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수술 예고된 머스크의 트위터, 어떻게 바뀔까?

권택경 tk@itdonga.com

[IT동아 권택경 기자] 일론 머스크가 440억 달러(약 62조 원)에 트위터 인수를 완료했다. 인수 계약 파기 후 소송으로 진흙탕 싸움에 빠지는 형국이었지만, 다시 계약 파기를 철회하면서 변덕에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 4월 트위터를 인수하겠다는 계획을 처음 밝힌 지 6개월 만이다. 머스크의 인수로 트위터는 상장 회사에서 개인 회사로 전환될 예정이다. 오는 11월 8일부터 뉴욕증시에서 거래가 중단된다.

트위터를 장악한 머스크는 대대적인 트위터 체질 개선에 나설 기세다. 먼저 파라그 아그라왈 최고경영자(CEO), 네드 시걸 최고재무책임자(CFO), 비자야 가데 최고법률책임자(CLO) 등 기존 임원진을 해고하고 이사회도 해체했다. 이중 가데 CLO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영구 퇴출의 결정권자로 유명하다.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 전부터 가데 CLO를 조롱하는 트윗을 올리는 등 갈등을 빚기도 했다.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머스크는 대규모 구조조정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머스크의 개인 변호사 알렉스 스피로 주도로 트위터 인력의 25%를 해고하는 계획을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일각에서는 50% 해고설까지 제기된다. 뉴욕타임스는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자금을 댄 거버 가와사키 자산투자운용 CEO 로스 거버가 머스크 측 인사로부터 약 50%가 해고될 것이라 들었다고 전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수익성 개선 위한 ‘인증 배지’ 유료화 계획 밝혀

머스크는 트위터 수익성 개선을 위한 새로운 과금 제도도 직접 발표했다. 현재 신원이 확인된 공인이나, 단체, 일부 유명 인사 계정에만 제공하는 파란색 인증 배지를 유료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으로 누구든 월 8달러(약 1만 1300원)만 내면 배지를 달 수 있게 하겠다는 뜻이다. 머스크는 공인이나 유명인사들에게만 제공되는 현행 인증 배지는 이용자를 영주와 소작농으로 나누는 일종의 신분 제도라고 꼬집었다.

머스크는 유료로 배지를 단 이용자들에겐 답변, 멘션, 검색 등에 노출되는 순위에 우선권을 주고, 더 긴 영상과 음성을 올릴 수 있게 하겠다고도 설명했다. 노출되는 광고의 양도 다른 이용자들의 절반으로 줄어들며, 향후 협력사들의 유료 콘텐츠도 볼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출처=일론 머스크 트위터
출처=일론 머스크 트위터

머스크는 유료 배지가 스팸, 봇 등으로 불리는 광고성 계정, 가짜 계정 등을 퇴치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료 이용자 트윗에 노출 우선권을 부여하면 자연스레 스팸과 봇의 노출도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이러한 수익원 마련으로 트위터 내 콘텐츠 창작자들에게 보상도 지급할 수 있게 될 것이라 말했다.

이러한 머스크의 계획에 반감과 우려를 드러내는 이들도 많다. 배지를 돈만 내면 누구나 달 수 있게 되면, 영향력이 큰 계정들의 진위를 보장하는 본래 기능이 희석될 것이란 것이다. 과금 여부에 따라 트윗 노출 우선도가 달라지는 건 표현의 자유를 저해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미국의 유명 테크 인플루언서인 마르케스 브라운리는 “이전에 무료였던 것에 요금을 부과하는 건 단 한 번도 성공적으로 위반된 적 없는 규칙”이라며 “모두가 인증된 계정을 가지게 된다는 건, 그 누구도 인증된 계정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머스크는 이러한 비판 여론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그는 “불평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계속 불평을 제기하라. 그래도 8달러를 부과할 거다”라는 트윗으로 배지 유료화 계획 강행을 시사했다.

머스크의 ‘표현의 자유’도 시험대 위로

그간 트위터는 음모론, 허위정보, 혐오발언 등을 자체적 콘텐츠 정책에 따라 제재해왔다. 이러한 정책 위반이 반복되는 계정에 관해서는 아무리 유명 인사라 하더라도 영구 퇴출 조치도 서슴지 않았다. 현직 대통령일 때 트위터에서 쫓겨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례가 대표적이다. ‘표현의 자유 절대주의자'를 자칭하는 머스크는 이러한 트위터 정책에 공개적으로 반감을 드러내 온 만큼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그러나 머스크의 이러한 태도가 음모론, 혐오발언을 일삼는 세력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영국 가디언은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이후 수십 개의 극우 성향 계정이 머스크에 감사를 표하며 인종차별이나 나치와 연관된 사진을 게재했으며, 이들 중 일부는 새로 생성된 계정이라고 전했다. 일부 우익 인사들은 이전에 혐오발언이나 허위 정보로 제재당했던 내용의 트윗을 의도적으로 올리며 머스크식 ‘표현의 자유’를 시험대에 올리기도 했다.

출처=트위터
출처=트위터

뉴욕타임스도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를 마무리하기 24시간 전 극우, 보수 성향 유명인사 계정의 팔로워 수가 큰 폭으로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반면 중도, 진보 성향 유명인사 계정들 팔로워 수는 감소하는 추세가 나타났다. 매체는 이러한 변화가 머스크 인수에 따른 것인지는 불분명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디지털 연구조사 기관 메메티카 측은 “극우 성향 사람들이 트위터가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성향이 될 거란 기대에 다시 이주하고 있다는 걸 나타내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머스크 또한 이러한 우려를 의식은 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 전에 트럼프 전 대통령 계정을 복구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계정 복구 조치는 아직 이뤄지고 있지 않다. 머스크는 조만간 콘텐츠 조정위원회를 만들 것이며, 위원회 결성 이전에는 퇴출 계정 복구나 주요 콘텐츠 정책 결정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결정을 자의적으로 내리는 대신 전담할 중립적인 기구를 만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메타(페이스북)가 운영하는 ‘감독위원회’와 유사한 형태가 될 전망이다. 다만 콘텐츠 조정위원회가 언제, 어떻게 구성되고, 운영될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머스크가 아무리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더라도 플랫폼으로서의 최소한의 책임은 다할 것을 요구하는 정치권 입김과 각국 정부 규제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할 전망이다. 유럽연합(EU)은 플랫폼에 불법·유해 콘텐츠 유통을 막고, 이용자 권익을 보호할 의무를 부여하는 디지털서비스법(DSA)의 2024년 시행을 목표로 입법 절차를 밟고 있다. 머스크가 트위터를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계속 서비스하려면 최소한 이러한 규제안에는 성실히 따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 후 “새가 자유로워졌다”는 트윗을 올리자 티에리 브르통 EU 집행위원은 “유럽에서 새는 우리 규칙에 따라 난다”는 트윗으로 응수하기도 했다. 로이터 통신은 머스크가 브르통 집행위원에게 유럽의 디지털서비스법을 준수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으며, 수주 내 회동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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