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IT] 한반도 프로젝트, 음식으로 남북한 간격을 줄이고 싶습니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지난 2017년 3월 2일, 농식품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농업 시장 규모는 2014년 4조 7,000억 원, 2015년 5조 1,000억 원, 2016년 5조 7,000억 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인구 증가와 함께 '식량'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사양 산업으로 여겨졌던 농수축산업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단계. 이러한 관심을 토대로 품질 개선, 생산성 향상 등 농수축산업에 다양한 ICT 기술을 융합하는 시도도 꾸준히 증가했다. 더불어 농수축산업이 1차 산업이 아닌 제조와 서비스를 결합한 6차 산업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서울시는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맞춰 가락시장 현대화 시설인 가락몰 1관과 2관 3층(약 500평)에 농식품(Food•Agri Tech)분야에 특화한 '서울 먹거리 창업센터'를 개설했다. 서울 먹거리 창업센터 설립 목적은 농식품 관련 기업의 새로운 아이디어와 상품 개발을 도와 농업 생산물을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식품가공기술, 인허가, 특허, 디자인, 홍보 마케팅을 지원하는데 있다.

서울 먹거리 창업센터는 지난 2016년 12월 1차 입주를 통해 22개 업체로 본격적인 문을 열었으며, 작년 2월 2차 입주, 7월 3차 입주를 진행했다. 또한, 작년 12월 7일 창립 1주년을 맞아 4차 입주 심사를 시작한 뒤 올해 2월 4차 입주를 진행해, 2018년 7월 현재 매출액 50억 원, 투자유치 6개사 25억 원, 고용창출 50명, 지적재산권(특허 10건, 디자인 6건, 상표 23건), 정부지원사업 지원(24개사 45건 진행, 총 17억 원 규모) 등의 운영성과를 거두고 있다.

서울 먹거리 창업센터는 입주 기업에게 사무공간(개방형, 개별)과 시제품을 제작할 수 있는 '오픈키친', 입주기업 간 네트워킹 공간 등을 무료로 제공하며, '창업 교육', '멘토링', '컨설팅', '투자연계' 등 다양한 창업지원 서비스도 지원 중이다. 2018년 7월 기준, 서울 먹거리 창업센터에는 식품 제조/가공/유통 22개, 푸드테크 15개, 기타 2개(서비스 1개, 사회적기업 1개) 등 총 39개 기업이 입주 중이며, 누계 69개사가 센터와 인연을 맺었다.

이에 IT동아는 우리네 먹거리와 IT 기술을 융합해 새로운 꿈을 꾸고 있는 서울 먹거리 창업센터 입주 기업들을 만나 현장의 생생함을 담은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실제 겪고 있는 어려움 등을 전하고자 한다. 이번 인터뷰는 '쥬얼아이스'의 장정훈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홍보/마케팅으로 주목받은 쥬얼아이스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지난 7월 이곳 먹거리 창업센터에서 만난 뒤, 약 4개월이 지났다. 당시에도 눈에 들어왔던 얼음이 인상 깊었는데.

장정훈 대표(이하 장 대표): 2017년 9월, 3차 입주 기업 심사로 이곳과 인연을 맺은 뒤, 어느새 1년이 지났다. 그동안 생각 속에만 있던 '쥬얼아이스'를 현실로 옮길 수 있었다. 이 자리를 빌어 가장 먼저 먹거리 창업센터 관계자 여러분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쥬얼아이스는 이전에 소개했듯이 1시간 이상 녹지 않는 얼음이다.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도록 프리미엄 맞춤형 얼음틀 '쥬얼몰드'도 개발했다.

일상에서 구할 수 있는 기존 일반 제빙기 얼음은 너무 빨리 녹는다. 때문에 얼음을 넣으면 음료 맛을 변하게 한다. 구조적 문제와 관리 소홀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위생상 문제도 있다. 몇몇 문제를 해결한 기존 프리미엄 얼음은 얼음을 크게 얼린 뒤에 불투명한 부분을 잘라낸 뒤 나머지 부분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만든다. 이후 유통, 가공 등을 거쳐서 가격도 비싸지고, 품질도 처음 생산했을 때보다 떨어지기 마련이다.

쥬얼몰드는 특허 출원한 삼단방한 공법으로 보석같이 투명하고 녹지 않은 얼음을 생산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렇게 만든 쥬얼아이스는 위스키, 탄산음료, 커피 등 어떤 음료와도 잘 어울린다.

쥬얼아이스는 투명하고, 밀도 높은 얼음이다. 쥬얼몰드를 이용하면 일반 냉동고에서 누구나 생산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위에서부터 얼음이 천천히 얼면서 내려가는 방식으로 내부에서 얼음이 깨지거나 불순물이 들어가 불투명해지는 현상을 방지한다.

얼음 안에 식용 꽃이나 허브, 브랜드 로고 등을 넣어 이벤트나 마케팅, 홍보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으며, 원하는 모양의 얼음도 주문제작할 수 있다. 킥스타터를 통해 개인용 쥬얼몰드 판매도 진행했다. 그리고 쥬얼아이스 전문 얼음 생산 공장도 마련했다. 기본 쥬얼아이스 가격은 개당 700원 정도로 고급 위스키바 등에서 이미 수요를 확인한 바 있다.

IT동아: 지난 만남 이후 얻은 성과가 있다면.

장 대표: '부산 호텔페어', '킨텍스 호텔페어', 'Gitex 두바이 전시회' 등에 참여하며 쥬얼아이스를 알렸다. 제품 개발 고도화 과정과 얼음 공장 양산화 과정도 마무리했고. 전시회에 얼음을 직접 들고 가서 참여해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전반적으로 시원하게 먹는 얼음 자체에 주목 받은 것이 아니라, 얼음 속에 꽃이나 허브, 브랜드 로고 등을 넣는 시각적인 효과에 반응이 컸다. 허브를 넣어 칵테일이나 브랜디와 어울리도록 제조하는 후각, 미각 측면에도 관심이 많더라.

두바이의 경우, 자본이 많이 유입/유통되는 지역인 만큼 호텔에서 고객에게 제공하는 프라이빗한 서비스로 쥬얼아이스를 활용하려는 니즈가 컸다. 이러한 부분을 서로 조율했고, 국내 한 호텔과는 오는 12월부터 얼음을 공급하기로 협의하는 성과도 맺었다.

열심히 쥬얼아이스를 알리고, 영업하는 단계다. 생각보다 영업이 어렵지 않다. 샘플을 제공하면, 대부분 그 안에 무엇을 넣을지, 브랜드 로고 제작은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등 부가 서비스 연계로 미팅이 이어진다. 이에 얼음 내부에 넣는 과정을 보다 저렴하고 쉽게 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다. 브랜드 로고를 제작할 때, 초콜릿이나 젤리 등을 활용하는 방법도 고민 중이고. 귀를 열고 열심히 듣고 있는 상황이다. 추가 제작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비용적인 측면이 가장 고민이다. 다만, 이 부분도 초기 물량만 어느 정도 협의되면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음식으로 북한과 남한의 70년 간격을 줄이고 싶다

IT동아: 그리고 요즘 쥬얼아이스와 함께 따로 준비하는 것이 있다고 들었는데.

장 대표: 하하. 쥬얼아이스를 준비하면서 인연을 맺은 영상전문 업체 '디올', 음식 전문 업체 'SYL corp', 홈페이지 제작 업체 '디자인 울프', 디자인 전문 업체 '디자인 스튜디오 36.5'과 함께 프로젝트성 캠페인 '한반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한반도 프로젝트는 남북한 음식 문화 알리기 캠페인이다. 지금 현재, 우리는 과거 유래 없는 남북한 화해 분위기를 접하고 있다. 하지만, 70여년간 떨어져 있는 남과 북은 아직 간격이 멀다. 이걸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고민했고, '음식'이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북한 음식하면 떠오르는 것, 무엇이 있을까. 평양냉면이다. 하지만, 평양냉면을 먹기 위해 우리가 놀러가듯 옥류관을 방문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서울에 북한 음식을 잘하는 맛집이 몇군데 있지만, 지방에서 서울까지 매번 올라올 수도 없는 일이고.

그래서 우리가 찾은 분이 '윤선희 명장'이다. 윤선희 명장은 한식대첩, 수요미식회 등을 통해 알려진 북한의 음식 명장이다. 탈북하기 전 북한에 있을 때 북한의 고위 장성들이 방문하는 '양각도' 식당을 운영한 경력도 있다.

윤선희 명장을 찾아가 이렇게 말했다. "제대로 된 평양냉면을 만들고 싶습니다"라고. 어떤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평양냉면을 그대로 담아 남과 북이 같은 입맛을 가진 한 식구임을 되새기고 싶었다. 그동안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대기업의 사업제안도 거절하셨던 윤선희 명장이 한반도 프로젝트에 참여하시게 된 이유다.

윤선희 명장은 스스로 평양냉면에 자부심이 깊다. 사실 평양냉면에 대한 북한 사람들의 사랑과 자부심은 남다르다. 지난 남북정산 회담에서 육수의 깊은 맛과 면의 식감을 유지하기 위해 평양에서 직접 육수와 메밀면을 공수했던 것도 같은 이유다. 대기업의 제안을 거절했던 것도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면 맛을 지켜낼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하셨다.

한반도 프로젝트의 첫 음식, '한반도 랭면'

IT동아: …맞다. 음식은 바로 했을 때가 가장 맛있는 법 아닌가. 대량 생산, 대량 유통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할 것도 생길텐데.

장 대표: 윤선희 명장이 한반도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한가지만 지키자고 부탁했다. 자신이 OK할 때까지 맛에 대해서는 양보할 수 없다고. 우리도 여기에 동의하며 시작해 '한반도 랭면'을 준비했다.

한반도 랭면은 간편식(HMR)으로 개발했지만, 평양냉면의 맛을 흉내내는 것이 아닌, 원래 조리법을 그대로 고집했다. 일단 순도 100%의 메밀을 뽀얀 흰색 속살이 비칠 때까지 도정 과정을 반복하고, 전통 평양 방식 그대로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와 함께 각종 채소와 약재를 하루 종일 우려낸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수차례 기름과 불순물을 걸러내 맑은 빛깔과 담백한 맛을 찾는다.

전통 평양냉면은 면이 육수에 푹 잠겨야 제대로 맛을 느낄 수 있기에 육수와 면도 기존보다 많이 담았다 메밀의 함량에 따라 부드럽게 넘어가는 식감을 좌우하기에 순도 100%도 지켜냈다.

IT동아: 모든 준비가 끝난 것인지.

장 대표: 준비는 끝났다. 가격 때문에 생산 공장과 조율하는 기간이 필요했다. 가격을 포기하면 쉽게 마무리할 수 있었는데, 맛을 포기할 수 없기에 적정선을 찾는 것이 힘들었다. 상업적인 논리는 버렸다. 북한 고유의 맛을 살리겠다는 한반도 프로젝트 본연의 취지에 집중했다.

1차 한반도 프로젝트인 '한반도 랭면'은 11월내 와디즈를 통해 크라우드펀딩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현재 오픈 예정 홈페이지는 이미 열었다. 이후에 '굴림 만두', '파전', '어복쟁반' 등을 기획해 선보일 예정이다. 북한에도 고급스러움을 담은 다양한 음식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긴 시간 떨어져 있던 우리 민족의 문화를 함께 공유하고 싶은 바람이다.

IT동아: 한반도 랭면도 결국 생산공장에서 만드는 것인데.

장 대표: 메밀면, 포장 등을 생산공장에서 담당한다. 육수는 윤선희 명장이 직접 만든다. 생산공장이 아닌 별도의 중앙키친(C.K)에서 소스를 준비해 만들고, 이를 생산공장으로 옮겨서 포장하는 형태다. 사실 냉면은 육수가 가장 중요하다고 하는데, 그만큼 면발도 중요하다. 어떤 온도로 어떻게 배합하는지에 따라 식감이 달라진다. 이 과정도 윤선희 명장이 직접 참여해 배합하고. 레시피를 그대로 살려서 적용한다. 그래서 한번 생산할 때마다 제한수량이 있다.

처음에는 북한에 남한의 삼계탕을 만들어서 보내려고 준비했는데, 현실적으로 여러 제재와 규제 등으로 음식을 직접 보내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에 한반도 프로젝트를 통해 발생하는 수익 중 일부는 남북 음식을 교류하는 곳이나 새터민 정착 등에 기부할 계획이다. 북한의 음식을 알리고,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곳 등에 지원할 예정이다. 앞으로도 한반도 프로젝트와 쥬얼아이스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