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X경기도] 한국판 그린 뉴딜의 성패, 시민 의식과 함께 성장해야

남시현 sh@itdonga.com

[IT동아 남시현 기자] 1997년, 제3차 유엔기후변화협약을 통해 선진국의 수량적인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규정한 교토의정서가 채택되었다. 교토의정서는 6가지 온실가스를 규정하고, 부속 국가에게 1990년 수준 대비 평균 5.2% 감축하는 의무를 담았다. 덧붙여 교토의정서는 청정개발체제(CDM)와 배출권거래제(ETS) 및 공정 이행 제도(JI)까지 도입해 온실가스에 대한 규제를 거래하는 시장을 만들었다.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이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온실가스를 감축한 다른 기업이나 국가에 배출권을 구매해 균형을 맞추자는 취지였다.

탄소배출에 시장원리를 적용한 것은 참신한 발상이었지만, 당연히 대다수 기업과 정부가 탄소배출권을 사는 데만 집중하고, 판매하려는 움직임은 부족했다. 특히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전 세계 탄소배출량이 감소한 데다가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탄소를 배출하는 행위 자체가 환경오염을 해도 되는 권리처럼 변질되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교토의정서를 잇는 파리 협정에 최대 탄소배출국인 미국이 탈퇴하면서 전 세계적인 기후 변화 대응도 주춤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전북 부안군에 위치한 서남권 해상풍력 실증단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그린 에너지 현장 - 바람이 분다’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출처=대한민국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전북 부안군에 위치한 서남권 해상풍력 실증단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그린 에너지 현장 - 바람이 분다’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출처=대한민국 청와대

대한민국은 전 세계적 환경 위기를 새로운 가치창출의 기회로 삼고 있다. 2010년 1월,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추세대비 30% 감축을 목적으로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을 마련했고, 2014년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수립과 2015년 탄소 배출권 거래제 실시 등 자발적인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올해에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을 7%에서 20%로 확대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 계획을 비롯해 공공시설 제로 에너지화, 그린 모빌리티 확대, 탄소중립 사회 등의 개념을 담은 그린 뉴딜(Green Newdeal) 사업 추진을 공식화했다. 전 세계적 환경보호의 흐름에 발맞춤과 동시에 경제 성장도 함께 잡겠다는 취지다.

정부 주도의 친환경 시장 육성, 그린 뉴딜

그린 뉴딜에서 뉴딜이란, 1930년대 미국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시도한 국가 주도의 대규모 경제 부양책을 뜻하며, 경기침체와 일자리 충격 등 거시경제의 문제를 국가 개입을 통한 주도로 타개하는 게 골자다. 지난 7월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진행한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가 그 시작이다. 한국판 뉴딜 정책은 경제 전반의 디지털 혁신을 이루는 디지털 뉴딜과 친환경 ·저탄소 경제 실현을 위한 그린 뉴딜, 그리고 사람 중심의 포용국가 실현을 위한 안전망 강화를 주요 과제로 하며, 디지털 뉴딜에 58.2조 원, 그린 뉴딜에 73.4조 원, 사회 안전망 강화에 26.6조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출처=대한민국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출처=대한민국 청와대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재원이 투입되는 그린 뉴딜은 ▲ 노후학교 에너지 효율을 제고하는 그린 스마트 스쿨 ▲ 스마트 생태공장 및 클린 팩토리로 구성된 스마트 그린 산단 ▲ 국공립 기관 그린 리모델링 ▲ 해상 풍력단지 조성을 위한 그린에너지 구축 ▲ 전기 자동차 보급을 위한 그린 모빌리티 등이 주요 목표다. 단순히 친환경 에너지 시장에 투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국민 실생활 가까이서 환경을 보호하는 게 목표다. 아울러 실현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도 합을 맞춰야 하는 상황.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밀집된 경기도 역시 적극적으로 한국판 뉴딜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 7월 23일, 이용철 경기도 행정2부지사가 발표한 경기도형 뉴딜이 핵심이다. 경기도형 뉴딜은 ‘데이터를 도민 품으로’, ‘저탄소, 도민과 함께’, ‘도민 삶의 안전망 구현’ 3개 분야와 9개 중점 과제에 주력하며, 2022년까지 디지털 분야에 2,180억 원, 저탄소 분야에 2조 7,900억 원, 사회안전망 강화에 2조 3,750천억 원을 들여 총 5조 4,000억 원을 투입한다.

경기도형 뉴딜 정책은 디지털, 그린, 휴먼뉴딜 등 3개 분야로 진행된다. 출처=경기뉴스광장
경기도형 뉴딜 정책은 디지털, 그린, 휴먼뉴딜 등 3개 분야로 진행된다. 출처=경기뉴스광장

그중에서도 환경 정책인 저탄소 관련 예산이 가장 크다. 저탄소 분야는 기후변화에 대응해 생태 안전망을 구축하고, 저탄소 산업 구조 전환을 통한 경제 활성화가 목표다. 이에 경기도민이 직접 참여하는 경기도형 주택용 태양광 보급, 도민 생활권 분리형 그린에너지 축산단지, 저탄소 교통수단, 공공건축물 그린 리모델링, 수열 에너지를 도입한 광명시흥 도시첨단산업단지 조성 등도 함께 추진된다.

하지만 한국판 그린 뉴딜, 경기도형 저탄소 그린 뉴딜 모두 기관이 민간을 대상으로 하는 하향식 정책에 가깝다. 환경 정책 자체가 상향식 정책이어야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독일은 일찌감치 경제와 환경의 공존 가능성에 대해 이해하고, 개개인의 참여로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해 정규 교육과정과 함께 환경단체가 포함되는 환경 교육을 이어오고 있다.

독일 환경부(환경 자원 보호 및 원자력 안전을 위한 연방부처) 홈페이지. 출처=독일 환경부
독일 환경부(환경 자원 보호 및 원자력 안전을 위한 연방부처) 홈페이지. 출처=독일 환경부

1971년 독일 정부는 ‘연방정부 환경프로그램(Umweltprogramm der Bundesregierung)’이라는 환경정책기본 원칙을 채택했는데, ▲ 환경오염의 예방 ▲오염원인의 자부담 ▲공동 책무와 협력 ▲ 국제 협력을 기본으로 한다. 연방정부 환경프로그램을 통해 1974년 연방환경청을 설립한 독일은 1980년 교육부 회의를 통해 ‘환경과 학교’라는 이름으로 환경 프로그램을 교육과정에 넣는다. 이에 유치원, 학교, 직업 훈련소 등에서 115개 이상의 시범 프로그램이 시행됐고, 1990년 독일연방환경재단을 설립해 환경 교육과 연구 과제에 대한 재정을 지원하고 있다.

독일 ANU 소속 봉사자가 Dübener Heide 자연공원에서 독일 이주자들을 대상으로 환경 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출처=umweltbildung.de
독일 ANU 소속 봉사자가 Dübener Heide 자연공원에서 독일 이주자들을 대상으로 환경 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출처=umweltbildung.de

이렇게 추진된 환경 정책은 정부 기관과 대학교, 시민단체 등으로 연계된다. 1899년에 설립된 독일자연보호연합(NABU)은 45만 명 이상의 회원이 가입돼있고, 그중 6~27세 인원만 해도 7만 5천 명에 달한다. 이 단체는 3만 여 명의 봉사자가 자연 보전에 관한 활동을 꾸준히 펼치고 있으며, 독일에서만 11만 헥타르의 보호 구역을 관리하고 있다. 1975년 설립된 분트(BUND)는 48만여 명 이상의 회원이 가입해 16개 연방주에서 2,200개 하위조직이 환경 보호에 앞장서고 있으며, 독일 세금 시스템의 녹색화나 자연보호법 개선, 원자력 폐지 등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스태티스타(Statista)가 2016-2020년 2만 3천여명의 독일인에게 자연과 환경보호에 대한 관심 여부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환경에 전혀 관심 없는 시민은 매년 조금씩 줄고, 적절히 관심을 표명한 시민이 매우 관심있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즉 환경에 무관심한 사람은 줄어들면서 관심 있는 사람은 늘고 있다. 독일은 이미 시민단체부터 환경 센터, 시민 대학, 유치원, 기업, 관청 등 다양한 기관이 환경 문제에 관여하고 있고, 정부 역시 시대 흐름에 맞는 정책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잇고 있다. 1971년 제정된 연방정부 환경프로그램은 현재도 통합 환경 프로그램(Integriertes Umweltprogramm 2030)으로 이어지고 있다.

교육과 참여 통한 환경 보호, 우리나라 역시 현재 진행 중

우리나라는 지난 50년간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뤄온 터라, 200여 년 가까이 자연 보호 정책을 추진해온 독일과는 상황이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그린 뉴딜과 같은 방법으로 환경보호 정책에 거시적 재원을 투입하는 것이다. 물론 지역 단위의 환경 보호 정책도 함께 추진되고 있다. 국내 대표 사례로 볼 만한 건이 광명경기문화창조허브다.

광명경기문화창조허브가 위치한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 에코 콘텐츠 융복합 생태계 구축을 목적으로 올해 1월 개소했다. 출처=IT동아
광명경기문화창조허브가 위치한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 에코 콘텐츠 융복합 생태계 구축을 목적으로 올해 1월 개소했다. 출처=IT동아

광명경기문화창조허브는 올해 1월 개소한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에 위치해있으며, 광명시 특화 산업인 ‘에코 디자인(환경+디자인+제조) 분야의 스타트업 지원과 에코 콘텐츠 융복합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두고 있다. 아울러 광명 지역산업 육성은 물론, 에코 디자인과 관련된 창업 교육과 창업 경진대회, 에코 창업 해커톤 등과 같은 아이디어 지원은 물론 체험형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환경보호에 관련된 시장 육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여기에 비 대중화 분야인 환경 디자인과 산업에 관한 도민, 시민들의 인식 개선에 나서고 있는데 이 점이 매우 중요하다. 그린 뉴딜이 큰 틀에서의 환경보호 정책이라면, 광명경기문화창조허브는 시민 눈높이에 맞는 환경보호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독일처럼 환경 보호를 위한 비영리 민간단체들이 있지만, 독일처럼 시민 누구나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 그렇기에 광명경기문화창조허브처럼 정부 입장에서 시민 참여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지역 사회를 위한 환경보호 인식에 나서는 활동도 매우 중요하다.

그린 뉴딜, 시민 인식과 범국민적 참여 이끌어내야

독일의 경우 이미 1950년대부터 환경정책의 기조를 자연보호에서 환경파괴 억제로 흐름을 바꿨다. 그러면서 정부는 큰 기틀만 마련하고, 기업과 시민 사회, 지역 사회가 함께 이끌어나가는 환경보호 생태계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이 환경 보호에 무관심했던 것은 아니지만, 소홀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외면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미 경기도형 뉴딜 정책은 자원회수시설, 음식물자원화시설 신·증설에만 1조 9천억 원을 투입할 정도로 당면한 현실이 되었다. 이미 진행된 환경 문제에 대해서는 그린 뉴딜과 같은 처방을 통해 해결함과 동시에, 광명경기문화창조허브와 같은 시민 사회의 환경보호 인식 개선 등의 노력이 장기적으로 이어진다면, 언젠가 우리나라도 독일과 같은 시민 중심의 환경보호 체계가 마련될 것이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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