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미나이 3.5 플래시·자체 반도체로 무장한 구글, AI 주도권 탈환 나선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구글의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구글 I/O’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서 개최됐다. 구글 I/O는 현지시간으로 5월 19일에서 20일 양일간 개최되며 ‘에이전틱 제미나이’ 시대의 시작이라는 명제를 바탕으로 발표가 진행됐다. 기조연설은 순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가 진행했으며 ▲ 제미나이 3.5 플래시 대형언어모델 ▲ 어떤 입력값에서도 모든 형태의 출력 양식을 생성하는 ‘제미나이 옴니’ ▲ 제미나이 앱과 AI 검색에 대한 새로운 제안 ▲ 인텔리전트 아이웨어 ▲ 에이전틱 시대에 다가올 변화들을 상세히 다뤘다.

순다 피차이 구글 CEO는 “구글이 AI를 최우선 목표로 전환한지 10년 차다. 구글은 AI가 우리의 사명을 발전시키고, 사람들의 삶을 대규모로 개선하는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할지 알고 있다. 우리가 맞춤형 반도체부터 안전성, 세계적 수준의 연구와 AI 모델까지 차별화된 풀스택 접근 방식으로 AI를 개발하는 배경이다”라면서 “이런 접근방식 덕분에 우리는 더 빠르게 반복하고 혁신하며, 업계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정말로 놀라운 것은 사람들이 우리의 AI를 활용하는 방식이다”라며 발표를 시작했다.
일상생활 곳곳에 녹아드는 AI, 그 시작은 맞춤형 반도체부터
이미 사람들은 AI로 수업과 학습을 진행하며, 음악가와 예술가들도 생성형 AI로 창작 활동을 구현한다. 병원의 전문적인 진료 내역을 AI에게 물어보고, 쇼핑과 문화생활을 위한 예약까지 진행한다. 순다 피차이 CEO는 올여름부터 제미나이 라이브 같은 음성인식 기반의 AI가 제미나이 프로 및 울트라 구독자에게 제공되며, 지메일이나 구글 킵, 구글 독스 등 서비스 전반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리고 이것이 가능한 것은 구글이 꾸준히 미래 인프라에 투자해 온 덕분이라고 말했다.

순다 피차이 CEO는 “2022년 구글은 연간자본지출(CAPEX)로 310억 달러(약 46조 6900억 원)를 투자했는데, 올해는 그 6배에 달하는 1800억~1900억 달러(약 271조~286조 원)를 사용할 예정이다. 투자의 핵심은 맞춤형 반도체에 있다”라고 말했다. 구글은 AI 구동에 엔비디아 GPU는 물론 자체 개발한 TPU(텐서 처리 장치)도 함께 활용하고 있다. 현재 상용 제품은 7세대며 제미나이 LLM 구동에 널리 쓰인다. 최근 새롭게 공개된 제품은 AI 모델을 학습하고 제작하는 용도의 대규모 사전 훈련용 TPU 8t, 제작된 AI를 구동하고 작업을 처리하는데 최적화된 TPU 8i로 이원화된 상태다.
이어서 “우리는 10년 전 이 I/O 무대에서 처음으로 상용 텐서 처리 장치(TPU)를 발표했고, 최근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에서 8세대 제품을 발표했다. 처음으로 학습과 추론에 각각 최적화된 형태로 출시했고, 이전 세대보다 약 3배 뛰어난 성능을 보여준다. 전 세계에서 100만 개 이상의 TPU를 활용해 세계 최대 규모의 학습 시스템을 만들 것이다. 또 27년 간 검색 시장에서 일한 만큼 지연시간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새 TPU는 1500개의 토큰도 실시간으로 생성해서 제공할 정도의 속도를 제공하며 와트당 성능은 두 배 더 높였다”라고 정리했다.
제미나이 3.5 플래시, 제미나이 옴니 등 신규 AI 기능 선봬

구글은 지난해 12월 제미나이의 새로운 버전인 제미나이 3 버전을 출시했다. 당시 구글은 엔비디아 GPU가 아닌 7세대 TPU로 학습 및 추론 작업을 진행한다고 밝혔고, 예상보다 구동 성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맞춤형 반도체의 우수성을 전 세계 AI 업계에 각인시켰다. 이번에 출시된 제미나이 3.5는 속도와 효율성에 초점을 맞춘 3.5 플래시 버전이다. 3.5 플래시 버전은 전 세대 3.1 프로 버전보다 모든 벤치마크에서 더 뛰어난 성능을 보여줬고, 경량 모델임에도 경쟁사 주력 모델과 비슷하거나 더 좋은 성능을 보여준다.

AI 에이전트 코딩 역량을 확인하는 SWE-벤치 프로 정확성은 앤트로픽 클로드 오퍼스 4.7이 64.3%, GPT-5.5가 58.6% 일 때 제미나이 3.5 플래시가 55.1%를 보여줬다. 외부 프로그램 연동성 등을 확인하는 MCP Atlas 테스트는 오퍼스 4.7이 79.1%, GPT-5.5가 75.3% 일 때 제미나이 3.5 플래시가 83.6%로 확인됐다.

이외에도 금융 에이전트, 아카이브 논문에서 추출한 차트 등으로 구성된 CharXiv 데이터셋 기반 추론 작업, 대형언어모델 추론 성능 지표인 MMMU-Pro, 긴 콘텍스트 테스트 등에서 제미나이 3.5 플래시가 더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 AI 성능 분석 기관 아티피셜 애널리시스 역시 제미나이 3.5 플래시 모델의 종합적인 추론 능력 및 지식 등은 높으면서, 초당 생성하는 토큰 속도가 빠르다는 점을 확인했다. 제미나이 3.5 플래시 모델은 현재 바로 사용할 수 있다.

멀티모달 모델인 ‘제미나이 옴니’도 새롭게 출시됐다. 멀티모달은 음성이나 텍스트 등 여러 형태나 방식으로 된 데이터를 동시에 이해하고 처리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제미나이 옴니 역시 이미지, 오디오, 영상, 텍스트를 하나로 융합해 입력할 수 있고, AI가 내용을 분석해 결과물을 출력한다. 이번에는 영상에 특화된 모델로 선보였고, 중력이나 운동에너지 유체 역학 등의 물리적인 현상을 고려하고 패턴이나 규칙성, 아이디어의 시각화 등 기존보다 훨씬 복잡하고 구체적인 영상을 만들 수 있다. 제미나이 옴니 플래시 모델은 구글 AI 프로 및 울트라 구독자부터 순차적으로 쓸 수 있고, 유튜브 쇼츠와 크리에이트 앱 상에서 무료로 제공된다.
아울러 구글의 AI 기반 통합 개발 환경인 ‘안티그래비티’는 2.0 모델로 업그레이드되며 제미나이 3.5 플래시 모델도 붙는다. 순다 피차이 CEO도 안티그래비티를 활용해 직접 구글 코드베이스의 버그를 수정했다며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했음을 강조했다. 제미나이 3.5와 구글 안티그래비티 등을 조합해 구글 클라우드의 가성 전용 머신에서 AI 에이전트를 종합 실행하는 ‘제미나이 스파크’도 이번 주부터 시험 운영을 시작한다.
AI 시대에 맞춰 정보 검색 기능도 새롭게 개편

구글은 사용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바로 찾고 행동할 수 있도록 정보 검색창도 AI 에이전트 형태로 제공한다. 단어 검색이나 자동완성을 넘어서 이미지, 파일, 영상, 크롬 탭 등의 형태로 검색을 실행하고 AI 개요를 통해 질문을 이어가며 지식을 탐색할 수 있다. 정보 에이전트는 24시간 동작하며 사용자가 관심 있거나 필요한 정보를 자동으로 탐색해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사용자가 핵심을 놓치지 않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조건에 맞는 특정 제품을 계속 검색하고 있다면, AI 에이전트가 검색 내용을 판단해 해당 제품과 관련된 것이 있다면 알림을 주는 식이다. 정보 에이전트는 구글 AI 프로 및 울트라 구독자에게 우선 선보인다.
제미나이 앱을 통해서는 받은 편지함, 캘린더, 할 일 목록 등의 정보를 종합해 개인화된 요약을 제공하는 ‘데일리 브리프’, 사용자의 입력에 따라 복잡한 작업을 계획하고 추론하는 ‘구글 플로우’도 선보인다. 구글 플로우는 아이디어 구체화나 제작 및 편집에 필요한 전문 지식 등에 대한 조언 등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바이브 코딩 형태로 제작해서 제공한다.

나노바나나 모델을 활용 이미지 생성 및 편집 도구인 ‘구글 픽스’, AI 기능을 탑재한 ‘인텔리전트 아이웨어’도 각각 선보였다. 구글 픽스는 생성형 AI로 이미지를 분석하고 원하는 형태로 맞춤 수정할 수 있는 편집 도구며 올여름 이후에 워크스페이스 내 구글 AI 프로 이상 사용자를 대상으로 순차 제공된다. 인텔리전트 아이웨어는 음성 안내용 오디오 글라스, 정보를 화상으로 보여주는 디스플레이 글라스로 출시된다.
잠행 이어온 구글, AI 에이전트 시대에는 다르다
미국의 기업지출 관리 기업 램프가 2026년 5월 집계한 미국 기업의 AI 구독 비율에 따르면 앤트로픽의 클로드가 약 32~35%, 오픈AI의 GPT가 27~32%, 구글 제미나이가 15~21%로 나타났다. 앤트로픽는 코딩이나 과학, 고난도 추론 영역에서 강점을 보이고, 오픈AI는 시장 선점 효과 등으로 꾸준히 점유율을 이어나가고 있다. 기업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구글의 입지는 작은 편이다.

구글 I/O를 계기로 앞으로의 상황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당초 구글은 가격대 성능비와 활용도를 내세웠는데, 이제는 성능 측면까지도 충분하다고 말한다. 또한 경쟁사들이 브라우저, 전략적 협업 등으로 이제 시장을 개척하는 단계인 반면 구글은 지금도 대규모 클라우드 서비스와 검색엔진, 브라우저, 스마트폰 등에서 1위 기업이다. 8세대 TPU를 통해 가격대 성능비까지 갖춘 데다가 애플 역시 오픈AI에서 구글로 등을 돌리는 등 시장 상황도 구글의 편이다.
또한 구글은 제미나이 3.5를 출시하며 가격 요율을 질문 횟수에서 토큰 숫자로 변경했다. 복잡한 연산이 많은 질문을 할 수록 사용량 한도가 빨리 차감되고, 간단한 질문은 적게 차감한다. 제미나이 사용자 대다수가 코딩이나 과학 연산 보다는 스마트폰으로 간단한 질문을 주고받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보다 더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는 셈이다.
그간 구글 I/O는 시장과 산업에 영향을 미치기 보다는 개발자 생태계 수준에서 조금씩 바꿔나가는 느낌의 행사였다. 하지만 ‘에이전틱 제미나이’ 시대를 선포한 것은 구글도 시장 점유율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것을 뜻한다. 구글이 행동에 나선 만큼 기울어진 운동장도 깎아지른 절벽처럼 되지 않을까.
IT동아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