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대리의 잇(IT)트렌드] 싸이월드가... 돌아온다?

전국 직장인, 그 중에서도 열정 하나만으로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처리하는 대리님들을 위한 IT 상식을 전하고자 합니다. 점심시간 뜬금없는 부장님의 질문에 난감한 적 있잖아요? 그래서 저 송대리가 작게나마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부장님, 아니 더 윗분들에게 아는 ‘척’할 수 있도록 정보 포인트만 쏙쏙 정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테슬라, 클럽하우스, 삼성, 네카라쿠배 등 전세계 IT 소식을 언제 다보겠어요? 지금 이 순간에도 피곤한 대리님들이 작게나마 숨 한번 쉴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1. 요즘 MZ세대들은 과연 싸이월드를 알까?

필자는 MZ세대들이 많이 즐기는 틱톡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물어봤죠. ‘싸이월드를 아는지’, 설문 영상을 찍어서 올렸습니다. 약 1,000명이 참여했는데요. 결과는 조금 예상과 달랐습니다. ‘싸이월드를 알고 있다 69%’, ‘모른다 31%’였어요. 다만, 물음표가 따라오긴 했습니다. 알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 중 실제로 사용해본 사람이 궁금해졌죠. 이건 제 예상이지만, 아마 거의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틱톡 채널에서 자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출처: 어비 틱톡 채널
틱톡 채널에서 자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출처: 어비 틱톡 채널

2. 이번에 싸이월드가 다시 돌아온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맞습니다. 싸이월드는 오는 5월 싸이월드제트라는 이름의 모바일 서비스와 함께 오픈할 예정입니다. 개인적으로 기대가 큽니다. 약 10년 전, 싸이월드 디자인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었거든요.

최근 서비스 중단 16개월만에 다시 접속되기 시작한 싸이월드, 출처: 동아닷컴 DB
최근 서비스 중단 16개월만에 다시 접속되기 시작한 싸이월드, 출처: 동아닷컴 DB

싸이월드제트는 스카이이엔엠·인트로메딕 등 5개 기업이 컨소시엄을 꾸려서 차린 법인인데요. 얼마 전, SK커뮤니케이션즈(SK컴즈)와 싸이월드 서비스 데이터 이관 등에 관한 합의서를 체결하고, 싸이월드 전제완 대표로부터 운영권을 양수했습니다. 역사 속으로 사라질뻔한 싸이월드가 이번 합의로 다시 등장하는 것이죠.

3. 어떤 형태로 돌아오게 될까? 이전처럼 팝업 미니홈피일까?

두 가지 버전의 미니홈피를 만날 수 있을 겁니다. 기존 오리지널 미니홈피와 새롭게 설계한 미니홈피인데요. 1999년 개설한 옛 미니홈피 아이템을 현재 고화질 해상도에서도 깨지지 않도록 다시 작업하는 중입니다. 2021년 미니홈피에는 증강현실(AR) 기반 아바타 등 이전에는 없었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할 예정입니다. 아, 결제수단으로 사용했던 도토리는 코인으로 변경될 예정이라네요.

추억 속 싸이월드 미니홈피 모습, 출처: IT동아
추억 속 싸이월드 미니홈피 모습, 출처: IT동아

싸이월드제트 이렇게 말했습니다. "싸이월드 미니룸에 들어가면, 메타버스가 펼쳐지는 오픈 플랫폼을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SNS 문을 열고, 메타버스를 마주하는 것이죠. 이것이 새로운 싸이월드다"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메타버스는 가상의 공간에서 돈을 벌고, 놀고, 문화도 만들 수 있는, ‘제 2의 삶의 공간’이라고 말합니다. 다만, 아직 어떤 모습으로 구현될지 정확한 모습은 알 수 없습니다. 현재 싸이월드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3D로 바뀐 미나미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음… 뭐, 아직 시간은 남아 있으니까요. 좀 더 나아질 것이라 기대합니다(웃음).

참고로, 싸이월드제트는 확장현실(eXtended Reality, XR) 모바일 콘텐츠 전문 기업 에프엑스기어와 새로운 싸이월드를 개발하고 있다. 확장현실은 증강현실을 더한 세상…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에프엑스기어는 LG유플러스와 증강현실(AR) 콘텐츠를 제작하고, 중국에 가상 피팅·메이크업 솔루션을 공급하는 등 실감형 콘텐츠 분야에서 개발을 지속하고 있던 기업입니다.

4. 이전 데이터는 그대로?

일단 다행입니다. 그대로 남아있다네요. 싸이월드는 SKT의 데이터센터(IDC)에 고객 데이터를 보관했는데요. 이전 싸이월드 운영사가 서버 비용을 연체하자, SK컴즈가 질권설정(채권자가 채권의 담보로서 채무자 또는 제3자로부터 받은 담보물권을 질권이라고 하며, 이러한 권리를 발생하는 것)으로 서버 접근을 막았었죠. 그래서 혹시 이전 데이터가 사라진 것은 아닌가 걱정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싸이월드 계승을 약속한 싸이월드제트, 출처: 동아닷컴 DB
싸이월드 계승을 약속한 싸이월드제트, 출처: 동아닷컴 DB

싸이월드 서버 접속 결과, 고객 DB 180억 개는 유실 없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고 합니다. 180억 개의 데이터는 ‘사진 170억 장’, ‘음원(MP3) 파일 5억 3,000만 개’, ‘동영상 1억 5,000만 개’ 등 회원 3,200만 명의 데이터라고 하네요. 뿐만 아니라 도토리 정보도 그대로 남아있다고 합니다.

5. 도토리 얘기 반갑네. 그런데 이 도토리를 환불해준다고?

도토리는 과거 싸이월드에서 미니홈피 스킨이나 사용자 아바타 미니미 등을 꾸밀 때 사용하던 일종의 화폐였죠. 도토리를 충전하기 위해서는 돈을 내야 했구요. 싸이월드제트는 오는 5월, 싸이월드 모바일 서비스 오픈과 함께 지난 10년간 SK컴즈가 보관한 35억 원 상당의 도토리를 환불한다고 밝혔습니다. 환불은 싸이월드 모바일 버전 오픈 이후 진행될 예정인데요. 환불에 필요한 비용은 싸이월드제트가 부담한다네요.

다만, 도토리를 현금으로 환불해줄지 아니면 새로운 가상자산인 코인으로 환불해줄지 아직 모릅니다. 예상컨데 코인일 가능성이 높죠. 싸이월드제트는 가상자산 발행을 위해 국내 대형거래소와 협의하는 중이라고 했거든요. 실제로 싸이월드제트는 이전 인터뷰를 통해 "가상현실 속 재미, 실생활과 연동되는 경제활동 등 다양한 콘텐츠를 준비했다. 코로나19로 자녀 학원비를 걱정하는 부모에게 도움되는 경제활동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네. 맞습니다. 이렇게 말했어요. 부모에게 도움되는 결제활동이라고. 사용자가 돈을 벌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메타버스의 특징을 그대로 따른 것이죠. 이에 회원들의 아이디 찾기, 도토리 환불 등에 대한 문의는 벌써부터 폭주하고 있답니다.

싸이월드 속 가상자산의 모습은 아직 아무 것도 밝혀진 것이 없다, 출처: IT동아
싸이월드 속 가상자산의 모습은 아직 아무 것도 밝혀진 것이 없다, 출처: IT동아

개인적으로 조금 기대하고 있습니다. 과거 SK컴즈 직원이었거든요. 당시 받았던 사내 복지 중 매월 도토리 100개를 받았어요. 지금 돌이켜봐도 특이한 복지였네요. 안쓰고 차곡차곡 모아놨었는데… 얼마나 남아 있을지 궁금합니다.

6. 혹시 새로운 싸이월드 서비스를 예상한다면?

지금부터는 지극히 개인적인 예상입니다. 아마 과거 데이터를 활용한 연계 서비스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아이디 찾기 서비스와 함께 사진과 동영상을 복원할 수 있는 ‘추억찾기’ 이벤트 등이 먼저 떠오릅니다. 과거와 핸드폰 번호가 다르더라도 개인 인증을 통해 데이터를 찾을 수 있도록 연동할 가능성도 큽니다.

7. 다소 우려되는 모습도 보이는데…

맞습니다. 회원가입 후 1년간 활동하지 않으면 휴면계정으로 전환됩니다. 자동이죠. 싸이월드제트가 어떤 방법을 활용해 휴면계정을 활동계정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현재 서비스와 과거 서비스는 개인인증 방식 자체가 달랐습니다. 때문에 인증하는 방법, 절차도 상이했죠. 내부 데이터가 얼마나 남아있는지 확인할 수 없는 만큼 우려하는 부분입니다.

사진들도 두렵습니다. 아, 과거 남긴 흑역사 사진 이슈는 아닙니다. 초상권, 저작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싸이월드가 인기를 끌었던 시절에는 지금처럼 초상권이나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약했습니다. 어쩌면 타인을 허락없이 찍은 사진이나 영상, 악의적으로 가공한 콘텐츠 등도 남아 있겠죠? 예전 연인 사진을 발견한 현재 부부 또는 연인 사이에 싸움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가상자산 시스템도 마냥 긍정적이지는 않습니다. 넘어야 할 산이 많죠. 요즘 핫한 메타버스라지만, 실제 성공한 서비스는 많지 않습니다. 만약 싸이월드가 이번 부활에도 실패한다면…. 그건 아마도 완전한 사망 선고와 다름 없을 겁니다. 생각해보면 정말이지 아찔한 상황이네요.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합니다. 작은 바람입니다. 지금까지 싸이월드는 ‘토종 SNS의 조상’이라고 많이 불렸는데요. 이제는 ‘살아있는 전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송태민 / IT전문가
스타트업부터 글로벌 대기업까지 다양한 경험을 지니고 있다. 현재 KBS 라디오 ‘최승돈의 시사본부’에서 IT따라잡기 코너를 담당하고 있으며, '애플워치', '아이패드 미니', '구글 글래스' 등의 국내 1호 구매자이기도 하다. 그는 스스로를 IT 얼리어답터이자 오타쿠라고 칭하기도. 두 딸과 ‘루루체체 TV’ 유튜브 채널, 개그맨 이문재와 ‘우정의 무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어비'라는 닉네임으로 활동 중이며, IT 전문서, 취미 서적 등 30여 권을 집필했고, 음반 40여장을 발표했다.

정리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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