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선진국의 스타트업 정책, 이미 '스케일업'이 대세다 (2)
- 1부에 이어서.
"창업(Start-Up)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성장(Scale-Up)이다."
지난 2016년 11월, 창업진흥원 주최로 열린 '세계 기업가정신 주간(GEW)' 세미나에서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의 세계적 전도사이자, 베스트셀러 '하버드 창업가 바이블' 저자인 다니엘 아이젠버그(Daniel Isenberg) 박사가 건넨 말이다. 그는 창업과 성장을 언급하며, "아기를 낳는 것과 같은 창업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과정은 아이를 잘 키우도록 하는 성장이다"라고 강조했다.
영국
영국은 2011년 스타트업 브리튼 계획(Startup Britain Initiative)을 통해 대학교가 자체 기업을 설립하고 운영할 수 있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청년들이 실질적인 사업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해 창업으로 이어지도록 연결했다. 이후 스타트업 수는 꾸준하게 늘어났다(2011년: 44만 600개, 2016년: 65만 7,790개).
< 출처: 위키피디아, Startup Britain 공식 홈페이지 >
2013년, 영국 기업혁신기술부는 'Small business: GREAT Ambition'를 발표하고 본격적인 스케일업 지원을 시작했다. 정부 차원에서 교육, 멘토링, 네트워킹 등을 제공하는 스케일업 육성 전담기관을 설립했다. 영국의 창업 클러스터 기관인 'Tech Nation'은 성장단계별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트업 및 스케일업 육성을 지원한다. 또한, '디지털기술 인재 유치를 위한 비자(Tier 1 Exceptional Talent Visa)'를 통해 핀테크, 인공지능(AI), 게임 등 디지털 분야 인재와 창업자에게 최대 5년 4개월간 영국에 체류할 수 있는 비자를 발급했다.
< 출처: Scale up Institute 공식 홈페이지 >
2014년에는 세계 최초로 스케일업 육성 전담기관 'Scale Up Institute'를 설립했다. 주요 목적은 영국 내 창업과 성장을 지원해 고성장, 지속성장을 촉진하는 환경 조성이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인재 교육·양성 분야로 기업과 학교를 연결하는 지역 네트워크를 구축했으며, 스타트업 대표를 위해 리더십 교육 아카데미를 운영했다. 이외에도 2억 5,000만 파운드 규모의 자금을 지원해 기업/전문가/투자자간 커뮤니티를 형성한 뒤, 투자유치를 돕는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18년 기준, 영국은 스케일업 기업 수 2,217개, 투자금액 $39.5B을 달성했다.
독일
< 출처: 위키피디아 >
지난 2012년부터 독일은 'German Accelerator'를 통해 자국 스타트업이 미국에 진출할 수 있도록 실리콘벨리와 뉴욕에 지사를 설립했다. 3~9개월 동안 스타트업에게 무료로 제품의 시장 적합성 조사, 미국 시장 진입, 투자금 유치 등 다양한 주제로 워크샵을 운영하고 있으며, '미국 시장 진출 전략 수립', '리더십 역량 개발', '미국법 구조 이해', '재무 전략' 등을 멘토링해주고 있다. 또한, 홍보, 마케팅, 운영 등을 지원하기 위해 '미국내 은행 계좌 개설', '운전면허 취득' 등도 지원한다. 2017년 기준 총 9개 산업 분야 170개 스타트업이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성장 단계 스타트업을 위한 금융지원 제도로 유럽투자기금의 VC 모태펀드로 평균 2,000만~6,000만 유로를 투자하고 있으며, 유럽엔젤펀드를 조성해 약 80명의 엔젤투자자와 공동으로 스타트업을 지원한다. 'Coparion 공동 투자 기금'도 조성해 민간 투자자와 동일한 금액으로 스타트업에 공동 투자하고 있으며, '기본 보증(Default guarantees)'으로 스타트업의 금융기관 대출을 지원 중이다.
< 독일 경제를 떠받드는 힘, 미텔슈탄트. 독일은 중소 중견기업 비중이 99%를 웃돌며 일자리의 60%를 제공한다, 출처: 동아닷컴 >
이외에도 독일 연방경제기술부(BMWi)는 중소 기업(미텔슈탄트)의 디지털 혁신 지원을 위해 '미텔슈탄트 4.0 전략(국회 4차산업혁명 특별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2018년 기준, 독일은 스케일업 기업 수 649개, 투자금액 $18.7B을 달성했다.
프랑스
프랑스는 세금과 투자, 노동 환경 등을 개선했다. 높은 세율로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노동 시간에 대한 엄격한 규제와 까다로운 해고 조건 등이 스타트업 특성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프랑스는 다른 나라를 적극 벤치마킹해 쉬운 창업과 성장을 위해 '프렌치 테크(La French Tech)' 정책을 추진했다. 이러한 결과, 프랑스는 유럽에서 3번째로 큰 규모의 VC 투자를 이끌었다.
< 프렌치 테크(La French Tech)와 스테이션 F, 출처: 동아일보 >
프랑스는 스타트업 육성 및 해외 진출 지원 시스템 '스테이션 F'도 운영하고 있다. 스테이션 F는 프랑스 세느강 근처의 역사적인 건물(기차역 등)을 개조한 세계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로, 프랑스 기업가 '자비에 니엘'이 2억 5,000만 유로 를 투자해 스타트업을 위한 공간으로 조성한 것이다. 스테이션 F에는 프랑스 대표 기업 루이비통을 비롯해 미국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와 국내 기업 네이버 등이 참여한 바 있다.
이외에도 프랑스는 'Pass French Tech'를 통해 국내외 스타트업의 고성장을 패키지형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French Tech Ticket'를 통해 해외 인재 유치를 패키지형으로 지원하고 있다. 프랑스 공공투자은행은 성장잠재력이 높은 분야를 선별해 규모 등 기업 특성에 맞는 지원을 제공하며, 대표적인 금융지원 프로그램으로 '무보증 대출 프로그램-설립대출(Prêt d'amorçage)', '프로젝트 보조 프로그램-혁신성 개발 보조', '테마별 투자-French Tech Accélération 투자', '은행보증 프로그램-중소기업 개발 보증', '동행·코칭 프로그램-Pass French Tech' 등이 있다.
이를 통해 2018년 기준, 프랑스는 스케일업 기업 수 859개, 투자금액 $12.7B 을 달성했다.
중국
2018년 기준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에 따르면, 중국은 스케일업 기업을 가젤기업으로 표기하고 있다. 가젤기업은 '연매출 1,000만 위안(약 16억 원) 이상이며, 매년 20% 이상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기업'으로 2017년 중국 국가첨단기술산업개발구(이하 국가고신구)의 가젤기업 수는 2,875개(전체 기업의 2.96%)로 전년대비 281개(10.9%) 증가했으며, 평균 6.43억 위안의 수익을 창출했다.
가젤기업 중 57.37%(1,639개)는 10개 국가고신구에 위치하며, 중국의 가젤기업 지원·육성 정책은 국가고신구 단위로 실시한다. 가젤기업 보유 수 상위 10위 국가고신구는 중관촌, 상하이 장장, 선전, 광저우, 쑤저우, 항저우, 우한 둥후, 샤먼, 청두, 시안 순이다. 국가고신구별 가젤기업 지원·육성 정책은 대출 우대, 대출 완화, 보조금 지급 등 금전적 지원과 세제 혜택 등을 기본으로 추진하고 있다.
< 중관촌(좌)과 상하이(우)의 모습, 출처 바이두 백과사전, 위키피디아 >
중관촌은 5성 등급 체계로 가젤기업을 구분해 등급에 따라 이자 보조금을 차등 지원하고 있으며, 선전은 '준유니콘 및 잠재 유니콘 선정 기준체계 구축', '유니콘 기업 육성 발전기금 설립' 등을 지원한다. 광저우는 '가젤기업 인증'과 인증기업 중 잠재 유니콘이나 유니콘으로 성장한 기업에게 장려금을 지급한다. 쑤저우는 신규 가젤기업에 장려금을 지급하고, 정부조달 연구개발 프로젝트 선정, 인재 추천, 토지·건물 양도 등에 우선권을 부여한다.
이 같은 결과를 통해 2018년 기준, 중국은 스케일업 기업 수 9,935개, 투자금액 $337.3B을 달성했다.
스케일업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도 스케일업을 향해 바뀌어야 한다.
지난 몇 년간의 노력으로 국내 스타트업 인프라는 양적 성과를 창출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 부처 창업지원사업은 모두 1조 1,180억 원으로 사업화(45.9%), 연구개발(33.9%), 시설·공간(13.4%), 창업교육(4.2%), 멘토링(2.0%), 네트워크(0.6%) 등의 지원 사업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원 사업은 창업 초기 스타트업에 그친다. 다음 단계의 지원이 미비하다.
2015년 전국 사업체 조사에 따르면, 7년 이내 스타트업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해당 스타트업은 초기 평균 매출과 고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다가, 정부 지원이 끊기는 4~5년차에 평균 매출과 평균 고용이 감소한다. 5년차 생존율도 1년차 생존율(62.7%)의 절반 이하(27.5%) 수준이다. 정부 지원 과제, 정부 지원 사업이 끊기면 사업을 영위할 수 없는 기업을 일컫는 '좀비 스타트업'이라는 말도 등장했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양적 성장을 일궈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성장, 스케일업이다.
참고자료.
- 과학기술정책연구원(2018), 스케일업을 통한 지역중소도시 혁신 방안, STEPI Insight
- Tech Scaleup Europe Report(2019)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자문 / 동국대학교 기술창업 박사과정 홍대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