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2015] '제품 아닌 가치를 팝니다' 이용덕 엔비디아코리아 지사장

강형석 redbk@itdonga.com

[IT동아 강형석 기자] 플레이스테이션 VR(PS VR), HTC 바이브(Vive), 오큘러스(Oculus), 기어 VR(Gear VR)은 모두 가상현실을 구현하기 위한 기기다. 이 중 PS VR과 기어 VR 등 콘솔과 모바일 등에 특화된 기기를 제외한 둘은 PC에서 구현되는 제품으로 타 기기와 범접하기 어려운 산업 영역에 대응할 수 있는 가치를 품었다.

HTC 바이브와 오큘러스는 또 다른 접점이 있다. 바로 엔비디아(NVIDIA)다. 엔비디아는 가상현실 기술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자 두 회사는 물론, 여러 개발사들과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적으로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업 외에도 소비자들과의 관계를 더 가깝게 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국내라고 다른 것은 아니다. 엔비디아코리아는 외부 활동을 늘리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에는 온라인 커뮤니티 '엔비디아 프렌즈(NVIDIA FRIENDS)'를 열어 본격적인 소비자 소통 창구를 만들었고,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 2015에서는 가상현실 체험존을 만들어 관람객을 맞았다.

지스타 행사장에서 만난 이용덕 엔비디아코리아 지사장은 올해는 의미 있는 한 해라고 말한다. 그래픽 프로세서 기술 컨퍼런스(GTC)를 국내 첫 개최했고, 그 동안 엔비디아 코리아가 관여했던 지스타 이벤트는 이제 미국 본사의 주요 이벤트 중 하나가 되어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는 점이다.

"그 동안 지스타는 국내에서 진행하는 이벤트였는데, 올해는 처음 미국 본사에서 주관하는 행사가 됐어요. 그래서 올해는 지난 해보다 부스 규모가 2.5배 커졌습니다. 국내 PC 및 게임 산업은 침체라고 생각되는데, 미력하게나마 엔비디아가 나서 힘을 보태고 싶었습니다. 엔비디아는 끝까지 지스타에 참여해 국내 PC 및 게임 시장을 후원하고 응원할겁니다."

엔비디아 코리아 이용덕 지사장.
엔비디아 코리아 이용덕 지사장.

< 지스타 2015 현장에서 만난 이용덕 엔비디아코리아 지사장. >

VR 시연 이유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

이제 본격적인 이야기 꽃을 피워보자. 엔비디아는 지스타 2015 행사에서 VR에 총력을 기울인 부스를 구성했다. 국내 첫 선보이게 되는 HTC 바이브를 2대 공수해 체험장을 꾸렸고, 오큘러스 3대도 동원됐다. 체험 시간도 가상현실을 충분히 경험할 수 있도록 20분으로 정했다.

HTC 바이브가 국내 첫 공개된 부분은 고무적이다. 그 동안 HTC 바이브는 몇 번 공개된 적이 있지만 대부분 개발자나 업계 관계자 정도에게 시험 목적으로 노출된 것이며, 일반을 대상으로 공개된 것은 처음이라는 것이 이용덕 지사장의 설명이다.

VR 시연을 결정한 것은 그간 제품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이벤트가 없었던 것도 있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한 결정이었다고 한다. 여러 게임 행사가 열렸지만 개발 단계에서 보여줄 것이 없었다. 반면, 지스타는 연말에 열리는 게임 이벤트로 공개하기에 적당한 수준의 완성도에 다다른 점이 공개 결정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용덕 지사장은 국내 게임 시장은 전 세계 4번째 시장이고, 시장에 주는 파급력을 고려해 엔비디아와 HTC가 협의했으며, 공개를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엔비디아와 가상현실을 연결하는 '게임웍스 VR'

엔비디아는 HTC, 오큘러스와 긴밀히 움직이고 있다고 한다. 이 외에도 여러 가상현실 기기 제조사와 콘텐츠 개발사와도 협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 중심에는 '게임웍스(Gameworks) VR'이 있다. 게임웍스 VR은 가상현실을 위한 개발도구로 엔비디아 게임웍스 VR 홈페이지에 개발도구를 사전 오픈한 상태다. 개발에 관심 있는 사람은 언제든 자유롭게 내려 받아 쓸 수 있다고 한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데에는 '시간, 인력, 비용' 삼박자가 맞아 떨어져야 한다. 엔비디아는 이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것이 이용덕 지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엔비디아는 요즘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거듭나는 듯 해요. 그래픽 프로세서에 대한 기술 연구도 게을리 하지 않지만, 그 이상으로 소프트웨어에도 심혈을 기울입니다"라고 말했다.

최근 게임웍스 VR은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지스타 2015에서 시연 중인 HTC 바이브의 콘텐츠도 과거 지포스 GTX 980 Ti를 2개 연결해 구현한 것과 달리 GTX 980 Ti 한 대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정도가 됐다고 한다.

앞으로 엔비디아는 지포스 GTX 970 정도면 원활히 가상현실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게임웍스 VR의 성능과 기능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한다. 목표 달성을 위해 엔비디아는 지속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게임웍스 VR
게임웍스 VR

< 게임웍스 VR은 가상현실 경험 향상을 위해 꾸준히 업데이트 중이다. >

2016년 가상현실은 어떻게 될까? 이용덕 지사장은 가상현실의 원년이 될 2016년은 기술을 알리는 한 해가 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이와 함께 새로운 기기들도 다수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엔비디아도 게임웍스 VR을 더 다듬고 여러 개발사들과 협력해 최적화를 이뤄낸다는 목표다. 현재 가상현실은 초당 90매로 움직이는 영상을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2개의 영상을 합치기 때문에 실제 사람이 보는 것은 45매 정도로 매끄럽지 못하다. 이를 120매 수준으로 올리는 것이 중요하고 향후 기술개발로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 뿐만 아니라, 가상현실로 인해 증강현실(AR)도 활성화 될 것이라 내다봤다. 2~3년 가량 기술이 숙성되고 나면 이후 개발사는 이를 증강현실과 결합하며 한 단계 성숙된 가상현실 환경을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가상현실이 이후 나아갈 종착지는 홀로그램이라고 봤다.

가상현실의 가능성은 비단 게임에만 있는게 아니다. 영상은 물론이고 교육적인 용도로도 쓸 수 있다. 건설이나 의료 등 적용 가능한 시장도 무궁무진하다. 이용덕 지사장은 가상현실이 효과적으로 쓰일 미래를 꿈꾼다.

"저는 가끔 상상해요. 건설사 직원이 가상현실 기기와 노트북을 들고 고객을 찾아가 지어질 건물의 내부를 보여주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이제 땅을 가지고 모델하우스를 지을 필요가 없어요. 의료는 또 어때요? 가상현실이라면 수술이나 치료 등을 연습하고 다양한 실험도 가능할 것입니다.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일이에요."

가치를 전달하는 작업에 초점 맞춘다

최근 엔비디아코리아는 조금 달라졌다. 과거 단순히 그래픽 프로세서의 성능을 얘기했다면 지금은 그래픽 프로세서의 역할과 미래를 말한다. 이 외에도 엔비디아 프렌즈를 통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찾기도 하고 강연과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며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이용덕 지사장은 많은 판매량도 중요하지만 엔비디아 그래픽 프로세서의 가치를 전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한다.

엔비디아 코리아 이용덕 지사장.
엔비디아 코리아 이용덕 지사장.

"우리는 전략을 수정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했어요. 하나 더 판매하는 것보다 가치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죠. 그래서 대학이나 특화고 등을 돌며 기술 세미나를 열고 지스타나 엔비디아 프렌즈 등을 통해 현재 소비자 및 미래 잠재 소비자에게 우리의 가치를 알리는 겁니다."

엔비디아는 세미나나 강연 등에서 절대 지포스 그래픽카드에 대해 설명하지 않는단다. 대신 그래픽 프로세서의 담긴 기술, 컴퓨팅 연산에 필요한 각 부품의 역할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이야기 한다고.

이에 내부에서는 기술 세미나를 위한 테크 톡(Tech Talk)과 청소년과 청년 등을 대상으로 한 드림 톡(Dream Talk)으로 나눠 활동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용덕 지사장은 주말에 자기 시간을 쪼개어 학생들과 만나 멘토링을 하기도 하고 함께 기술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나누기도 한단다. 이런 행동들이 앞으로 엔비디아의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그는 믿고 있었다.

"우리는 현업에 종사하는 분과 학생들이 꿈을 가지고 기술을 발전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가고 싶어요. 이에 동기부여를 주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시장을 선도하는 자리라면 이제 돌려주는 것에도 적극적이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올해 우리나라에서 처음 개최한 GTC도 결국 사회환원의 일환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이런 일이 더 많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용덕 지사장은 엔비디아코리아 지사장에 임명된 지 10여 년이 지났다. 그래서인지 앞으로의 10년이 더 궁금해졌다. 그는 방향을 정하고 목표대로 걸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말하고, 현재 진행하고 있는 것들의 결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에 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당장 내년에는 가상현실을 가지고 국내 PC방에 알리는 작업도 진행할 것이라니 엔비디아와 이용덕 지사장의 행보가 사뭇 기대된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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