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와 LTE는 무엇이 다를까... "유선보다 빠른 무선 시대 열린다"
[IT동아 강일용 기자] 무선통신 기술의 진화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기존에 이용하던 LTE(4G)를 능가하는 차세대 네트워크 기술인 5G를 내년 3월에 공동 상용화한다고 발표했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 이동통신 3사간의 경쟁이 과열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직접 나서기까지 했다.
하지만 많은 사용자들에게 5G는 여전히 뜬구름 잡는 얘기다. 5G 상용화에 관한 기사는 많지만 정작 5G가 무엇인지에 대해 자세히 말하는 내용은 드물다. 5G와 LTE는 무엇이 다른 것일까? 5G가 상용화되면 우리 삶과 기업의 비즈니스는 어떻게 바뀔까? 화웨이, 에릭슨과 함께 대표적인 네트워크 장비 기술 기업인 노키아의 이준성 노키아코리아 기술개발총괄 상무를 만나 5G가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꿀지 쉽고 자세하게 들어봤다.
5G, 유선보다 빠른 진정한 무선 시대의 시발점
5G는 차세대 '무선' 네트워크 기술이다. 2G(CDMA/GSM), 3G(WCDMA/HSDPA/와이브로), 4G(LTE/LTE 어드밴스트)의 뒤를 이어 무선이동통신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각광받고 있다. 2G의 핵심은 음성통화와 메시지였다. 3G의 핵심은 영상통화와 기초적인 데이터 전송이었다. 4G의 핵심은 더 빠른 데이터 전송과 데이터 기반의 다양한 서비스(VoLTE, 대용량 메시지 등)로 요약할 수 있다. 그렇다면 5G의 핵심은 무엇일까? 이 상무의 대답은 유선을 대체하는 진정한 무선 시대가 열린다는 것이었다.
"5G 상용화를 통해 사용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가장 큰 변화는 완벽한 무선 시대가 열린다는 것입니다. 5G는 유선 네트워크보다 데이터 전송속도가 더 빠르고 지연시간(Latency)이 적은 무선 네트워크 기술입니다. 예를 들어 현재 LTE 기술의 경우 지연시간이 40~60ms(밀리세컨드) 정도이고, LTE의 뒤를 잇는 LTE 어드밴스트도 최상의 경우 10ms 내외의 지연시간을 보여줍니다. 현재 가정과 기업에서 이용하는 유선 네트워크의 경우 보통 10~20ms 내외의 지연시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반면 5G는 차세대 네트워크 기술을 활용해 지연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였습니다. 이론상으로 1ms, 실제로는 5ms 정도의 지연시간을 보여줍니다. 이는 무선 네트워크가 유선 네트워크를 따라잡았고, 더 이상 유선 네트워크가 필요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수치입니다. 데이터 전송속도도 매우 빨라집니다. 1GB 정도의 파일을 내려받는데 LTE의 경우 수십초가 걸립니다. 반면 5G는 1~2초만에 다운로드가 완료됩니다."
"이러한 기술적 발전 덕분에 5G는 사람의 생명과 같이 1분 1초가 급한 분야에서도 널리 이용될 것입니다. 과거에는 유선 네트워크만 가능했던 분야에 무선 네트워크 기술을 접목시킬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대표적인 분야로 자율주행차, 응급진료, 스마트팩토리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5G로 연결된 센서를 활용하면 사람의 생명을 구하고, 도시와 공장을 더욱 스마트하게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자율주행차 상용화 방안을 두고 현재 두 가지 방식이 대립하고 있다. 첫 번째는 엔비디아, 모빌아이, 웨이모(구글), 포드 등이 추진하는 단독 주행시스템이다. 자율주행에 관련된 모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을 차량에 탑재해 외부와 연결없이 단독으로 주행할 수 있는 자율주행차를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두 번째는 인텔, 퀄컴, 노키아, 화웨이, 이동통신사 등이 진행 중인 커넥티드 주행시스템이다. 5G를 적극 활용해 외부에 존재하는 대규모 클라우드 컴퓨팅 시스템에서 차량을 관제하고, 도시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적극 반영해 주행경로를 결정하는 자율주행차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자율주행차 연구자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두 가지 방안을 모두 포옹하는 자율주행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즉, 외부의 고성능 인공지능이 5G와 센서 기술을 활용해 도시의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서 자율주행차들의 전체 경로를 정하고, 차량에 탑재된 인공지능이 이 경로를 바탕으로 목적지를 향해 실제로 운전해가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외부와 연결없이 단독으로 주행하는 자율주행차를 만들려는 업체들도 도시의 교통정보 등 외부의 데이터를 전달받기 위해 궁극적으로 커넥티드 자율주행차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응급진료의 역시 5G 상용화로 모습이 달라질 대표적인 분야다. 5G와 센서 기술을 활용하면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파악된 정보를 신고자 또는 구급대원에게 알려줌으로써 정확한 대처를 이끌어내 응급환자의 생존율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을 전망이다. 병원 응급실의 풍경도 달라진다. 현재는 응급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하기 전까지 의사가 환자의 정확한 상태를 파악할 방법이 없다. 때문에 응급실에 도착한 후 정밀검사를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의료진을 소집해서 수술에 들어가야만 했다. 반드시 필요한 절차라고는 하지만 그만큼 골든타임이 낭비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응급차량, 응급헬기 등에 5G와 센서를 활용한 간이 검사시스템을 탑재함으로써 이러한 응급실의 모습도 달라질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환자가 도착하기 전에 환자의 상태를 미리 파악해 의료진을 소집함으로써 골든타임의 낭비를 막고 보다 신속한 응급 의료 시스템 구축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모든 기기가 하나로 연결되는 초연결 시대
이 상무는 5G가 열림으로써 달라질 또 다른 변화로 '대규모 연결'을 꼽았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노트북, 스마트TV 등 몇몇 스마트 기기만 연결되었던 기존 사물인터넷 개념에서 벗어나, 우리가 이용하는 모든 기기가 상호 연결되는 초연결(하이퍼커넥트)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물인터넷은 물론 LTE 시대에 등장한 개념입니다. 하지만 일반화되지는 못했습니다. 5G 시대에는 모든 기기가 네트워크에 연결될 것이고, 자율주행차와 스마트 팩토리 같은 첨단 기술이 보편화될 것입니다. 4차산업혁명의 원동력은 센서입니다. 센서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5G를 통해 수집해 기업이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5G가 상용화되면 우리 삶의 모습도 많이 달라진다. 일단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홀로그램 통화 기술이 보편화될 전망이다. 기준 LTE 기술은 데이터 전송속도 및 지연시간의 문제 때문에 세 가지 기술을 제대로 이용할 수 없었다. 반면 5G는 세 가지 기술을 실시간으로 표현할 수 있다. 홀로그램 통화란 음성 통화, 영상 통화보다 한 단계 진보한 통화 기술로, 상대방에게 나의 홀로그램을 띄워 나의 모습과 주변의 환경까지 함께 전달할 수 있다. SF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홀로그램이 마침내 현실의 영역에 등장하는 것이다. 5G 기기(스마트폰)도 이러한 차세대 통화 기술에 맞춰 주변 환경을 모두 촬영하고, 허공에 홀로그램을 띄울 수 있도록 진화할 전망이다. 또한 개인이 촬영했거나 전달받은 영상을 즉석에서 가공해 다른 이들과 공유하는 모습이 더욱 보편화될 것으로 보인다.
2020년이 5G 원년? 한국은 1년 앞서
많은 국가들이 2020년 5G 상용화를 목표로 연구 개발 및 인프라 확충을 진행 중이다. 한국은 한 발 앞서나가고 있다. 다른 국가들보다 1년 앞서 5G를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현재 5G 기술을 이끌고 있는 국가는 한국, 중국, 일본, 미국 등입니다. 유럽은 상대적으로 늦은 편입니다. 다만 각 국가별로 5G를 대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은 땅이 넓어 전국에 유선망을 촘촘히 깔지 못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5G를 이렇게 부실한 유선망을 대체할 기술로 보고 집중 투자하고 있습니다. 한적한 오지 마을 중심부에 5G 중계기를 설치하고 사람들이 5G를 통해 인터넷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하려는 것입니다."
"일본의 경우 5G를 2020년 도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고 있습니다. 올림픽과 5G를 결합한 프로모션을 실시해 기술 대국이라는 이미지를 굳히겠다는 것입니다. 2020년 3GPP(이동통신 기술 표준화를 위한 전 세계 통신 기업들의 연합체)의 5G 표준화가 완료되기 때문에 그 시점에 맞춰 5G를 상용화하겠다는 전략입니다."
"한국은 먼저 NSA(비독립형) 형태로 5G를 상용화하고, 향후 SA(독립형)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성급하게 상용화룰 추진하다보니 5G 표준을 따르지 않는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NSA는 작년 말에 표준화가 완료되었습니다. SA의 경우 올해 9월을 전후로 해서 표준화가 완료될 전망입니다."
NSA와 SA: 빠른 5G 상용화를 위해 3GPP는 NSA(Non-StandAlone)와 SA(StandAlone)라는 5G에 관한 두 가지 표준 규격을 내놨다. NSA는 무선 주파수 영역은 5G 기술을 이용하지만, 유선 인프라는 4G 시절에 구축한 것을 혼용하는 형태의 상용화 방식이다. 반면 SA는 무선뿐만 아니라 유선까지 5G만을 위한 전용 기술과 인프라를 이용하는 상용화 방식이다. 대부분의 국가가 NSA를 이용해 빠르게 5G를 상용화한 후 차근차근 SA로 전환하겠다는 전략. NSA에서도 무리 없이 이용할 수 있는 3.5GHz대의 저주파수 영역과 달리 28GHz대의 고주파수 영역은 SA가 상용화되어야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국의 경우 내년 3월 이동통신 3사가 5G를 동시에 상용화하겠다고 발표한 상태이지만, 이것이 사용자들이 3월부터 5G를 이용할 수 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내년 3월부터 5G를 위한 네트워크 설비를 전국에 깔기 시작하겠다는 얘기다. 5G에 접속하기 위한 통신모뎀의 경우 퀄컴, 삼성전자 등은 내년 3월에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고, 인텔과 미디어텍도 양산을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이다. 실제로 5G에 접속할 수 있는 기기는 빨라야 내년 여름 시장에 등장할 전망. 5G 기기가 실질적으로 시장에 풀리는 것은 내년 연말쯤은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은 둘 만 살아남는다... 노키아가 그 일원이 될 것
노키아는 한때 전 세계 휴대폰(피처폰) 시장을 호령하던 기업이었다. 하지만 모바일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애플, 삼성전자 등에게 밀려 도태되고 말았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기억하는 노키아다. 하지만 2010년 이후 노키아는 B2C 관련 사업을 포기하고 네트워크 장비 같은 B2B에 집중해 다시 재기하는데 성공했다. 시장조사기관 IHS 마켓에 따르면 2017년 전 세계 무선 네트워크 장비 시장 점유율은 화웨이(28%), 에릭슨(27%), 노키아(23%), ZTE(13%), 삼성전자(3%) 순이다. 모든 네트워크 장비가 아닌 LTE 네트워크 장비 시장으로만 한정하면 화웨이(29.1%), 노키아(26.7%), 에릭슨(25.2%) 순이다(시장조사기관 델오로 기준). 중국 화웨이에 이은 두 번째 규모의 무선 네트워크 장비 기업으로 거듭난 것이다.
규모의 경제가 지배하는 무선 네트워크 시장은 결국 이파전으로 압축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살아남는 둘이 되기 위해 화웨이, 노키아, 에릭슨 등이 경합 중이다. 노키아의 경우 지속적인 인수 합병과 5G 기술 개발로 문제를 헤쳐나가려 하고 있다.
"지금의 노키아는 과거 네트워크 장비 사업을 진행했던 노키아지멘스와 알카텔루슨트가 하나로 합쳐진 회사입니다. 노키아지멘스가 보유한 무선 네트워크 기술과 알카텔루슨트가 보유한 유선 네트워크 기술을 하나로 합쳐 유무선을 모두 아우르는 네트워크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무선 네트워크 기술만 제공하는 타사와 달리 모든 네트워크 기술을 이동통신사업자에게 제공해줄 수 있습니다."
"노키아는 거대한 연구소나 다름 없습니다. 전체 직원 10만 명 가운데 연구개발 인력은 4만 명이 넘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5G 네트워크 관련 신기술을 개발해 제품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5G 기지국은 2개의 안테나만 들어가면 되었던 LTE 기지국과 달리 32~64개의 안테나가 들어갑니다. 그만큼 부품 집적 기술이 뛰어나야 합니다. 같은 크기의 기기 안에 더 많은 안테나와 부품을 넣을 수 있어야 하고, 그러면서도 발열을 최소화해 장비가 고장나는 일을 줄여야 합니다. 노키아는 지난 2월 MWC 2018에서 리프샤크(ReefShark)라는 기지국 소형화 기술을 발표했습니다. 미국에 위치한 벨 연구소와 실리콘밸리의 연구 인력을 활용해 낸 성과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상무는 상생을 언급했다. 노키아는 핀란드-미국 회사(본사는 핀란드에 있지만, 실제 인력은 미국에 더 많다)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통신 장비 업체들과 협력해 신규 장비를 개발한 후 이를 전 세계에 판매하는 개방형 에코시스템을 추진 중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내의 RF 무선통신장비 업체인 KMW와 협력해 5G 장비를 공동으로 개발한 것이다. 이밖에 다른 국내 중소기업들과 다양한 협업을 진행 중이다.
이준성 상무는 연세대 전기전자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삼성전자에서 20년 동안 무선 네트워크 기술 연구를 진행한 인물이다. 2016년부터 노키아코리아에 합류해 현재 ATC센터장(Head of Advanced Technology Center)을 맡고 있다. 2015년 설립된 노키아코리아 ATC 센터는 5G, 사물인터넷, 공공안정망 관련 기술을 연구하고 새로운 통신기술과 장비를 테스트하는 국내의 연구기관이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