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기계의 지식 소통"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가 말한 인공지능의 가치
[IT동아 강형석 기자] 기계학습과 자연어처리 스타트업, 솔트룩스(Saltlux)의 이경일 대표는 ‘세상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지식 소통하는 세상을 만들자’는 기업 사명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인공지능 전문가 중 한 명이다. 최근 공개한 평양친구는 북한 문화와 특유의 언어를 인공지능으로 구현해 주목 받은 바 있다. 단순히 흥미를 위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문화와 행동을 이해하는 소통의 창구로 인공지능을 선택한 것이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이 기술을 구현하려면 인공지능이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고, 상호 소통을 위한 기술도 전부 자체 개발했다.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었다. 때문에 이경일 대표도 타 스타트업이 인공지능을 다루려면 중장기적 안목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Q. 어떻게 인공지능과 연을 맺고 지금까지 오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다.
A. 재미있게 이야기 하자면 이렇다. 대학교 4학년이 되던 해에 여자친구가 생겼는데, 이 때 돈을 벌겠다 마음먹었다. 밥도 사먹고 영화도
보고 그래야 되니까. 관심 있던 분야가 인공지능이었다. 요즘은 인공지능이 관심 많지만 그 당시에는 생소했다. 그렇게 첫 기업을 창업해
성장시켜 매각 후, LG전자에 입사했고 2000년에 다시 창업했다. 진지하게 추가로 이야기하자면, 이 때 만든 우리 기업의 사명서가 있는데
‘세상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지식 소통하는 세상을 만들자’라고 되어 있다. 엔지니어와 개발자 3명이 의기투합해 만든 것이다. 기업 사명서를
지금도 중요하게 보고 있다. 세상 모든 사람이 지식 소통하는 것은 사람과 사람뿐만 아니라, 사람과 기계, 기계와 기계도 포함된다.
Q. 솔트룩스의 비전이 궁금하다.
A. 비전 2025가 있다. 세계 1억명의 매일 삶을 같이 하는 인공지능 기업이 되겠다는 것. 그렇다면 B2C를 공격적으로 해야 된다. 그
다음으로는 매출과 회사 가치 1조원이 되는 유니콘 인공지능 기업이 되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 이를 위해 모든 직원이 헌신과 노력 중이다.
Q. 20년간 솔트룩스를 이끌어 오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말해달라.
A. 창업하고 유지하는데 여러 요소가 있다. 돈보다 중요한 것이 ‘내가 어떤 결정을 하는가’다. 특히 내가 생각한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았을
때가 중요하다. 지난 2017~1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가 터질 때, 우리는 당시 대기업과 진행되던 프로젝트가 모두 취소된 적이 있다. 연구
개발하던 것이 한 순간에 사라진 것이다. 이 때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적자가 발생해도 좋으니 연구개발에 몰두하자고 결정했다. 당시에는 정말
어려웠지만 올바른 결정이었다고 본다. 이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스타트업 후배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라면 기획 돈 전략도 좋지만, 힘든 것들이 사람과 조직 문제다. 사람과 함께 꿈꿔 나가는 것이 도전 과제다. 1~2년 지나서 모멘텀과 동기를 유지하려면 리더십 외에 많은 덕목이 필요한 것 같다.
Q. 솔트룩스가 개발한 평양친구에 접목된 기술은 인공지능 외에 무엇인가?
A. 이 이야기 전, 엑소브레인이라는 인공지능 R&D 사업이 있다. 지난 2017년에 장학퀴즈에서 수능 만점자와 상반기, 하반기 우승자를
모두 이겨 꽤 이슈가 됐었다. 이 사업이 1세부과제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우리가 2세부과제를 담당했다. 당시 내가 연구
책임자였는데, 평양친구는 여기에서 개발된 기술을 바탕에 두고 있다.
먼저 기계가 사람처럼 학습을 하고 사람이 질문하면 대답하는 심층 질의응답, 심층 지식학습 기술이 탑재됐다. 이 두 가지는 개발이 어려운 기술이다. 추가로 톡봇이라는 대화 처리 기술이 들어 있다. 한 번 질문하고 대답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재질문하는 식으로 계속 대화해 궁금한 것을 해결하는 과정이다. 여기에 음성 인식과 합성 기술이 있다. 음성을 발성하는 전세계 최초로 북한말 하는 인공지능 아닌가? 녹음 목소리가 아니라 임의의 말을 생성해 나오는 것이다. 여성, 남성, 어린이 1명씩 제공되는데 실제 새터민의 목소리를 인공지능이 학습해 구현되는 소리다. 이 기술이 다 합쳐졌다. 추가로 증강/가상현실(AR/VR) 기술이 접목되는 형태다. 마치 최신 기술의 종합 선물세트 같은 느낌이랄까?
엑소브레인이라는 연구 결과가 접목된 것은 어떻게 보면 의미가 크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IBM 왓슨이나 아마존의 세계적 기업의 기술을 가져 와서 한국을 공략한다. 우리 같은 전문 기업이 산학연 협력을 통해 결과를 만들고, 이것을 국내 서비스 외에도 일본이나 미국에도 수출하고 있다. 인공지능 대표 기업으로서 세계적인 서비스와 수출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오픈 이노베이션에 많은 힘을 쏟는다. ETRI와 같은 연구기관과 대학 등 협력한 결실들이 모두 녹아 있다고 설명할 수 있겠다.
Q. 평양친구를 시작으로 더 많은 기술이 우리 삶에 적용될 것이라 예상된다.
A. 평양친구에 쓰였던 기술 중 일부는 2년 전부터 우리 은행과 NH농협에 적용되어 있다. 예로 다수의 콜센터 직원들이 고객들과 실시간
상담을 진행하는데, 이 과정을 인공지능이 듣고 있다가 상담원에게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라는 식으로 고객 대응 방법에 대한 조언을 해준다.
그렇다면 2~3개월 초보 상담자가 3~5년 경력 전문 상담원과 비슷한 고객 대응이 가능하고, 잘못된 답변을 사전에 막아주기도 한다. 또,
콜봇이라고 인공지능이 전화를 대신 받고, 적절한 상담사에게 연결해주기도 한다.
한국전력 같은 경우에는 채용 과정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다. 이 인공지능은 이력서를 대신 읽고 대필이나 부정 사례가 없는지 확인한다. 채용 관련 궁금증을 인공지능이 대신 답해주는 챗봇도 있다.
Q. 기업 위주의 서비스 외에 사람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기술이 있을까?
A. 예로 KT 기가지니 같은 경우, 우리의 엔진이 연동되어 있다. 휴대폰과 연동되면 질문했을 때 대답해준다. 이 인공지능은 약 15만 권
가량 독서한 수준의 데이터가 쌓여 있다. 평양친구 같은 경우는 통일부에 있는 자료가 학습되어 있는 상태다. 모든 것을 대답할 수 없지만
통일부 자료에 준하는 질문과 대답은 가능하다. 질문에 대해 약 70% 정도 대응 가능한 수준이다.
Q. 대기업이 주로 해외 기술을 사용하는 것은 실제 개발이 어려운데다 국내에서는 개발에 방해되는 규제가 많아서다. 개발 과정에서 느꼈던
어려움과 해소되었으면 하는 규제가 있나.
A. 인공지능 분야는 규제 해소가 필요하다. 핵심은 데이터 3법이라 생각한다. 개인정보와 활용, 데이터 유통에 대한 것들이 포함되어 있다.
사실은 지난해부터 논의됐는데 계속 계류되고 있지 않은가? 이번에도 통과가 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데이터 3법을 포함, 데이터 관련 법
개정이 중요하다고 본다.(인터뷰 시점에는 해당 법안이 계류 중이었다.) 인공지능은 사람처럼 보고 읽고 들은 뒤 의사결정을 하거나 그에 기반한
혁신적 서비스를 해야 된다. 규제는 인공지능이 보고 듣고 읽는 행위를 막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일반적인 사업 분야면 조금 낫지만
금융이나 의료, 헬스케어 분야는 우리나라가 가장 높은 수준의 규제가 걸려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장에서는 규제보다 인력 문제다. 전문가로 따진다면 1/10 수준이지만 전체 인력을 보면 중국의 1/30, 미국의 1/20 수준이다. 예산도 그렇다. 우리나라 국가 전체 R&D 예산보다 구글이 쓰는 것이 더 클 정도다. 구글의 자회사인 딥마인드만 봐도 그렇다. 지난 6~7년간 2조원 가량을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마존도 인공지능 팀의 규모가 5,000명에 육박할 정도다. 우리나라는 훈련된 인력이 적다 보니까 갈등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데이터와 인프라 문제도 있다. 우리나라는 데이터가 적다. 올해부터 과기부가 데이터 바우처 제도를 시행한 것이 도움이 되었다. 인프라스트럭처도 그간 돈이 안 된다고 해서 투자를 안 했는데, 클라우드와 GPU 클러스터 등은 규모의 경제다. 우리나라는 이를 못 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니까 기업들이 아마존 웹서비스(AWS)나 구글 클라우드, 마이크로소프트 애저(Azure) 등 외산 서비스를 쓰게 된다. 이렇다 보니 국내 생태계가 만들어지는데 한계가 생기게 된다.
근본적인 어려움도 있다. 현재 대한민국이 폐쇄적이고 인구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나 영국 런던을 보면 IT, 인공지능 업계의 주 인력이 다양하다. 유럽은 헝가리, 루마니아, 러시아 등 동구권 인력이 많고, 미국 실리콘밸리는 인도와 중국인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이것은 곧 세계적 인재가 혁신적 일을 하는데 다양한 문화와 협력 관계를 가질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다이버시티를 존중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단일민족에 단일 언어를 쓴다. 우리는 글로벌하게 일할 수 있는 문화가 없다. 우리나라는 30년 이후 인구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내부 인재만 키울 것이 아니라 글로벌 비즈니스가 가능한 다문화 및 다국가적 비즈니스 체계가 필요하다. 우리는 스타트업조차도 국내를 대상으로 사업하고 있으니 심각하게 바라봐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 데이터 3법은?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보호법 등 3개 법안의 개정안을 말한다. 개인정보에 대한 유사·중복 규정이 개인정보보호법을 중심으로 일원화된 것에 의의를 두고 있다. 개정안은 개인정보 개념을 개인정보·가명정보·익명정보로 명확히 구분하고, 이 중 가명정보에 대해 통계작성·연구·공익적 기록 보존의 목적이라면 정보 주체의 동의가 없어도 처리 가능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처리 과정에서 특정 개인 파악이 가능해진 경우, 반드시 관련 정보를 회수 및 파기해야 된다.
Q. 스타트업도 인공지능을 많이 다루는 추세다.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라면?
A. 먼저 스타트업이 아니라 스케일업으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 성장하는 모습을 만들기 위해 헌신을 다해야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제품을 시장에서 빨리 검증하고 시장이 요구하는 수준에 맞춰야 한다. 인공지능을 도입한다면 적정기술이 가장 중요하다. 환상보다 당장 사용
가능한 것을 변별하고 시장에서 검증 가능한 것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인공지능은 단기간에 성과 내기 어렵다. 중장기적으로 봐야 한다. 딥마인드만 봐도 그렇다. 6~7년간 하고 있는데 비용 지출이 크지 않은가? 이렇게 연구해서는 스타트업이 감당할 수 없다. 비즈니스 모델도 중요하지만 호흡이 생각보다 길기 때문에 생존과 함께 지속 성장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 인공지능으로 1년 안에 승부를 보겠다는 아이디어로는 생존이 어려울 것이라 본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