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영어공부, 확실히 정해드립니다”

이문규 munch@itdonga.com

스픽케어 심여린 대표의 ‘잉글리시 라이프’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개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10년 이상 영어와 씨름하지만 유창한 회화 실력을 갖추는 이는 그다지 많지 않다. 더불어 오랫동안 굳어진 입시 위주의 주입식 교육 방식 때문에 최종 학교를 졸업해도 영어 공부를 지속해야 하는 실정이다. 한국인으로서 외국어를 못하는 게 흠이 되진 않지만, 글로벌 시대를 살면서 외국어 실력은 개인 성장에 대단히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저마다 각자의 방법으로 오늘도 영어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이들을 위한 효율적인 영어 학습 콘텐츠도 다양하게 제공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영어 교육 시장은 사실상 사철 성수기다. 특히 졸업/입학 시즌이면 대형 영어 학원은 늘 문전성시를 이룬다. 최근 들어 인터넷을 통한 어학 서비스가 인기를 끌면서 중대형 어학원의 온라인 진출도 활발해졌다. 이러한 영어 교육 시장에 혜성과 같이 등장해 작년 한 해 폭발적인 성장을 거둔 영어 콘텐츠 업체가 있다.

독특한 방식의 영어회화 커리큘럼을 선보이며 단숨에 어학 교육계 다크호스로 떠오른 ‘스피킹맥스(Speaking Max)’다.

스피킹맥스(www.speakingmax.com)는 지난해 4월 공식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매출 5억 원을 돌파하며 기염을 토했다. 런칭 9개월 만에 약 100배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한 셈이다. 더구나 지난해 9월 소셜커머스 업체인 ‘티켓몬스터’와 함께 진행한 판매 프로모션에서는 7,200여 장의 수강권을 판매하는 실적을 거뒀다. 신생 브랜드로서 기존 대형 영어 업체가 기록한 6,600여 장을 가뿐히 넘어선 결과라 더욱 의미가 컸다. 이 밖에 지난 11월에는 ‘2011 대한민국 IT이노베이션 대상’에서 특별상까지 수상하면서 ‘혁신’적인 영어 교육 서비스로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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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자 역시 만년 ‘영어울렁증’ 환자로서 이러한 스피킹맥스의 실체와 이를 만든 그들의 정체가 몹시도 궁금했다. 스피킹맥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스픽케어의 심여린 대표를 만나 본 기자가 듣고 싶은 이야기, 심 대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어 봤다.

‘스피킹맥스’는 브랜드 이름이고, ‘스픽케어’는 회사 이름인가?

원래 우리는 ‘스픽케어(www.speakcare.com)’라는 이름의 전화영어 서비스를 먼저 시작했다. 스픽케어는 필리핀 강사가 아닌 미국 현지의 전문강사진을 200명 이상 보유한 상태다. 스픽케어 런칭 당시 국내에는 이미 전화영어 교육 서비스가 난립한 상태여서 차별화하는데 신경을 많이 썼다. 전화영어의 핵심은 정확한 발음과 교정에 있다는 판단에 원어민 강사를 고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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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픽케어가 어느 정도 안정화될 무렵 영어울렁증에 시달리는 초보자들을 위한 재미있는 학습 방법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현 스피킹맥스의 구체적인 골격을 잡기 시작했다. 이에 스피킹맥스는 초중급자를, 스픽케어는 중고급자를 위한 회화 과정으로 최종 확정했다.

전화영어 강사가 200명 이상, 그것도 모두 원어민이라면 국내 유일한 것 아닌가?

그렇다. 대기업체가 운영하는 전화영어 서비스도 수십 명 정도에 불과하다. 스픽케어에 등록된 원어민 강사는 초등학교 교사부터 대학원생, 교수까지 다양하며, 약 60%의 강사가 시간제로, 나머지는 전임제로 근무하고 있다. 솔직히 말해, 이 인터뷰를 통해 이러한 특징이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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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영어 학습에 있어 필리핀 강사와 원어민 강사의 결정적 차이는 무엇인가?

물론 필리핀 강사도 영어 전공자라면 훌륭한 강의를 할 수 있다. 다만 어학은 문자가 아니라 문화를 배우는 거라 생각한다. 따라서 원어인처럼 생각해야 하고 원어민처럼 발음해야 한다. 결정적으로 원어민이라야 그들이 자주 사용하는 표현과 발음을 정확하게 배울 수 있다. 또한 교정받을 수 있다. 한국어를 한국 원어민이 아닌 한국어를 쓰는 외국인에게 배운다면 좀 이상하지 않겠는가. 물론 필리핀 강의보다는 ‘약간’ 비싸긴 하다(솔직히 비쌀 수밖에 없다).

대학에서 의류학을 전공했다 들었다. 어쩌다가 (?) 어학 분야로 전향하게 됐는가?

의류학과는 자연계열이라 복수전공으로 경영학을 선택해서 공부하다, 그 당시 벤처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창업의 꿈을 키웠다. 이때 현재의 남편(이비호 부사장)이 교육전문 업체인 ‘이투스’를 창업했고, 그에 따라 자연스레 온라인 상거래에 집중하게 됐다. 사실 어학 계열에 별다른 관심은 없었는데, 당시 남편이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는 데도 ‘말하기’ 실력이 도통 늘지 않아 이에 대한 대책을 궁리하다 영어 학습 분야로 완전히 정착했다. 미국에 잠시 체류하면서 직접 체험했던 회화 학습법을 우리나라 국내 실정에 접목하면 영어 학습에 도움이 되리라 판단했다.

여담으로, 배우 김태희 씨와 99학번 동창(서울대 의류학과)이다.

명문대에 입학할 정도로 고교 시절 영어 공부도 잘했으리라 사료된다. 자신만의 학습 방법이 있었나?

평소 AFN(주한미군방송)을 즐겨 시청했다. 무슨 말인지 몰라도 무조건 듣고 따라 하려 했던 것이 주효했다고 믿는다. 대학에 들어가서는 회화 학원을 다녔다. 하지만 역시 말하기가 문제였다. 궁여지책으로 대학 내 외국인 교환학생과 친분을 쌓아 그들을 통해 연습하기도 했다. 가장 먼저 외국인에 대한 두려움과 중압감을 떨치려 노력했고, 문법이 맞든 틀리든 자신감 있게 적극적으로 대화하려 했다. 회화 외에 이메일 영작문도 영어 실력을 높이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영어 교육 업체 대표로서 우리나라 영어 교육의 상황에 대해 할 말이 있을 듯한데?

딱 한 문장으로 갈음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영어 공부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영어 실력이 훨씬 좋았을 것이다(웃음).

스피킹맥스에 대해 궁금한 게 많다. 인터뷰 전 잠깐 접해본 스피킹맥스는 커리큘럼부터 상당히 독특하고 개성적이란 느낌이 들었다. 다른 학습 교재나 서비스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인데, 이러한 아이디어는 어떻게 구상했나?

미국에 잠깐 머물면서 미국인들의 말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 공부하던 방식에서 착안했다. 그들의 입 모양, 발음, 액센트 등을 촬영한 동영상을 보며 그대로 따라 하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미국 동부와 서부의 말하기 모양이 약간씩 다르기에 가급적이면 다양한 장소의 많은 미국인들의 모습을 담으려 했다. 당연히 처음에는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정작 내가 스스로 공부하면서 조금씩 완성해 갔다. 그 때문인지 오랜 시간 스픽케어와 스피킹맥스를 준비하면서 영어 실력이 많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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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5년간의 산고 끝에 마침내 지난해 4월 스피킹맥스를 런칭했고, 그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수많은 이용자가 증명하고 있어 정말 보람을 느낀다.

실제로 미국 아이비리그 (Ivy League, 미국 동부 8개 명문 대학의 통칭)를 비롯해, 뉴욕, LA, 샌프란시스코, 최근 개강한 영국까지 실제로 해당 도시를 돌며 일반인을 상대로 촬영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어땠나?

동영상 촬영은 우리 직원이 실제로 현지로 파견돼 진행한다. 미국인들이 실제로 구사하는 ‘살아 있는 영어’를 전달하고 싶어서였다. 사전 섭외로 촬영하는 경우에는 큰 어려움 없지만, 지나는 행인을 잡아 촬영하기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호의적인 반응을 얻기 위해 작은 사은품도 준비하곤 했다. 초상권 때문에 상호간 별도의 계약을 맺어야 하기도 한다. 그래도 촬영 목적이나 의도를 잘 설명하니 대부분 흔쾌히 허락하고 응해 줬다. 이렇게 며칠을 꼬박 촬영했어도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못하거나 교육적이지 못하면 미련 없이 다시 촬영한다. 그때마다 열정적으로 작업에 임해주는 직원들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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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영국식 영어 학습 과정을 요청하는 이들이 많아 영국(런던) 과정도 오픈했다. 영국 출신 유명 영화배우와 영국프로축구(EPL)에서 활약하는 국내 축구선수 등으로 인해 영국식 영어에 대한 관심이 이전보다 높아졌다. 아울러 워킹홀리데이(Working Holiday, 양국 체결에 따라 대학생 등이 일정기간 동안 관광, 취업,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여행 제도)를 위한 호주 과정도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현재 스피킹맥스를 사용하는 가입자는 얼마나 되나?

작년 12월 기준 약 5만 명 정도다. 별다른 광고, 홍보 활동을 하지 않는데도 입소문을 타고 가입자가 늘고 있다. 특히 기업체의 단체 교육 신청이 잦아졌다. 무엇보다 재가입율이 비교적 높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의구심에 한 달 정도만 체험해 본 사용자 중 거의 대부분이 중장기 과정으로 재가입하고 있다. 이들을 볼 때마다 우리가 고집했던 학습 방식이 틀리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특이한 것은, 미국에 거주하면서도 스피킹맥스로 학습하는 사용자가 있다는 점이다. 왜 그런지 슬쩍 물어봤더니, 현지에서 사용하는 영어와 발음으로 정확히 교정해 주기 때문이라 했다.

재가입률이 높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중독’이다. 심심하고 따분한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재미와 흥미를 가미해 학습하면서 점차 중독되도록 구성했다. 영어를 배워야 한다는 강박보다는 게임하듯 그냥 즐기며 공부하게 유도하기 때문이다. 학습 과정에 ‘랭킹(순위)’ 개념을 접목해 사용자의 경쟁심리를 자극하고자 했다. 학습 후 얻는 포인트를 누적해 순위를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그에 따른 작은 포상도 있다. 당초 예상보다 사용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자랑 같아서 말하기 남세스럽지만, 한번은 한 학부모가 센터에 전화하더니, 애가 컴퓨터 앞에 몇 시간 동안 꼼짝 않고 앉아서 스피킹맥스만 하더란다. 게임하는 줄 알았더니 영어 공부하는 거라 만류하진 않았지만, 컴퓨터로 공부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며 감사의 뜻을 전해왔다. 이 친구의 영어 실력이 얼마나 좋아질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영어 공부에 대한 재미는 붙여준 것 같아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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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자가 학습해본 바로는, 영어뿐 아니라 다른 언어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으리라 판단된다. 특히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에게 유용하리라 보는데, 심 대표의 생각은 어떤가?

아, 예리한 지적이다(웃음). 영어 외 언어로의 서비스 확장을 진작부터 고려했다. 그래서 이미 그에 따른 인터넷 주소도 다 따놓은 상태다. 다만 하나씩 천천히 탄탄하게 추진할 생각이다. 급할 게 없다. 일단 그러기 위해서는 나 자신이 다른 언어에 보다 관심을 가져야 하겠다. 공부도 해야 하고.

아울러 현재의 스피킹맥스 영어 학습 과정을 일본어로도 조만간 제공할 계획이다. 즉 일본인들이 스피킹맥스를 통해 영어를 배울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글로벌 서비스를 위한 첫 단추이기에 솔직히 대단히 조심스럽긴 하다. 스피킹맥스는 입시에 치중된 학습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비영어권 국가에서도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스마트폰, 태블릿PC가 대세다. 모바일 기기쪽 지원 상황은 어떤가?

이미 런칭 초기부터 모바일 기기에 대응하려 했다. 모바일 웹 페이지(http://m.speakingmax.com)는 진작부터 제공했다. 이를 통해 학습 과정을 복습할 수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용 앱은 거의 개발이 끝나서 이달 말경이면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 앱 모두 제공된다.

특히 아이패드용 앱에 신경을 많이 썼다. 각 과정 학습창이 스마트폰보다는 태블릿PC에 최적화된 크기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모바일 기기용 앱은 사용자보다 나 자신이 더 기대된다.

어학 서비스 업체의 대표로서, 또 ‘엘리트 코스’를 밟은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효율적으로 영어를 학습할 수 있는 방법을 조언한다면?

적어도 영어 공부에 있어서는 목적과 동기를 갖기 바란다. 그리고 능동적인 학습 의지도 필요하다. 다분히 교과서적인 얘기지만 그것이 사회 진출 시 얼마나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지 모른다. 솔직히 나는 (수능 시험 준비 외) 영어에 그다지 관심도 없었고 잘 하지도 못했다. 그런 내가 영어 교육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것은 내 자신의 회화 능력을 키우기 위함이었다. 어차피 무엇을 하든 영어 회화는 필수라 여겼고, 또 그만큼 절실했기 때문이다. 수능 과목 중 하나로만 여기지 말고, 중고교 시절부터 자신의 프리미엄을 차곡차곡 쌓는다는 생각으로 학습에 임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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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인터뷰에서 없어서는 안될 질문인 ‘독자들에게 한 마디’다.

스픽케어와 스피킹맥스가 무수히 많은 업체가 자리를 틀고 있는 우리나라 어학 시장에서 단기간 내에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딱 하나라 생각한다. ‘차별화된 콘텐츠’다. 다른 건 몰라도 콘텐츠에 관해서는 국내 그 어떤 어학 브랜드와 경쟁해도 자신 있다. 앞으로도 우리는 한국인의 고질적인 영어울렁증을 극복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특화된 콘텐츠를 선보일 것이다.

장시간 두서 없는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한다. 혹시 김태희 씨의 전화번호를 알려 주면 더 감사할 텐데.

2학년 때까지 함께 수업을 들었다. 물론 그때에도 탁월한 미모의 '군계일학(미안하다, 다른 여학우들아. 어쩌겠니)'이었지만, 지금처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탑배우로 성장할 줄 단박에 알아 봤다. 그럼에도 좀 더 친하게 지내지 못한 게 아쉽다. 연락처는 나보다 더 잘 알 수 있지 않은가.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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