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 라이젠 5 2400G, 오피스 PC의 새 기준 될까?

강형석 redbk@itdonga.com

[IT동아 강형석 기자] AMD의 행보는 놀라움의 연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미 고성능 데스크탑 프로세서만 보더라도 과거 전성기까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점유율을 회복해 경쟁구도를 형성하는데 성공했다. 게다가 올해 초에 공개한 라이젠(RYZEN) 가속처리장치(이하 APU)는 뛰어난 가격대비 성능을 앞세워 주목을 받았고 조립 PC 시장에서 보급형 제품으로써 새 대안으로 제시될 정도가 되었다.

현재 AMD 프로세서의 주력 라인업은 고성능을 목표로 하는 2세대 라이젠(피나클 릿지) 그리고 컴퓨팅 성능과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적절히 조율한 라이젠 APU(레이븐 릿지) 두 가지다. 모두 경쟁사 프로세서 못지 않은 성능을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두 프로세서에 대한 성능 검증이 어느 정도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선택을 꺼려하는 경향이 있다.

패키지에 동봉된 라이젠 및 라데온 베가 로고
스티커
패키지에 동봉된 라이젠 및 라데온 베가 로고 스티커

특히 문서 작업이나 간단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소화하기 위해 구성을 간소화한 저가형 조립 PC, 흔히 말하는 오피스 PC 라인업만 보면 차이가 크게 드러난다. 이유는 있다. 경쟁사는 다양한 라인업을 구축해 두었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상대적으로 넓지만 AMD는 라이젠 3 2200G와 라이젠 5 2400G 두 개 뿐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적인 매력이 더 높은 제품을 선호할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가격적인 부분만 비교하기에는 라이젠 APU에는 무시할 수 없는 매력들이 상당히 존재한다. 이는 기존 AMD 프로세서와 비교해 크게 향상된 컴퓨팅 성능도 있겠지만 뛰어난 '그래픽' 처리 성능도 한 몫 한다.

그냥 쓰기에는 너무 아까운 라이젠 APU

라이젠 APU의 핵심은 '그래픽' 성능에 있다. AMD는 그 동안 자사 APU에는 직접 개발하고 있는 라데온(RADEON) 그래픽 프로세서를 탑재해 왔다. 때문에 프로세서 하나만으로 뛰어난 작업 능력을 보여줬다. 특히 문서 및 멀티미디어 가속 환경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왔다.

이번에는 더 강화됐다. 그래픽 프로세서로 라데온을 쓰는 것은 같지만 내용물이 고성능 그래픽 프로세서 라인업인 베가(VEGA)를 기초로 한다. 라데온 그래픽 프로세서는 중보급형인 라데온 RX와 고성능인 라데온 RX 베가로 서로 상이한 설계로 분류 중이다. 라이젠 APU에 탑재된 베가 그래픽 프로세서는 후자에 포함된다.

사양도 상당한 편이다. 그래픽카드에 탑재되는 그래픽 프로세서는 칩 면적이 넓기 때문에 많은 수의 코어를 담을 수 있지만 프로세서는 그렇지 않다. 컴퓨팅 처리를 위한 코어와 그래픽 처리를 위한 코어를 한정된 공간 안에 함께 담아야 해서다. 그러나 8~11개 가량의 코어를 탑재하면서 어지간한 입문형 그래픽카드 수준의 성능을 작은 프로세서 하나로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콘텐츠는 기본, 문서·사진 작업도 자연스럽게

컴퓨팅 성능과 함께 그래픽 처리 실력까지 겸비한 라이젠 APU. 문서 및 간단한 사진 편집 환경에서 어느 수준의 성능을 보여주는지 알아 볼 차례. 테스트는 라이젠 5 2400G, 기가바이트 A320M-S2H 메인보드, 2개의 지스킬 8GB DDR4-3200 메모리, 크루셜 MX300 SSD 275GB를 조합한 시스템으로 진행됐다. 운영체제는 윈도우 10 프로 64비트가 쓰였다. 추가로 모든 테스트에서 내장 그래픽의 시스템 메모리 할당량은 2GB로 설정했다.

라이젠 5 2400G의 PC마크 10 측정
점수.
라이젠 5 2400G의 PC마크 10 측정 점수.

PC 시스템 전반의 성능을 측정해 점수화하는 PC마크 10(PCMark 10)를 구동해 봤다. 이는 시스템의 기본적인 처리능력(Essentials) 및 각종 업무용 소프트웨어 구동능력(Productivity), 그리고 멀티미디어 콘텐츠 제작 능력(Digital Content Creation)등을 측정해 점수화 한다.

라이젠 5 2400G 프로세서 기준 PC마크 10 총점은 4,366점이다. 이게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감이 잘 오지 않을 것 같아 별도의 자료를 준비했다.

라이젠 5 2400G와 코어 i7 8400의 PC마크 10 생산성 측정 결과
비교.
라이젠 5 2400G와 코어 i7 8400의 PC마크 10 생산성 측정 결과 비교.

코어 i5 8400 프로세서와의 비교 자료다. 특히 생산성(문서)과 디지털 콘텐츠 생산(사진/영상 편집)에 대한 측정 결과를 중심으로 확인했다. 문서 작업 위주의 환경이라 해도 우선 라이젠 5 2400G의 성능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그래픽 프로세서의 성능을 활용해 가속 처리하는 부분에서는 압도적인 성능을 보여준다.

일반적인 복사와 문서 처리에 대한 부분은 두 프로세서 모두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대신 프로세서와 그래픽 프로세서로 다시 계산하는 과정의 결과를 보면 라이젠 5 2400이 2배 이상 빠른 모습이다.

라이젠 5 2400G와 코어 i7 8400의 PC마크 10 디지털 콘텐츠 생산 측정 결과
비교.
라이젠 5 2400G와 코어 i7 8400의 PC마크 10 디지털 콘텐츠 생산 측정 결과 비교.

그래픽 프로세서를 더 적극적으로 쓰는 디지털 콘텐츠 생산에서는 차이가 더 드러난다. 일부 후보정 효과 적용 항목에서는 3배 가량의 성능 차이를, 일괄 변환(Batch Transformation) 작업은 라이젠 APU가 17.1초, 코어 i5 8400이 56.5초 가량이 소요될 정도로 큰 차이를 보였다.

렌더링과 화상 작업에서도 더 부드러운 화면을 그려내고 처리 속도 또한 상당하다. 영상 편집에 대해서는 프로세서를 쓰는 작업 분야로 보면 두 제품의 차이가 미미하지만 지속 작업(On the go)에서는 코어 i5 8400이 나은 모습을 보여줬다. 아무래도 프로세서를 적극 활용하는 작업에서는 코어 시리즈가 유리해 보이는 듯 하다.

포토샵이나 라이트룸 등 어도비 소프트웨어 일부는 그래픽 가속을 위한 기능이
제공된다.
포토샵이나 라이트룸 등 어도비 소프트웨어 일부는 그래픽 가속을 위한 기능이 제공된다.

문서 작업만 하기에는 라이젠 APU의 그래픽 프로세서가 아깝다. 이 시스템의 장점은 그래픽 프로세서의 가속을 활용한 작업 영역의 확장에 있기 때문. 물론 엄청난 부하로 인해 높은 컴퓨팅 성능을 요구하는 전문가 영역까지 대응하는데 한계는 있지만 취미 영역에서의 소규모 작업 정도는 충분히 처리 가능한 수준의 성능을 보여준다. 특히 사진/영상 편집을 간단히 진행하는 이들에게 라이젠 APU 시스템은 합리적인 비용에 높은 효율성을 제공한다.

사진을 편집하는데 많이 쓰이는 애플리케이션은 어도비 라이트룸(Lightroom)과 포토샵(Photoshop)이라 할 수 있다. 이 외에 캡처 원(Capture One)이나 카메라 제조사들이 제공하는 전용 편집 애플리케이션을 쓰기도 한다. 그러나 라이트룸과 포토샵을 언급하는 이유는 이미지 처리에 그래픽 프로세서 가속 기능을 제공해 성능을 높일 수 있어서다.

위 이미지는 포토샵 CC를 실행했을 때다. 환경설정에서 성능(Performance) 항목을 보면 '그래픽 프로세서 설정(Graphics Processor Settings)' 항목이 있다. 라이젠 APU에는 라데온 RX 베가 그래픽 프로세서가 탑재되어 사진/영상 처리 과정을 상대적으로 매끄럽게 구현한다. 이는 라이젠 3 2200G로도 충분한 성능을 경험할 수 있지만 라이젠 5 2400G는 더 많은 그래픽 처리 코어와 빠른 작동 속도를 제공하므로 작업에 유리한 면모를 보여준다.

무압축 사진 파일들을 편집하는데 쓰는 어도비 라이트룸도 포토샵과 동일한 설정을 제공한다. 설정 메뉴에 제공되는 성능 탭 상단에 그래픽 프로세서 가속(Use Graphics Processor)을 활성화하는 항목이 있다. 활성화하면 무압축 사진 파일을 편집할 때 매끄러운 가속을 기대할 수 있다. 내장 그래픽이 포함되는 경쟁사 프로세서도 그래픽 가속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부하가 집중되는 상황에서는 제 성능을 내지 못하는 경우도 나타난다. 컴퓨팅 성능이 낮은 프로세서 라인업으로 가면 더욱 그렇다.

합리적인 가격과 성능에 대한 고민 필요할 때

누구에게나 자신만이 생각하고 있는 '가성비'가 존재한다. 한정적인 예산 대비 얼마나 효율적인 구성을 갖출 것인가에 대한 답은 없다. 선택의 폭이 넓기 때문이다. 무엇을 얻고 무엇을 내어줄지 여부는 소비자의 고민으로 남는다. 가격은 둘 째 치더라도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나 호환성, 확장성 등 외부 요인에 많은 신경을 쓰는 소비자들도 상당수 존재해서다.

레이븐릿지 계열 라이젠 프로세서는 쓸만한 내장 그래픽 기능을 품고
있다
레이븐릿지 계열 라이젠 프로세서는 쓸만한 내장 그래픽 기능을 품고 있다

그런 점에서 AMD가 과거에 약점을 안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주변기기를 구하기 쉽지 않았고 호환성도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라이젠 출시 이후 분위기는 급속도로 달라지고 있다. 그래도 이전 브랜드를 떠올리고 선택을 꺼리는 소비자들도 있다. 이제 그들도 조금은 달라져야 할 시기가 아닐까? 라이젠 5 2400G를 보니 합리적인 가격과 성능에 대한 고민을 할 때가 온 것 같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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