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A "정부는 가상자산 산업을 육성하고, 이용자를 보호할 책임이 있다"

정연호 hoho@itdonga.com

[IT동아 정연호 기자]

“세계경제포럼 WEF 회장인 클라우스 슈밥은 4차 산업혁명을 디지털혁명으로 정의했다. 그리고, 그는 블록체인 기술이 디지털혁명을 주도한다고 강조했다. 가상자산과 같은 다양한 비즈니스가 성장해야 블록체인 기술도 발전할 수 있다”

국내 블록체인 비즈니스는 기술적으로 해외에 비해 상당히 뒤처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BCG) 한국은 대중이 가상자산을 받아들이는 속도는 빠르지만, 가상자산 관련 산업의 성숙도는 높지 않다고 진단했다. 최근 5년간 사회적으로 가상자산에 대한 논의는 활발했으나, 사람 간 이해 수준과 시각의 차이로 명확한 방향성이 제시되지 못했다. BCG 분석결과, 거래소-발행-지갑-상품-결제에 걸친 한국 가상자산 산업의 성숙도는 글로벌 대비 평균 3~5년 뒤처져 있었다.

출처=보스턴컨설팅그룹
출처=보스턴컨설팅그룹

BCG에 따르면,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 규모는 2021년 말 기준 3600조 원 수준이며, 한국 시장도 약 300조 원에 도달했다. 한국 가상자산 산업은 2026년까지 1000조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같은 규모에 이르면 가상자산 유관산업과 기업에서 창출되는 고용 기회는 4만 명, 경제적 생산 가치는 5조 원에 이르게 된다. 블록체인 전문가들이 이 산업을 미래를 위한 노다지라고 부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KDA)의 강성후 회장은 국내 가상자산 산업의 발전이 더딘 이유를 “가상자산 산업이 제도화가 아닌 초법적 규제와 일방적인 방치를 당해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한국의 블록체인 전문인력과 자금 등이 해외로 유출되면서 4차 산업의 기반인 블록체인 기술 발전이 저해됐다는 것이다. 이에 강성후 회장과 국내 블록체인 산업이 건강하게 성장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이야기해봤다.

KDA 강성후 회장
KDA 강성후 회장

KDA가 요구하는 정책적 변화 중 하나는 ‘실명계좌 발급’이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시중은행과 협약을 맺어 실명 인증이 가능한 입출금계정을 발급받아야 원화마켓을 운영할 수 있다. 원화마켓은 원화로 거래가 가능한 마켓을 말하며, 실명확인 입출금계좌(이하 실명계좌)를 발급받지 못하면 코인마켓 운영만 가능하다. 코인마켓은 원화거래가 불가능해 편의성이 떨어져 이용자 이탈률이 높다. 현재 실명계좌를 발급받은 거래소는 금융정보분석원이 신고를 수리한 26개 거래소 중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총 5개에 불과하다. 거래소 10곳 중 2곳만 실명계좌를 보유한 것이다.

강성후 회장은 “어느 국가든 입법을 하면 이를 집행할 책임이 있다.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은행의 실명계좌를 받으라고 규정을 했으면, 이에 대한 기초적 행정지도를 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실명계좌를 심사할 때 외부에선 어떠한 기준이 정해졌는지 모르는 깜깜이 행정이 일반적이었다”고 지적했다. KDA가 주장하는 것은 실명계좌 발급과 관련한 은행의 기준과 절차, 그리고 이 절차에 따라 심사한 결과를 공개하게끔 정부가 행정지도를 하라는 것이다.

강 회장은 루나-테라 사태를 언급하면서 가상자산 거래소의 상장 기준을 제도화할 필요성도 언급했다. 루나-테라 사태는 지난 5월 스테이블 코인 테라와 자매 코인인 루나의 가치가 폭락해 투자자의 재산이 일주일 동안 50조 원 이상이 사라진 사건을 말한다. 가상자산 거래소가 비즈니스 모델에 문제가 있는 코인을 상장시키지 않았으면 지금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란 뜻이다.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그는 “코인 상장은 그 가치를 대외적으로 객관화시키는 것이다. 거래소 상장이 안 되면 사회 경제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 그만큼 상장 기준을 구체적으로 규정해서 이를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저마다 다른 기준으로 코인 상장을 진행하고 있다. 상장 후 상장 당시 계획 변경을 공시하는 등의 관리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게다가, 현재 코인의 발행자들을 ‘재단’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재단 역시 실체가 없다는 점이 문제다. 강 회장은 “이들은 공공법인 설립에 관한 법률과 민법에 의해 행정청에 인가를 받은 재단 법인이 아니다. 코인 상장 폐지 등의 문제가 발생했어도 이들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 가상자산 가이드라인을 만든다면 발행자는 ‘상법 또는 공공법인설립법에 의한 법인 또는 재단’이어야 한다는 기준을 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 회장은 “테라-루나는 알고리즘을 통해서 발행 코인의 개수를 늘리고 줄이는 과정을 반복했다. 이를 계획의 변동성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가상자산 거래소는 발행 코인의 수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담보 자산은 어디에 예치되는지 등을 점검하고 공시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했다.

그는 “가상자산 관련 법이 있었다면 루나 사태를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다. 작년 9월 코어닥스는 루나-테라 상장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자체 심사를 했고, 유사 수신 폰지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코인을 예치하면 20% 이자를 주던 방식은 시장 참여자가 적극적으로 예치를 하는 게 전제가 돼야 하는데, 경제위기가 오면 이러한 행위는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 경제위기 때 신뢰가 무너지면 코인런(대규모인출)이 발생할 수 도 있어, 코어닥스는 상장 불가 판정을 내렸다. 이러한 사실들을 다른 가상자산 거래소는 정말 몰랐던 건지 의문이 든다. 몰랐다면 그 자체로도 거래소의 역량 문제이며, 이를 알고도 묵인한 거라면 탐욕적 경영의 결과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디지털자산 관련 포럼에 참석한 강성후 회장, 출처=KDA
디지털자산 관련 포럼에 참석한 강성후 회장, 출처=KDA

“2019년과 2020년 전 세계 모든 나라가 코로나 지원금을 현금으로 살포하면서 자금 유동성이 높아졌다. 이러한 유동성으로 인해 코인 가격이 대폭 올랐고, 2022년도엔 인플레이션 진정 대책인 급격한 금리인상이나 테이퍼링(자산매입축소)이 시행될 것이란 건 이미 예고됐던 일이다. 코인 가격이 떨어지리라는 것도 다들 예상했던 부분이다. 거래소들은 조금만 신경을 썼어도 알 수 있는 것들을 무시하고, 이용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선량한 관리자 주의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

세계 금융당국들은 가상자산과 관련된 법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6월 30일 암호화자산규제법 MiCA(Markets in Crypto-Asset)에 합의했다. MiCA엔 가상자산 발행자의 상장, 상장 후 유통과 상장폐지 등 모든 과정과 관련된 법이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다. 미국의 경우에도 증권성 가상자산과 비증권성 가장자산을 구분하는 ‘책임있는금융혁신법’이 발의됐다. 증권형 가상자산으로 분류되면 미국의 증권법에 의해 규제받기 때문에, 발행 조건부터 그 이후까지의 프로세스와 관련된 기준들이 자동으로 정리가 된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5월 2일 국정과제에서 가상자산을 증권형과 비증권형으로 구분해서 규율하겠다고 발표했다. 증권형 토큰은 기존법인 자본시장법에 의해, 비증권형 토큰은 앞으로 제정될 디지털 자산법에 의해 규율된다. 강 회장은 “금융위원회가 지난 4월 28일 발표한 자본시장법에 의한 신종 증권형 사업 관련 가이드 라인’에 의해 시중에 유통 중인 가상자산들을 전수조사하고, 어느 가상자산이 신종 증권에 해당하는지를 발표하면 된다. 신종 증권에 해당하는 가상자산들은 최초 상장, 상장 후 변동사항 공시 등 유통, 최종 상장폐지에 이르기까지 기존 자본시장법에 의해 규율된다. 현재 논란이 되는 다양한 쟁점들을 해소되면서 실질적인 투자자 보호와 시장의 건전화를 앞당길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강 회장은 “한국이 디지털 자산의 글로벌 허브로 도약하기 위해선 적절한 법적인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하며, 산업 육성 정책을 통해 산업 발전을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블록체인 전문가들은 디지털자산 시장이 발전함에 따라, 디지털혁명의 핵심 기술인 블록체인 기술이 발전하고 관련 인력을 양성할 수 있으며, 고품질의 블록체인 기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고, 글로벌 유니콘과 플랫폼 기업이 탄생하며, 궁극적으로 복지와 국방 등 해마다 증가하는 재정수요의 기반을 확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따.

그는 “현안 중심의 땜질 처방이 아닌 민관이 참여한 가운데 국가 차원에서 디지털 자산 산업의 정책 방향 청사진을 수립해 제시하고, 범부처 차원에서 이를 추진해 나가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선 장관급의 전담 부처를 만들고 이 부처를 컨트롤 타워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윤석열 정부는 지난 1월 19일 차관급의 디지털산업진흥청을 설립하겠다고 공약을 발표했다. 차관급은 세부 정책을 집행하는 전문 기관에 불과하다는 게 강 회장의 설명이다. 신산업을 진흥시키기 위해 다양한 부처에서 의제를 발굴하고, 이를 주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차관은 국가의 주요한 정책을 의결할 수 있는 국무위원이 아니라 관련부처 간 협의가 어렵다. 강 회장은 “기존 부처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가장 적합하다. 블록체인 산업을 담당하고, 과학기술 인력을 양성하며, 금융업무를 담당하는 우정본부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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