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xt Reality Story] 경기도가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방법

[IT동아 권명관 기자] 지난 2018년 2월 8일, 경기도와 경기콘텐츠진흥원(이하 경콘진)이 운영하고 있는 광교 경기문화창조허브를 찾아, 'VR/AR 고용연계 R&D 지원사업'에 참여한 경기도내 5개 업체와 경콘진 광교클러스터팀의 임이랑 매니저를 만났다. VR/AR 고용연계 R&D 지원사업은 경기도와 경콘진이 VR/AR 기술 고도화 지원과 기술인력 고용 연계를 바탕으로 기업이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핵심 기술을 연구하고, 진단 사업화 등의 과정을 통해 VR/AR 산업을 확대하는데 목적이 있다. 또한, VR/AR 중소기업이 자체 개발하고 있는 기술의 성공적인 사업화를 도와 경쟁력을 높이는데도 일조한다.

무엇보다 이번 지원사업은 기업의 목소리를 더 듣기 위해 노력해, 실제 참여한 기업의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애초에 지원 방향부터 명확했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VR/AR 관련 기술개발 지원과 전문 인력을 양성해 사업 성과를 제고한다는 것. 이를 위해 기업에게 과제당 신규인력을 채용(기업별 1인 이상, 6개월 이상)할 시 인건비의 40~60%를 지원하고, 과제 연구에 필요한 비용도 일부 지원했다.

VR/AR 고용연계 R&D 지원사업에 최종 선발된 업체는 총 5개사로 VR 낚시 게임 '오션 피싱 VR'을 개발 중인 '(주)퍼플오션과', 손목에 착용하는 VR용 모션 인터랙션 웨어러블 기기를 개발 중인 '(주)리얼감', 증강현실 기반 제품 인식 솔루션 상용화를 개발 중인 '뷰틱', 플렉서블 VR 카메라용 콘텐츠를 개발 중인 '디스커버리오브모션(주)', AR을 활용한 미니어처 보드게임을 개발 중인 '(주)투락'이다.

디스커버리오브모션의 서대용 대표, 리얼감의 정연우 대표, 퍼플오셤의 박정민 부대표, 뷰틱의 김승정 사업기획실 이사, 투락의 이동엽
아트디렉터 실장, 경기콘텐츠진흥원의 임이랑 매니저(왼쪽부터
시계방향)
디스커버리오브모션의 서대용 대표, 리얼감의 정연우 대표, 퍼플오셤의 박정민 부대표, 뷰틱의 김승정 사업기획실 이사, 투락의 이동엽 아트디렉터 실장, 경기콘텐츠진흥원의 임이랑 매니저(왼쪽부터 시계방향)

< 디스커버리오브모션의 서대용 대표, 리얼감의 정연우 대표, 퍼플오셤의 박정민 부대표, 뷰틱의 김승정 사업기획실 이사, 투락의 이동엽 아트디렉터 실장, 경기콘텐츠진흥원의 임이랑 매니저(왼쪽부터 시계방향) >

이에 퍼플오션의 박정민 부대표, 리얼감의 정연우 대표, 디스커버리오브모션의 서재용 대표, 뷰틱의 김승정 사업기획실 이사, 투락의 이동엽 아트디렉터 실장과 임이랑 매니저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다.

보드게임부터 모바일 게임, 웨어러블 기기까지…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먼저 각자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 소개를 부탁한다.

퍼플오션 박 부대표: 퍼플오션은 PC 및 모바일용 낚시 게임을 전문 개발하고 있다. 지난 2011년부터 개발을 시작했으며, 2012년부터 법인으로 전환해 운영하고 있다. 최근 개발하고 있는 게임은 '오션 피싱 VR'로 올해 안에 출시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고퀄리티 VR을 추구하고 있어 열심히 다듬고 있는 중이다.

기존에 선보였던 게임은 '피싱 훅', '베스 토너먼트' 등이 있다. 피싱 훅은 4,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으며, 안정적인 매출 성과를 얻기도 했다. 오션 피싱 VR을 개발하면서 수익 보다는 개발 경험과 향후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VR/AR 시장을 미리 경험하는 중이다. PC, 모바일을 넘어 VR까지 확장하는 플랫폼 전략이다.

리얼감 정 대표: 현재 개발하고 있는 것은 손목에 착용하는 웨어러블 기기이다. 2개의 모터를 장착해 모터가 움직이는 힘을 이용, 콘텐츠와 연동하는 방식이다. HTC 바이브, 오큘러스 컨트롤러와 연동, 작동한다. 우리는 진동 이상의 경험을 추구하고 있다. 6축으로 움직이는 모터의 힘과 0.1초 반응속도 등 현재 개발 진행 상태는 매우 긍정적이다. FPS 게임을 즐길 때 총기 반동, 야구, 골프 등 구기 종목에서 공을 때릴 때의 충격 등을 구현할 수 있다.

무엇보다 플러그인(Plug-in) 방식으로 콘텐츠와 다이렉트로 연동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기술적인 에러도 없다고 자신한다(웃음). 1차 시제품은 2월내 출시할 예정이다. 제품 가격은 얼마나 생산하는데 따라 조금 다르지만, 1,000대 이상 제작할 경우 100~150달러 선에 맞출 예정이다.

각자 소개와 함께 자유로운 네트워크가
이어졌다
각자 소개와 함께 자유로운 네트워크가 이어졌다
< 각자 소개와 함께 자유로운 네트워크가 이어졌다 >

디스커버리오브모션 서 대표: 현재 6개의 카메라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3D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VR 카메라를 개발하고 있다. 360도 카메라와 혼동할 수 있는데, 기존 360도 카메라는 어느 지점을 기준으로 주변을 360도로 보여주는 방식이다. 즉, 2D 사진이다. 여기서 차이가 난다. 이 카메라는 실시간으로 3D 영상을 촬영한다. 좌우 약 35도까지 확인할 수 있다. 내년 CES 2019를 목표로 제품을 개발 중이며, 스마트폰에서 촬영한 영상을 바로 편집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개발을 완료했다.

뷰틱 김 이사: 아이가 커가는 추억을 담아낼 수 있는 솔루션 '키즈키(Kizky)'를 개발 중이다. 부모라면 모두 공감할 것이다. 아이의 몸무게, 키를 재는 것만으로 한없이 기뻐지는 것을. 조금씩 크는 아이의 키는 지난날을 돌이켜볼 수 있는 추억의 매개물이 될 수 있다.

키즈키는 스마트폰으로 아이를 촬영해 키를 측정하고, 당시 영상을 짧은 동영상 또는 사진으로 기록하는 솔루션이다. 보다 정확한 키를 측정하기 위해 작은 크기의 '마커'를 이용하며, 아이 얼굴을 인식해 왜곡 없는 영상을 구현한다. 또한, 측정한 아이의 신체 정보를 바탕으로 병원, 헬스 등과 연결해 건강을 보조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개발하는 중이다.

투락 이 실장: 처음에는 모바일 게임을 주로 개발했지만, 자체 보유하고 있는 아트디자인 IP(지적재산권)을 이용해 다양한 멀티 콘텐츠(게임, 애니메이션, 보드게임 등)를 개발하고 있다. 지금은 AR 기술을 접목한 보드게임을 개발 중이다. 스마트폰으로 보드게임을 촬영하면, 보유하고 있는 자원이나 보드게임 규칙 등을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 위에 보여주는 방식이다. 보드게임을 보다 더 원활하고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돕는 셈이다.

모바일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3D 프린터를 이용해 피규어로 제작하면서 보드게임을 기획했다. 작년 6월 창업 당시 인원은 4~5명이었지만, 지금 전체 인원은 23명 정도다. 초기부터 대표님이 보드게임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일부 마니아만 즐기는 보드게임을 더 많은 사람이 경험할 수 있기를 희망했는데, AR 기술을 이용한 보드게임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자리창출과 기술 개발을 위한 경기도의 선택

IT동아: 경기도가 이렇게 다양한 VR/AR 스타트업, 중소기업에게 지원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임 매니저: 고용연계 R&D 지원사업의 시작은 2016년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2개년 사업으로 진행해 이제 마무리 중이다. 경기도가 진행했던 일자리창출 공모전이 있었는데, 당시 프로그램 중 'VR/AR 아카데미'에 수상한 기업을 대상으로 보다 경쟁력을 강화하고 사업화 모델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목적을 뒀다.

기존에는 애니메이션과 게임 등 콘텐츠 개발 업체에게 대부분 지원했는데, VR/AR 개발 기업을 위한 지원사업은 미비했다. 이에 많은 전문가와 심사위원들과 협의해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고용연계 R&D 지원 사업이다.

특히, 이번에 지원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인력 양성과 일자리 창출이었다. 이에 지원 업체에게 인건비 형태로 지원해 전문 인력을 양성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물론, 필요한 경우에 따라 장비 구입, 제작 비용 등도 지원했다(웃음). 무엇보다 기업이 원하는 형태로 지원받을 수 있도록, 기업 맞춤형 지원 사업으로 설계하고자 노력했다.

![< 지원사업 목표와 계기에 대해서 설명하는 임이랑 매니저

](http://image.itdonga.com/files/2018/02/13/003_cXq32Gx.jpg)
< 지원사업 목표와 계기에 대해서 설명하는 임이랑 매니저 >

IT동아: 기업 입장에서 생각한 지원 사업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을텐데.

임 매니저: 추구하는 방향은 명확했다. '지원은 하되 간섭은 최대한 줄이자'라고. 내부에서 이러한 기획 의도를 설득하는데 나름 애썼다(웃음). 물론, 허투루 사용되지 않도록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지원 기업 선정 시 사업성(40%), 기술성(30%), 수행능력(30%) 등으로 세분화해 평가했으며, 새로운 인력을 뽑거나 전문 기술자를 양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간 동안 꾸준히 관리했다.

그리고 정부 중앙 부처가 아닌 경기도가 직접 나서서 기업에게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VR/AR 시장 생태계를 보다 성숙하게 이끌고, 더 나은 경쟁력을 보유하는 것이 미래를 대비하는데 유용하다는 생각에 결단을 내렸다.

IT동아: 맞다. 그래서 놀랐다. 과학기술정보부나 문화체육관광부 등 중앙 부처에서는 이러한 R&D 지원 사업을 많이 진행한다. 나라 전체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일이니까. 그런데, 지역적 한계가 명확한 경기도가 이렇게 나서서 기업을 지원했고, 사업을 잘 마무리했다는 것이 의외라고 생각했다.

퍼플오션 박 부대표: 동감한다. 퍼플오션은 정부가 진행하는 여러 R&D 과제를 많이 진행했는데, 경기도처럼 지자체에서 정부과제와 비슷한 R&D 지원을 진행했다는 것에 개인적으로도 신기했다. 그래서 더 노력했던 것 같다(웃음). 업체 입장에서 좋은 기회를 받았기 때문이었는지 몰라도, 최대한 성과를 내기 위해 힘썼다.

디스커버리오브모션 서 대표: 발전하는 스타트업을 위한 생태계 조성에도 이번 지원사업은 도움된다고 생각한다. 창업하는 시도가 많아야, 성공도 많아지는 법이다. 이스라엘 같은 경우는 같은 사람이 3번 실패해도 정부가 나서서 지원한다. 또한,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도 같이 나눠 가진다. 부족한 부분은 창업을 지원받아 성공한 기업이 부담하고. 이러한 선순환 생태계가 국내에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금쪽 같은 기회였습니다

IT동아: 지원을 받은 업체 관계자분들에게 공통으로 묻고 싶다. 개인적으로 아쉽거나, 바라는 부분은 없었는지.

뷰틱 김 이사: 다른 업체 분들도 공감할 것 같은데, 이번 고용연계 R&D 지원사업처럼 정부 또는 지자체가 진행하는 좋은 사업을 놓치는 경우가 너무 아쉽다. 아직 사업화 모델에 성공하지 못한 스타트업은 마땅한 수익이 없지 않은가. 때문에 콘텐츠 또는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한 투자자금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그중 정부 또는 지자체가 진행하는 지원사업은 사막에서 찾는 오아시스와 같다.

그런데, 좋은 지원사업 소식을 모르고 지나칠 때가 많다. 하루이틀 차이로 공고가 마감되기도 하고. 개발하랴, 인력 구하랴, 문제 해결하랴… 이것저것 신경 쓸 것도 많은 스타트업인데, 이럴 때마다 너무 안타깝다.

리얼감 정 대표: 맞다. 중소기업 대상 지원 사업만 연간 3,000~4,000개라는 소식을 들었다. 중앙부처, 지자체 등이 지원하는 숫자만 그렇다. 어마어마한 숫자다. 스타트업에게는 가뭄에 내리는 단비와 같은데, 모르고 놓치는 경우가 너무 많다.

![< 스타트업이 바라는 점을 어필 중인 리얼감 정 대표

](http://image.itdonga.com/files/2018/02/13/004.JPG)
< 스타트업이 바라는 점을 어필 중인 리얼감 정 대표 >

퍼플오션 박 부대표: 이번 고용연계 R&D 지원사업과 같은 기회가 다음에도, 그 다음에도 이어지기를 희망한다. 우리 퍼플오션이 지원받지 못해도 좋다. 대상에 맞는 다른 스타트업, 다른 중소기업이 혜택을 받았다는 뜻이니까. 업체가 숨통이 트이고 기회가 많아져야 자연스럽게 새로운 인력을 채용할 수 있다. 선순환 구조를 통해 성과만 명확해진다면, 더 확장하고 업그레이드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IT동아: 그럼 좋았던 점은 없었는지.

디스커버리오브모션 서 대표: 남사스럽지만, 두말할 나위 없이 좋은 금쪽 같은 기회였다. 지원 조건도 정말 좋았고. 업체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없다는 것에 만세를 부르고 싶었다(모두 동의를 표했다). 마침 개발을 위해 준비한 초기 투자금도 떨어져 가는 찰나였는데, 이번 지원을 통해 '그저 그런 제품'이 아닌, 처음에 생각하고 기획했던 제품의 밑그림을 완성할 수 있었다. 70~80%는 목표치까지 끌어 올렸다고 생각한다.

퍼플오션 박 부대표: 무엇보다 업체 입장에서 생각해 다양한 관점에서 지원한다는 것을 느꼈다. 개발비용, 인건비 지원 등 투자금 이외에 다양한 측면에서 도움을 받았다. 홍보, 마케팅에 대한 컨설팅부터 글로벌 진출을 위한 세미나, 전시회 참가 기회, 해외 투자 기관을 만날 수 있는 네트워크 미팅 등 세세한 것을 챙겨주더라.

이전에 진행했던 지원사업, 정부과제와는 느낌이 달랐다. 이전에는 감시를 받는다는 느낌이 강했다. 성과물에 대한 압박도 뒤따랐고. 어떤 경우에는 담당자가 누군지도 모르고 끝나곤 했다.

그래서 오늘 이런 자리가 새롭다. 함께 지원받은 업체와 이렇게 만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 이 자체만으로 흥미롭다. 지금도 많이 배우고 있다. 그리고 같은 VR/AR 시장을 바라보는 업체들 아닌가. 연계할 수 있는 아이디어도 떠오르고, 감사할 따름이다.

리얼감 정 대표: 여기 함께 있는 임이랑 매니저처럼 지원사업 담당자가 이렇게 업체와 소통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좋았다. 적극적으로 다가와 주는 것이 스스로 채찍질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고. 그저 모르고 지냈을 세미나나 네트워크 등도 많이 도움 받았다.

뷰틱 김 이사, 그는 진정 감사를
표했다
뷰틱 김 이사, 그는 진정 감사를 표했다

< 뷰틱 김 이사, 그는 진정 감사를 표했다 >

뷰틱 김 이사: 맞다. 이런 자리가 작은 스타트업에게 도움되는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광교 경기문화창조허브 강문영 센터장께도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협업할 수 있는 업체도 소개 받고…. 커피 한잔 못 먹을 정도로 어려웠는데, 이번 지원사업을 통해 숨통이 트였다. 노무, 회계 등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도 찾아서 지원받았다. 덕분에 4대 보험도 꼬박꼬박 내고, 얼마 전에는 은행에 찾아가 보란듯이 세금도 내고 왔다(웃음). 앞으로도 좋은 기회가 이어졌으면 좋겠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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