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화질을 논하다' LG전자, 8K & 올레드 기술설명회 열어
[IT동아 강형석 기자]
"TV를 개발하는 엔지니어의 관점에서 경쟁사의 행태는 안타깝고 이해되지 않는다. 어느 때보다 치열해진 전 세계 TV 시장에서 타 업체들까지 규격 미달의 8K TV를 내놓는다면 어찌 되겠는가? 따라서 국제적 규격에 따라 제대로 된 8K를 구현하는 TV를 내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아간다. 생존을 위해 경쟁을 펼쳐야 하는 전 세계 TV 시장에서 소비자를 위한 제대로 된 경쟁 체제가 자리잡도록 해달라."
남호준 LG전자 HE 연구소장(전무)은 최근 불거진 TV 화질 논란에 대해 언급하며 이 같이 말했다. 실제 화질로 경쟁하자는 내용도 덧붙였다. 이후에는 OLED와 자사 나노셀(NanoCell) TV, 삼성 QLED TV를 비교하며 화질 차이를 증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2019년 9월 17일, LG전자는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디스플레이 기술설명회'를 열었다. 지난 9월 6일부터 11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 언급한 '화질 선명도(Contrast Modulation)'에 대한 연장선으로 해당 용어에 대한 설명과 디스플레이 기술을 알리는데 많은 시간이 할애됐다.
화질 선명도는 디스플레이 해상도에 맞는 화질을 수치화한 것이다. CM(Contrast Modulation)이라는 명칭을 쓴다. 1998년부터 계속 사용하던 것인데 지난 2016년 5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국제 디스플레이 계측위원회(ICDM) 정기총회에서 기존 방식 외 디스플레이 기술에도 해당 명칭을 쓰는 것으로 합의했다. 단,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해 추가 자료(문구·부록·도표 등)를 제공해야 된다. 이 방식에 삼성전자와 LG전자 등도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고 기사 - '진짜 8K 겨뤄보자'는 LG와 삼성, 핵심은 '화질선명도'에 있다 (http://it.donga.com/29495/)
이는 당시 개발된 디스플레이 기술 때문. 일반적인 액정(LCD) TV는 하나의 화소가 RGB(빨강·초록·파랑) 색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LG전자는 밝기를 강화하기 위해 흰색(W) 화소를 추가한 TV를 선보였는데, 완전한 4K를 구현할 수 있냐는 논란이 있었다.
ICDM에서는 새 디스플레이 기술을 기존 측정 방식으로 분석 가능한가에 대해 논의했고, 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대신 새로운 디스플레이 기술이라는 점을 추가하거나 측정 자료 등을 제공하는 식으로 별첨 부록을 제공하고, 화질 선명도 수치를 사용하는 형태로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이정석 LG전자 HE 사업본부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담당(상무)는 "(CM 수치) 98년부터 계속 시행되어 쓰이다가 우리가 쓰는 방식(RGBW)이 ICDM에 맞느냐 해서 지난 16년에 논의가 됐다. 기존 측정 방식을 새 디스플레이 기술에 적용하는게 맞는가 여부가 주제였다. 결론은 적용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대신 정확한 측정 수치를 제안하기 위한 문구와 부록, 문서, 도표 등의 추가가 필요하는 내용이 더해졌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실제 OLED TV와 나노셀 TV, 삼성 QLED TV를 차례로 놓고 화질을 비교하는 공간을 마련해 직접적인 이해를 도왔다. 이 때 나노셀과 OLED TV는 깨끗한 화질을 보여준 반면, QLED TV는 어두운(저조도) 화면에서 얼룩이 지거나 밝게 표시되는 등 차이를 보였다. 심지어 OLED TV는 4K 해상도 제품을 사용했음에도 어두운 화면과 계조 표현에서 8K QLED TV 대비 선명도나 명암 표현에서 뛰어난 모습이었다.
나노셀 TV는 18년과 19년식 8K QLED TV와 비교됐다. 18년도 QLED TV는 비교적 양호했지만 19년식 QLED TV는 글자가 선명하지 않았고, 어두운 화면에서는 얼룩처럼 검은색이 번지는 모습을 보였다. LG전자 측은 "정확하지 않지만 시야각 보상 필름 혹은 디더링과 신호 처리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아닐까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화질의 차이는 패널 구조와 기술에 의한 것이다. QLED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처럼 유기물에 의한 신제품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존 액정(LCD) 디스플레이 기술에 양자점(Quantum Dot) 필름을 추가, 화질과 시야각을 향상시킨 형태다. 실제로는 QD-LCD라 불러도 이상하지 않은 형태다. 양자점 필름은 후방 조명(백라이트)과 패널 사이에 배치된다.
OLED는 발광소자가 스스로 빛을 내는 자발광 소재다. 유기물을 쓴다. 스스로 빛을 내니까, 액정 디스플레이의 필수 부품인 백라이트가 필요 없다. 그만큼 얇고 가벼운 TV를 만들 수 있으며, 비교적 자유롭게 가공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돌돌 마는 롤러블 TV가 나온 것이 OLED 기술을 적극 활용한 예다.
화질과 시야각 등에서 OLED가 우위지만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유기물이기에 수명이 있다. 특히 현재 OLED 기술은 파란색 광원이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같은 화면이 장시간 노출되는 일이 잦아지면 잔상(번인)이 생길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특정 시간에 맞춰 화면을 조금씩 이동시키거나 자동 보호 기능을 제공한다. 중요한 것은 액정 디스플레이도 잔상에서 자유롭지 않다. 상대적으로 그 주기가 OLED 대비 길 뿐이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8K 시대에 접어들면서 두 디스플레이 제조사의 논쟁은 더 치열해지는 듯한 느낌이다. 독일 베를린에 이어, 여기 대한민국 서울에서도 그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화질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다양한 자료들이 제공될 가능성이 높다) 제품을 선택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서로를 향한 비방으로 이어질 여지 또한 있다. 아무쪼록 소모적인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디스플레이 시장의 질적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