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명 동시 면도' 람대쉬 기네스 챌린지 참여해보니

‘2000명 동시 면도’ 람대쉬 기네스 챌린지 참여해보니 (1)
‘2000명 동시 면도’ 람대쉬 기네스 챌린지 참여해보니 (1)

“카운트다운이 끝나면 면도를 시작하시되, 1분 동안은 절대로 면도기를 얼굴에서 떼면 안됩니다.”

수십 명의 남성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그들은 수염이 거뭇거뭇 자란 초췌한 얼굴로 파나소닉의 전기면도기를 꺼내 들었다. 이윽고 대형 화면에서 카운트다운을 알리자 수십 개의 전기면도기에서 일제히 ‘윙’하는 소리가 시작됐다. 누군가가 “면도기 교향곡을 듣는 것 같다”고 말했지만 웃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모두가 면도에만 집중하는 모습이 마치 엄숙한 삭발식을 보는 것과 같았다.

‘2000명 동시 면도’ 람대쉬 기네스 챌린지 참여해보니 (3)
‘2000명 동시 면도’ 람대쉬 기네스 챌린지 참여해보니 (3)

같은 시각 일본, 홍콩, 대만에서도 동일한 광경이 펼쳐졌다. 18개 장소에서 2,0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일제히 면도를 시작했다. 이들의 모습은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됐고, 면도가 끝나자 스크린에는 ‘기네스 기록 도전 성공’이라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전 세계 최대 인원이 동시에 전기면도(건식면도)하기 부문’에서 신기록이 세워지는 순간이었다.

이는 일본 파나소닉 본사가 세계 최초 5중날 전기면도기 ‘람대쉬 ES-LV90’ 출시를 기념하기 위해 준비한 기네스북 도전 행사였다. 총 참가 인원은 1,981명. 2009년 파나소닉이 일본에서 1,379명을 동원해 세웠던 기록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자신이 세웠던 기네스 기록을 불과 2년만에 갱신한 것이다.

전원 일본인으로 구성됐던 2009년과 달리, 이번 행사에는 한국, 홍콩, 대만에서도 참가했다. 파나소닉코리아(대표 노운하)는 행사 몇 주 전부터 기자들에게 초청장을 보내 참가를 독려했고, 결국 파나소닉 임직원을 포함해 총 33명의 한국인이 기네스 기록에 도전하게 됐다.

한국인 33명, 기네스북 기록 보유자가 되다

참가 조건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만 18세 이상의 남성이어야 하고, 하루 전부터 면도를 하지 않아 수염이 자라기만 하면 된다. 참가자들은 간단한 동의서를 작성한 후 기네스 기록에 도전한다는 의미가 담긴 어깨띠를 둘렀다. 장내가 정리된 후 파나소닉의 람대쉬 ES-LV90이 하나씩 지급됐고, 간단하게 사용법을 설명하는 순서가 이어졌다.

‘2000명 동시 면도’ 람대쉬 기네스 챌린지 참여해보니 (4)
‘2000명 동시 면도’ 람대쉬 기네스 챌린지 참여해보니 (4)

람대쉬 ES-LV90은 세계 최초로 5중날 면도 헤드를 장착한 파나소닉의 야심작이다. 누워 있는 수염을 일으켜 세워주는 리프트날, 긴 수염을 면도하기 적절한 길이로 조절하는 슬릿날, 짧은 수염을 마지막으로 잘라내는 피니쉬날로 구성된다. 리프트날을 중심으로 상하 대칭 구조로 만들어져 방향에 상관 없이 깔끔하게 면도를 할 수 있게 고안됐다.

전체적인 외관은 무난한 편이다. 크기는 손에 쥐기에 적당한 정도였고 무게 역시 생각보다 가벼웠다. 면도 헤드는 좌우 방향은 물론 전후 방향으로도 움직여지며 필요에 따라 움직임을 고정할 수 있도록 잠금 기능을 지원한다. 손잡이 부분에는 작동버튼이 달려 있고, 그 아래쪽에 배터리 잔량과 사용시간 등을 표시해주는 LCD 액정화면이 위치해 있다.

원래 람대쉬 ES-LV90 구성품에는 충전, 세정, 건조를 할 수 있는 세척기가 포함되어 있지만, 이날 받은 물품에는 포함되지 않아 성능을 확인할 길이 없었다. 대신 충전만 할 수 있는 간이 충전기가 지급됐다. 세척기가 없을 때는 관리에 신경을 더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작동버튼을 누르니 면도날이 거세게 돌아가며 매미우는 소리를 냈고, 면도 헤드의 진동이 손바닥까지 느껴졌다. 바로 사용해보고 싶었으나 기록에 도전하기 전까지 사용을 자제해달라는 파나소닉의 요청에 순한 양처럼 내려놓을 수 밖에 없었다. 행사가 준비되는 동안 이곳 저곳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지만 누구 하나 면도를 시도하는 사람은 없었다.

시작시간인 12시 25분이 다가오자 참가자 전원이 행사장 앞에 줄을 지어 섰다. 평소처럼 면도를 하기만 하면 끝나는 간단한 도전이었지만, 한 명의 실수가 기록에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는 부담감에 내심 긴장이 됐다. 카운트다운이 끝나자 작동버튼을 눌러 면도를 하기 시작했다. 1분이라는 시간이 생각보다 짧았기 때문에 서둘러 면도기를 움직였다. 이처럼 집중해서 면도를 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2000명 동시 면도’ 람대쉬 기네스 챌린지 참여해보니 (2)
‘2000명 동시 면도’ 람대쉬 기네스 챌린지 참여해보니 (2)

집계는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 대형 화면에 기록을 갱신했다는 메시지가 뜨고, 기네스 관계자가 파나소닉 본사에 증서를 전달하는 모습이 중계됐다. 모든 과정이 끝난 것이다.

이번 기네스 기록은 파나소닉이 세운 것이지 기자 개인이 세운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뿌듯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입으로 화물선을 끌거나 1분 안에 수십 개의 레몬을 먹는 것처럼 대단한 노력이 필요했던 행사는 아니었지만, 기네스북 기록을 보유하게 됐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물론 머지 않아 파나소닉이 더 많은 사람을 동원했을 때 가차없이 지워질 기록일지라도.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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