 개발자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은데, 영업과 기획 업무를 맡고 있다.

‘비글’ 이라는 이름을 들으니 사냥개가 떠오른다. 기업명이 독특한 것 같은데, 특별히 비글이라 이름 지은 이유가 있나.

기업명 ‘비글’은 강아지 이름이 맞다. 혹자는 ‘구글 짝퉁’이라고도 말하지만(웃음), 비글이라는 어감이 좋아서 기업명으로 쓰게 됐다. 속뜻으로는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자’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웃음). 또한 비글은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까지 쫓아가서 찾아내는 사냥개다. 강아지뿐만 아니라 영국 해군 조사선, 유럽 화성 탐사선 이름도 비글이다.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바는 모두 공통적으로 ‘사람이 가지 못하는 새로운 곳을 향해서 간다, 도전한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만드는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가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새로운 길을 찾아주는 역할을 하길 바랬다.

초기에는 차량용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 쪽으로 사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경쟁사와 비교해 차별점은 무엇이었나.

직접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내비게이션 관련 회사에서 일을 하며 느낀 것이 있었다. 국내 내비게이션은 사용자 인터페이스(GUI, Graphic User Interface)가 아기자기하고 기능도 다양하게 갖춘 반면, 해외 내비게이션은 대체로 GUI가 투박하고 기능도 단순하다는 것이었다.

자세히 설명하면 국내 내비게이션은 뭔가 좀… 화면 안에 많은 것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한다. 화면뿐만 아니라, 기능도 다양하다. 도착지 검색 종류만 해도 테마 검색, 우편번호 검색, 주소 검색, 지명 검색 등을 지원한다. 음성 안내도 상당히 구체적이다. 하지만 해외 내비게이션은 디자인도 촌스럽고 도착지 검색 종류도 명칭 검색, 주소 검색 정도가 끝이다. 우리나라 사람이 보면 ‘휑하다’ 라고 느낄 정도다. 그래서 우리만의 장점을 살려 해외 내비게이션 시장을 공략했다. 그리고 이상스레 해외에 진출하려는 국내 내비게이션 업체가 거의 없었다. (당시 성장 중이었던) 국내 사업만으로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시작은 조촐했다. 지인 4명이 모여서 자본금 5,000만 원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6개월이면 개발이 끝날 줄 알았는데, 막상 시작해보니 만만치가 않더라(웃음). 해외 마케팅 전문 인력도 없어 해외 진출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전시회에 참가하는 것이었다.

해외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개발을 끝낸 내비게이션을 출품해 알리는 것으로 시작했는데, 이것도 쉽지 않더라. 유럽 및 미주 지역에서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작은 나라에서 만든 내비게이션이 얼마나 좋겠느냐’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현지에서 바라보는 내비게이션은 국내의 시선과 조금 달랐다. 특히, 미국은 자동차가 곧 생활이다. 워낙 땅이 넓기에 자동차가 필수이고, 내비게이션도 생활의 일부처럼 받아들인다. 따라서 낯선 동양인들이 만든 내비게이션을 사용한다는 것에 부담감을 갖는 현지인들이 많았다.

낙심하고 있던 와중에 삼성전자와 함께 일을 하게 됐다. 당시(2008년) 삼성전자도 해외 내비게이션 사업에 투자하고 있었던 것. 하드웨어는 삼성전자가 개발하고, 소프트웨어는 해외 업체 두 군데에서 개발을 진행했다. 그러던 중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던 업체 한 곳이 노키아에 인수됐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경쟁사(노키아)에 인수된 회사와 함께 일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새로운 업체를 찾아야 했고, 바로 우리와 계약하게 됐다.

두 번의 실패로 ‘멘붕’, 회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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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을 하며 어려운 점은 없었나.

삼성전자와 함께 2년 동안 정말 많은 것을 준비하며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그런데 그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세상이 변했다. 제품을 다 만들어 놓고 최종 테스트만 남았는데, 갑자기 사업부가 없어졌다는 연락을 받았다. 알고 보니 당시 유럽의 ‘탐탐’, 미국의 ‘가민’ 이라는 대기업이 가격 경쟁을 하는 바람에 내비게이션 가격이 30% 이상 폭락했다. 이해타산이 맞지 않는 상황이 된 것. 이에 삼성전자는 전면적으로 사업을 접기로 결정했다. 2년 동안 노력했던 것이 그 한 순간에 물거품으로 변해버렸다. 남은 것은 우리가 만든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 하나뿐이었다. 정말 암담한 순간이었다.

그러던 차에 반가운 연락이 왔다. 삼성전자에서 이번에는 스마트폰용 내비게이션을 함께 개발하자고 연락을 해 온 것. 당시 삼성전자는 새로운 스마트폰 출시를 계획하고 있었는데, 여기에 맞는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 개발을 제안해왔다. 그렇게 또 관련 제품을 개발하고 출시 단계에 이르렀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새로운 스마트폰은 결국 출시되지 않았다. 아이폰, 안드로이드폰의 열풍이 휘몰아친 탓이다. 결국 소프트웨어를 선보일 수 있었던 기회가 또 한 번 사라진 셈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당시 구글이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무료로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구글이 무료 서비스를 내놓은 이상, 누가 돈을 주고 내비게이션을 사겠는가. 8개월 동안 준비하고 마무리하는 단계였는데 모든 것이 무용지물이 됐다. 스마트폰으로 제2의 도약을 하려고 했는데 이것마저 무너지고 보니,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렇게 고민하다가 사업을 접기로 하고 회사로 돌아왔는데 직원들이 계속 일을 하고 있었다. 며칠 동안 집에 가지도 않고 열정을 쏟은 직원도 있었다. 미안한 마음에 차마 직원들에게 ‘밤 새지 말고 일찍 가라’ 고 이야기할 수가 없었다. 나중에 겨우 말을 꺼내니 직원들도 망연자실했다.

고생을 많이 한 것 같다.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궁금하다.

준비하던 것을 조금이라도 살려보고자 통신사, 제조사 등을 알아보았다. 하지만 이미 대세는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으로 시장이 재편되어 있었다. 즉, 지금까지 개발했던 내비게이션을 다시 처음부터 개발해야 했다. 그래서 과감하게 덮고, 다시 새롭게 시작하기로 했다. 애플의 iOS와 구글의 안드로이드에 집중하기로 결정하고, 직원들에게 공부를 시켰다. 약 4개월 동안 회사는 스터디 스쿨로 변했다. 직원들은 학원에 가고, 회사에 와서는 토론과 공부를 병행했다. 그렇게 다시 시작한 것이 지금에 이르게 됐다.

돌이켜보면 몇 번의 실패 경험이 지금에 이르러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사업적으로는 좋지 않았지만 흐름을 타는 데는 도움이 됐다. 한 번 트렌드에 몸을 실으면 웬만해서 빠져 나오고 싶지 않고, 안주하고 싶은 게 사람 심리다. 뭔가 하려고 하는 시점에 계속해서 트렌드가 바뀌었기 때문에, 새로운 흐름에 적응할 수 있었던 기회가 되었다고 본다.

아직도 배가 고프다, 끊임없는 시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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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첫 스마트폰용 앱에 대해 설명을 부탁한다.

어떻게 사업할지에 대한 아이디어부터 짜야 했다. 스마트폰용 앱은 대부분 단순한 형태가 많았는데, 이런 앱은 상품 가치가 낮다고 판단했다. 혼자서 개발해도 금세 만들어지는 그런 앱들은 피하고 싶었다. 고민을 하던 중 ‘블랙박스’에 집중하게 됐다. 향후 스마트카나 텔레매틱스(자동차와 무선통신을 결합한 새로운 개념의 차량 무선인터넷 서비스)가 발달할 텐데, 이 때 필요한 게 블랙박스가 아닐까 싶었다. 블랙박스가 단순한 것 같지만 영상 촬영뿐만 아니라 카메라 핸들링, 센서, GPS, 지도 등 복합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앱이 등장한다면 좋을 것 같았다. 블랙박스의 가격이 약 20만 원인데, 만약 몇 천 원의 앱으로 블랙박스를 사용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해서 만든 앱이 ‘플로이드 스피드캠’ 이다. 불행 중 다행일까. 플로이드 스피드캠에 대한 반응이 좋았다. 다운로드 수가 30만 건을 돌파했다. 언론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졌다. 해외에서도 신기해했는데, 특히 일본의 경우 유명 방송국에서 소개를 할 정도로 각광받았다.

그러나 플로이드 스피드캠만을 가지고 수익을 올리기는 어려웠다. 이 외에도 장기적인 사업 아이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아웃도어 커뮤니티 앱 트랭글GPS을 내놓게 됐다.

여러 분야 중에서 특별히 아웃도어에 초점을 맞추게 된 계기가 있었나.

플로이드 스피드캠을 중심으로 사업을 할 때, 삼성전자 측에서 등산 관련 앱을 개발해 볼 것을 요청받았다. 이에 안드로이드와 바다를 기반으로 ‘셀파(Sherpa)’ 라는 앱을 만들었다. 셀파는 다양한 등산 코스를 탐색해주고 산 정상(목적지)까지 남은 거리, 회전 방향을 음성으로 안내해주는 등산용 내비게이션이다. 다양한 등산 코스 및 산에 있는 바위, 폭포, 약수터 등 다양한 볼거리에 대한 위치 정보를 제공한다. 출시하고 나니 반응이 괜찮았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큰 수익을 얻지는 못했다.

그러던 와중에 아웃도어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부쩍 증가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에 등산뿐만 아니라 자전거, 걷기, 뛰기 등을 아우를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면 좋을 것 같았다. 또한 사용자와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트랭글GPS이다. 트랭글GPS에 등산 내비게이션 기능을 넣고, 자전거, 걷기, 뛰기 등 다양한 운동 종목별 기록을 저장할 수 있도록 했다. 사용자들 간 커뮤니티를 열어 동호회 기능을 제공한 것도 특징이다.

또한 사람들이 등산, 레저 등을 즐길 때 ‘인증샷’ 을 남기는 것에 주목했다. 그러나 인증샷 사진은 한 번 찍고 다시 확인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이에 ‘배지’ 증정 서비스를 도입했다. 앱을 실행하고 산에 오르면 정상에 올랐을 때 자동으로 기념 배지를 받을 수 있다. 사용자들이 이걸 너무 좋아하더라. 정상에 올랐는데 배지를 받지 못했다고 전화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런 것이 사람들을 열광시킨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또한 등산 마니아들은 경쟁심도 강하다. 이에 등산 기록에 따라 랭킹이 정해지는 개념을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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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이 되는가. 앞으로의 수익 모델로는 어떤 것을 고려하고 있나.

사용자들의 반응은 좋지만 여전히 수익에 대한 고민은 크다. 한 번은 트랭글GPS 회원들과 함께 수락산에 간 적이 있었다. 그 때 들었던 첫 마디가 바로 ‘뭐 먹고 사세요?’ 였다. 트랭글GPS의 개발비로 7억 원이 소요됐는데, 이에 비해 아직까지 트랭글GPS로부터 벌어들이는 수익은 넉넉하지 못하다.

회원 수가 어느 정도 확보되면 ‘맞춤형 소셜커머스 플랫폼’ 을 만들 예정이다. 우리는 트랭글GPS 사용자들의 운동 패턴, 운동 주기, 운동 강도, 운동을 하는 시간, 자주 가는 장소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사용자가 등산 전문가인지, 초보자인지에 대해서도 파악할 수 있다. 이렇듯 트랭글GPS에 기록된 데이터를 분석해 각 고객에게 맞는 아웃도어 상품을 추천, 판매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특정 제품에 관심을 가질 만한 사람이 회원 중에 몇 명인지에 대한 수치 및 제품의 매출까지도 예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다만 회원이 30만 명 정도는 있어야 해당 사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현재 회원 증가 마케팅은 하지 않고 있는데, 공동 마케팅을 한다면 회원 수 증대는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현재 온라인 스토어를 운영하는 업체들과 연락을 하고 있다. 다만, 단순하게 아웃도어 용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닌 사용자들에게 유용한 쇼핑 정보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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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벤처기업에 해당되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비글은 큰 위기를 두 번이나 겪었던 회사다. 그러나 장치국 대표는 어려웠던 시기가 오히려 사업의 흐름을 파악하는 기회가 되었다며, 담담하게 앞으로의 계획을 꾸려나가고 있었다.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로 시작해 아웃도어 커뮤니티 앱에 이르렀으며, 앞으로는 소셜커머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변신을 거듭할 비글. 비글이라는 기업명처럼, 비글은 다른 이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며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기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글이 앞으로 어떤 색다른 사업을 시도하든, 그것은 아마도 ‘상상 그 이상’ 일 것으로 예상된다.

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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