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을 스마트하게 관리할 수는 없을까? 약국도 변화가 필요하다

[스케일업 x 대구대 창업도약패키지] 이블루채널 (4)

지난 11월 29일, 이블루 이나현 대표는 전라북도 전주에 있는 전주소리문화의전당에 다녀왔습니다. 의미 있는 발걸음이었는데요, 대한약국협회(회장 강민구)가 개최한 '2020년도 정기총회 및 정기학술대회'에 발표자로 나선 것입니다. 전국 약사들이 이블루 이야기를 듣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이번 정기학술대회 주제는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에서 약국의 발전 방향'이었습니다. 이 대표는 홈케어굿모닝약국의 임지미 대표약사, 오션글로비스 신동수 대표와 함께 '디지털 헬스케어를 지향하는 스마트약국 솔루션'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습니다.

정기학술대회에서 발표하고 있는 이블루 이나현 대표, 출처: 이블루
정기학술대회에서 발표하고 있는 이블루 이나현 대표, 출처: 이블루

정기학술대회 전 대한약국협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1880년대 말에 발생한 콜레라 대유행은 유럽의 상하수도 시스템을 발전시키는 데 기여했다. 작금의 코로나19 상황은 4차산업 시대와 함께 국민보건예방 및 증진을 위한 기존 체계를 변화시키는 데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다." 덧붙여 대한약국협회는 "약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약국 및 약사의 역할과 업무환경에도 획기적인 변화가 요구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마지막 문장에 이렇게 적혀있죠. 약국 및 약사의 역할과 업무환경에도 변화가 요구될 것이라고. 네. 변화입니다. 근 10년간 아니 그 이상의 세월 동안 큰 변화 없이 과거의 모습을 고수했던 약국, 약사가 스스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이블루가 있습니다.

길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19 확진자 증가로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가 연일 격상되기에 이블루와는 화상 인터뷰를 진행하기로 약속했다. 차일피일 미뤄지던 화상 인터뷰 당일이던 12월 14일, 이블루가 하루 더 연기를 요청했다. 무슨 일이냐는 질문에 이나현 이블루 대표는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인천에서 급하게 방문해달라는 요청이 왔어요. 방문해서 저희 제품과 서비스를 소개하고 난 뒤에 인터뷰하면 안 될까요?"

어쩌면 새로운 고객을 확보할 수도 있는 미팅. 스케일업할 수 있는,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른다. 궁금해졌다. 이블루를 찾는 약국이 요즘 좀 늘어났나? 하루를 더 기다려 근황부터 물었다.

"많은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서울바이오혁신커뮤니티센터 입주 심사를 통과해 '이블루 연구소'를 설치했고, 스타트업을 진행하는 디캠프가 개최한 11월 디데이에서 발표하며 인연을 맺었어요. 서강대 산학협력도 진행 중입니다. 1차 결과물은 오는 23일에 나오고, 데이터 분석 결과를 토대로 내년 산학협력 방향을 결정하기로 했어요."

서울바이오혁신커뮤니티센터에 입주한 이블루 연구소, 출처: 이블루
서울바이오혁신커뮤니티센터에 입주한 이블루 연구소, 출처: 이블루

이블루는 경북 구미시에 있다. 수도권과 다소 떨어져 있어 수도권에 가까운 거점을 확보하고자 노력했는데, 서울바이오혁신커뮤니티센터와 디캠프라는 스타트업 지원 기관과 연을 맺었다. 사무공간부터 컨설팅, 시장 네트워크 확대, 투자 유치 등 다음 단계 성장을 위한 지원을 약속받았다. 좋은 소식이다.

"무엇보다 얼마 전, 대한약국협회가 진행하는 정기학술대회에 우리 이블루가 발표자로 나섰습니다. 초청을 받아서요(웃음). 당시 임지미 약사님이 약국의 미래는 기술 발전과 함께하는 서비스에 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그 사례 중 하나로 이블루의 스마트약국경영솔루션을 소개할 수 있었습니다. 뭐랄까… 인정받은 기분이에요."

틈을 찾았다. 이블루가 비집고 들어갈 틈 아니, 길이다. 약국이, 약사가 스스로 변화를 선택하고 있다. 커다란 파도가 아니어도 좋다. 작은 파문일지언정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코로나19로 찾아온 위기와 4차산업혁명이라고 불리는 IT 사업 인프라의 확장 속에서 이블루에게 작은 운(?)이 찾아왔다.

3년 영업에 100개 약국 계약, 대단한 겁니다?

"이블루가 제시하는 '스마트한 약국 경영 및 관리'는 사실 아주 새롭거나 이채롭고 혁신적인 솔루션은 아닙니다. 그전에도 비슷한 시도가 있었어요. 전국 약국 2만 6000여 곳 중 60% 가까이 사용하는 약학정보원의 팜IT 3000도 꾸준히 기능을 개선했습니다. 휴베이스, 온누리팜, 온팜, 유팜 등 각각의 기능을 추가/개선한 솔루션도 있었습니다."

팜IT 3000, 출처: 약학정보원
팜IT 3000, 출처: 약학정보원

맞다. 많은 시도가 있었다. 다만, 시장에 안착하지는 못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결정적으로 약국과 약사가 변화해야 하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그럼 지금의 이 상황은 무엇이란 말인가. 요즘 이블루를 찾는 약국이 늘어나고, 문의하는 약사가 늘고 있다. 이블루가 시장을 장악한 선도 업체도 아니고 국내 최초로 솔루션을 선보인 것도 아닌데 말이다. 황소 뒷걸음치다 쥐라도 잡은 격인가.

"기본에 집중한 것을 알아주는 것 같습니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것 하나에만 올인했잖아요. 하나 둘 이블루를 찾는 약국이 늘어나며 100여 약국에 150개의 라이선스를 납품했습니다. 그리고 마침 약국과 약사가 우리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 준 것 아닐까요. 오랜 지인이 있습니다. 약사를 하다 건강기능식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데요, 100여 약국에서 이블루를 사용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엄청난 숫자라고 했습니다. 인정받았다는 뜻이라고 하네요(웃음)."

이블루 솔루션에 관심을 보이는 약국이 늘어나고 있다, 출처: 이블루
이블루 솔루션에 관심을 보이는 약국이 늘어나고 있다, 출처: 이블루

더딜 수밖에 없었던 변화의 흐름

불편함을 해소해 줄 수 있는 솔루션을 찾는 약국과 약사는 이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약국은 환자를 상대해야 하는 최전선이다. 약을 관리해야 하는 약국의 정보를 원하는 관리 감독 기관도 많다. 행여 약과 관련한 사건사고가 1건이라도 발생하면, 환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관리 감독의 눈길이 줄어들기 보다,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었다는 뜻이다.

지켜보는 눈이 많을수록 변화의 속도는 느려진다. 새로운 기능은 귀찮을 뿐이다. 일례로 약 4년 전부터 약학정보원에서 약국 내 PC를 전문 업체만 관리할 수 있도록 지정했다. 개인 정보 유출 문제 때문이다. 어떤 환자에게 어떤 질병으로 어떤 약을 조제했는지. 만약 유출된다면 민감할 수 있는 정보다. 즉, 약사가 PC를 마음대로 바꾸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만큼 보수적이고 폐쇄적일 수밖에 없다.

1명의 약사로 인정받기 위한 시간도 일반적인 기업과는 다르다. 약사가 되기 위해서는 약학대학에서 6년이라는 시간을 보낸다. 바로 개원하는 약사는 많지 않다. 졸업 후 대부분 4~5년간 월급 약사, 근무약사로 일한다. 그렇게 10년이다. 때문에 과거의 운영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는 경우가 많다. 피처폰을 10년 동안 사용하신 아버지에게 스마트폰의 장점을 설명하며 교체를 권유하기란 쉽지 않은 일처럼 말이다.

게보린 판매량과 폐기량을 알고 싶습니다

"게보린, 유명한 진통제입니다. '한국인의 두통약! 게보린~'. 아마 많은 분들이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전에도 말했지만 게보린이 얼마나 판매되는지, 얼마나 폐기되는지 정확한 통계를 파악할 수 없습니다. 오늘 1만 정을 생산하고 내일 1만 정을 폐기해야 한다면, 믿어지세요?"

전국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수많은 물품은 조금 번거롭겠지만, 몇몇 업체로부터 통계를 구하면 쉽게 재고를 파악할 수 있다. 바코드로 찍으면 대부분의 물건을 전산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븐일레븐 홍대점에 지금 불고기 도시락이 몇 개 남아있는지 알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약은 어떨까? 그 많은 관리 감독 기관이 눈을 뜨고 관리하는 약의 정확한 통계. 까다로운 보고 체계를 거쳐야 하는 마약·향정신성의약품을 제외한 일반의약품은 제대로 된 통계를 알 수가 없다.

한 약국의 모습, 출처: 동아일보
한 약국의 모습, 출처: 동아일보

이제 약국은 처방전에 맞춰 조제만 하는 것으로 모든 경영을 관리하지 않는다. 일반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마스크 등 국민 건강을 위한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관리해야 한다. 작은 변화의 시작. 그 안에서 이블루가 어떤 길을 찾아갈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른다.

다만, 이것 하나는 기억한다. 어머니의 암 투병으로 인해 겪었던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시작했던 이블루 이나현 대표는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다. 내 눈앞, 내 손 닿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작은 변화의 시작, 혁신을 추구하는 스타트업의 모습이다. 이블루채널의 바람이 현실이 되길 응원한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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