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3색'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비교 분석

강형석 redbk@itdonga.com

[IT동아 강형석 기자] 과거 DSLR 카메라가 인기를 끌던 시절, 소니는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비교적 빠른 시기에 미러리스 카메라를 도입했다. 처음에는 흔히 '크롭(풀프레임 대비 작은 센서)'이라 부르는 APS-C 규격을 중심으로 제품을 선보였지만 지난 2013년, A7으로 처음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를 도입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기본적으로 휴대성과 화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시장을 빠르게 일궈나갔다.

이제 시장은 바뀌었다. 소비자들은 큰 카메라에 예전 같은 관심을 주지 않는다. 미러리스 카메라의 성능이 DSLR 못지 않게 성장해 큰 카메라가 굳이 필요하지 않게 됐다. 그러는 사이 DSLR 카메라는 전세계 점유율이 30%까지 떨어진 반면, 미러리스 카메라는 16.4%까지 성장했다.

최근 공개된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를 정리해 놓은
표.
최근 공개된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를 정리해 놓은 표.

그래서일까? 모처럼 렌즈교환식 카메라 시장 경쟁이 후끈 달아오른다. 소니가 독주하던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에 니콘과 캐논이 참여하면서 판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 동안 풀프레임 이미지 센서를 적용한 카메라는 일안반사식(DSLR)만을 고집해 오던 두 제조사지만 시대의 흐름을 피해갈 수 없었던 모양이다. 모처럼 다시 광학기업 3사가 뭉친 것을 기념해 각 카메라들의 특징과 약점을 알아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선점 효과' 소니 A7 시리즈

소니 A7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은 이미 시장을 선점했다는 점에 있다. 이미 3세대까지 등장한 상태인데다 상위 라인업으로는 A9 시리즈까지 갖춘 상태. 그리고 오랜 시간 공을 들였기 때문에 동일한 상황에서는 상대적으로 렌즈 라인업이 탄탄한 편이다. 하지만 이미 DSLR(일안반사식)과 DSLT(일안반투과식)을 거친 다음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를 선보였기 때문에 렌즈가 후발주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을 뿐이지 절대 수로는 여유로운 라인업이라 볼 수 없다.

소니 A7M3.
소니 A7M3.

그럼에도 선택지는 넓다. 고급 라인업으로 칼자이스(Carl Zeiss)와 자사가 심혈을 기울인 지마스터(G-Master)가 있다. 일반적으로 선택 가능한 중저가 렌즈들도 고를 수 있다. 제 3자(서드파티) 렌즈까지 시야를 넓히면 렌즈 선택지는 더 많아진다.

카메라 자체의 선택지도 넓은 편이다. A7은 중급기 및 입문형 카메라로 입지가 탄탄하며, R은 고화질 촬영에 맞춰 설계한 카메라로 화소가 4,240만에 달한다. 아직 고감도에 특화된 S에서 3세대가 등장하지 않았지만 2세대라면 아직 판매가 이뤄지고 있으므로 촬영 목적이나 예산에 따라 접근할 수 있다.

소니 미러리스 카메라의 또 다른 장점은 동영상 촬영이다. 빠른 처리 성능을 바탕으로 4K 영상 촬영이 가능하며, 소니 방송영상 기술이 대거 접목되어 있다. 특히 편집에 유리한 기능들이 많은데, 하이브리드 로그 감마(HLG)나 에스-로그(S-Log) 등이 대표적이다. 명암 표현력을 넓혀주는 HDR(High Dynamic Range) 구현이 가능하다. 카메라 기본적인 성능(초점, 손떨림 방지)도 뛰어나다.

하지만 출시 시기가 상대적으로 빨랐기 때문에 경쟁 제품 대비 낮은 사양은 어쩔 수 없다. 특히 액정 디스플레이를 자주 보는 입장에서는 조금 아쉬울 수 있다. A7M3가 92만, A7RM3가 144만 화소 사양이다. 타 제품이 210만 화소 사양을 쓰고 있어 두드러진다. 전자식 뷰파인더도 A7M3에 한해 236만 화소 사양을 채택하고 있다.

기기적 약점은 존재하지만 선점 효과로 인한 소비자들의 인식, 여유로운 선택지, 무난한 성능 등은 차후 경쟁 카메라들이 출시된 상황에서도 경쟁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원동력이 될 전망이다.

철저한 '벤치마킹' 니콘 Z 시리즈

지난 8월, 니콘은 Z 시리즈라는 새로운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를 선보였다. 라인업은 입문 및 중급기를 표방하는 Z6, 화질에 특화된 Z7 등 2가지로 구성했다. 다분히 소니 A7과 A7R 시리즈를 겨냥했다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후발주자지만 오랜 시간 광학기기 시장에서 활약하며 쌓은 이미지는 기대감을 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반면, 후발주자이기에 겪을 수 밖에 없는 렌즈 라인업 부족 현상은 빨리 극복해야 할 약점이다.

렌즈 수가 부족한 것은 빠르게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렌즈 수가 부족한 것은 빠르게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이를 위해 니콘도 소니처럼 기존 DSLR 카메라에서 쓰던 렌즈를 Z 시리즈에 쓸 수 있도록 만드는 어댑터가 있다. FTZ 어댑터가 그것인데 약간의 제약은 있지만 거의 대부분의 니콘 렌즈를 활용할 수 있다. 문제는 니콘 렌즈 대다수가 고가에 형성되어 있어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는 점은 한계다. 서드파티를 선택하면 조금 나아지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니콘은 소니를 철저히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인다. 화소 구성을 A7 시리즈와 유사하게 배치한 상태. 하지만 두 제품 동일하게 3.2인치(210만 화소) 디스플레이와 369만 화소의 전자식 뷰파인더를 채택했다. 굳이 차이점을 꼽자면 화소에 따른 측거점 구성이다. 가격대도 A7 시리즈와 유사하게 설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니콘 Z7.
니콘 Z7.

본격적으로 4K 영상 촬영이 가능하고, 엔-로그(N-Log)를 추가해 HDR 표현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무엇보다 이미지 센서 영역을 모두 쓴다는 점이 소니 A7 시리즈와 동일하다. 여러모로 경쟁 제품의 좋은 점들을 최대한 파악해 그 이상의 제품을 만드는데 반영한 것이 니콘 Z 시리즈.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약점(부족한 렌즈)을 어떻게 극복하는가 여부가 중요하다.

'빈틈 공략' 캐논 EOS R 시리즈

세 제조사 중 가장 마지막으로 풀프레임 미러리스를 내놓은 캐논. 역시 후발주자지만 경쟁사 카메라를 철저히 분석하고 그 이상의 무언가를 담아 넣었다는 점이 특징이다. 가격대도 소니 A7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에 사양이나 성능 측면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여전히 렌즈 문제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부분은 약점이다.

라인업 2개를 구성한 소니와 니콘에 비해 캐논은 EOS R 단일 라인업으로 출격한다. 이 부분은 향후 늘어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대체로 두 카메라 라인업 중간에 위치하는 사양으로 빈틈을 공략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3,000만 화소대 이미지 센서를 채용하면서 기기 사양은 니콘과 거의 동일하거나 우위인 부분이 있다.

캐논은 부족한 렌즈군을 의외로 재치 있게
풀어냈다.
캐논은 부족한 렌즈군을 의외로 재치 있게 풀어냈다.

캐논도 니콘처럼 렌즈 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기존 렌즈를 사용하도록 호환 어댑터를 제공한다. 흥미로운 점은 어댑터에 클리어 필터, 편광필터, 가변 ND필터 등을 사용하도록 만들었다는 것. 편의성을 높임으로써 기존 DSLR 렌즈 사용에 따른 불편함을 상쇄하려는 시도는 인상적이다. 오히려 EOS R에 구형 렌즈+어댑터 구성을 선호하는 사진사가 많아질 수도 있겠다.

4K 영상 촬영을 지원하고, 캐논 로그(Canon Log)를 적용해 영상 편집 자유도를 넓혔다. 촬영 포맷도 자사 방송 및 영화 제작에 쓰는 ALL-I나 IPB 등을 적용해 쓸 수도 있게 만들었다. 대신 영상 촬영 시 이미지 센서 전체를 쓰지 않는다는 부분은 약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고급 렌즈'가 의외의 승부처 될지도

선택지가 많아진다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행복한 고민이 아닐 수 없다. 반대로 눈에 띄는 '상품성'이 없다면 성공 가능성이 더 낮아지는 환경이 되었다. 여기에서 상품성은 기기의 성능이나 가격 외에 렌즈에 대한 부분도 포함된다.

그런 점에서 세 제조사 모두 다른 방향성을 갖는다. 소니는 칼자이스와 지-마스터로 브랜드와 화질을 정면에 내세웠고, 니콘은 과거를 풍미했던 녹트(Noct)로 대응한다. 수동이지만 조리개 수치가 1 이하(f/0.95)로 매우 밝기 때문에 심도 표현이나 저조도 환경에서의 셔터속도 확보에 유리하다. 캐논도 표준 줌렌즈에서 f/2라는 조리개 수치를 구현, 밝은 렌즈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같은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지만 다른 매력을 가지고 접근하는 중인 소니·니콘·캐논. 시장 지형은 어떻게 변화할까? 소비자들의 선택에 그들의 운명이 달려 있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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