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 유심칩 대신할 eSIM 시대 온다··· 시작은 알뜰폰부터

남시현 sh@itdonga.com

[IT동아 남시현 기자] 심(SIM) 카드는 가입자 식별 모듈(Subscriber Identification Module)을 구현한 IC 형태의 카드로, 통신사에서 할당한 통신 정보를 인식하는 데 필요하다. 흔히 스마트폰을 개통할 때 슬롯에 삽입하는 금색으로 된 유심(USIM)이 심 카드다. 심 카드는 내부에 고정된 고유 번호가 기록돼있고, 이를 통해 사용자를 특정해 해당 단말기의 요금이나 사용자를 특정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유심이라는 이름으로 스마트폰에만 주로 사용하고 있으나, 외국에서는 노트북이나 태블릿 등 다양한 장치에 꽂아서 사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워치같은 장치로도 회선을 개통해 쓰려는 수요가 생기면서, 더 이상 유심의 물리적 형태까지 없애려는 시도가 등장했는데, 이것이 바로 전자 방식의 eSIM(Embedded SIM)이다.

eSIM이란, 물리적인 심 카드를 활용하지 않고 전자 코드로 된 디지털 심 카드를 장착하는 기능이다. 물리적인 카드 대신 전자화된 인증서를 탑재했다고 보면 된다. 이를 활용하면 물리적인 심이 필요 없어서 분실이나 파손 우려가 없고, 또 물리 심 카드와 eSIM 카드를 모두 지원하는 기종을 활용하면 하나의 폰으로 두 개의 회선을 개통해서 쓸 수 있다. 하지만 국내 대형 이동통신사 3곳 모두 eSIM을 지원하지 않아 eSIM을 활용할 길이 요원했다.

이통3사 eSIM 지원은 헛걸음 단계, 왜 그럴까?

애플 아이폰 11 프로, 유심 하나와 eSIM을 지원하는 스마트폰이다. 출처=IT동아
애플 아이폰 11 프로, 유심 하나와 eSIM을 지원하는 스마트폰이다. 출처=IT동아

이통 3사가 eSIM을 지원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국내 환경에서 듀얼 심 기능이 인기가 없어서다. 당장 미국만 하더라도 지역별로 사업자별 수신 감도가 다 다르고, 심지어 특정 건물은 이통사 단말기가 없어 통신이 안되는 일이 다반사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라도 두 개의 이동 통신사를 사용하는 것인데, 국내에선 이통 3사 모두 통신 환경이 원활하기 때문에 사용자들이 듀얼 심의 필요성을 못느낀다.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도 SD카드 대신 듀얼 심을 꽂을 수 있는 버전이 꾸준히 출시되고 있지만, 해외 위주로 출시돼 국내 시장에서 마주칠 일이 없었다.

그러던 중, 2018년 출시된 애플 아이폰 XS, XS 맥스, XR 이후부터 물리 유심과 eSIM을 동시에 지원하는 식으로 듀얼 심을 활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굳이 물리 유심 두 개를 꽂을 필요 없이, 별도의 디지털 유심을 신청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eSIM 지원 아이폰 출시 2년이 지난 지금도, 이통 3사는 eSIM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이 2016년 미래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2년부터 2016년까지 판매한 유심 수입만 8,700억이라고 밝힌 바 있다. 2020년 현재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통 3사가 eSIM을 지원하면서까지 수익 사업을 쳐낼 이유가 없기 때문에 향후에도 eSIM 지원 여부가 불투명하다.

알뜰폰 운영사 티플러스, 국내 최초로 eSIM 지원 시작

eSIM 신청 후 아이폰 설정에서 셀룰러 요금제 추가를 누르면 쉽게 추가할 수 있다. 출처=IT동아
eSIM 신청 후 아이폰 설정에서 셀룰러 요금제 추가를 누르면 쉽게 추가할 수 있다. 출처=IT동아

이같은 상황은 태광그룹 계열 한국케이블텔레콤이 지난 7월 13일 국내 최초로 eSIM을 지원하면서부터 진전을 보이기 시작한다. 해당 eSIM은 선불, 후불 모두 이용할 수 있고 선제적으로 SKT망에서 서비스를 지원한다. 티플러스 알뜰폰 홈페이지를 방문해 eSIM 구매 절차를 따르면 아이폰 한 대로 2개 회선을 쓸 수 있게 된다.

아이폰 XS 시리즈 이후 사용자라면, 설정에서 셀룰러 진입 후, 하단의 ‘셀룰러 요금제 추가’에 진입해 이동통신사에서 제공한 QR 코드를 바로 스캔하거나, 아래의 ‘세부사항 직접 입력’을 통해 SM-DP+주소, 활성화 코드, 확인 코드를 입력해 eSIM을 추가할 수 있다. 많은 제조사가 심 카드를 없애기 위한 시도에 들어갔다. 심 카드 슬롯을 없애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내부 공간을 확보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기기를 얇게 만들거나 배터리를 더 넣거나, 방수 기능을 더 끌어올리는 등의 시도를 할 수 있어서다. 이미 eSIM 전용 스마트폰까지 등장하는 상황인 만큼, 티플러스에 이어 국내 주요 통신사에서도 해당 서비스를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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