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0.1%를 위한 메인보드? 아수스 P9X79 WS

김영우 pengo@itdonga.com

2000년 즈음, 한 자동차 제조사에서 고급 SUV 자동차 TV CF를 방영하면서 ‘대한민국 1%’라는 문구를 내세워, 큰 히트를 친 적이 있다. 다수의 대중이 아닌, 소수의 상류층을 겨냥한 자동차이고, 그만큼 품질이 뛰어나다는 의미가 저 짧은 문장에 함축적으로 표현되었기 때문이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PC도 1%만을 위한 부품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6개의 코어(CPU의 핵심 부분)에 12개의 쓰레드(thread: 동시에 실행할 수 있는 작업의 수)를 갖춘 ‘코어 i7 익스트림 에디션’ CPU 라던가, 현존하는 모든 게임을 ‘풀옵션’으로 실행할 수 있다는 ‘지포스 GTX 590’ 그래픽카드 등이 있다. 이 부품들의 가격은 100만 원 이상에 육박하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성능이더라도 어지간한 배짱이 아니고서는 쉽게 구매하기 힘들다. 상위 1%라는 수치도 너무 넓게 예상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리고 이런 최상위급 CPU나 그래픽카드를 제대로 사용하려면 부품을 배치되는 PC의 메인보드(주기판)도 같은 수준의 것이 필요하다.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강력한 12기통 엔진에 최정상의 F1 드라이버가 있어도 차체의 강성이 부실하면 빨리 달릴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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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소개할 아수스(Asus)의 ‘P9X79 WS’는 말 그대로 최상위급 사용자를 위한 메인보드다. 본래 아수스 메인보드 중에서 ‘WS’가 붙은 모델은 일반 PC가 아닌 워크스테이션(workstation: 전문가, 기업용 컴퓨터) 시장을 겨냥해 출시한 것. 그만큼 성능과 기능, 그리고 가격까지 보급형 메인보드와는 비교할 수 없다. 현재(2012년 1월) 인터넷 최저가 기준으로 50만 원에 달하는 비싼 가격에 팔리는 이 특별한 메인보드의 면모를 살펴보자.

샌디브리지-E, 제온 E5 CPU를 지원하는 전문가용 메인보드

아수스 P9X79 WS는 워크스테이션용 메인보드를 지향하고 있지만, 기판의 규격 자체는 표준 ATX 규격이라 일반 PC에서도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다. 다만, 각종 슬롯이나 포트의 구성이 일반 메인보드와 달리 호화로운 구성으로 되어 있어 PC를 조금 안다 싶은 사용자라면 입이 딱 벌어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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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PC의 핵심인 CPU를 꽂는 소켓(socket) 부분을 살펴보면 요즘 PC 시장의 주력 CPU인 샌디브리지(인텔 2세대 코어 2000시리즈) 호환 LGA1155 규격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아수스 P9X79 WS의 CPU 소켓은 LGA2011 규격인데, 이 규격은 코드명 ‘샌디브리지-E’라고 불리는 2세대 코어 3000 시리즈, 또는 서버/워크스테이션 전용 CPU인 제온 E5 시리즈에 호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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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팔리고 있는 LGA2011 규격 CPU 중 가장 저렴한 제품은 ‘코어 i7 3930K’다. 이 CPU는 6 코어에 12 쓰레드의 고성능 제품이며, ‘저렴하다는 가격’도 70만 원에 달한다. 일반 사용자라면 구경조차 하기 힘든 물건이라는 뜻이다. 시중에서 흔히 팔리는 2세대 코어 2000시리즈도 최신 게임이나 풀HD 영화 감상 등을 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LGA2011 규격 CPU 는 ‘과도할 정도’로 고성능 제품이다.

최대 64GB 용량, 쿼드채널 구성을 지원하는 8개의 메모리 슬롯

램(RAM: 주기억장치)을 꽂는 메모리 슬롯의 구성 역시 범상치 많다. 일반 보급형 메인보드는 2개, 중급형 이상의 제품은 4개의 메모리 슬롯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아수스 P9X79 WS는 무려 8개의 메모리 슬롯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최대 64GB의 DDR3 메모리를 꽂을 수 있는데, 요즘 출시되는 일반 PC들이 대개 4GB, 많아 봐야 8GB의 메모리가 탑재되어 출시되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그 차이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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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요즘 메인보드는 메모리 모듈을 2의 배수(2개, 혹은 4개)씩 꽂으면 대역폭(데이터가 전달되는 통로)이 2배로 향상되는 듀얼채널(Dual channel)기술을 지원하는데, 아수스 P9X79 WS는 이보다도 2배 대역폭을 향상시킬 수 있는 쿼드채널(Quad channel) 기술까지 지원한다. 메모리 모듈을 4개, 혹은 8개씩 꽂아야 본래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뜻. 물론 이렇게 하자면 비용 역시 많이 들겠지만, 어차피 이 제품의 주요 소비자층을 생각해본다면 이 정도는 되어야야 마땅하다.

그래픽카드를 왜 4개나 꽂냐고?

몇몇 매니아들 중에는 2개 이상의 그래픽카드를 한 PC에 장착해 그래픽성능을 높이곤 한다. 이렇게 복수의 그래픽카드를 조합하는 기술을 제조사에 따라 엔비디아는 SLI(Scalable Link Interface), AMD는 크로스파이어(CrossFire)라고 한다. 아수스 P9X79 WS는 총 6개의 PCI 익스프레스 x16(그래픽카드를 꽂을 때 주로 쓰는 확장 슬롯) 3.0 슬롯을 제공하며, 이 중 4개의 슬롯에 그래픽카드를 동시에 꽂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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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엔비디아 SLI나 AMD 크로스파이어 모드는 2개의 그래픽카드를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제품 비용부담이 커서 어지간한 매니아라도 이렇게 조합해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더욱이 4개 조합을 지원하는 메인보드도 그다지 없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아수스 P9X79 WS가 지향하는 소비자층은 일반인이 아니다.

참고로 아수스 P9X79 WS는 PCI 슬롯을 갖추고 있지 않아. 구형 확장카드는 사용할 수 없다. 최고 성능만을 추구하는 사용자가 구형 부품을 쓸 일이 과연 있을까.

SSD 캐시 전용 SATA 3.0 포트도 제공

저장장치를 연결하는 SATA 포트의 구성도 평범하지 않다. P9X79 WS는 총 8개의 SATA 포트를 갖추고 있는데, 이 중 4개는 기존 메인보드에도 있던 SATA 2.0 포트, 그리고 4개는 이보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2배 향상(3Gbps -> 6Gbps)된 SATA 3.0 포트다. 그런데 4개의 SATA 3.0 포트 중 2개가 SSD캐시(cache: 임시 저장장치)용 이라는 점이 특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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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D캐시용 슬롯에 SSD(Solid State Drive: 반도체 기반의 고속 저장장치)를 연결하고, 나머지 SATA 포트에 하드디스크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사용하면, 일반 하드디스크만 사용할 때보다 작업속도를 높일 수 있다(SSD 캐시 구조를 구현). 이렇게 하면 용량은 적지만 시스템 전반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프로그램 실행 파일이나 부팅에 관련된 파일은 SSD로, 시스템 속도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만 대용량 저장공간이 필요한 단순 보관용 파일(게임 설치, 동영상/음악 파일 저장 등)은 하드디스크로 저장된다. 즉, 속도와 용량,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을 수 있는 구조라 할 수 있다.

빠른 USB 3.0을 더 빠르게, USB 3.0 부스트 모드

후면 포트의 구성은 언뜻 평범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다른 보급형 메인보드에서는 볼 수 없는 특징을 갖췄다. 일단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기가비트(1Gbps) 속도의 고속 유선랜 포트가 2개 있다는 점이다. 이는 워크스테이션이나 서버로 쓸 때 많이 쓰이는 구성으로, 첫 번째 포트는 인터넷과 연결할 때, 두 번째 포트는 2대 이상의 시스템을 직접 연결해 데이터를 빠르게 공유할 때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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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총 10개의 후면 USB 포트를 갖추고 있는데, 이중 2개는 USB 3.0 규격(푸른색 포트)이다, USB 3.0은 기존의 USB 2.0 보다 데이터 전송을 최대 10배 이상 빠르게 할 수 있어서 이를 지원하는 외장하드나 USB 메모리 등을 가지고 있다면 매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특히, P9X79 WS는 USB 3.0 성능을 더 향상시킬 수 있는 UASP(USB Attached SCSI Protocol) 기술을 지원, USB 3.0 부스트(Boost) 모드로 사용할 수 있어서 다른 메인보드에 탑재된 일반 USB 3.0보다 데이터 전송을 한층 안정적이고 빠르게 할 수 있다.

그리고 USB 포트 사이에 ‘BIOS’라고 써있는 버튼도 자리잡고 있는데, 이는 메인보드 바이오스(메인보드의 기본 동작을 관장하는 기본 프로그램)를 새로운 버전으로 업데이트할 때 쓴다. 기존 메인보드는 바이오스 업데이트를 하는 과정이 복잡했다. 하지만, P9X79 WS는 바이오스 버튼 옆에 있는 전용 USB 포트에 (바이오스 업데이트 파일이 들어있는) USB 메모리를 꽂고 버튼만 누르면, 간편하게 바이오스 업데이트해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매니아를 위한 부가기능도 충실

아수스 P9X79 WS는 매니아를 위한 부가 기능도 충실하게 제공하는 점이 눈에 띈다. 특히, 간단하게 오버클러킹(CPU의 동작속도를 기준치 이상으로 높이는 작업)할 수 있는 ‘TPU 스위치’, 그리고 불필요한 전력소모를 방지해주는 ‘EPU(Energy Processing Unit)’ 스위치를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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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시스템 이상 발생 시 이를 시각적으로 표시해주는 ‘Q코드 LED’, 그리고 현재 시스템의 오버클러킹 상태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3컬러 LED’까지 메인보드 표면에 붙어있다.

미래의 성능을 미리 체험해보고 싶은 그대에게

아수스 P9X79 WS는 일반 대중을 위한 제품이 아니다. 이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라면 당연히 100만 원대를 호가하는 최상급 CPU와 그에 못잖은 고급 그래픽카드 2~4개 정도도 서슴없이 구매하고, 2~3개 이상의 SSD와 하드디스크로 빼곡하게 PC케이스를 채울 것이다. 그리고 오버클러킹처럼 전문 지식 없이는 할 수 없는 작업도 간단히 실행하며, 이로 인한 성능 향상에 기뻐하면서 더더욱 극한의 성능을 추구하기 위한 갖가지 수단을 강구할 것임에 틀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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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정도 제품이라면 상위 1%를 위한 제품이라는 표현도 어색하다. 이런 메인보드가 쓰이는 PC를 구매할만한 경제력이나 관련 지식, 그리고 필요성을 가진 사용자는 전체 PC 사용자 중에 0.1%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메인보드 제조사는 이들처럼 극소수의 사용자를 위한 초고가, 최상급의 제품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수는 적지만 지속적으로 이런 제품을 구매하는 고정 고객이 존재하며, 무엇보다도 제조사의 기술력을 극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얼굴마담’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물론, 앞으로 4~5년 정도 지나면 일반 사용자들이 쓰는 보급형 제품도 지금의 아수스 P9X79 WS 못지 않은 성능이나 기능을 갖추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4~5년을 기다리기 보다 비용을 더 지불하더라도 남들보다 먼저 미래 지향적인 성능을 누리고자 하는 사람은 분명히 있다. 아수스 P9X79 WS는 그런 소비자들을 위한 제품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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