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IT] 코아피플 권영삼 대표 "가치에 상품을 입히겠습니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지난 2017년 3월 2일, 농식품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농업 시장 규모는 2014년 4조 7,000억 원, 2015년 5조 1,000억 원, 2016년 5조 7,000억 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인구 증가와 함께 '식량'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사양 산업으로 여겨졌던 농수축산업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단계. 이러한 관심을 토대로 품질 개선, 생산성 향상 등 농수축산업에 다양한 ICT 기술을 융합하는 시도도 꾸준히 증가했다. 더불어 농수축산업이 1차 산업이 아닌 제조와 서비스를 결합한 6차 산업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서울시는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맞춰 가락시장 현대화 시설인 가락몰 1관과 2관 3층(약 500평)에 농식품(Food·Agri Tech)분야에 특화한 '서울 먹거리 창업센터'를 개설했다. 서울 먹거리 창업센터 설립 목적은 농식품 관련 기업의 새로운 아이디어와 상품 개발을 도와 농업 생산물을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식품가공기술, 인허가, 특허, 디자인, 홍보 마케팅을 지원하는데 있다.

코아피플 권영삼 대표
코아피플 권영삼 대표

< 코아피플 권영삼 대표 >

이에 IT동아는 우리네 먹거리와 IT 기술을 융합해 새로운 꿈을 꾸고 있는, 창업 기업들을 만나 현장의 생생함을 담은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실제 겪고 있는 어려움 등을 전하고자 한다.

농어촌 자원의 재발견, '코아피플'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지난 먹거리 창업 센터 김동균 센터장님과 인터뷰 당시, 코아피플 칭찬을 그렇게 하셨었다. 특히, 코아피플을 창업한 분들이 상당한 재원이라 언급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코아피플. 사명이 재미있다.

권영삼 대표: 하하. 아니다. 많은 관심에 보답해야 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뿐이다. (코아피플이라는 사명이 재밌다는 질문에) 코아피플은 '코스모스 얼라이언스 피플(Cosmos Aliance Peaple)'의 약자로, 우주연합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왜 우리네들이 주로 사용하는 말 중에 'SKY'가 있잖은가. 서울에 위치한, 성적이 좋아야 들어갈 수 있는 대학교 3곳을 지칭하는 단어. 그런데, 이 단어는, 자칫 잘못하면, 마치 인생의 목표가 꼭 좋은 대학교에 들어가야 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해당 대학교에 들어가지 못하면 출발선조차 제대로 서지 못한 것 같은 자괴감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스카이, 하늘 위에 있는 우주의 별들이 되어보자라는 생각으로 우주연합사람들이라는 코아피플을 사명으로 지었다. 뭐, 본인이 지방대 출신이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웃음). 대학교를 SKY(하늘)이라고 말한다면, 사회 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이들에게는 우주를 바라보게 하자는 느낌이다.

IT동아: 우주를 바라보는 사람들…. 재미있다.

권 대표: 회사를 창업하면서, 쉽게 지나치거나 소멸하는 자원에 '가치'를 입혀 '상품화'하는 것을 방향으로 삼았다. 바로 '가치의 상품화'다. 가치의 상품화는 원가 없는 제품이나 콘텐츠 등을 사람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상품화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여행이나 공연 등 예술도 '가치'에 포함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첫번째 프로젝트로 시작한 것이 농어촌 자원의 재발견이다. 먹거리, 식품을 2차 가공하는 것과 비슷하다.

코아피플 사업 현황
코아피플 사업 현황

< 코아피플 사업 현황 >

이에 코아피플은 농촌에서 블루오션을 찾고, 이를 개혁하는데 노력했다. 일본은 농업을 경제 추축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각 지방의 특산물을 양성하고, 해당 특산물을 상품화해 그 지역의 명물로 만들어낸다. 또한, 단순히 하나의 상품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특산물을 통해 해당 지역의 명소를 만들고, 명인을 양성한다. 그리고 여기서 발생하는 이익을 서로 공유한다.

코아피플이 꿈꾸는 농어촌 유통 구조
코아피플이 꿈꾸는 농어촌 유통 구조

< 코아피플이 꿈꾸는 농어촌 유통 구조 >

우리는 현 국내 농업 시장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찾았고, 복잡하고 비합리적인 유통 구조를 고치기 위해 노력했다. 현재 농업 유통 구조는 상품이 소비자에게 도달하기까지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는 유통 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수수료가 높게 책정되 소비자에게 판매된다. 이에 오프라인 직거래 플랫폼 '로컬 캠프(Local Camp)'와 온라인 직거래 플랫폼 '자이언트 스푼(Giant Spoon)' 솔루션을 개발했다. 온오프라인 직거래 플랫폼을 농촌에 제공하자는 것이 목표다.

농촌에 맞는 온오프라인 직거래 플랫폼 구축

IT동아: 유통구조를 단순화한다는 것. 사실 이러한 서비스는 이미 많이 나와 있지 않은가. 특히, 인터넷과 모바일이 발달하면서 상품을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직접 연결하는 방식은 여러 곳에서 적용되고 있는데.

권 대표: 맞다. 하지만, 농촌의 현실은 이를 접목하는데 쉽지 않다(웃음). 예를 들어 보자. 일반인들은 사과를 직거래한다면, 농촌에서 사과를 생산하고, 이를 온라인이나 모바일로 구매해, 농가에서 바로 택배 등으로 보내주면 끝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를 위해 농촌 아니, 농가는 준비된 것이 없다. 온라인으로 주문을 받고, 이걸 택배로 보내기 위해 송장을 발부 받아야 하고, 판매한 상품의 영수증을 끊어야 하며, 총 판매 매출을 계산해 세금계산서를 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현재 농가에는 젊은 사람이 없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그분들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준비해야 한다.

IT동아: 공판장이 있잖은가. 농가 여러 곳의 제품을 공동으로 받아서 관리하는.

권 대표: 공판장에서 하는 대표적인 일은 공동판매와 공동선별이다. 이 부분은 잘 구축되어 있다. 여러 농가로부터 다양한 상품을 받아 이마트나 홈플러스와 같은 대형마트로 판매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런데, 농산품이라는 것이 환경의 영향을 받아 반품이 될 수 있잖은가. 배송하는 과정에 상할 수도 있고, 오래 판매되지 않아 상할 수도 있고. 그런 상품이 대형마트에서 공판장으로 반송되어 왔는데, 어디 농가의 상품인지 알 수가 없더라. 제대로 전산화 처리가 되지 않은 것이다.

코아피플 권영삼 대표
코아피플 권영삼 대표

< 코아피플 권영삼 대표 >

농가는 더욱 심하다. 공판장에서 A 농가에 참외 100상자를 주문했고, 해당 농가의 할아버님은 전화로 이 주문을 받았지만, 잊으셨다면? 주문을 노트에 받아 적어서 주머니에 넣었는데, 읍내에서 약주 한잔 하시고 들어가 옷을 세탁기에 돌려버리는 일도 종종 있다.

IT동아: 온오프라인 직거래 유통 구조를 위한 준비가 그렇게 많은건가.

권 대표: 많다. 쉽다면, 벌써 그렇게 바뀌지 않았을까(웃음). 유통구조를 줄이기 위해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이 '생산관리통합 프로그램 구축'이었다. 쉽게 말해, ERP다. 농가 재고용 ERP를 개발했다. 상품의 재고량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상품 생산자 정보와 상품 이력을 담은 입출고 주문 내역을 전산화 하고, 주문을 받으면 택배사와 연동해 자동으로 송장을 발부하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쉽게 말해 G마켓, 11번가, 티몬 등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등을 통해 주문을 받으면, 자동으로 택배 송장번호와 영수증, 주문 내역 등이 프린트된다. 사실 과거에 이러한 솔루션을 여러 번 개발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지 못해 대중화 되지 않았다더라. 그래서 우리는 공판장이나 영농조합, 농가 등이 필요로 하는 것을 우선으로 솔루션을 개발했다.

IT동아: 고생이 많았을 것 같다.

권 대표: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다(웃음). 농가와 공판장(영농조합법인) 등 요구 사항이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공판장은 대부분 영농조합법인에서 운영하는데, ERP를 통해 농가에 패널티를 줄 수 없냐고 묻더라. 예정일에 예정 물량을 납품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는 농가가 있다면서. 서로의 약속을 지켜야 하는데,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이 많아 고육지책으로 이렇게 이야기하더라.

아, 저장고를 이용하는 비용도 전산화할 수 있도록 요구한 사례도 있었다. 개인 농가의 경우, 대형 농장이 아닌 이상 저장고까지 설치하는 일이 없다. 때문에 영농조합법인의 저장고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여기에 비료 지원과 인력 관리 통합 등 현장에서 필요한 기능을 하나씩 추가하기 위해 시간이 많이 걸렸다(웃음).

코아피플의 온라인 직거래플랫폼 '자이언트
스푼'
코아피플의 온라인 직거래플랫폼 '자이언트 스푼'

< 코아피플의 온라인 직거래플랫폼 '자이언트 스푼' >

재고 안정화, 스마트팜을 꿈꾼다

IT동아: 유통 구조, 소비 구조를 안정화 이후 계획은 무엇인지.

권 대표: 궁극적인 목표는 스마트팜이다. 농촌, 농산물을 6차 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은 전세계에서 진행 중이다. 우리는 농산품에 대한 가치 재고화(패키지)를 1단계로, 농촌 맞춤형 ERP를 2단계로 본다. 마지막 3단계가 스마트팜으로, 관광 산업으로 키우고자 한다. 6월부터 관련 내용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이다(웃음).

포항의 '장기 산딸기 영농 조합법인'과 시작 단계부터 함께 진행한 프로젝트다. 산딸기를 화분으로 즉, 분재배로 키우는 방법에 대해 특허 보유 중이다. 산딸기는 말그대로 산에서 나는 딸기다. 지금까지 산딸기는 모두 노지 재배였고, 야생에서 나는 산딸기를 따야 했다. 하지만, 산딸기를 화분 형태로 재배할 수 있도록 바꾼 것이다.

야생에 가까운 환경을 만들고, 체계적으로 제공한다. 화분, 흙, 비료 등을 모두 개발했고, 재배 방법을 매뉴얼로 만들었다. 그냥 화분 재배하듯이 산딸기를 키우는 방식이다. 음… 마치 3분 카레와 같다. 레고 블록을 조립하듯 설명서를 보면서 하나씩 따라하면 산딸기를 키울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약 4년 전부터 이 같은 사업을 시작했고, 많은 부분을 벤치마킹했다. 이러한 분재배를 통해서 스마트팜을 구축하면, 새로운 창업으로 연결되고, 귀농/귀촌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IT동아: 상당히 장기적인 관점으로 바라봐야 할 것 같다.

권 대표: 맞다. 농업은 태생적으로 호흡이 길다. 1년을 한 과정으로 보고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농업은 지역과 사람을 연결하는, 오프라인 네트워크 구조가 복잡하다. 그만큼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때문에 코아피플을 창업하면서 1년 동안 지역민들과 소통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그리고 농촌의 요구 사항을 바탕으로 1년 동안 개발에 전념했고, 올해 하나씩 성공 사례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코아피플 권영삼 대표, 권민수 대표, 하태환
CTO(왼쪽부터)
코아피플 권영삼 대표, 권민수 대표, 하태환 CTO(왼쪽부터)

< 코아피플 권영삼 대표, 권민수 대표, 하태환 CTO(왼쪽부터) >

농림부, 농촌진흥청도 앞서 이야기한 우리 코아피플과 같은 프로젝트를 많이 진행한다. 이번에 포항과 협력개발한 내용으로 내년에는 10개 지역에서 시범사업으로 시작하려고 예정 중이다. 산깔기가 아닌 각 지역의 특산물로 진행한다.

G마켓 신사업 담당에서 코아피플

IT동아: 이력이 재미있다. G마켓에서 신사업 부문을 담당했었다고 하는데.

권 대표: G마켓 초창기에 함께 일했던 인력이 뒤늦게 참여했다. 함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권민수 대표와, 기술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하태환 CTO다. 권민수 대표는 G마켓 초창기에 신사업을 담당하며, 여행과 티켓, e쿠폰 등을 처음 기획하고 도입했었다. 2006년이었던 것으로 기억나는데… 당시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하태환 CTO는 개발자지면, 제주도 관광지 이용권 중 빅2, 빅3와 같은 연계 입장권을 기획하기도 했다. 왜 그런 것 있잖은가. 제주도에 있는 80개 관광지 중 3곳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상품. 스스로 '괴짜 천재 개발자'라고 말한다(웃음). G마켓에서 무형 카테고리를 처음으로 설계했다고 자부하고 있고. 현재 코아피플의 정규 직원은 9명이고, 프리랜서로 2명이 일하고 있다.

(마침 권민수 대표와 하태환 CTO가 자리를 함께 했다.)

IT동아: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스타트업으로 합류했을 때, 집에서는 뭐라고 하지 않던가.

권민수 대표: 2016년 8월에 코아피플로 합류했다. 당시 아내가 '망한다', '좋은데 있다가 왜 나와서 이런 일을 하느냐'라고 많이 반대했다. 결과적으로 당시 받던 월급의 50% 정도로 줄어든 상황인지라(웃음). 하지만, 3, 4개월 정도 지나고 나니까 인정해주더라. '잘 될거다', '믿어 달라'라고 많이 설득했다. 뭐… 지금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좋은 것만 공유하고, 나쁜 것은 빼면서…(웃음).

코아피플 권민수 대표, 하태환 CTO
코아피플 권민수 대표, 하태환 CTO

< 코아피플 권민수 대표, 하태환 CTO >

하태환 CTO: 참 많은 것을 경험하고 있다. 개발자지만, 아무래도 외부를 나갈 경우가 많다. 지난 15년 동안 일해왔던 환경과 많이 다른 것이 사실이다. 한번은 농가로 외부 미팅을 나갔을 때였다. 권 대표가 운전을 했는데, 10미터 마다 차를 세우면서 농가로 들어가 인사를 하고 나오더라. 그럴 때마다 우리네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진심으로 반기고 고맙게 생각해주신다.

우리 개발자들은, 실내에서 책상 위에 앉아 무언가를 입력하고 결과값을 찾는다. 이 결과값은 고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1+1은 2아닌가. 하지만, 현장은 다르더라. 그 분들이 직접 겪는 불편함과 요구 사항을 통해 ERP 인터페이스를 바꾸고, 기능을 추가했다. 돌이켜보면, 참 좋았던 경험이다.

처음 직거래를 시작했던 한 농가가 세금계산서를 처음 끊을 때였다. 할아버님이 잘 못하겠다고 하셔서 화상전화로 연결해 영수증 출력 방법을 설명했었다. 그래서 ERP에 관련 기능을 추가했다. 주문 받고, 택배로 출고되면, 바로 영수증이 출력되도록.

이번 주말에는 산딸기를 마트에 배달하러 고속터미널로 출근한다. 산딸기는 당일 배송이 원칙인데, 마트에는 주말에 사람이 많지 않은가. 연휴라고 쉬는 분들이 많아서, 포항에서 고속버스로 보내는 산딸기를 고속터미널에서 받아 해당 마트로 배달해야 한다(웃음).

인터뷰 도중 급한 미팅으로 자리를 뜬 권영삼 대표와 뒤늦게 합류한 권민수 대표, 하태환 CTO와 함께한 수다(?)에 가까운 인터뷰는 2시간 가까이 진행했다. 코아피플은 농촌이 지닌 가치에 집중했다. 가치를 패키지로 상품화하고, 솔루션과 플랫폼화를 통한 산업 고도화를 꿈꾼다. 지난 3년간의 노력은 올해 성과를 가시권에 두고 있다. 야생 재배가 답이라는 산딸기를 분재배로 성공한 그들의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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