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넓은 공간감과 보강된 저음, 젠하이저 레퍼런스 헤드폰 ‘HD490 프로’

한만혁 mh@itdonga.com

[IT동아 한만혁 기자] 음악을 만드는 엔지니어나 크리에이터는 작업할 때 모든 구성 요소를 고르게 들을 수 있는 스피커나 헤드폰을 사용한다. 이를 레퍼런스 기기라 한다. 레퍼런스 스피커나 헤드폰은 일반 음악 감상용 장비와 달리 특정 음역대를 부각하지 않고 작은 소리도 정확하고 선명하게 구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독일의 오디오 전문 제조사 젠하이저가 레퍼런스 스튜디오 헤드폰 ‘HD490 프로’를 출시했다. 엔지니어, 프로듀서, 크리에이터 등 음악 제작자를 위해 개발한 전문가용 헤드폰으로, 넓은 스테이지와 정확하고 선명한 사운드를 구현한다. 오픈형 구조이지만 저음의 디테일도 좋다. 덕분에 고해상도 음원이나 입체 음향 제작에 용이하다. 여러 소리를 겹쳐 음악을 만드는 최신 트렌드에도 충분히 대응한다.

레퍼런스 스튜디오 헤드폰 젠하이저 HD490 프로 / 출처=IT동아
레퍼런스 스튜디오 헤드폰 젠하이저 HD490 프로 / 출처=IT동아

오랜 작업도 문제없는 편안한 착용감

HD490 프로는 전문가를 위한 제품인 만큼 오랜 시간 착용해도 부담 없도록 편안한 착용감을 제공한다.

외관은 단순하다. 동그란 헤드밴드에 최신 젠하이저 헤드폰 디자인 트렌드를 반영한 이어컵을 연결했다. 오른쪽 헤드밴드 안쪽에는 제품의 시리얼 번호와 모델명, 제품 소개 페이지로 연결되는 QR코드를 새겼다. 무게는 케이블 제외 260g으로 가벼운 편이다.

헤드밴드는 일정 범위 내에서는 비틀어도 문제없을 만큼 유연하다. 장력도 적당한 편이다. 인체공학 설계로 압박감도 덜하다. 헤드밴드 길이는 좌우 각각 13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머리가 큰 사람도 어느 정도 여유 있게 착용할 수 있다.

적당한 장력, 넉넉한 길이, 푹신한 이어패드 등으로 편안한 착용감을 제공한다 / 출처=IT동아
적당한 장력, 넉넉한 길이, 푹신한 이어패드 등으로 편안한 착용감을 제공한다 / 출처=IT동아

이어컵은 귀 전체를 덮는 오버이어 방식으로, 오래 착용해도 귀를 압박하지 않는다. 또한 통풍이 잘되는 오픈형 구조여서 답답하지 않고 귀의 피로가 덜하다. 양쪽 이어컵은 각각 180도 회전한다. 착용할 때 머리 모양에 따라 적당하게 돌아가고, 목에 걸고 있을 때도 목을 움직이기 쉽다. 이어컵 안쪽에 L, R을 양각으로 새기고 왼쪽 힌지 부분에 점자 ‘L(⠇)’을 배치해 어두운 곳에서도 좌우 구분이 쉽다.

이어패드는 탈착식이다. 오랜 작업으로 이어패드가 해지거나 파손된 경우 쉽게 교체할 수 있다. HD490 프로의 이어패드는 세척도 가능하다. 빨래망에 넣고 세탁하면 보다 위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기본 제공하는 이어패드는 벨벳 소재의 프로듀싱 이어패드, 천과 가죽 소재의 믹싱 이어패드 두 종류다. 재질에 따라 음악적 성향이 다르다. 프로듀싱 이어패드는 저음이 좀 더 풍부하고 믹싱 이어패드는 모든 영역이 고른 소리를 재생한다.

두 가지 이어패드를 기본 제공하며 케이블은 4핀 미니 XLR 단자로 연결한다 / 출처=IT동아
두 가지 이어패드를 기본 제공하며 케이블은 4핀 미니 XLR 단자로 연결한다 / 출처=IT동아

케이블은 특허 기술인 코일 구조를 적용했다. 케이블이 흔들리거나 책상, 팔에 닿아 발생하는 소음이 귀에 전달되지 않는다. 덕분에 잡음에 방해받지 않고 작업에 집중할 수 있다. 케이블은 착탈식이며, 헤드폰과의 연결 단자는 4핀 미니 XLR이다. 양쪽 이어컵 모두 단자가 있어 스튜디오 환경에 따라 원하는 곳에 연결하면 된다. 사용하지 않는 단자를 막아 두는 고무마개도 제공한다. 소스 기기 연결 단자는 3.5mm가 기본이다.

HD490 프로는 기본형과 플러스 모델로 나뉜다. 둘 사이의 차이는 기본 제공 액세서리다. 1.8m 케이블, 믹싱 이어패드, 프로듀싱 이어패드가 기본이며, 플러스 모델에는 3m 케이블과 헤드폰 케이스, 헤드밴드 패드가 추가로 제공된다. 각 케이블에는 3.5mm to 6.3mm 스테레오 어댑터가 달려 있다. 또한 입체 음향 믹싱 환경을 구현하는 디어리얼리티의 ‘디어 VR 믹스 SE(DearVR MIX-SE)’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가격은 HD490 프로가 64만 5000원, HD490 프로 플러스가 76만 5000원이다.

HD490 프로 플러스 구성품. 3m 케이블, 케이스, 헤드밴드 패드가 추가로 제공된다 / 출처=IT동아
HD490 프로 플러스 구성품. 3m 케이블, 케이스, 헤드밴드 패드가 추가로 제공된다 / 출처=IT동아

공간감과 해상력, 저음까지 잡았다

HD490 프로는 오픈형 헤드폰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아쉬운 점으로 꼽히는 저음의 디테일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복잡한 음악의 프로덕션, 믹싱, 마스터링 등이 가능하도록 자사 엔지니어링의 전문 지식을 집약했다는 것이 젠하이저의 설명이다.

HD490 프로는 최적화된 오픈 프레임 구조를 통해 오디오 파형과 불필요한 신호의 비율을 나타내는 총 고조파 왜곡률(THD)을 줄이고 공진을 최소화한다. 또한 오픈형 헤드폰에서 발행하는 저음 손실을 줄이기 위해 특수 제작한 저주파 실린더를 적용했다. 덕분에 모든 영역의 소리를 선명하고 정확하게 구현한다.

드라이버에는 강한 자성의 네오디뮴 자석을 넣어 오디오 신호를 빠르게 출력한다. 원음에 충실하면서 한층 역동적인 사운드를 감상할 수 있다. 소리가 나오는 트랜스듀서는 귓구멍에 맞게 기울어진 형태로 배치했다. 소리 전달의 효율성을 위함이다.

오픈형 헤드폰에서 발생하는 저음 손실을 줄인다 / 출처=IT동아
오픈형 헤드폰에서 발생하는 저음 손실을 줄인다 / 출처=IT동아

실제로 음악을 들어보면 자연스러운 개방감과 넓은 공간감, 우수한 해상력을 경험할 수 있다. 아델 ‘Hello’나 영화 ‘위대한 쇼맨’ OST ‘the Greatest Show’ 같은 곡에서는 매우 넓은 무대가 그려진다. 멀리 있는 악기의 경우 손에 닿지 않을 만큼의 거리감을 구현한다. 좌우뿐 아니라 앞뒤의 입체감도 느껴진다.

음역이나 음량에 상관없이 모든 소리를 선명하게 재생한다. 음 분리와 밸런스가 좋아 여러 악기가 섞여 있는 음악이라도 각 악기가 내는 소리를 세밀하게 구분할 수 있다. 다른 악기나 음역에 묻히거나 뭉개짐 없이 시작점과 끝점을 분명하게 표현한다. 북이나 심벌즈도 울림이 끝나는 순간까지 놓치지 않는다. 원리퍼블릭 'Rescue Me', 레베카 피전 'Spanish Harlem'에서 느낄 수 있다.

날카로운 고음이나 보컬의 경우 치찰음은 거의 없고 마주하고 있는 것처럼 자연스럽다. 허스키한 보컬도 실제 음성에 가까운 느낌이라 거부감 없이 들을 수 있다.

넓은 공간감과 정확한 분리도 및 해상력을 제공한다 / 출처=IT동아
넓은 공간감과 정확한 분리도 및 해상력을 제공한다 / 출처=IT동아

프로듀싱 이어패드를 사용하는 경우 한층 힘 있고 단단한 저음을 경험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볼륨감이나 중량감도 충분히 표현한다. 믹싱 패드는 전 음역을 고르게 구현한다. 저음이 줄고 기존의 스튜디오 레퍼런스 헤드폰과 비슷한 성향의 소리가 나온다. 물론 각 음역의 분리도나 해상력, 공간감은 그대로다.

넓은 스테이지와 명확한 사운드는 입체 음향을 들을 때도 느낄 수 있다. 돌비 애트모스 데모 음원을 체험해 보니 소리가 나오는 위치를 따라가면서 즐길 수 있다. 물론 HD490 프로가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입체 음향에서도 충분히 진가를 발휘한다.

고품질 레퍼런스 헤드폰, HD490 프로

HD490 프로는 레퍼런스 헤드폰에 걸맞는 디자인과 성능을 갖춘 헤드폰이다. 넓은 공간감과 정확한 분리도 및 해상력으로 모든 음역의 소리를 충실하게 구현한다. 오픈형이면서도 저음의 디테일을 살린 것 또한 장점이다. 이를 통해 복잡한 음악 작업도 섬세하고 깔끔하게 하도록 돕는다.

복잡한 음악이나 입체음향 작업도 수월하게 하도록 지원한다 / 출처=IT동아
복잡한 음악이나 입체음향 작업도 수월하게 하도록 지원한다 / 출처=IT동아

게다가 유연하면서도 적당한 장력을 지닌 헤드밴드, 오랜 시간 사용해도 편안한 착용감, 통풍이 좋고 개방감 있는 이어컵, 교체가 쉬운 이어패드, 잡음을 줄인 케이블 등 다양한 편의 기능도 지원한다. 모든 음을 선명하게 재현하는 레퍼런스 헤드폰의 특성상 오래 듣고 있으면 귀의 피로도가 심할 수밖에 없지만 그 외의 요소는 작업자의 편의성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췄다.

음악 작업자가 아니어도 해상력과 디테일을 중시한다면 충분한 만족감을 줄 것이다. 물론 레퍼런스 헤드폰이니만큼 웅장한 공간감이나 감성을 자극하는 소리는 아니다. 하지만 해상력과 디테일을 즐기기에는 충분하다. 게다가 프로듀싱 이어패드를 더하면 한층 보강된 저음도 경험할 수 있다.

물론 그만큼의 값은 지불해야 한다. 요즘 많이 회자되고 있는 스튜디오 레퍼런스 헤드폰 소니 MDR-MV1보다도 14만 원 가량 비싸다.

글 /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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