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국내 진출] 1. 넷플릭스는 어떤 회사인가?

강일용 zero@itdonga.com

[IT동아 강일용 기자] 특정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 이름이 해당 분야를 대표하는 대명사처럼 되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를테면 '봉고차' 라던가 '스카치 테이프', '호치키스'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에 본사를 둔 콘텐츠 제공 업체인 '넷플릭스(Netflix)' 역시 비슷한 길을 걸어가고 있다. 인터넷 스트리밍 기반 콘텐츠 제공 서비스의 대명사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현재(2015년 9월 기준) 북미와 서유럽 일부 국가에 한정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입자 수가 6,500만명이 넘는다. 2014년 북미에서 발생한 인터넷 트래픽의 35%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익히 알려진 유튜브의 2배에 달하는 트래픽 점유율이다.

이러한 넷플릭스가 마침내 한국에 상륙한다. 넷플릭스 그레고리 피터스 글로벌 사업 총괄은 오늘(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방송영상견본시(BCWW) 개막식에서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미국, 유럽, 브라질, 일본에 이어 내년 초 한국 시장에 진출해 넷플릭스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구체적인 서비스 계획도 함께 밝혔다.

넷플릭스 그레고리 피터스 글로벌 사업
총괄
넷플릭스 그레고리 피터스 글로벌 사업 총괄
<넷플릭스 그레고리 피터스 글로벌 사업 총괄>

작년 말 동아일보가 '넷플릭스 한국 진출설'을 보도한 후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한다는 것은 기정 사실처럼 여겨졌다. 한국 담당 직원을 채용하고 있는 것도 확인됐고, 빠르면 2016년에 한국 서비스를 개시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얘기까지 시중에 나돌았다. 피터스 사업 총괄의 발언은 이러한 소문이 사실임을 확인시켜준 것이다.

넷플릭스는 셋탑박스, 스마트TV, PC, 스마트폰, 태블릿PC, 비디오 게임기 등 인터넷 연결이 가능한 모든 기기를 이용해 국내 사용자에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넷플릭스가 엄선한 인기 TV 프로그램과 영화 콘텐츠를 자유롭게 시청할 수 있다. HD부터 4K UHD까지 다양한 해상도로 콘텐츠를 제공하며, 사용자는 자신의 회선 상황에 맞춰 해상도를 선택하면 된다. 특히 넷플릭스는 어린이들을 위한 다채로운 콘텐츠를 선보여 부모와 어린이들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당연히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콘텐츠 대부분에 한국어 자막이 함께 제공된다.

넷플릭스 리드 헤이스팅스 최고경영자는 "콘텐츠는 물론 세계 가전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한국은 아시아 및 세계 시장 확대를 가속화하고 있는 넷플릭스의 성장을 견인할 전략적 거점"이라며, "한국은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와 수준 높은 콘텐츠 소비 방식으로 단연 독보적인 시장이다. 한국 소비자들에게 넷플릭스의 서비스를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영화나 TV 콘텐츠를 마음껏 시청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넷플릭스의 국내 사업 파트너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지난 달 넷플릭스 서비스를 시작한 일본의 경우 사업파트너로 '소프트뱅크'가 선정됐다. 국내에서도 콘텐츠와 원활한 트래픽 확보를 위해 이통통신 3사(SKT, KT, LG유플러스) 가운데 한 회사와 손 잡을 가능성이 높다.

우편 기반의 DVD 대여업체로 시작한 넷플릭스

그렇다면 넷플릭스는 과연 어떤 회사일까? 넷플릭스가 미국에 처음 설립된 건 1997년의 일이다. 창업자인 리드 헤스팅스(Reed Hastings)는 당초 영화 DVD 대여업체로 넷플릭스를 꾸려나갔다. 하지만 단순히 매장을 두고 주변 지역에 DVD를 대여하는 기존의 방식으로는 사업 확장에 한계가 있었다. 당시 미국의 DVD 대여 사업은 전국적인 체인망을 가진 블록버스터(Blockbuster) 같은 업체가 꽉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넷플릭스는 매장이 아닌 우편을 통한 DVD 대여 사업으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사용자가 웹 사이트에 보고 싶은 영화의 목록을 등록하면 DVD를 우편으로 전달받을 수 있으며, 다 본 DVD는 반송용 봉투에 담아 다시 우편함에 넣으면 된다. 월 정액제로 운영되므로 한 번에 여러 편의 DVD를 대여하는 것도 가능하다. 넷플릭스의 대여용 DVD는 거추장스런 포장 없이 부직포 봉투에 담겨 배달되므로 배송료를 절약할 수 있으며, 연체료도 없었다. 게다가 배송 중에 디스크가 파손되더라도 이를 반납하기만 하면 소비자는 변상할 필요가 없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점도 특징이었다.

넷플릭스 대여 DVD
넷플릭스 대여 DVD

저렴한 금액으로 많은 영화를 볼 수 있고, 이용도 간편하다는 이점 덕분에 넷플릭스의 우편을 통한 DVD 대여 서비스는 큰 호응을 얻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업계 1위에 등극한다. 반면, 기존의 절대 강자였던 블록버스터는 2010년 파산보호를 신청했으며, 2013년에는 마지막 점포를 정리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저렴한 가격과 멀티 플랫폼 정책이 넷플릭스 성공의 비결

DVD 대여업계의 거물로 떠오른 넷플릭스가 온라인 스트리밍 콘텐츠 사업을 본격화한 건 2007년의 일이다. 당초 넷플릭스의 온라인 비디오 사업은 기존의 DVD 대여 사업의 부수적인 요소에 불과했지만, 2009년 즈음에는 이미 회사의 주력 사업으로 자리잡았다. 기존의 온라인 비디오 서비스는 편당 시청료를 받거나 시청 중 보기 싫은 광고를 억지로 봐야 했지만, 넷플릭스 서비스는 10달러 남짓의 저렴한 월 정액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으며, 광고를 볼 필요도 없다는 것이 고객들의 호응을 받았다.

또한 특정 플랫폼에 묶인 기존의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와 달리, 다양한 플랫폼에서 이용이 가능하다는 것도 넷플릭스의 강점이다. 2015년 현재, 넷플릭스 서비스는 윈도우, OS X, iOS, 리눅스, 안드로이드, 크롬, 웹OS, 타이젠 등 시중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운영체제를 지원한다. PC, 셋톱박스, 스마트TV, 블루레이 플레이어, 플레이스테이션, 엑스박스 등 수많은 기기와 플랫폼에서 넷플릭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사용자가 어떤 이동통신사, 운영체제, 기기를 이용하든 상관없다. 하나의 아이디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동일한 동영상 서비스를 접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넷플릭스의 인기 비결이다.

넷플릭스 지원 플랫폼
넷플릭스 지원 플랫폼

자체 제작한 독점 콘텐츠도 경쟁력 인정받아

넷플릭스의 또 다른 강점이 바로 자체 콘텐츠 경쟁력이다. 넷플릭스는 외부의 콘텐츠 공급자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사의 이름을 걸고 직접 제작한 독점 콘텐츠를 다수 공급하고 있다. 이들 독점 콘텐츠의 경쟁력 또한 상당하다. '하우스 오브 카드'나 '마르코폴로' 등이 대표 작품으로, 이들은 이미 국내 '미드' 매니아들에게도 익히 알려져 있다.

콘텐츠의 공개 방식도 독특하다. 일반적인 콘텐츠와 달리, 넷플릭스의 독점 드라마는 새로운 시즌이 나올 때마다 모든 에피소드를 한 번에 공개하는 경우가 많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다음 에피소드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이, 진득하게 앉아서 모든 에피소드를 이어서 볼 수 있다. VOD 시대에 걸 맞는 콘텐츠 공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강력한 경쟁력을 갖춘 넷플릭스이지만, 국내에선 이용할 수 없었다. 넷플릭스 서비스는 지역 제한이 걸려있어 정식 서비스를 실시하지 않은 지역에서는 접속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6년 한국 정식 진출을 선언함에 따라 국내 사용자도 넷플릭스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넷플릭스의 한국 서비스가 시작되면 과연 어느 정도의 파급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아직은 감히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한국의 콘텐츠 및 방송 업계에 거대한 폭풍이 불어닥치기 일보 직전인 것만은 분명하다. 세계 최대의 가구 업체인 '이케아'가 한국 진출을 선언했을 때의 분위기가 바로 이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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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국내 진출] 2. 넷플릭스의 국내 성공 가능성은? - http://it.donga.com/22340/

[넷플릭스 국내 진출] 3. 미리 써본 넷플릭스 - http://it.donga.com/22341/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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