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붙은 AP 경쟁, 미디어텍·퀄컴 약진에 삼성은 주춤

[IT동아 차주경 기자] 주연산장치(AP, Application Processor)는 스마트폰의 성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부품이다. 구글 안드로이드 진영의 대표이자 베스트셀러 AP인 스냅드래곤을 앞세운 퀄컴, 아이폰의 AP A 시리즈를 가진 애플, 최근 사세를 키운 대만 미디어텍이 열띤 경쟁을 벌인다.

시장조사기업의 2021년 4분기 AP 출하량 조사 결과 미디어텍, 퀄컴이 좋은 성적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UNISOC도 중저가 스마트폰용 AP를 앞세워 점유율을 크게 올렸다. 반면, 삼성전자 엑시노스의 점유율은 하락세다.

시장조사기업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1년 4분기 미디어텍의 AP 출하량 점유율은 33%로 1위다. 단, 2020년 4분기(37%)보다 점유율은 다소 떨어졌다. 미디어텍 AP를 탑재한 스마트폰 삼성전자 A12와 A32가 미국에서 많이 팔린 덕분이다. 모토롤라 G 퓨어도 힘을 보탰다.

2021년 4분기 세계 AP 출하량 점유율. 출처 = 카운터포인트리서치
2021년 4분기 세계 AP 출하량 점유율. 출처 = 카운터포인트리서치

퀄컴이 30%로 그 뒤를 이었다. 2020년 4분기 23%에서 점유율을 7%쯤 올렸다. 퀄컴은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최고급 제품에 들어갈 AP, 스냅드래곤 888을 공급했다.

3위 애플의 AP 출하량 점유율은 21%로, 2020년 4분기 21%과 거의 같다, UNISOC은 11%다. 2020년 4분기에는 4% 점유율을 나타냈으나, 1년만에 점유율을 7% 늘렸다. 아너와 리얼미, ZTE 등 여러 중국 기업이 UNISOC의 AP로 스마트폰을 만든다.

엑시노스를 앞세운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4%다. 2020년 4분기 점유율 7%보다 3% 떨어졌다. 중국 하이실리콘은 2020년 4분기 7% 선이던 AP출하량 점유율을 거의 모두 잃고, 2021년 4분기에는 1% 점유율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2020년 4분기 5G 베이스밴드(통신 모뎀) 출하량 점유율도 공개했다. 퀄컴이 76%로 압도적인 1위에 올랐다. 퀄컴 스냅드래곤 뿐만 아니라 애플 A 제품군에도 퀄컴의 5G 베이스밴드가 들어가는 덕분이다. 미디어텍의 점유율도 18%로 높다. 삼성전자 5G 베이스밴드의 점유율은 4% 선이다.

미디어텍 디멘시티 사진. 출처 = 미디어텍
미디어텍 디멘시티 사진. 출처 = 미디어텍

업계는 2022년 AP 시장의 판도가 크게 요동칠 것으로 전망한다. 미디어텍의 성장세가 가파른 덕분이다. 미디어텍이 2022년 초 공개한 고급 AP 디멘시티 9000의 연산 성능은 퀄컴 스냅드래곤 8 1세대를 앞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고급 AP 디멘시티 8100의 벤치마크 결과도 좋게 나타났다. 미디어텍은 이와 함께 중저가 스마트폰용 AP를 공급해 동남아, 인도 등 신흥 시장을 공략한다.

퀄컴은 삼성전자, 샤오미와 오포 등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에 스냅드래곤 8 1세대를 차질 없이 공급 중이다. 5G 베이스밴드 시장에서의 높은 점유율도 퀄컴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중저가에서 최고급 AP, 5G 베이스밴드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문에서 상승세를 나타내는 미디어텍과의 경쟁이 퀄컴의 과제다.

삼성전자는 2022년 1월 공개한 엑시노스 2200에 기대를 걸었으나, 힘든 경쟁을 벌일 처지에 놓였다. 갤럭시 S22 시리즈에 탑재될 주요 AP가 엑시노스 2200이 아닌, 퀄컴 스냅드래곤 8 1세대로 결정돼서다. 미국의 무역 제재가 이어지고 있기에 하이실리콘의 전망도 밝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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