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코리아] 클로봇 재무-회계(1) "수익과 이익은 다릅니다"

※스타트업에게 재무-회계는 쉽게 넘기 힘든 산입니다. 언뜻 보면 그저 '돈 문제'로 보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봐도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직접 올라봐야 만만찮단 것을 깨닫는 등산길입니다.

기술개발에만 집중해 온 스타트업이라면 이 문제는 더 어렵게 느껴질 것입니다. 그래서 저희 '스케일업 코리아'가 나섰습니다. 20년 경력 회계 전문가와 함께, 로봇 스타트업 '클로봇'이 품어 온 재무-회계 궁금증을 2차례에 걸쳐 컨설팅 합니다.

들어가며: 회계 전문가, 로봇 전문가의 '돈 고민'을 마주하다

ROS 기반의 지능형 로봇(자율주행) 플랫폼 설계 및 SW Framework 구성,
CROMS 기반 로봇 관리 및 관제시스템

클로봇의 핵심 역량이라고 한다. 대단해 보였다. 그러나 막연했다. 로봇이 작동하고 이를 기반으로 서비스가 이뤄지는 기본 개념을 이해 못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경영학을 전공하고 회계사로만 20년 가까이 일한 '회계 전문가'에겐 그랬다. 로봇은 회계와 완전히 다르다.

하지만, 50억 원 넘는 투자를 받고 '시장성'을 입증한 것으로 판단되는 로봇 스타트업의 '로봇 전문가'라면 고민해야 한다. 바로 관리와 회계다.

클로봇 김창구 대표가 그랬다. 그가 내게 던진 질문에서 익숙지 않은 분야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다. 회계 전문가에겐 기본적인 개념이라도, 김 대표 같은 로봇 전문가에겐 어려운 영역일 수 있다. 아울러 적잖은 금액을 투자 받은 회사 경영자의 책임감과 의지도 읽혔다.

비단, 김 대표만 이런 고민을 하진 않을 것이라 여겼다. 인생의 절반, 또는 그 이상을 공학도로 산 이 땅의 수많은 스타트업 경영자 모두의 걱정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로봇 전문가의 '회계 고민'을 마주하며, 주고받은 질문과 답변 가운데 몇 가지를 아래와 같이 소개한다.

로봇 스타트업 클로봇의 회계-재무 자문을 위해 20년 경력 회계전문가가 나섰다. 사진은 안효성 회계법인 세종 상무이사가 클로봇을 방문해
김창구 대표 등 회사 구성원들과 논의 중인
모습
로봇 스타트업 클로봇의 회계-재무 자문을 위해 20년 경력 회계전문가가 나섰다. 사진은 안효성 회계법인 세종 상무이사가 클로봇을 방문해 김창구 대표 등 회사 구성원들과 논의 중인 모습

Q1. 기업을 잘 운영하려면 회계-재무와 관련한 수많은 지표가 필요합니다. 그 가운데 제일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A. 클로봇은 회사 설립 후 2019년까지 외부 전문가에게 회계 장부 작성을 부탁했다. 그러다 올해 회사 내부에 회계를 담당할 직원을 채용했다. 김 대표는 정기적으로 회사 재무 자료를 보고 받고 있다.

김 대표가 보고 받고 있는 자료는 회계 전문가가 봐도 일목요연하고 깔끔하다. 하지만, 김 대표에게는 눈에 익숙지 않은 숫자의 나열이다. 숫자들이 얘기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김 대표는 회사를 창업한 후 상당 기간 회사 현금 잔액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는 것이 전부였다고 했다. 그렇다면 회사의 재무제표에서 기본적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우선 수익, 비용, 이익의 개념을 정확히 파악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수익과 이익 개념을 섞어서 쓰는 경우가 종종 있다. 흔히, 수익이란 용어는 '매출'이라는, 좀 더 친숙한 용어로 사용하기로 한다.

그러나 회계에서 수익과 이익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 수익에서 비용을 차감한 후 남는 금액이 있다면 이것이 이익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익을 산정하기 위해서는 2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수익, 그리고 수익을 만들기 위해 투입한 '비용'을 함께 생각해야 한다. 수익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그에 대응하는 비용이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결국 무수히 많은 숫자 중에서 우리 회사의 '이익이 얼마나 되는지'를 확인하고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Q2. 매출 증가, 회사의 '유일한' 목표여야 할까?

A. 김 대표에게 2020년 회사의 재무적인 목표가 무엇인지 물었다.

"전년도보다 증가하는 매출이 목표입니다."

회사는 영리단체다. 돈을 벌어야 한다. 그 시작은 매출 발생이다.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대답일지 모른다. 그런데 수익에는 언제나 비용이 함께 한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매출 증가를 '유일한 목표'로 삼으면 안 될 것이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소셜커머스 기업 중 하나인 C사를 예로 들어보자. 2015년 매출이 전년도 대비 230%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는 전년도까지 오픈마켓에 입점한 판매자에게 수수료로 받은 금액만 매출로 인식하는 '수수료 매출' 비중이 줄고, C사가 직접 상품을 사들여서 판매하는 방식인 '직매입 매출' 비중이 커졌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매출이 늘어난 만큼 C사의 이익도 증가했을까? 그렇지 않았다. C사의 2015년 영업손실은 전년과 비교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로 '매출 확장이 이익 증가를 의미하진 않는다'는 회계적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며 살펴보자. ​클로봇 매출은 크게 Project 기반 수주 용역과 로봇 유통으로 구성된다. 로봇 유통 매출은 외부에서 로봇을 구입한 후 이를 고객에 재판매 하는 사업이다. 클로봇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하지만, 로봇 판매에 따른 수익에서 외부에서 로봇을 구입하는데 쓴 비용을 뺀 금액이 회사의 이익에 해당한다. 따라서 개별적인 로봇 유통 매출이 회사에 이익이 되는 거래인지 계약단계서부터 미리 파악할 필요가 있다.

물론, 사업초기 회사를 시장에 알리고 회사가 보유한 기술의 우수성을 시장에서 인정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위해, 당장은 이익이 많지 않아도 수주를 하고 로봇을 판매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건 달리 생각해 보면 일종의 마케팅이고, 충성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일 수도 있다.

그러나, ​ 개별 프로젝트마다 수익과 비용에 대한 분석을 통해 해당 거래가 우리에게 이익이 되는 거래인지 아니면 이익이 되지는 않지만 투자를 할 만한 거래인지 판단할 수는 있어야 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Q3. 매출은 곧 현금이다?

A. 김 대표는 사업 초기 회사의 현금 잔액을 확인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했다. 그의 일은 주기적으로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 잔액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김 대표는 본능적으로 회사의 현금을 확인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정확하게는 현금 잔액을 확인하는 것보다 '현금 흐름'을 잘 확인해야 한다. ​매출이 발생했다고 해서 바로 회사에 현금이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기업 재무제표는 현재 회사 손에 쥐어진 현금과는 별개로 수익과 비용이 발생된 시점의 손익을 인식해 작성하는 "발생주의"에 근거해 작성한다. 때문에 매출이 현금으로 회사에 들어오기까지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매출이나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 경영성과 지표가 모두 좋은데도 도산하는 기업들이 간혹 나오곤 하는 것이다. 이것을 보통 '흑자도산'이라 부르기도 한다.

지난 2008년 최종 부도 처리됐던 '우영'이란 회사는 흑자도산의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전자에 LCD부품을 납품하던 우영은 부도 발생 직전인 2007년 3분기까지만해도 영업이익 93억 원을 기록했다. 탄탄한 흑자 기업이었다. 그런데 2008년 3월 91억 원 상당의 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최종 부도 처리됐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대규모 설비 투자로 운영 자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매출로 발생한 채권을 제때 회수하지 못한 것이 중요한 원인 중 하나였다.

클로봇의 경우 매출처 대부분은 신용도가 높은 우량한 거래처이므로 당장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매출이 발생했다고 바로 회사로 현금이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항상 매출채권 회수 가능성을 체크하며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필자 / 회계법인 세종 공인회계사 안효성 상무이사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에서 회계사를 시작했으며 현재는 회계법인 세종에서 외국계 기업, 스타트업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을 대상으로 회계, 세무, 재무자문을 약 20년에 걸쳐 제공하고 있다. 현재 부클(주), (주)미띵스의 내부감사, (주)이지메디컴의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기도 하다.

정리 / 인터비즈 윤현종(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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