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이케어 "의료 분야에도 쉽고 편리한 플랫폼이 필요합니다"

권택경 tk@itdonga.com

[IT동아 권택경 기자] 지금도 전국의 많은 스타트업, 벤처 기업은 새로운 꿈을 향해, 그리고 성공을 향해 열심히 달리고 있다. 하지만 참신한 기술과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자금이나 인력의 부족으로 인해 꿈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창업 3년 차에 맞이하게 되는 이른바 '죽음의 계곡'을 넘지 못하고 70%에 달하는 스타트업이 사라진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이에 경기콘텐츠진흥원은 경기도 내의 콘텐츠 기반 제조, 기술, ICT 등 융복합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자금 및 육성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어드밴스드 스타트업 프로그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보험금 청구 키오스크를 시작으로 통합 의료 플랫폼 구축을 꿈꾸고 있는 ‘이브이케어’는 올해 진행한 ‘어드밴스드 스타트업 프로그램’ 3기에 선정된 기업이다.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이브이케어 사옥에서 안미림 대표와 최준선 대표와 만나 이브이케어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그들이 그리는 미래를 들어봤다.

이브이케어의 출발점,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고민

이브이케어 안미림·최준선 대표
이브이케어 안미림·최준선 대표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중 실손보험에 가입한 국민은 2020년 말 기준 약 3900만 명이다. 실손보험이란 가입자가 병원, 약국 등에서 실제로 부담한 의료비를 보험사가 보장해주는 상품이다. 가입한 국민 비율이 약 75%에 달하고, 국민건강보험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하니 ‘제2의 건강보험’이라고도 불린다. 그런데 실효성은 어떨까?

실손보험 청구를 해봤다면 알겠지만, 청구 과정이 여간 까다롭고 불편한 게 아니다. 먼저 진료비 영수증, 진료비 세부내역서, 처방전, 진단서 등등 갖가지 서류를 준비해야 한다. 심지어 그중 일부는 병원에 돈을 내야 발급받을 수 있는 것들이다. 서류를 보험사에 제출하는 과정도 까다로운 건 마찬가지다. 발급받은 서류를 카메라로 촬영하거나, 팩스로 보내거나, 방문 접수를 해야 한다. 온갖 분야에서 디지털 혁신이 이뤄지고 있는 시대지만, 보험금 청구만 뭔가 동떨어져 있다는 인상이다.

청구가 까다로우니 금액이 크지 않다면 청구를 포기하는 사례도 많다. 녹색소비자연대·소비자와함께·금융소비자연맹이 지난 4월 실손보험 가입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47.2%가 최근 2년 내 청구를 포기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사유는 ‘금액이 적어서(51.3%), ‘서류를 챙기러 병원을 방문할 시간이 없어서(46.6%)’, ‘증빙 서류를 보내기 귀찮아서(23.5%)’ 순으로 나타났다. 결국 기껏 비싼 보험료를 내고도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모순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출처=녹색소비자연대
출처=녹색소비자연대

보험금 청구 키오스크(무인 단말기)를 개발한 이브이케어 안미림 대표는 제약회사와 보험회사를 거치며 이러한 모순을 절감했다. 안 대표는 “의료 기술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느냐 없느냐는 경제적 능력에 크게 좌우됩니다. 좋은 시술, 좋은 약, 좋은 의료 서비스를 누리려면 많은 돈이 필요합니다. 그런 금전적 부담을 덜어주는 게 보험이지만, 막상 실제 현장에서는 보험의 의미나 역할이 제대로 실현되지 않고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안미림 대표는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선 우선 복잡한 보험금 청구 과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 해결책을 고민하던 과정에서 나온 게 키오스크였다. 이브이케어의 보험금 청구 키오스크는 2021년 현재까지 전국 400여 개 병원에서 환자들을 맞이하고 있다. 전산망과 보험사 전산망을 연동해 따로 서류를 발급받을 필요 없이 간단한 정보 입력만으로 보험금 청구를 할 수 있게 해준다. 병원에 따라 아직 전산망 연동이 안 되는 경우, 현장에서 발급받은 서류를 키오스크에서 바로 스캔해 청구할 수 있다.

편해지는 건 환자뿐만이 아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실손보험 청구가 불편한 건 의도된 불편함일 거라는 의심을 품고 있었다. 소액 청구를 포기하게 만들어 지급 액수를 줄이려는 보험사의 의도가 담겼을 거라는 그런 의심이었다. 이브이케어 최준선 대표는 “오히려 보험사들은 저희 서비스에 많은 관심을 보였습니다”라고 말했다. 보험사 입장에 실손보험은 비교적 소액 청구가 대부분이지만 건수가 많아 업무 부담을 가중하는 요인이었다. 청구 과정을 간소화하면 당장 지급액 규모는 늘겠지만 결국은 업무 부담을 더는 실익이 더 크다는 것이다.

이브이케어의 보험금 청구 키오스크
이브이케어의 보험금 청구 키오스크

반면 의료계는 청구 간소화에 소극적인 것을 넘어 격렬하게 저항하기도 한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보건의약단체들은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및 간소화를 위한 보험업법 개정 논의 때마다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민감한 의료 정보를 민간보험사에 넘기는 건 위험성과 폐해, 악용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막상 이브이케어가 직접 만난 병원 관계자들도 청구 간소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었다고 한다. 종이 서류를 일일이 발급해줘야 하는 시대와 동떨어진 보험 청구 과정이 업무에 부담이 되는 건 병원에게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보험 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발급하러 병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병원이 관련 내용을 숙지하고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꼭 그렇만도 않다. 보험과 의료는 별개의 영역이기에, 병원 원무과 직원들도 따로 공부하지 않는 이상, 보험사에서 어떤 서류를 요구하는지 알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런 엇박자 때문에 병원은 병원대로 응대에 어려움을 겪고, 방문객들은 방문객대로 불편함을 겪는다.

이 떄문에 처음에는 소극적이던 병원들도 막상 이브이케어의 서비스가 제공할 이점을 듣자 점차 설득돼갔다. 병원 원무과가 보험 관련 업무 처리에 시간을 뺏기는 상황을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병원 전산망과의 연동으로 접수, 수납, 서류 발급 등 기존 원무과 업무도 분담할 수 있다. 최 대표는 “저희 서비스를 하나하나 설명하면서 병원에 이득이 되는 부분, 환자에게 이득이 되는 부분을 설득해나가며 병원으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키오스크를 넘어, 이브이케어가 그리는 생태계

병원에 설치돼 운영 중인 이브이케어의 키오스크 (제공=이브이케어)
병원에 설치돼 운영 중인 이브이케어의 키오스크 (제공=이브이케어)

현재까지 사업 현황을 보면 이브이케어를 그저 ‘키오스크 업체’로 오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두 공동대표는 이브이케어가 단순히 키오스크 제조사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브이케어의 출발점에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좀 더 쉽고 편하게 의료에 접근할 수 있게 도울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다. ‘보험금 청구 간소화’라는 목표, ‘키오스크’라는 형태는 그 고민을 풀어가는 첫 단계에 불과하다. 이브이케어가 그리는 건 예방부터 예후 관리에까지 이르는 의료와 건강 관리의 모든 과정을 아우르는 플랫폼 생태계의 구축이다.

예를 들어 막연하게 몸 어딘가 불편할 때, 언제 어느 병원을 가야 할지, 어떤 영양제나 약을 먹어야 할지 등등에 대해 의학 지식이 없는 일반인은 쉽게 알기 어렵다. 이런 정보가 부족해 제때 적절한 조치를 못 받는 경우도 많다. 이브이케어가 그리는 플랫폼은 이러한 건강 관리의 전 과정에서 각 이용자 개인에게 가장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그런 플랫폼이다.

안 대표는 “기존 헬스케어 서비스의 문제점은 다 흩어져 있다는 겁니다. 보험금 청구, 병원 예약, 영양제 추천 서비스 등등 찾아보면 다 있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걸 하나로 모아서 개개인에 맞춰 적합하게 추천하는 서비스는 없습니다. 저희는 이렇게 흩어진 서비스를 하나의 플랫폼에 모아서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개인화된 서비스를 위해서는 결국 개인 정보라는 데이터가 필요하다. 이브이케어는 보험 청구 내역이나 병원 진료 데이터를 활용하면 이 같은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개인 정보 활용은 양날의 검이다. 개인 정보 침해 우려가 따를 수밖에 없다. 이에 관해 최준선 대표는 “사실 개인 정보라는 게 잘 보호하고, 건전하게 활용만 하면 그 혜택은 결국 개인 정보 권리자에게 돌아갈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성균관대학교 법학대학원에서 개인 정보 보호법 관련 연구원을 지낸 전문가이기도 하다.

최 대표는 개인 정보 이용에 많은 사람이 거부감을 보이는 건 그 혜택이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를테면 개인 정보를 수집해 이를 광고 회사에 팔아넘겨 돈을 벌고, 이용자가 딱히 필요하지도 않은 서비스나 제품의 광고를 접하게 하는 경우다. 개인 정보 활용이 당위성과 설득력을 갖추려면 이용자들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브이케어는 현재 이용자들에게 설득력을 갖춘, 실효성 있는 서비스 제공하기 위해 고심하며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 우선 내년 상반기에는 현재 키오스크에서 가능한 보험금 청구, 수납 등 병원 원무를 스마트폰에서 가능하게 하는 모바일 앱 출시하고, 하반기에는 의료 전 과정을 포괄하는 플랫폼을 선보일 계획이다.

어느덧 7년 차, 도약을 준비하며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이브이케어 사옥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이브이케어 사옥

2014년 설립된 이브이케어는 올해로 설립 7년 차를 맞았다. 지난해 매출 12억 원을 올렸고, 올해는 20억 원을 바라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병원 영업이 제한되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오히려 앞당겨진 비대면 시대로 인해 키오스크 수요가 증가하는 수혜도 있었다. 코로나19 유행 초창기, 재빠르게 방문객 관리 키오스크를 개발한 것도 주효했다.

지금은 자생력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이브이케어도 시작은 다른 스타트업들과 같았다. 2015년 경기콘텐츠진흥원의 ‘경기도 청년창업 SMART2030’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사업계획서 쓰는 법, 수익 모델 만드는 법 등 창업의 기초를 교육받았다. 이때 받은 교육과 지원금은 이브이케어의 첫 키오스크 시제품을 만드는 밑거름이 됐다. 그리고 이번 ‘어드밴스드 스타트업 프로그램’은 키오스크 기능 고도화와 플랫폼화 작업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창업 초기 몇 년을 못 넘기고 사라진다는 걸 생각하면, 이브이케어에도 경기콘텐츠진흥원에도 뜻깊은 재회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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