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 글로벌 무대 서려면 “제도·인프라·기초자산 고르게 갖춰야”

한만혁 mh@itdonga.com

[IT동아 한만혁 기자] 2027년 1월 토큰증권(STO) 시장이 열린다. 토큰증권은 블록체인 기반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해 증권의 권리를 디지털 토큰 형태로 발행 및 유통하는 새로운 형태의 증권이다. 토큰증권을 이용하면 기존 증권 거래보다 중간 단계가 줄어 비용이 절감된다. 소수점 단위 분할 소유가 가능해 일반 투자자가 접근하기 어려웠던 고가 자산을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으며, 24시간 거래도 지원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1월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분산원장이 증권 계좌부로서의 법적 효력을 인정받게 됐다. 이에 따라 주식 공모, 상장, 거래, 투자계약증권, 수익 분배 증권 등을 토큰증권으로 발행 및 유통할 수 있는 제도적 토대가 마련됐다.

2027년 1월 토큰증권 시장이 열린다 / 출처=셔터스톡
2027년 1월 토큰증권 시장이 열린다 / 출처=셔터스톡

토큰증권이 시장에 자리 잡으면 부동산, 미술품, 지식재산권, 신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국내 STO 시장 규모가 2030년 367조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 업계는 시장 개설 준비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증권사들은 토큰증권 플랫폼 구축과 기초자산 발굴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블록체인 기업들은 발행 및 유통 인프라 확보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제도 정비와 인프라 구축, 기초자산 전략 등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6월 11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6 자본시장 대토론회’에서는 시장 개설을 앞두고 우리나라의 ‘K-STO’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갖춰야 할 조건과 방향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토론회에는 이용재 미래에셋증권 디지털자산산업본부장, 김완성 코스콤 디지털자산사업부 부사장, 김수민 플룸네트워크 한국 총괄이 참여했다.

글로벌 정합성과 혁신에 맞는 제도 설계 필요

토론회 참여자들은 K-STO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제도 혁신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용재 본부장은 K-STO가 글로벌 무대에 서기 위해서는 슬립스트림(Slipstream)을 이용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슬립스트림은 F1 경주에 자주 등장하는 것으로, 빠르게 달리는 차 바로 뒤에 공기저항이 줄어드는 구간을 말한다. F1 경주에서는 앞차를 추월하기 위해서는 먼저 바로 뒤에 바짝 붙어 슬립스트림 구간에서 힘을 비축했다가 결정적 순간에 치고 나가면서 추월한다. 이용재 본부장은 “시장을 주도하는 영미권 금융회사들 바로 뒤 슬립스트림 구간에 붙어 있다가 우리만의 차별점을 내세워 추월해야 한다”라며 “이를 위해서는 글로벌 정합성에 맞는 제도 혁신이 필요하다. 기존 제도가 아닌 혁신을 만들어낼 수 있는 규제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용재 미래에셋증권 디지털자산산업본부장 / 출처=IT동아
이용재 미래에셋증권 디지털자산산업본부장 / 출처=IT동아

구체적인 과제로는 금융기업과 디지털자산을 분리하는 금가분리 폐지, 개별 기업이 적법한 라이선스를 취득해 토큰증권의 생성부터 말소까지 일원화하여 처리할 수 있는 복수 전자등록기관 제도 도입 등을 제안했다. 또한 허가된 참여자만 접근하는 프라이빗 블록체인 대신 여러 블록체인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표준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유동성과 다양한 기술적 장점을 활용하려면 서로 다른 블록체인 간에 자산을 이전할 때 법적 권리가 동일하게 인정되는 제도적 뒷받침도 마련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수민 총괄은 자산 생애 주기 전반에 걸쳐 명확한 규제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산의 토큰화, 규제 정합성, 유통 등 각 단계가 어느 기관의 관할인지, 어떤 방식으로 처리해야 적법한지가 명확해야 기업이 사업을 설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영역별 표준을 제시해야 하고, 외국인 투자자가 규정에 맞게 투자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신뢰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 필요

제도 설계와 함께 인프라 구축도 핵심 과제로 다뤄졌다.

김완성 부사장은 “토큰증권은 단순히 자산을 블록체인에 올리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발행, 유통, 결제 등 자본시장의 전반적인 업무를 블록체인 위(온체인)에서 새롭게 설계하는 일”이라며 “토큰증권이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인프라에서 작동하느냐가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투자자가 중요시하는 것은 새로운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이 기술을 적용한 시장의 예측 가능성, 안정성, 회수 가능성”이라며 인프라 측면에서 K-STO가 준비해야 할 세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김완성 코스콤 디지털자산사업부 부사장 / 출처=IT동아
김완성 코스콤 디지털자산사업부 부사장 / 출처=IT동아

첫째는 상호 운용성이다. 사업자마다 데이터 구조, 계좌 연계, 수탁·결제 기준 등이 제각각이면 플랫폼 간 연결이 어렵고 시장이 분절된다. 이에 상호 연동이 가능하도록 일정 수준 표준화해야 한다. 해외 브로커, 글로벌 수탁 기관, 외화 결제 시스템 등 글로벌 시장과의 연결도 필요하다. 둘째는 결제 혁신이다. 토큰증권과 결제 토큰을 함께 설계하면 국경 간 거래와 소액 분산 투자에서 결제 효율성과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김완성 부사장은 결제 인프라의 핵심 과제는 빠른 결제가 아니라 안전한 결제라고 강조했다. 셋째는 운용 신뢰성이다. 블록체인 도입으로 인한 운용 리스크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김완성 부사장은 “시장 참여자 간의 연결, 안전한 결제, 안정적인 시장 운용 인프라가 신뢰를 쌓을 수 있을 때 K-STO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수요에 맞는 기초자산 전략 필요

토론회에서는 어떤 자산을 먼저 토큰화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김수민 총괄은 “한국은 자본, 자산, 투자자라는 세 가지 축을 모두 갖췄기 때문에 실물연계자산(RWA) 측면에서 큰 잠재력을 지닌 시장”이라며 “국채, 부동산, K-콘텐츠 지식재산권(IP), 상장 주식 등 토큰화할 수 있는 자산이 다양하게 존재한다”라고 설명했다.

김수민 플룸네트워크 한국 총괄 / 출처=IT동아
김수민 플룸네트워크 한국 총괄 / 출처=IT동아

이어 김수민 총괄은 어떤 자산을 토큰화할지 판단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을 제시했다. 첫째는 어떤 시장에서 매력적으로 보일지를 파악해야 한다. 가령 K-콘텐츠 IP는 미국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으며, 국내 반도체 관련 주식은 동남아 시장에서 토큰화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시장 특성을 고려해 기초자산을 선정해야 한다. 두 번째는 투자자들이 실제로 경험할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낮춰야 한다. 일반 주식이나 디지털자산 투자에 익숙한 투자자들이 토큰증권 시장에 진입하려면, 그만한 매력이 있어야 한다.

반면 김완성 부사장은 신중한 접근을 권했다. 부동산, 미술품처럼 리스크나 수익성이 아직 검증되지 않은 비정형 자산보다는 국채, 우량 채권, 펀드 등 정형 자산을 먼저 토큰화해 시장을 안정적인 궤도에 올려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해외처럼 시장의 기축자산이 될 수 있는 상품을 먼저 토큰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검증되지 않은 자산으로 시장을 시작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것이 현재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전했다.

STO 토론회 현장 / 출처=IT동아
STO 토론회 현장 / 출처=IT동아

K-STO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제도, 인프라, 기초자산을 고르게 갖춰야 한다. 글로벌 정합성을 갖추고 혁신을 촉진할 수 있는 제도가 갖춰져야 인프라 구축 방향이 설정되고, 인프라가 갖춰져야 기초자산 토큰화가 활발해질 수 있다. 또한 매력적인 자산이 있어도 제도와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없다. 이제 6개월 남짓이면 STO 시장 열린다. 제도의 국제 정합성, 자본시장 수준의 인프라, 글로벌 수요에 맞는 기초자산 전략이 유기적으로 갖춰질 때 K-STO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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