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ing] 스토리박스 "바쁘고 힘드신가요? 우리가 대신 뛰겠습니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O2O(Online to Offline).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 또는 결합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계가 사라진다는 표현으로도 많이 사용된다. 인터넷/모바일 쇼핑몰 속 장바구니가 집 앞에 놓여있는 택배 박스로 배송되는 것, 가장 대표적인 O2O 서비스 중 하나다. 현 시대를 살아가는 일상 생활 속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현상으로, 우리들은 O2O 서비스 속에 물들어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가 인터넷 속 장바구니를 문 앞에 옮겨 놓았을까. 주인공은, 누구나 알고 있는 택배 기사, 배달원이다. 이들은 오토바이(이륜차), 소형 자동차, 1톤 이하 화물차 등을 이용해 전국을 촘촘하게 누빈다. O2O 서비스 플랫폼과 오프네트를 연결하는 주인공이다.

IT 기술의 발달과 함께 소비패턴과 유통채널은 매우 빠른 속도로 다양하게 늘어났다. 자연스럽게 산업간 경계를 지우고 있는 신산업도 다수 등장했다. 이 같은 현상에 따라 최근 정부 역시 기존 수출입 제조업 지원 위주 산업정책 기조를 고부가가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서비스 산업 육성정책으로 전환하며, 물류 산업에 새로운 발전동기를 부여했다. 특히, 맞춤형 생활물류(택배, O2O 등)를 중심으로 신물류 서비스 수요 급증은 새로운 부가가치와 고용창출로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생활물류의 시대다. 참고로 생활물류는 생활화물이 소비자에게 전달되거나 소비자로부터 회수되어 폐기될 때까지 이루어지는 운송∙보관 등과 이에 부가되어 가치를 창출하는 분류∙포장∙정보통신 등을 말한다. 현재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생활물류 서비스로는 택배, 배달대행, 퀵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스토리박스 김형욱 대표
스토리박스 김형욱 대표

< 스토리박스 김형욱 대표 >

스토리박스는 이러한 생활물류, 생활배송 시대에 발 맞춰 열심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이에 IT동아가 스토리박스의 김형욱 대표를 직접 만나 그의 이야기를 나눴다.

자취생이 흰색 와이셔츠를 매일 빤다?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먼저 스토리박스는 어떤 스타트업인지, 무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 소개를 부탁한다.

김형욱 대표(이하 김 대표): 짧게 말하면, 생활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고객의 불편함, 고객의 시간을 절약해 대신 배송하는 서비스… 라고 말할 수 있다. 현재 세탁 배송, 수선(구두, 가방, 의류) 배송 등을 제공 중이다.

간단하게 생활 배송 서비스가 무엇인지 설명하자면, 급증하는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의 등장에 따라 자연스럽게 발생한 수요다. 1인 가구, 맞벌이 가구는 '바쁘다'. 회사와 집안 일을 매일, 동시에 하는 것이 쉽지 않다. 아이를 키우기 시작하면… 주변에서 많이 보지 않나. 맞벌이 가구도 아이를 키우면서 누군가는 일을 잠시 쉬어야 할 정도로 시간에 쫓기기 마련이다.

즉, 스토리박스의 서비스 목적은 고객이 시간을 아낄 수 있도록 돕는데 있다. 생활의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서비스, 그러니까 고객이 시간을 아낄 수 있는 서비스 중 '배송'을 위주로 제공한다.

재이용률이 늘고 있는 세탁 서비스는, 생활빨래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재이용률이 늘고 있는 세탁 서비스는, 생활빨래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 재이용률이 늘고 있는 세탁 서비스는, 생활빨래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

IT동아: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는지 궁금하다.

김 대표: 직접 겪을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고민하면서 시작했다. 대학교를 부산에서 다녔다. 본가는 서울인데, 6년 정도 떨어져 혼자 자취하며 지냈다. 당시 정말 싫었던 것이 '빨래'였다. 강의 없는 날에 몰아서 할 수밖에 없는데, 쌓인 빨래를 세탁기에 돌리고 말리고, 정장이나 셔츠 같은 경우는 다림질도 해야 하고… 겨울 옷 관리도 쉽지 않았다. 세탁소 다녀오는 것도 결국 시간을 내야 할 수 있고.

대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에 올라와 일하면서도 이러한 불편함은 계속됐다. 학업과 생활, 일과 생활을 모두 처리하기에 시간이 부족했다. '누군가 빨래만이라도 대신해주면 참 좋을텐데'라는 생각. 아마 한번쯤은 해보지 않았을까. 따로 시간을 내지 않아도 되고, 세탁소를 직접 가지 않아도 되고, 내가 불편하지 않도록 편하게 제공해주는 서비스 말이다.

빨래 그까짓 것이 뭐 그렇게 귀찮은 일이냐고 묻는 분들이 많다. 음… 주변에 혼자 자취하는 지인이 있다면, 흰색 와이셔츠 목 뒤를 한번 확인해보라 말하고 싶다(웃음).

귀찮은 일을 '대신'해주겠다는 목표

IT동아: 그렇게 창업한 것이 스토리박스인가.

김 대표: 2018년 8월 17일, 스토리박스 설립일이다(단번에 날짜를 대답했다). 처음 스토리박스를 함께한 3명과 이 사업에 대해 지금 팀원들과 같이 고민했다. 아직도 같이 일하고, 고민하는 소중한 인연이다.

'빨래가 귀찮다. 귀찮은 일을 대신해주면 좋겠다'라는 막연한 아이템만 있었을 뿐, 이걸 어떻게 사업화할 수 있을지 세밀한 계획은 없었다. 일부터 저지른 셈이랄까(웃음). 그리고 설립 당시에 이미 '세탁특공대'. '리화이트' 등 다양한 세택 대행 및 배송 서비스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고민이 컸다. 어떻게 하면 경쟁 업체와 다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 우리만의 경쟁력은 무엇이 있을까. 자본과 인력이 부족한 우리가 열정만으로 경쟁을 이겨낼 수 있을까….

그러다 위키박스의 김규성 대표님을 만났다. 무인택배함을 기반으로 주변 생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위키박스의 목표에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2018년 11월 27일, 무인택배함 위키박스를 활용해 비대면 세탁 서비스를 제공하는 '위키세탁'을 런칭했다. 서로가 필요로 하는 요구사항이 딱 맞아 떨어졌다.

무인택배함을 이용한 세탁 서비스 과정
무인택배함을 이용한 세탁 서비스 과정

< 무인택배함을 이용한 세탁 서비스 과정 >

IT동아: 이제 1년 가까이 지났다.

김 대표: 당시 영등포구와 구로구 일대를 위주로 설치된 위키박스를 활용해 주변 2,400세대의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대상으로 세탁 서비스를 시작했다. 추운 한겨울에 아파트 앞에서 전단지를 돌리고, 할인 쿠폰을 나눠드리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 한분한분에게 손편지를 보내며 열심히 뛰었다.

다른 세탁 서비스와의 차이점은 '비대면'에서 찾았다. 무인택배함을 이용할 수 있었기에 고객이 택배함에 세탁물을 넣으면, 우리가 찾아 세탁소에 맡기고, 다시 택배함에 넣었다. 위키박스는 비대면 과정을 보다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고도화했고. 물론, 고객이 원할 경우 대면 서비스도 병행했다. 가격이 비싼 의류(명품, 코트 등)의 경우 세탁 전 주의사항을 꼼꼼하게 체크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경험'을 쌓았다. 김치국물이 튄 얼룩인지, 짬뽕국물이 튄 얼룩인지, 커피를 흘린 얼룩인지 등을 비대면/대면 채널을 통해 확인하고, 최대한 고객이 원하는 형태로 다시 제공할 수 있도록 고민했다.

이제 영등포구와 구로구 주변에서 위키세탁 서비스 제공 반경은 3,200세대로 늘었다. 혼자 배송하던 물량도 점점 늘어 인력을 충원, 지금은 2명이 진행 중이고… 동선 최적화 등을 현장에서 직접 체득하고 있다.

영등포구와 구로구 일대에 설치된 위키박스
무인택배함
영등포구와 구로구 일대에 설치된 위키박스 무인택배함

< 영등포구와 구로구 일대에 설치된 위키박스 무인택배함 >

현장에서 함께한 1년, 목소리를 듣다

IT동아: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직접 경험해 서비스를 고도화한 셈이다.

김 대표: 맞다. 1년의 경험, 현장의 경험을 통해 서비스 방향을 잡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이다. 세탁 서비스라면, 깨끗하게 세탁해 고객에게 제공하면 된다. 이게 기본이다. 그리고 그 과정을 비대면으로 할 것인지, 대면으로 할 것인지 등 상황에 맞게 제공 중이다.

비대면과 대면 서비스는 각각의 장단점이 명확하다. 비대면의 경우, 고객 입장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지 않아도 된다. 원하는 시간에 맡길 수 있고, 도착하면 바로 찾을 수 있다. 배송하는 우리 입장에서도 세탁물을 원하는 시간에 안정하게 배송할 수 있고. 대면의 경우, 세탁 특이사항을 더 자세하고 꼼꼼하게 체크할 수 있다. 만약 추가 세탁 작업이 필요할 경우가 발생하면 이유에 대해서 설명할 수도 있다. 간단한 의류관리법 등도 전달 드릴 수 있다.

인터뷰 도중에도 실시간으로 알림이 오던 세탁 서비스
신청
인터뷰 도중에도 실시간으로 알림이 오던 세탁 서비스 신청

< 인터뷰 도중에도 실시간으로 알림이 오던 세탁 서비스 신청 >

IT동아: 세탁소와 고객을 연결하는 즉, 플랫폼의 최전선에서 뛰는 셈이다.

김 대표: 노력 중이다. 세탁소의 요구사항, 고객의 요구사항을 듣고, 더 효율적이고 빠른 프로세스를 찾고 있다. 위키박스가 설치하는 무인택배함, 앱 개발 등에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고. 다행이 내년 상반기에는 BEP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위키세탁 서비스를 이용하던 고객이 다른 곳으로 이사간 뒤 문의를 많이 하신다. 여기서는 이용할 수 없냐고(웃음). 지역 확장과 서비스 확장은 여전히 고민 중이다.

세탁에 이어 확장한 서비스, '수선(의류, 구두, 가방)'

IT동아: 세탁에 이어 몇 가지 서비스를 선보인다고 들었다.

김 대표: 다양한 생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는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다. 이미 바지나 셔츠의 길이 재단, 떨어진 단추나 지퍼 수선, 전체 리폼 등 의류 수선 서비스는 2개월 전부터 병행하고 있다. 세탁 서비스에서 자연스럽게 확장했다.

그리고 이제 몇 가지 서비스를 추가 제공하고자 한다. 구두(일부 운동화 가능)와 가방 수선이다. 구두 수선은 단순한 굽 교체, 떨어진 밑창 교체, 오래 신어 닳은 발 뒷꿈치 부분 교체, 염색, 리폼 등을 제공하다. 과거 길가에 많이 보였던 구둣방처럼 집에서 쉽게 하기 어려운 다양한 수선 서비스를 제공한다.

가방 수선은 아무래도 고가의 제품이 많다 보니 다양한 형태로 제공한다. 보편적인 서비스는 떨어진 큰 교체, 가죽이 닳은 부분 교체 등이지만, 명품 가방의 경우 도금 작업도 진행한다.

IT동아: …기자가 1년 정도 신은 운동화도 밑창이 떨어져 손을 못 쓰고 있었는데, 맞다. 필요한 서비스다.

김 대표: 각 부문 전문가를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했다.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고객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가를 연결해 제공하는 생활 배송 서비스는 앞으로도 계속 확장할 계획이다.

새롭게 선보이는 구두 수선 서비스, 출처: 스토리박스
유튜브
새롭게 선보이는 구두 수선 서비스, 출처: 스토리박스 유튜브

< 새롭게 선보이는 구두 수선 서비스, 출처: 스토리박스 유튜브 >

IT동아: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것, 일이 많아지는데.

김 대표: 계속 함께할 직원을 찾고 있고, 실제로 의류 수선 서비스와 함께 직원이 늘기도 했다. 의상디자인을 전공한 뒤, 의류 수선 일을 하던 직원이 합류했다. 의류 세탁, 의류 수선 등을 사전에 검수하는 역할을 담당 중이다. 많이 고무적이었다. 현장에서 관련 일을 하고 있던 사람이 이제 1년 정도 지난 스타트업 합류를 결정했다는 것… 우리가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도 얻었다(웃음).

지금은 일이 많고, 적은 것을 떠나 그저 행복하다. 아직 많지 않은 직원(총 4명)이고, BEP도 맞춰가는 단계지만, 열심히 뛸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으로도 감사하다. 업무 프로세스도 하나씩 갖추고 있고…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IT동아: 1년… 짧지 않은 시간이다. 현장을 계속 뛰어야 하는 일이라 많이 힘들었을텐데.

김 대표: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위키세탁 서비스를 처음 알릴 때는 작년 겨울이었다. 찬바람 맞으며 아파트 주민 한분한분에게 알리고 있을 때, 참 많이도 내쫓겼다(웃음). 물론, 경비 아저씨의 입장도 이해한다. 나중에는 요령이 생겼다. 경비 순찰을 언제 시작하는지, 교대 시간은 언제인지 등…. 배달의민족 김봉진 대표님은 '전단지 줍는 것을 가장 잘 안다'고 하셨는데, 우리는 전단지를 가장 잘 붙일 자신이 있다(웃음).

지난 겨울, 세탁 서비스를 알리던 모습
지난 겨울, 세탁 서비스를 알리던 모습

< 지난 겨울, 세탁 서비스를 알리던 모습 >

세탁 배송을 아파트와 오피스텔에 배송하면서 각 시간에 따라 가장 빠른 길과 효율적인 동선도 찾고 있고.

무엇보다, 진짜 우리 직원들이 고맙다. 많이 바쁘다. 정해진 일만 하는 것도 아니고. 급한 일로 주말에도 일하는 경우가 많지만… 불평 한번 없다. 책임감도 많이 느낀다. 번듯한 다른 직장에서 일하다가 같이 하기로 결정한 직원 아니, 우리 친구들이다(실제 김 대표 지인이 함께하고 있다).

몇 가지 아쉬움은 있다. '조금 더 현장을, 조금 더 업무 프로세스를, 조금 더 플랫폼 서비스가 무엇인지 등을 공부하고 시작하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아마 그렇게 알아보고, 공부했으면, 스타트업을 시작하지 못했을 것 같다(웃음). 성공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10월, 11월은 세탁의 극성수기도 아닌데, 하루 최대 매출을 계속 갱신하고 있다. 내년 4월쯤이면 매출 단위가 바뀌지 않을까 기대 중이다.

열심히 뛰고 있고, 앞으로도 뛰고 있을 스토리박스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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