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화되는 오픈마켓 직거래 사기···· 전자상거래 미숙한 40·50대 노린다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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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남시현 기자] 코로나 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이 생활로 자리 잡으면서, 소비 패턴 역시 서로 대면할 필요가 없는 언택트(Untact) 소비로 그 흐름이 바뀌고 있다. 기존에 오프라인 시장이 강세였던 전통시장이나, 대형마트도 전자상거래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있으며, 온라인 거래가 어려울 것만 같았던 신선식품이나 대형 가전까지도 이제는 손쉽게 인터넷으로 주문할 수 있을 정도다.

전자상거래의 소상공인이라고 할 수 있는 오픈마켓 역시 유례없는 활기를 띠고 있다. 코로나 19 이전에도 꾸준히 성장해오던 시장이지만, 코로나 19를 계기로 중년이나 노년층 등 새로운 구매수요가 유입되면서 더욱 바빠지고 있다. 그렇다 보니 온라인 전자상거래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을 겨냥한 사기 수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오픈마켓을 통한 전자상거래, 어떻게 굴러가나?

시중 모든 오픈마켓이 직거래 유도와 관련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출처=IT동아
시중 모든 오픈마켓이 직거래 유도와 관련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출처=IT동아

최근 옥션, 지마켓, 쿠팡, 11번가, 네이버 쇼핑 등 주요 온라인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상품설명을 확인하면, 빼놓지 않고 '직거래 주의'라는 문구가 기재돼있다. 올해 초만 해도 이런 문구가 없었는데, 왜 오픈마켓 사업자들이 이런 경고를 하고 나선 것일까? 먼저 오픈마켓의 개념에 대해 짚고 넘어가자. 오픈마켓을 통한 구매 구조는 크게 구매 공간인 플랫폼을 운영하는 사업자, 여기에 입점해 물건을 판매하는 오픈마켓 사업자, 그리고 오픈마켓에서 구매하는 소비자로 나뉜다.

오픈마켓 직거래 구조, 소비자가 플랫폼 사업자를 거치지 않고 오픈마켓에 직접 송금할 경우 구제가 어렵다. 출처=IT동아
오픈마켓 직거래 구조, 소비자가 플랫폼 사업자를 거치지 않고 오픈마켓에 직접 송금할 경우 구제가 어렵다. 출처=IT동아

여기서 플랫폼 사업자는 옥션, 쿠팡, 네이버 등 오픈마켓 운영을 위한 공간을 제공하는 사업자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직접 물건을 판매하지 않는다. 즉, 우리는 오픈마켓 판매자가 올린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다. 먼저 물건을 구매하면, 여기서 결제된 금액은 플랫폼 사업자에게 전달되는데, 그럼 오픈마켓 사업자는 구매자에게 물건을 보내고, 구매자가 물건을 확인한 다음 구매확인까지 누르면 그제야 플랫폼 사업자가 오픈마켓 사업자에게 판매대금을 지불한다. 덕분에 물건을 보내지 않았거나, 제품에 문제가 있을 경우 플랫폼 사업자가 거래 진행을 중단해 사고를 방지하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구매자가 오픈마켓 사업자에게 직접 송금하게 된다면? 그럼 플랫폼 사업자가 마련한 모든 보호장치가 동작하지 않아 물건을 보내지 않고 돈만 챙길 수 있다. 이렇게 직접 거래를 하게 되면 법적으로 플랫폼 사업자 책임도 아니니 돈만 고스란히 날리게 되는 게 현실이다.

전자상거래에 낯선 40·50대 소비자, 잘 모르면 당하고 알아도 당한다

이런 사기 수법은 몇 년 전부터 유행했지만, 전자상거래 개념에 낯선 소비자층이 등장하면서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런데 사기 수법을 보면 오랫동안 인터넷 구매를 해온 세대도 쉽게 속아 넘어갈 정도다. 사기 수법의 전형적인 사례를 통해 그 전모를 분석해보자. 일단 사기꾼들은 고가의 전자제품, 그중에서도 기간을 두고 배달해야 하는 TV나 냉장고 등 대형 가전을 목표로 한다. 대형 가전을 인터넷으로 구매하면 보통 1주일에서 1달가량 배송 준비 기간이 필요한데, 이를 악용해 사기 건수를 최대한 늘리기 위해서다.

가격 역시 사기꾼의 미끼, 보통 전자제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사람 대다수는 오프라인 대비 저렴한 가격 때문에 온라인으로 물건을 산다. 따라서 가격이 저렴한 물건을 찾기 마련이고, 가격비교 사이트 역시 저렴한 순서로 링크를 배열한다. 가격이 절반정도 저렴하면 오히려 의심을 살 수 있으니 실 판매가의 90\~95%로 올려놓는다. 200만 원짜리면 혼자만 185\~190만 원에 올려놓는 식이다. 물론 B급, 리퍼비시 명목으로 30\~40만 원씩 저렴하게 올리는 경우도 있어 그 수는 다양하다. 이렇게 최저가를 노리는 사용자들이 걸려들게 되며, 실제로 결제를 하는 과정까지는 일반 판매와 동일하다. 사기라고 해도 이 단계에서는 사기를 치지 않아 거짓 신뢰를 준다.

쿠팡 고객센터로 위장한 사기꾼과의 대화, 링크도 실제와 흡사하게 위장하고 있다. 출처=더치트
쿠팡 고객센터로 위장한 사기꾼과의 대화, 링크도 실제와 흡사하게 위장하고 있다. 출처=더치트

문제는 바로 결제 이후의 단계다. 통상적으로 결제가 완료된 물품은 구매자가 구매를 취소하거나, 판매자가 재고 부족이나 하자를 이유로 판매를 취소하는 경우다. 이를 이용해 판매자는 정상 거래된 물건을 일단 취소하고, 구매자에게 전화나 카카오톡 대화를 요청한다. 구매한 물건 재고가 없어 판매가 취소되었다면서. 이때부터 사기꾼이 챔질을 시작한다. 대표적으로 '구매한 물건 대신 창고에 다른 재고가 있으니 싸게 주겠다', '구매한 물건 작년 모델은 어떤가', '반품되서 판매가 어려운 물건이 있는데 상자가 파손돼 오픈마켓으로 판매가 어려운데, 통장에 입금해주면 물건을 보내주겠다', '현금으로 입금해주면 오픈마켓 수수료를 제외한 만큼 할인을 해주겠다' 식입니다. 어떤 식으로든 저렴한 물건이 있지만 오픈마켓을 거치지 않게끔 유도한다. 실제 결제 과정과 동일한 복제사이트 링크로 속아넘어가게끔 하는 고도의 사기 수법도 있다.

카카오톡 대화나 전화를 통해 구매자가 넘어갔다 싶으면, 사기꾼은 오픈마켓 구매 링크 혹은 안전결제 링크를 주며 결제를 유도한다. 원래 구매했던 사이트 링크와 똑같은 모습의 사이트 링크를 주며, 여기에 로그인하고 결제하면 문제가 없다고 안심시킨다. 오픈마켓을 통해 결제하는 것처럼 보이니 소비자 역시 생각없이 구매를 진행하게 되는데, 이 사이트는 단순히 결제 정보를 빼내기 위해 진짜 사이트를 교묘하게 배낀 가짜 사이트다. 실제로 로그인한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아무 단어나 입력해도 로그인될 정도로 허술하다. 주소나 개인정보 역시 요구하지만 실제로 물건을 보내줄 일이 없으니 그저 그럴싸하게 보이라고 입력하는 것 뿐이다. 이 가짜사이트에서 끝내 결제까지 완료하면, 사기꾼에게 돈이 송금된다.

문제는 사기를 당한 사람은 곧바로 사기 여부를 알 수 없다. 앞서 말한 것처럼 배송에 상당 시일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 기간동안 사기꾼은 배송 준비 중이라고 답변을 달며 다른 먹잇감을 찾아 다니다, 꼬리가 밟힐때 쯤 유유히 사라진다. 사기꾼이 연락을 받지 않고 잠적하게 됐을 때가 되서야 구매자가 사기당한 것을 알게 되지만, 이미 해외에 서버를 둔 사기꾼은 돈과 함께 쥐구멍으로 사라지고난 다음이다.

이 과정에서 플랫폼 사업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도 있지만, 애초에 시스템 외 거래이므로 플랫폼 사업자에게 책임을 물을 일이 아니다. 하지만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오픈마켓 사기꾼을 색출하는 정도는 하고 있다. 결국 구매자가 사기 수법을 이해하고, 이런 방식의 사기 거래를 피하는 수 밖에 없다. 몇 가지만 유의한다면 이런 일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직거래 유도 사기에 대처하는 세 가지 방법

첫째, 상대방이 건네주는 링크는 반드시 의심하고, 거래 취소부터 생각한다. 대다수 사기꾼은 오픈마켓과 동일한 것처럼 보이는 URL을 건네주면서 안심시키는데, 정상적인 오픈마켓 판매자는 절대로 구매 링크를 전달하지 않는다. 거의 모든 플랫폼 사업자가 이를 철저히 금지하고 있다. 그러므로 판매자가 별도의 거래 링크를 전달하면, 아예 거래 자체를 진행하지 않아야 한다.

둘째, 결제 전 인증된 판매자인지 확인한다. 사기꾼의 경우 사업자 등록번호나 정품 판매자 로고 등을 쉽게 도용한다. 하지만 정상 거래가 완료되면서 쌓인 오픈마켓 판매 리뷰나 판매 개수는 속이기는 어렵다. 만약 고가의 물건임에도 판매 내역이나 리뷰가 전혀 없고, 판매자가 함께 취급하는 다른 물건의 상태에도 판매 내역과 리뷰가 없다면 아무리 정품 인증이나 사업자 번호가 있더라도 주의해야 한다.

셋째, 판매 가격이 정상적이지 않거나, 오픈마켓에서 판매하기 어렵다는 명목의 제품은 구매하지 않는다. 온라인 제품 최저가는 여러 판매자가 마진을 최소로 줄이면서 나온 가격이라,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가격이 크게 떨어지기 어렵다. 그래서 가격이 지나치게 낮으면 사기일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최저가로 위장한 제품도 있는데, 카카오톡으로 재고를 확인하라거나 결제 후 판매 취소 뒤 다시 링크를 주는 식이라면 무시하자. 물론 인증된 판매자가 B급, 재포장 제품을 저렴하게 파는 경우는 예외인데, 그렇다고 해도 오픈마켓을 거치지 별도 링크를 제공하지 않는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알고나면 당할 일도 없어

하루에도 수백 건씩 쏟아지는 온라인 사기. 출처=더치트
하루에도 수백 건씩 쏟아지는 온라인 사기. 출처=더치트

오픈마켓 직거래 사기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코로나 19를 계기로 온라인 전자상거래에 미숙한 세대가 유입되면서 오픈마켓 직거래 사기가 훨씬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택배 물동량의 증가로 인해 전반적으로 물건을 받는 시기가 늦어지고 있는 점, 해외 제조와 온라인 거래 활성화로 인한 실제 가전제품 배송 기간도 길어지고 있는 점 등이 사기꾼이 활개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있다. 어떤 사기라 할지라도, 그 수법이 들통나면 당할 일이 없다. 결국 소비자가 똑똑해지는 방법이 사기 피해를 막는 왕도인 만큼, 오픈마켓 직거래는 반드시 피하고 항상 주의하길 바란다.

글 / IT 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영상 / 뉴미디어팀 차보경(cha@itdonga.com), 김경미 (km@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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