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전성시대, '테구라'의 오명 벗나?

강일용 zero@itdonga.com

사용자들에게 ‘테구라’라는 별명으로 놀림 받던 엔비디아의 SoC ‘테그라(Tegra)’가 설욕에 나섰다.

최근 엔비디아의 행보가 심상찮다. 야심차게 출시한 SoC(System on a Chip)‘테그라3’가 큰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SoC란,CPU, GPU, 메모리, 저장장치 등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의 핵심 요소를 한데 모은 칩셋이다. 그 중요성 때문에 스마트폰, 태블릿PC의 두뇌라고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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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IT매체 디지타임즈에 따르면, 엔비디아는올해 연말까지 테그라3를 300만 개에서 400만 개 이상 생산할 예정이다. 태블릿PC ‘넥서스7’을 출시하고 있는 구글에 공급하기 위해서다. 이뿐만이 아니다. 올해 연말 출시예정인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의 태블릿PC ‘서피스’에도 탑재될 것이 유력하다. 앞의 두 제품보다 약간 네임밸류가 떨어지지만, 에이수스의 태블릿PC ‘트랜스포머’ 제품군에도 탑재되고 있다.

이처럼 많은 제조사가 자사의 태블릿PC에 테그라3를 채택하고 있다. 게다가 ‘젤리빈’이 일반화되고 ‘윈도RT’가 출시되면, 테그라3를 채택하는 태블릿PC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왜 제조사들은 테그라3를 선호하는 것일까? 답은 바로 ‘가격’이다.

지난 2012년 6월, 엔비디아가 “넥서스7의 199달러라는 저렴한 가격의 비밀은 자사의 카이 계획(Kai plan)에 있다”라고 밝혔다. 카이 계획의 요지는 다양한 방법으로 생산비용을 줄여 SoC의 공급가를 낮추는 것이다. 이를 실현하고자 엔비디아는 프로세서의 속도를 100Mhz가량 낮췄다. 그리고 가격이 저렴하고 전력을 적게 소모하는 DDR3L 메모리도 채택했다. 또한 독자적인 부품 사용을 되도록 줄이고 표준화된 부품을 채택해 생산원가 역시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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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통해 탄생한 것이 넥서스7에 탑재되는 ‘카이 테그라3’다(가칭, 엔비디아는 일반 테그라3와 카이테그라3를 모두 테그라3라고 부른다). 카이 테그라3의 가격은 25달러(약 2만 9,000원)로 알려져 있다. 태블릿PC의 핵심 부품치고는 확실히 저렴하다. 엔비디아는 “카이 테그라3와 일반 테그라3의 성능차는 극히 미미하다”라며(전혀 없다고하지는않았다). “오히려 전력을 적게 소모해 배터리 사용시간은 일반 테그라3보다 더 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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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그라, 그 영욕의 세월

이처럼 승승장구하는 테그라지만,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지난 2009년, 엔비디아는 모바일 SoC 시장에 테그라를 출시했다. 하지만 최초의 성적은 형편없었다. 당시 테그라를 채택한 모델은 MS의 MP3 플레이어 ‘준HD’와 삼성전자의 MP3 플레이어 ‘옙 M1’뿐이었다. 두 제품 모두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이끌어내지 못했고, 테그라는 그렇게 잊혀지는 듯했다.

그러나 엔비디아는 포기하지 않았다. 스마트폰 SoC가 싱글코어에서 듀얼코어로 넘어가는 시점인 2011년 테그라는 다시 부활했다. 2번째 테그라 ‘테그라2’는 최초의 듀얼코어라는 표어를 내걸고 시장에 다시금 진입했다. 성공적이었다. LG전자의 ‘옵티머스 2X’, 모토로라의 ‘아트릭스’ 등 당대의 최신 스마트폰이 테그라2를 채택했다. 게다가 테그라2를 탑재한 모토로라의 태블릿PC 줌(Zoom)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3.0 허니컴의 레퍼런스(기준)로 채택되면서, 많은 태블릿PC가 테그라2를 채택하게됐다.

보급은 성공적이었지만, 오명도 같이 얻었다. 테그라2는 내장된 동영상 가속용 DSP(digital signal processor)의 성능이 경쟁제품보다 뒤떨어졌다. 때문에 특정 동영상을 제대로 재생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게다가 자체 성능도 경쟁제품과 비교해 아쉬운 점이 많았다. 사용자들은 테그라2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거짓말을 속되게 이른 단어 ‘구라’를 원래 이름에 더했다. 테구라의 오명이 시작된 것. 발표 당시 엔비디아가 당대 최고의 SoC라고 호언장담한 것을 비꼰 것이라는 설도 있으나, ‘그라’와 구라의 발음이 유사해 등장한 별명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굴욕적인 별명은 테그라3가 출시되면서 많이 희석됐다. 테그라3는 쿼드코어 프로세서답게 성능도 뛰어나고, 이제 대다수의 동영상도 정상적으로 재생한다. 테구라는 사용자들의 애칭에 더 가깝다.

지난 4월, 엔비디아는 테그라에 관련된 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올해 내로 40nm에서 28nm로 제조공정을 개선한 ‘테그라3+’를 출시하고, 추후 설계 방식을 개선한 테그라4(가칭, 코드명 웨인)을 출시할 예정이다. 그리고 얼마전에 인수한 아이세라(Icera)의 LTE 통신칩을 더해 테그라를 원칩화(Onechip化) 한다는 계획이다. 즉, 적은 전력으로 성능은 높이고, LTE도 지원하는 신형 테그라를 출시하겠다는 것. 모바일 SoC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엔비디아의 행보를 지켜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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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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