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배달비·수수료, 배달앱 못 쓰겠다” 불만 터진 이용자들

정연호 hoho@itdonga.com

[IT동아 정연호 기자]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소비자와 점주가 배달 앱 이용 시 지불하는 배달비, 중개 수수료가 과도하게 비싸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면서 소비자는 배달 앱을 기피하고, 점주는 입점을 포기하기도 한다. 이에 배달 앱 3사(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가 배달비와 중개 수수료를 낮춰 소비자, 점주와 상생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배달비는 소비자와 점주가 일정 비율(대부분 5:5)로 나눠 부담한다. 전체 배달비가 8000원이라면, 각각 4000원씩 부담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배달비가 많이 오른 탓에 소비자와 점주 모두 부담을 느낀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11월, 배달 앱 이용자 1950명과 소상공인 1005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앱 이용자 50.1%와 소상공인 75.9%가 “배달비가 비싸다”라고 답했다.

소비자들은 비싼 배달비 때문에 배달 앱 사용을 꺼린다. 배달 앱으로 주 1회 음식을 배달 주문하는 20대 여성 A씨는 “배달비가 너무 비싸서 배달 앱 사용 빈도를 줄였다. 배달비가 저렴한 경우나 쿠폰이 있을 때만 배달 앱으로 음식을 주문한다”라고 말했다. 배달 앱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20대 남성 B씨도 “배달비가 비싸서 배달 앱을 끊었다. 이젠 식당에 가서 밥을 먹는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소비자 불만은 배달 앱의 월간이용자수(MAU) 추이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 조사에 따르면 배달 앱 3사의 지난 2월 MAU는 2922만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3586만명)과 비교하면 18.5% 줄어든 수치다.

점주들은 배달비에 중개 수수료라는 이중고로 속앓이한다. 배달비 자체가 오르면서 점주의 부담이 커진데다, 앱에 따라 건당 6.8~12.5%에 달하는 중개 수수료까지 내야 한다.

경기도 부천시에서 돈가스 전문점을 운영하는 점주 C씨는 최근 배달 주문이 줄어든 것을 실감한다. 그는 “배달비가 비싸져서 배달 앱을 통한 주문도 줄었다. 배달비뿐 아니라, 중개 수수료도 부담돼서 배달 손님을 늘리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부천시에서 부대찌개 전문점을 운영하는 D씨는 배달 주문을 포기했다. 점주가 내는 배달비와 중개 수수료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그는 “중개 수수료, 배달비, 임대료 등을 내면 실질적으로 남는 게 없다. 이젠 매장 손님에만 집중하고 있다. 배달 전문집이었으면 울며 겨자 먹기로 배달을 해야 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점주가 내는 배달비 등의 비용은 어떤 형태로든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온다. 점주들은 이미 음식량을 줄였거나, 소비자가 부담하는 배달비를 늘렸다. 수익성 악화를 상쇄하기 위해서, 일부 점주들은 매장 판매 가격보다 배달 앱 판매 가격을 더 비싸게 정하기도 했다.

한국소비자원의 지난 11월 조사결과, 출처=한국소비자원
한국소비자원의 지난 11월 조사결과, 출처=한국소비자원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11월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등 배달 앱에 입점한 서울 시내 34개 음식점의 메뉴 1061개 가격을 조사한 결과, 20개 매장(58.8%)에서 매장과 배달 앱의 판매 가격이 달랐다. 대부분의 경우, 배달 앱 판매 가격이 매장 판매 가격보다 비쌌다.

배달비가 상승한 가장 큰 이유는 배달 기사 인건비 상승이다. 정부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시행하자, 많은 사람들이 외식을 하는 대신 음식을 배달 주문했다. 하지만, 배달 기사의 공급이 이러한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 배달 기사를 끌어오기 위해서, 배달대행업체들은 기본 배달비를 인상해야만 했다.

한 번에 한 건의 배달 주문만 처리하는 단건 배달이 배달 기사의 인건비를 끌어올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배달 앱들은 단건 배달 전속기사를 구하기 위해서 더 많은 배달 수수료를 지급해야 했다. 배달 기사가 이들 플랫폼에 몰리면서, 배달 기사 품귀현상이 더 심해졌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소비자, 점주와 상생하기 위해서, 배달 앱이 자발적으로 중개 수수료와 배달비를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배달 앱 3사는 중개 수수료 인하에 부정적이다. 배달업계 한 관계자는 “매일 수천~수만 건의 주문이 일어나는 앱을 운영하려면 대규모 개발 인력과 서버가 필요하다. 중개 수수료는 이를 고려해 정한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 중개 수수료는 해외(20%~30%)보다 낮은 편이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배달 앱들이 플랫폼 유지 비용 이상의 과도한 중개 수수료를 받는다는 불만이 나온다. 배달의민족은 지난해 영업 이익 4241억 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입점 식당 수와 주문 수가 늘었고, 최근 중개 수수료와 광고 수입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또한, 배달의민족은 배달 기사에게 자체 지원금을 더 주는 배민1 프로모션을 작년 초에 중단해 수익성도 개선했다. 배달의민족이 소비자와 점주로부터 더 많은 비용을 받고, 배달 기사에겐 적은 수수료를 지급함으로써 역대급 흑자를 달성했다는 지적이다.

일부 배달 앱은 배달비를 절감할 방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배달의민족은 다음 달부터 알뜰배달 서비스를 시작한다. 단건 배달만 처리하던 배민1 기사가 2~3개의 음식을 동시에 배달하도록 유도해 전체 배달비를 낮추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소비자는 지금보다 싼 2,000원 안팎의 배달비를, 점주 역시 지금보다 싼 배달비와 6.8% 선의 낮은 중개 수수료를 부담한다.

하지만, 배달 앱 업계는 이런 노력에도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배달 앱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배달비는 배달 기사 수요에 따라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이를 인위적으로 내리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배달 앱 3사는 점주들이 배달대행업체와 계약을 맺는 ‘묶음배송’의 경우에도 배달비에 직접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정호철 간사는 “배달 앱이 배달비나 중개 수수료를 인하하는 양보를 해야 한다. 이용자 수가 줄어들면 배달 앱의 이익도 낮아지고 이용자 수가 더 줄어드는 악순환이 생길 것이다”라고 말했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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