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B SW 기업 더존비즈온의 도전, 매출 채권 팩토링 ‘황금두꺼비’

“동양에서는 두꺼비가 복의 상징입니다. 더존비즈온의 매출 채권 팩토링 서비스 ‘황금두꺼비’를 통해 코로나19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중소기업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렸으면 좋겠습니다.”

더존비즈온 안재봉 핀테크사업본부 담당 본부장이 중소중견 기업 대상 매출채권 팩토링 서비스 제공에 대해 답한 말이다.

국산 소프트웨어 대표주자이자 전사적자원관리(ERP) 분야 1위 기업 더존비즈온이 기업 신용 평가와 매출채권 팩토링이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매출채권 팩토링은 상거래에서 발생한 외상 매출채권을 금융 기관이 매입하는 금융 서비스다(판매대금 등을 단기간에 현금화할 수 있다).

‘황금두꺼비’는 매출채권 담보 대출상품은 아니다. 매출채권을 적정한 할인율로 매입하는 금융 서비스다. 따라서 재무제표에 부채로 인식되지 않는다. 때문에 미수 관리와 법적 다툼 등 불필요한 채권관리 비용 부담을 감소시킬 수 있다.

더존비즈온은 여기에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의 기술을 접목, 중소기업 회계 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 모형을 새롭게 선보였다. AI 기반 조기경보모형, 진성거래 판별모형, 거래위험 평가모형, 한국형 상거래 위험지수 ‘디-페이 인덱스(D-Pay Index)도 개발했다. 금융권과 신용 평가 회사의 영역에 발을 담그며 사업 영역을 다변화하는 중이다.

관련 사업을 담당하는 안 사업본부장은 25년간 기업 신용 평가와 기업 정보 사업 분야에서 일한 전문가다. 더존비즈온은 국내 신용 평가 분야에서 일한 전문가와 해당 전문가를 지원하는 인력을 통해 관련 사업을 3년 동안 준비해왔다.

중소기업연구원이 발표한 2018년 자료에 따르면, 전자어음과 구매카드, 구매자금대출, 기타(외상담보대출, 상생결제 등) 유동화 가능 수단의 600조 원과 B2B 거래 잠재시장 400조 원이 매출채권 유동화 시장 규모다. 더존비즈온은 더존 세금계산서 발행 금액의 10%에 해당하는 35조 원을 장기적인 팩토링 목표로 잡고 있다.

서비스 도입 초기에는 우량기업과 우량 거래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한가지 주목할 점은 더존비즈온이 제공하는 이번 서비스의 경우 중소기업에게 필요한 ‘상환청구권’이 없는 게 특징이다.

더존비즈온은 왜 이 사업에 뛰어든걸까.

해당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팩터가 인수한 채권에 대해 제대로 리스크를 측정하고 평가하냐는 점이다. 신용평가모형을 어떻게 만들고, 검증한 뒤, 꾸준히 신뢰성을 높여야 경쟁력을 유지하고 내세울 수 있다.

이에 대해 안 본부장은 “저희 서비스는 기존 금융권과 신용 평가 회사들이 하는 방식과 많이 다릅니다. 1년 혹은 1년 6개월 전 연간 재무제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라며, “기존 데이터에 해당 기업의 일별/주별/월별 자료를 모두 활용합니다. 회계 재료라는 빅데이터를 활용하기 때문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안재봉 본부장이 더존비즈온의 신용 평가 모형의 경쟁력을 설명하고 있다, 출처: 테크수다
안재봉 본부장이 더존비즈온의 신용 평가 모형의 경쟁력을 설명하고 있다, 출처: 테크수다

신용평가를 하기 위해서는 매출채권. 기업 신용 평가 등과 같은 기업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신용 평가나 정보사업을 설명할 때, 석유 산업을 예로 드는 이유다. 데이터 소스원은 개인과 기업들이 가지고 있다. 데이터 소스원으로부터 데이터를 잘 뽑아서 정제하고 가공해야 한다. 그래야 수용자에게 데이터나, 정보 서비스, 솔루션, 평가모형을 전달할 수 있다.

더존비즈온이 보유한 회계 데이터는 그동안 신용 정보나 평가의 재료로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더존비즈온은 여기에 집중했다. 팩토링 사업을 하면서 회계 데이터라는 원유를 채굴해 정제하면, 기존 결산재무자료나 특정 기업 평가를 위한 여타 데이터보다 효용성이 크다고 봤다.

그런 정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신용 평가 모형을 만들었다. 회계 데이터라는 원유에서 추출한 원장 수준의 로우데이터다. 이는 시스템과 컴퓨터에 올리기 위한 사전 작업이다. 이 작업에만 1년이라는 시간을 소요했다. 데이터가 워낙 방대했기 때문이다. 회계 정보를 처리할 때 10TB 이상을 처리하다보니 시범 서비스까지 오래걸렸다.

검증 결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부실 예측 정확도가 기존 재무제표에 기반한 재무모형에 비해 월등히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등급에 따른 우량 누적분포와 불량 누적분포를 이용해 모형의 변별력을 판별하는 지표로 활용하는 게 ‘AR(Accuracy Ratio)’이다. 기존 신용 평가 모형에서는 AR 50이 넘는 중소기업이 많지 않았지만, 더존비즈온이 만든 평가 모형을 검증해보니 중소 기업 중 20억 원 매출 조금 넘는 곳들은 70이 넘었고 20억 원 미만도 60 정도가 나왔다.

신용 평가를 통한 사업 확대도 중요하지만, 단순 담보 서비스는 아니기에 위험 회피 준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관련 서비스에 따른 위험 회피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궁금했다.

이같은 신규 상품을 선보일 때는 리스크를 헤징하기 위해 신용 보강을 한다. 상환청구권도 그런 일환이지만, 더존비즈온의 서비스에는 없다. 확인 결과, 매출 채권 보험이나 신용보증기금과 논의하고 있었다. 다만, 시간이 오래 걸려 일단 먼저 신용평가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리스크를 측정, 신용도를 A, B, C, D로 나눴다. 첫 타깃을 B등급 이상 신용등급 기업 대상으로 삼고, 보수적인 형태로 더존비즈온이 책임지고 진행한다.

현재 더존비즈온은 금융 파트너와 함께하며 신뢰도와 안정성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금융기관과 접촉한 이유는 매출 채권 팩토링을 통해 중소기업을 돕고, 수요가 늘어나면 매출채권을 매입하는 금융기관이 자금을 투입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다. 초기 몇백억 원에서 몇십억 원이지만, 활성화 시 조 단위로 활성화할 수 있다는 게 더존비즈온의 예측이다.

더존비즈온은 매출채권 팩토링 서비스에 빅데이터, AI 등의 기술을 접목해 WEHAGO에서 외상채권을 현금으로 회수할 수 있는 ‘황금두꺼비’ 서비스를 출시했다, 출처: 더존비즈온
더존비즈온은 매출채권 팩토링 서비스에 빅데이터, AI 등의 기술을 접목해 WEHAGO에서 외상채권을 현금으로 회수할 수 있는 ‘황금두꺼비’ 서비스를 출시했다, 출처: 더존비즈온

제2금융권도 기업 금융이나 개인 금융 부문에서 새로운 투자처 또는 상품 개발 이슈와 요구에 직면해 있다. 팩토링 비즈니스는 금융권에서 주로 다뤘던 대기업 상품이나 개인 대상 주택담보대출과는 다른 새로운 상품이다. (때문에) 시장 선점을 위해 그들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참고로 더존비즈온은 시범 서비스 기간 동안 팩터 자금으로 약 100억 원 가량을 투자한다.

많은 시간 준비했다. 다만, 기업 입장에서 속살과 같은 회계 데이터를 들여다 본다는 것은 무척 민감한 사항이다.

이에 대해 안 본부장은 “저희는 회계 원장 수준의 난수표 형태 데이터를 봅니다. 매출 규모와 영업이익 관련 내용보다 거래처와의 지급 주기, 전월 대비 판매 추이, 손익과 매출 증가율 등 모형에서 사용하는 변수만으로 해당 기업의 실제 데이터를 보는 건 아닙니다. 주요 거래처와 같은 영업 정보도 전혀 활용하지 않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설명한대로 구매 기업과 판매 기업간 거래가 진성인지 가짜인지, 또 거래 리스크 파악 같은 영역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황금두꺼비는 더존비즈온의 온라인 비즈니스 플랫폼 ‘위하고(WEHAGO)’를 통해 제공한다. 서비스 신청부터 심사, 팩토링 대금 입금과 상환 업무 전 과정을 자동화해 이용 편의성을 높였다. 복잡한 서류 준비나 오프라인 방문 없이 전자세금계산서만 있으면 온라인에서 비대면으로 이용할 수 있다.

기존 제품을 사용하거나 다른 회사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은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더존비즈온은 기존 제품 고객을 위해 이미 위하고로 마이그레이션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했다. 다만, 다른 회사 고객은 위하고로 이전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다.

안 본부장은 “이미 국내 85% 정도의 고객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어서 웬만한 고객들은 황금두꺼비 서비스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이어서 그는 “세무대리인에게 회계 기장을 위임한 기업의 경우, 세무회계 사무소에서 회계 데이터를 ‘위하고 T’로 기장하는지 확인하고, 이미 이를 도입했다면 해당 기업은 수임고객사용 ‘위하고 T 엣지’에 가입만 하면 즉시 팩토링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더존비즈온의 황금두꺼비 서비스의 팩토링 신청 절차
더존비즈온의 황금두꺼비 서비스의 팩토링 신청 절차

앞서 밝힌대로 관련 서비스는 금융권과 신용 평가 회사가 영위하던 사업 영역이다. 국내는 관련 기업들에게 면허를 허용한다. 이 라이선스가 있어야 사업할 수 있다. 이 부분은 금융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 지원을 받았다.

황금두꺼비 서비스는 2019년 5월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로 지정돼 해당 서비스 제공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8월 5일 시행된 개정 신용정보법에 따라 정보조회업 라이선스도 신청할 예정이다. 또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빅데이터 플랫폼과 센터 구축 사업에 ‘중소 중견 기업 빅데이터 유통 플랫폼 사업자’로 선정, 회계ERP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유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관련 서비스를 3년 가량 준비했는데, 2020년은 코로나19 여파로 중견 중소 소상공인들에게는 그 어느 해보다 힘겹다. 과거에 비해 거래처 관리에 대한 불확실성은 더욱 커져만가고 있다. 금융 환경도 만만치 않다. 정부도 정책 자금을 통해 기업을 돕고 있는 상황에서 더존비즈온도 이번 서비스를 통해 그동안 금융 지원에서 소외됐던 중소 기업에게 좋은 선택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안 본부장은 “회계ERP 대명사로 더존비즈온 뿐만아니라 금융 영역에서도 더존비즈온 이름이 더 많이 자주 회자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며, “더존의 변신은 그동안 더존 제품을 이용해준 고객 덕분인만큼 새로운 변신에도 가장 앞서 나아가겠습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최근 핀테크 영역에서는 전통 금융권 이외에 더존비즈온이나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스타트업이 뛰어들고 있다. 이에 대한 생각도 궁금했다. 더존비즈온은 관련 시장에 새로운 플레이어가 뛰어드는 건 무척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새로운 서비스의 등장은 기존 시장에 활력을 띄우는 동시에 새로운 플레이어간 선의의 경쟁과 협력의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근 소상공인 대상으로 자금 지원 서비스를 진행한 네이버와도 협력 가능성은 열어뒀다. 두 회사의 데이터센터는 모두 강원도에 있다. ‘강원도의 힘이냐?’는 농담에 안 본부장은 “두 회사가 협력해 중소 소상공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서비스 제공 의미는 더욱 커질 거 같습니다. 강원도의 힘을 보여드리겠습니다”라며 웃었다.

글 / 도안구 IT 칼럼니스트
편집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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